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라는 거 *..만........상..*

그리 많은 분들을 링크한 것도 아닌데, 네 군데서 같은 내용의 글을 읽었기 때문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패션 밸리를 들러서 문제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몇 개의 글을 더 읽고, 본래 읽었던 글들을 다시 읽고 진상 파악을 완료.

일단 쿄코님의 말씀이 워낙 지당해서 그 포스팅에 대해서 다른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다.

그런데 굳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명품, 그리고 짝퉁이라는 거에 대해서 주절거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다.

사실 나는 패션 아이템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전무한 처지였다. 가령 루이비통만 해도 아줌마들이 매우 많이 들고다니는 백 - 거의 국민백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나마 알고 있었던 것은 사실은 그 문양 뿐이었고, 그게 이름이 있는 물건인지도 몰랐다.

처음 그 사실을 안 것이 언제였던가? 결혼하고도 한참 되었을 때니까, 대략 90년대 중반쯤이었을 거다. 형수님이 펜디 백을 샀다는 이야기를 아내가 해서, 백에 이름이 있는 줄 알았다. 나는 펜디가 가방의 어떤 형태를 가리키는 말인 줄 알았다.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한 번도 내가 직접 매장에 나가 내 옷을 사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도. 제일 처음 옷 매장에 가본 게 고3 쯤이었을 텐데, 친구 녀석이 옷 산다고 해서 따라갔던 이랜드 매장이었다. 그때, 자기 옷을 사러 간다는 사실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내게 옷이란, 형이 물려준 것이라는 의미밖에 없었으니까. 어머니는 정말 어쩌다 형 옷을 사고 돈이 남으면 내 옷을 사오시기도 했다. 결혼한 뒤에야 아내가 내 옷을 사오니까 그냥 입으면 된다. 아내와 함께 옷을 사러 가는 경우는 있지만, 나 혼자 가는 일은 여전히 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루이비통이 그렇게 국민 가방이 된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아예 영화평론가 글을 안 읽기 때문에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즉 내가 아직 영화평론가 글을 읽던 시절에는 이들은 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욕했다. 미국의 이념 지배 아래 있고, 줄거리도 없고, 인명을 경시하고, 제3세계를 얕본다고 타박했다. 그런데 그렇게 욕먹는 블록버스터는 늘 대박이었고, 한국 영화는 늘 죽을 쑤고 있었다. 나는 정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는 배울 점이 하나도 없는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체 사람들은 왜 그렇게 그걸 보고 있는 걸까? 영화평론가를 제외하면 다 바보라서?

그러다 어느날 깨달아버렸다. <투캅스2>가 나왔던 때니까 1996년이었겠다. 어느 영화평론가였는지는 이젠 기억에서도 사라졌지만 혹평이란 혹평은 다 달아놓았다. 나도 <투캅스2>는 그다지 재미 없었다. 그런데 우스웠던 것은 이 영화평론가가 전작인 <투캅스>는 칭찬하면서 <투캅스2>를 씹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투캅스>가 나왔을 때 얼마나 빈정댔는지. 그리하여 결론 - 이 사람들은 그냥 씹고 싶었던 거구나.

이런 예는 부지기수로 댈 수 있는데, 가령 <라이온킹>(1994), 인어공주(1989) 등의 디즈니 영화를 씹는 태도에서도 그런 점이 보였다. 지금은 극찬을 받고 있는 <월 E>도 이무렵에 나왔으면 디즈니적 세계관의 강제적 전파요, 미제국주의 이데올로기의 세계전략이라고 욕먹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루이비통을 욕하기에 앞서 대체 그 브랜드가 왜 국민브랜드가 되어버렸는지를 분석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다. 내가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패션에 대해서 그만큼 알지 못한다.

더구나 누구나 들고다닌다고 해서 그 브랜드의 가치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아내가 한 번은 어머니한테서 루비 반지를 빌려서 끼고 나가본 적이 있다. 주변 반응이 어땠을까? 와우? 아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짝퉁 취급했다. 아내에게 그만한 반지를 낄 능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물론 패션 아이템에 오래 단련된 분들은 한 눈에 진품과 짝퉁을 구분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 백을 가진 사람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그 백의 진품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더 옳은 말이 아닐까?

