장난감은 장난감일 뿐 - 위서론 만들어진 한국사



제작상태가 불량한 거울이 물체의 상像을 일그러지게 비추는 것과 같이 개찬되거나 조작된 사료는 부정확한 사실 또는 허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임에 불과하다. - 차하순, 역사의 본질과 인식, p67

환단고기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의 결과, 재야사관에 빠진 사람들은 무조건 우겨대기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넘버링 된 부분은 서로의 입장 차이입니다.)

- 환단고기에는 근대적 시각이 들어간 부분이 있다.
(1) 오랜 세월 전해내려오면서 조금씩 들어간 것이다.
(2) 1911년 계연수가 편찬할 때 들어간 것이다.
(3) 이유립이 기억에 의거하여 재작성하였을 때 들어간 것이다.


각 번호의 입장이 그들 사이에서의 진보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거의 똑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환단고기에는 진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진실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저와 같은 사람을 이렇게 비난합니다.

환단고기를 무조건 위서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반론을 덧붙입니다.

삼국사기에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 그럼 삼국사기도 위서냐?

즉, 이 사람들은 <위서>를 "잘못된 부분을 가지고 있는 사서"라는 의미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위서>란 "조작된 사서"를 가리키는 말일 뿐입니다. 그럼 무엇을 조작했다는 말일까요? 재야사관에 빠진 사람들은 저 "조작"을 "사서 안의 잘못된 기록"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하느님, 맙소사!

조작이란, 그 책이 주장하는 서지書誌(책이나 문서의 형식이나 체제, 성립, 전래 따위에 관한 사실. 또는 그것을 기술한 것) 사항이 조작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환단고기의 경우는 (1) 그 책의 각 편목에 붙은 저자들이 조작된 것이며, (2) 1911년에 계연수가 책을 냈다는 사실도 조작된 것입니다. 그에 대한 증명은 누차에 걸쳐서 해온 것이므로, 궁금한 분은 유사역사학의 영원한 떡밥 [클릭] 포스팅을 보도록 하세요.

위에 언급한 바, 재야사관에 빠진 사람들 중에도 환단고기가 이유립에 의해서 (다시) 쓰였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즉, 환단고기가 <위서>라는 사실에 동의하는 것이죠. 불행히도 그들 대부분은 <위서>라는 말은 전혀 언급하지 않지만.

하지만 과감하게 환단고기가 <위서>라고 해도 저들의 주장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뭐 어쨌다고? 그들의 논리를 다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환단고기가 근대에 위조되었(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해도, 그 안에 들어있는 사실들은 면면히 전승되어온 우리의 소중한 자료(일 수도 있)다. 환단고기 안에는 중국 사료도 들어있고 그것들은 현존하는 중국 사서와 비교할 때,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된다. 불행히도 환단고기 안에만 전하는 (소중한) 우리 사료들은 비교할 수 있는 사서들이 (일제에 의해) 멸절되었기 때문에 없을 뿐이다. (일제의 방해만 없었다면) 중국 측 사료에서 증명되는 것처럼, 우리 측 사료도 증명될 수 있었던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죠.

환단고기의 중국 사료 : 중국 사료 = 참
환단고기의 독자 사료 : 한국 사료(는 비록 없지만 위의 예로 보면) = 참


따라서 환단고기는 참된 사서라는 것이죠. 엄마야!
여기에 쉬크한 양반들의 논리를 보태서 "참"을 "참일 가능성 있음"으로 바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료 비판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따지는 혹독한 시험입니다.

논리적 사고력이 이정도 수준에 있으면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참 난감해집니다. 이 사람들의 논리력은 이런 것이죠.

삼국사기의 중국 사료 : 중국 사료 = 참
삼국사기의 독자 사료 : 한국 사료(는 비록 없지만 위의 예로 보면) = 참


그래서 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봐라, 니들도 진작에 이랬잖아! 그런데 문제는 바로 밑줄 친 저 부분... 저 부분이 환단고기와는 백만 광년 쯤 떨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삼국사기는,

1. 고려 때 만들어진 것이 다른 사서에 전해지고 있으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등)
2. 동시대 및 그 후 시대의 전승 루트가 다른 기록들에 의해 그 내용이 보강, 설명되어지며(삼국유사, 제왕운기, 동명왕편, 각종 금석문 등등)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차 검증이 되지 않는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가지고는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있으며, 그 기록에 대한 연구가 인류학, 고고학 등의 성과를 통해 보강되고 있음

이라는 사실을 저들은 모릅니다. 환단고기는 삼국사기 같은 검증 잣대를 대는 순간 봄날의 비누거품처럼 톡, 터져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제 저들의 논리, 즉 환단고기 안의 중국 사료가 진실이라고 해서 한국 사료 부분을 진실로 볼 아무 이유가 없다는 점을 납득하셨는지요? 이것은 쉽게 이야기하면 이런 것입니다.

피고인은 XXX가 맞습니까?
네.
그럼 피고인이 OOO의 돈을 훔쳤습니까?
아니오.
피고인은 XXX가 맞으므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피고인이 OOO의 돈은 훔치지 않았다고 하니, 이에 무죄로 판결합니다.


재판정에는 싸늘한 침묵이 감돌겠지요.

위서에 대한 문제는 아래 포스팅들도 "꼭" 참고해 주세요.

