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연화 - 신라의 5세기 *..문........화..*



월성연화 첫 번째 이야기월성연화 첫 번째 이야기 - 10점
이서정 지음/파란미디어

이 소설은 392년에 시작하여 419년에 끝난다. 27년간의 이야기. 길고긴 이야기같지만 삼국사기 번역본으로 이 시대를 보면 달랑 다섯 페이지에 불과하다.

그 다섯 페이지의 역사가 천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로 살아났다.

이 시기는 나 자신이 "신라, 희망의 5세기"라는 이름으로 정리해서 포스팅한 바도 있듯이 내게 생소한 시기는 아니다. 그리고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박제상"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시대기도 하다. 바로 신라가 고구려로 왜로 볼모를 보내야만 했던 그 어려운 시절의 이야기다.

392년은 바로 실성이 고구려에 볼모로 간 연도이다. 9년만에 돌아와 왕이 된 실성은 자신을 볼모로 보낸 내물왕의 아들들을 다시 볼모로 보낸다. 막내는 왜에, 둘째는 고구려에. 그리고 실성의 뒤를 이어 왕이 된 눌지는 아우들을 찾아온다. 바로 박제상을 시켜서. 418년 막내가 돌아왔다. 이 소설은 그 다음 해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는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매우 정직하게 쓰였다. 392년부터 419년까지 순서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확실히 천 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답게 흘러간다고 할까? 같은 시대를 잘라 내가 썼다면 어떻게 썼을 것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418년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392년부터 418년까지 있었던 이야기들을 토막쳐서 418년부터 419년 사이에 햄버거 속처럼 쌓아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시간의 흐름대로 흘러간다. 이 꼬맹이들이 대체 언제 크나, 걱정을 하게 하며 시간이 흘러간다.

이야기는 눌지와 실성의 딸 귀아, 눌지의 동생 미해와 박제상의 딸 아영(아리) 간의 로맨스로 엮어져 있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눌지와 귀아. 눌지를 위협하는 것이 장인어른인 실성이라는 사실이 갈등의 주축이다. 눌지와 귀아의 사랑 이야기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상시킨다. 눌지는 귀아를 저주받은 현실로부터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그 사이로 끊임없이 비집고 들어오는 실성과 미생의 검은 손길들.

그리고 미해와 아리의 사랑은 김용의 <신조협려>, 양과와 소용녀를 연상케 한다. 물론 두 사람은 서로 살아있음을 굳건히 믿고 있기에 양과처럼 절망에 빠지진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더 안타깝다.

그리고 여기서 단점 하나를 짚고 가자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인 이야기 배치를 선택한 덕분에 사건들이 염주알처럼 조로로 매달려 있음을 지적해야겠다.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되고, 각 사건은 더 큰 사건의 밑바탕이 되어주며 서로 얽히고 설켜 있지만, 그 비중은 비슷비슷해서 전반부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끓어오르게 하는 부분이 부족하다. 대신 알콩달콩한 꼬마 친구들의 소꼽놀이가 눈길을 끌어준다.

그러나 후반부에 접어들면 사건의 전개가 급박해지면서 그동안 끌고온 이야기를 클라이맥스로 잡아당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말과 긴 여운. 2권 절반이 넘어간 시점의 이야기들은 앞부분의 사건들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빛을 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는 작가의 프로필답게 이 글에는 지금껏 연구되어온 신라사가 집약되어 있는데, 앞으로 신라사를 가지고 글을 쓰려면 참고자료로 서가에 비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꼼꼼한 자료 조사가 이 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신라에 대한 자료가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재구성을 해낸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하나의 세상을 새로 만드는 것이 차라리 쉽지, 갖가지 역사적 사실들을 조율해낸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도 일독해볼만 한 책이다.

사족으로 아쉬운 점을 덧붙이면, 백결선생을 박제상 아들로 처리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 소설에서도 박제상이 저술한 것으로 나오는 <부도지>에 따른 것이다. <부도지>는 1953년에 박금朴錦이라는 사람이 기억에 의존해서 쓴 책으로 신뢰성이 없는 책이라 하겠다.

월성연화 두 번째 이야기 - 10점
이서정 지음/파란미디어

http://orumi.egloos.com2008-08-26T13:59:390.31010

덧글

  • 나아가는자 2008/08/26 23:45 #

    저도 얼마 안되는 제 지식으로 역사소설을 쓰려다가 첫 문단도 못쓰고 포기한 기억이 나네요. 말씀하신바와 같이 차라리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나을 정도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죠. 여튼 역사의 '사실 왜곡없는' 대중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꼭 읽어야할 책인거 같군요. 책소개 감사드립니다.^^
  • 2008/08/27 00:1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8/08/27 00:15 #

    음... 성균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고요. 저도 굉장히 오랫동안 읽었어요.
  • 2008/08/27 00:5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8/08/27 01:02 #

    부족한 평을 잘 보아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 야스페르츠 2008/08/27 01:25 #

    절망과 공포의 6세기는 연재 안하시렵니까?? (도주)
  • 초록불 2008/08/27 08:15 #

    배반의 6세기... 해야하는데...^^
  • 2008/08/27 01:5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8/08/27 08:16 #

    저는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지요...^^
  • 아이리스 2008/08/30 00:56 #

    와...이 소설...저는 인터넷 소설 사이트를 통해 읽었어요. 정말 잘 쓰셨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
    너무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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