브랜드에는 브랜드의 가치가 존재한다.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그 비용을 지불한다. 그 비용이 과대해 보인다면? 그럴 수 있다. 가령 사건도 없고 그저 알쏭달쏭한 말들이나 늘어놓는 순문학을 만 원씩 내고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 쪽에서는 천박한 스토리에 사람들 죽고 죽이는 장르 소설을 만 원씩 내고 사는 사람이 있기도 한 것이니까. 무엇이 그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남들도 다 들고 다니는 짝퉁 범람 속에서 왜 진품에게 비용을 지불하는가? 그것을 그냥 바보짓 - 남들이 다 사니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평생 그 세계를 들여다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냥 그런 이유였다면 루이비통은 벌써 망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이처럼 엄청난 카피의 범람 속에서 꿋꿋이 살아남는 저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카피의 범람 속에서 망해 자빠진 컴퓨터 게임, 음반 시장, DVD 시장을 보면 더욱 그렇다. 지금 예로 든 세가지는 카피가 진품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 특히 어떤 경우에는 카피가 진품보다 낫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루이비통은 카피가 따라오지 못하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더구나 DVD는 분명히 다운로드 파일보다 화질, 서플먼트 등에서 나았지만 패배했다.) 그게 뭘까? 누군가는 알고, 누군가는 모른다. 그것이 패션의 세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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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화와 명품 2008/08/14 01:57 #

    명품이라는 거초록불님 블로그에서 트랙백.초록불님이 말씀하신 영화평론가란 사람들은 왜 보통사람들이 재미있게 보는 영화를 씹는가 하는 문제.크게 보아 두 가지의 관점이 있다. 일반인과 영화평론가는 영화를 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는 점.단순무식한 관점이 되겠지만 일반인은 영화를 보는 이유가 주로 스트레스 해소에 있다. 골치아픈 생업 내지는 직장생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영화를 보는 부류가 일반인이라면, 영화에...... more

덧글

  • 유월향 2008/08/14 00:08 # 답글

    그라고 또 똑같은 무언가가
    어떤 사람에게는 루비이통의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암것도 아닌게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오히려 루비이통의 단점이 될 수도 있죠.
    패숀의 세계는 오묘해요. :)
  • 초록불 2008/08/14 00:20 #

    그렇습니다. 제가 놈놈놈을 극찬하고, 머미님은 놈놈놈이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놈놈놈은 형편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죠...^^
  • Fedaykin 2008/08/14 00:08 # 답글

    결국은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로 귀결되는군요.

    누군가는 그 취향 너머에 있는 '취향을 이용해 자본을 축척하는 더러운 상업주의'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일반인 관점에선 그저 입고 싶은거 입고, 보고 싶은거 보는게 그리 큰 잘못은 아니겠지요.
  • 초록불 2008/08/14 00:18 #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 말은 말 그대로 내가 네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내게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로 보아야겠죠. 제 이야기는 그와 같은 취향을 왜 가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거랍니다...^^
  • Fedaykin 2008/08/14 00:27 #

    아, 제가 잘못 이해를 했군요. 죄송합니다.
  • 초록불 2008/08/14 05:43 #

    아이쿠, 그렇다고 죄송해 하실 거야 뭐 있겠습니까? 고맙습니다.
  • mattathias 2008/08/14 01:19 # 답글

    일단 그 이유라면.
    1. 나는 이 만한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 따라서 나는 존중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2. 나에게는 이 명품이 가지는 가치를 알고 있고 따라서 사용하고 있다. -> 나는 이른바 잘 나가는 사람이다.
    3.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쓴다 -> 나는 시대에 뒤쳐지거나 그들로 부터 따돌림 당하고 싶지 않다.
    4. 이 물건이 가지고 있는 어떤 가치가 나에게 부족한 어느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등이 있습니다.
  • mattathias 2008/08/14 01:20 #

    부분 -> 부면
  • 초록불 2008/08/14 05:44 #

    그렇군요. 그런 부분들이 분명 있겠습니다.
  • 사발대사 2008/08/14 02:09 # 답글

    트랙백 했습니다.(__)
  • savoury 2008/08/14 11:15 # 답글

    저는 비싼 가방을 든다고 해서 사람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지 않고, 우월감을 느끼지도 않아요. 제가 느끼는 감정은, "이건 내가 그 돈을 지불하고라도 갖고 싶을만큼 예뻐보였다." 정도에요. 솔직히 말해서 제가 비싼 가방을 들고 나가서 다른 사람들의 태도가 바뀐다면, 그건 그거대로 좀 기분나쁜 일이기도 하고요. 결국 그 사람들은 내가 돈자랑을 하기 위해 비싼 가방을 샀을거라고 저를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저는 돈자랑을 위해 돈을 쓰지 않을 정도의 자존심은 있거든요.