위서에도 일말의 진실이 있을 수 있다 [클릭] 악질식민빠님의 포스팅
위서, 어떻게 볼 것인가 [클릭] 악질식민빠님의 포스팅
위서, 어떻게 볼 것인가 2 [클릭] 악질식민빠님의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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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야스페르츠 2008/07/25 12:10 #

    그나마, 중국 사서조차 참이 아니라는 것을 소하 님께서 차근 차근히 밝혀 내시고 있죠.
  • 초록불 2008/07/25 12:31 #

    소하님의 판본학적 검토는 정말 훌륭한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세한 검증에 대한 이야기는 이 포스팅에서 하지 않았습니다...^^;;
  • 고어핀드 2008/07/25 12:12 #

    삼국사기의 초기 기록에 대한 갑론을박 하니까 생각나는 건데, 삼국사기의 신라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나정이 경주에서 확인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dunkbear 2008/07/25 12:17 #

    이미 논리와 검증을 안드로메다로 떠나보낸게 환빠들인데요, 뭐...
    저들은 죽는 날까지 환단고기가 진실이라고 웅얼거리고 살 겁니다.
  • 초록불 2008/07/25 12:32 #

    문제는 환빠가 아닌 척, 쿨하게 이것도 검토하고 저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중얼거리는 인간들입니다. 사실은 아무 검토도 하지 않는 주제에 말이죠.
  • bzImage 2008/07/25 13:23 #

    쿨게이 곤란론.... 이군요.;
  • 뚱띠이 2008/07/25 12:45 #

    오,탈자가 조작이라고 그러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책은 죄다 위서겠군요.

    환빠들은 국어공부부터 다시....
  • 을파소 2008/07/25 12:45 #

    이덕일이 우리역사의 수수께끼에 환단고기 관련 쓸 때는 이 포스팅에 나오는 정돛럼 보이던데, 지금은 확실한 환빠로의 면모를 보여주는 거 같군요,
  • 어릿광대 2008/07/25 12:49 #

    뭐 환빠라는 사실은 변함없이 보여주시는 분들 같네요 하하 -_-;;
  • 소하 2008/07/25 12:50 #

    저들은 단순히 보는 것과, 문구 하나하나 검토하거나, 서지를 검토하는 것의 차이점을 모릅니다. 사료비판을 하면 위서의 헛점이 낱낱이 드러나게 된다는 사실을... <환단>은 조작자의 기술이 너무 미흡하여 너무 쉽습니다. <위고문상서>를 변조했던 사람과 비교하면 애와 어른의 차이랄까요? 연구를 안한다고 떠들지만,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면 바로 "사망선고"부터 내려질 겁니다. 하긴 연구할 필요가 없죠. 이건 조금만 봐도 위서라는 사실을 알게되니...
  • 초록불 2008/07/25 12:59 #

    조작자의 기술이 미흡하다고 하면, 그렇게 쉽게 눈치채게 조작하겠느냐고 반박하죠. 헐헐...
  • 엘레시엘 2008/07/25 12:57 #

    검토는 자신들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말이죠.
    모조리 학자들에게 떠맡겨놓고 반박하면 친일 주구 사관의 세례를 받은 학자들 말을 어떻게 믿냐고 하고, 반박하지 않으면 자기들이 옳으니까 반박하지 못한다고 떠들어대죠. 과학계에서나 사학계에서나 아Q식 정신승리법을 구사하는 사이비들은 참 상대하기 버겁습니다.
  • 초록불 2008/07/25 12:58 #

    정답입니다.
  • draco21 2008/07/25 15:00 #

    환단고기에 대한 진실은 초록불님 블로그에서 제가 보고 배우며 건진 정사에 대한 귀중한 시각이랄까요. 국수~떡밥 시간 날때마다 정주행중입니다. 환독물이 한번에 치유되기는 좀 어렵습니다만.. ^0^: 적어도 남의 역사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도 착실히 배워가는 중이라 상태가 그리 나쁜편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
  • 악질식민빠 2008/07/25 22:36 #

    환단고기가 위서란 諸 증명이 쌓여있기 때문에 맘편히 연원을 캐는건데, 뭐랄까 「'연원이 잘못되어있으니 거짓말이다'라고 주장한다」는 신기한 생각을 하는 자들도 있는 듯.

    학계에서도 이미 정리가 됐고, 묙거사님 S*aw님 초록불님 소하훃 comte님 등등이 쌓아놓은 (또는 쌓고 계시는) 위서증명이 이미 넘치는데 말입니다.
  • 러블리몽 2009/05/12 11:23 #

    초록불님 대단하세요!!
    포스팅 잘 읽었어요!! ^^
    환단고기는 예전에 역사 스페셜에서 살짝 맛보았고. 그냥 무심히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갔다가.. 최근.. 증산도를 접해보면서...대체 환단고기가 뭬야!! 이런맘에 관련 서적들과 인터넷자료들을 쳐다보고있는중이에요... 초록불님의 포스팅이 대단한 도움이 될것같아요!! ^^
  • 초록불 2009/05/12 11:37 #

    고맙습니다.
  • 2011/01/21 14:2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1/01/21 15:10 #

    의심은 가져볼 수 있겠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부여 2015/09/05 22:50 #

    요사이 이덕일의 유사역사학이 선을 넘나들어도 많은 대중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죠. 다 초록불님과 악질식민빠님 같은 1세대 분들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 영원히 감사드립니다. ㅠㅠ
  • 초록불 2015/09/07 07:11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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