    왜 카피를 사지 않고 진짜를 사느냐-에 대한 답은, 두가지 정도로 할 수 있겠네요. 첫번째는 카피보다 진품이 예뻐보인다는 것. 아주 미묘한 차이긴 하지만, 그리고 그 미묘한 차이에 비해 가격 차이는 엄청나긴 하지만요. 그건 사치품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차만 해도, 비싼 차와 중간 가격의 차의 맛의 차이는 아주 미세할 수 있죠. 하지만 그 미세한 맛에 집착하는 사람에겐 그 가격 차이를 감수할 정도의 매력이 있는거고요. 전 물건을 보고 이건 이래서 진짜고 이건 이래서 카피라고 판단내릴 능력은 없어요. 그만큼 그런 물건을 많이 보지 못했고, 관심도 없고요. 하지만 전에 똑같은 가방 두 개를 보고 "이게 더 예쁘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예쁘다고 말한건 진짜고, 다른건 카피였다는군요. 아주 작은 차이긴 했지만, 눈에 한 번 들어온 차이를 외면하긴 힘들더군요. 아마 이것이 초록불님이 말씀하신 카피가 따라오지 못하는 무엇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번째는 내가 애정을 가진 물건이라면 가능한 한 정판을 사자는 주의라서 그렇습니다.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하지만요. 저같은 경우 책은 아무리 비싸도 절판되어 아예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복사를 하지 않습니다. 책을 쓴 저자에 대한 예의이고, 또한 그 책 자체에 경의를 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돈을 내고 사는거니까요. 진짜를 산다는건, 저에게 그 정도의 즐거움을 준 가방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리플을 달고 보니 초록불님께서 이미 하신 말씀을 똑같이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제가 어쩌다 보니 수백명의 사람들에게 나 가방 샀다~고 자랑한 상황이 되어버려서 좀 정신이 없습니다. 하하... ^^;;
  • 초록불 2008/08/14 11:30 #

    어쩌면 이런 논쟁은 미니스커트를 입는 여성 심리란 무엇인가라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뻐보이기 때문에 입었다는 말을, 남자에게 예뻐보이려고 입었다로 해석하는 것 같이요.
  • catnip 2008/08/14 15:10 # 답글

    솔직히 안어울려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입겠다!!가 나쁜건 아니지만 원글도 기본 내용은 틀린말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그 글만 봤을땐 말이지요.
    파장이 커지는듯해도 백인백색이다보니 여러말들이 나오는가보다 했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누군가를 씹고 까려는 목적이다보니 사람들에게 이상한 불쾌감을 유발했구나..결론이 내려져버리네요....나원참.
    안그래도 새로 만들어서 왜 그런 자극적인 글로 시작하나 의아하기도 했었는데 모든 의문이 풀려버렸습니다.

    ........방금 모처에서도 잘못을 해놓고도 뒤에서 뒤통수친 얘기를 봤는데 이글루에 오자마자 메인에서 또 그런 글을 보니 갈수록 인간관계에 대해서 깊이 고찰해보고싶은 생각이 듭니다.
  • 2008/08/14 19:5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8/08/15 07:41 #

    괜찮습니다. 그래서 그냥 신비주의로 남아야 하는 건데...-_-
  • twenty 2008/08/15 00:41 # 답글

    저도 사실 저 문제의 사건(?) 을 보면서 아주 당연한 사실이지만 새로 느낀 게 있는데...
    아무리 다른 의견을 가졌어도 그걸 표현함에 있어서 그 방법에 따라 엄청난 어감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거죠;'
    신발 이야기는 떠나서, 사실 저도 평소에 그 이쁘지도 않은(?) 똥색 비싼 가방을 명품이랍시고 들고다니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해 왔었거든요.(뭐 그걸 겉으로 표현할 일은 없었습니다만...)
    하지만 그걸 내눈앞에 누군가 들고있다? 그러면 섣불리 그렇게 말 꺼낼순 없죠. 그 사람 눈엔 그게 진짜 이뻐보일수도 있는거니까요. 굳이 싸움 걸게 아니면...그건 그냥 시비죠.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는 개인 공간이 아니죠. 더이상은...(근데 저도 여전히 그 가방이 왜그렇게 인기있는지는 평생 미스테리로 남을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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