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의 중요성 - 코에이 삼국지 1탄 *..게........임..*



짧은 역사 이야기 하나 파파울프님 포스팅에 링크

코에이 삼국지 1탄은 여러가지로 내게 큰 의미를 가진 게임이었다. IBM PC를 처음 장만하고 스타트를 끊었던 게임이 이것이었다. 그리고 상당히 오랫동안 이 게임을 하며 놀았는데, 최초로 멀티 게임을 한 것도 바로 이 삼국지 1탄이었다.

친구와 각각 군주를 선택한 뒤, 내정은 각자 진행하고 - 이때는 상대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보지 않았다 - 전쟁이 벌어지면 자신의 군대를 움직여 싸웠다.

나는 늘 유비를 선택했고 친구는 늘 조조를 선택했는데, 초반에는 유비의 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친구는 대부분의 땅을 차지하고 있고, 난 기껏 서너개의 영토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땅이 넓으면 수비하기도 힘든 법. 이동로를 주의깊게 연구하여 친구의 진영을 허물어나가다보면 어느 새 승리는 나의 것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허구한 날 내게 깨지던 친구는 드디어 독하게 마음 먹고 철저한 준비 끝에 내 진영을 허물기 시작하여 결국 나는 영토 하나만을 간신히 유지하는 형편이 되었다. 여기에 초막강 부대를 이끌고 쳐들어온 친구. 사실 이 게임은 내가 진 것과 진배 없었다. 전 영토를 석권한 친구를 어찌 이기겠는가? 바보 컴퓨터가 조종하는 것도 아니고...

삼국지 1탄에서는 보급이 아주 중요했는데, 보급부대가 따로 있어서, 이 보급부대를 잡으면 적군은 바로 퇴각하게 되어 있었다. 나는 종종 보급병 공략에 나서서 친구를 패퇴시키곤 했는데, 이 때문에 이번에는 사마의에게 최대병력을 주고 보급부대를 시켜놓은 상태였다. 나는 반격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사마의만 회유하기 시작했다. 유비의 강점은 매력. 유일하게 매력 수치 100인 캐릭터였기 때문에 유비의 회유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포기해. 사마의의 충성도는 91. 절대 넘어가지 않아."
"그거야 두고봐야 할 일이고."

드디어 유비의 병력이 3으로 떨어지고 이제 공격 한 번만 더 받으면 바로 게임아웃이 될 순간.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사마의를 꼬셨다. 사실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사마의가 우리 진영으로 투항한 것이다. 식량이 떨어진 친구의 조조 군은 바로 퇴각.

"우하하하, 것 봐라. 두고봐야 한다고 했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보니, 친구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친구는 급기야 폭발!

"말이 돼! 이게 말이 돼! 이 게임은 순 사기야!"

친구는 그 길로 뛰쳐나갔고, 한 달은 우리집에 오지 않았다. 사실 실망하지 않고 재차 공격에 나섰다면 완벽한 승리를 거뒀을 것을... 아무튼 보급은 이만치나 중요하다. (응, 결론이?)

덧글

  • 슈타인호프 2008/10/14 23:15 #

    2는 대장이 보급이었죠? 수비군은 성이 보급이고. 3에서는 보급부대가 따로 있었지만 별 상관은 없었습니다. 사실 2나 3이나 컴퓨터 상대로 져본 적이 거의 없었으니....
  • 초록불 2008/10/14 23:17 #

    사람끼리 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오만 꽁수가 난무하죠...^^

    1탄에는 인설트-모욕이라는 메뉴가 있어서 전쟁 중에 적군을 한칸 잡아끌수 있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보급 부대에 이게 걸리면 다굴이 가능해지는...^^
  • hotdol 2008/10/14 23:17 #

    정상적인 결론이었다면 포기하지마 정도였겠지요. ^^;
  • 꽃곰돌 2008/10/14 23:23 #

    ㅎ 추억의 게임이네요
  • 고독한별 2008/10/14 23:25 #

    그래서 어지간한 영토에는 정예부대 하나만 배치시켜 놓으면 되더군요.
    적이 쳐들어 오면 무조건 쌀을 향해 돌격. 신나는 사운드와 함께 적 병력
    이 0이 되어버리고 쌀 빼앗아 승리하는 쾌감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르죠.

    저거 이상의 사기 기술이 삼국지4에서 불 질러놓고, 맵 한쪽 구석에서
    제갈량으로 풍향 조절해서 적 부대 다 태워버리는 기술이었습니다. 불
    지를 부대 하나, 날씨 조절할 부대 하나, 딱 두 부대만 있으면 적의 대군
    을 피해 하나 없이 싹 쓸어버릴 수가 있죠.

    코에이 삼국지는 사기 기술(...) 찾아내는 게 매 시리즈마다 재미입니다.
  • 자그니 2008/10/14 23:27 #

    ....주, 중요합니다! 보급은 중요합니다! ... (응? 댓글이?)
  • 고독한별 2008/10/14 23:28 #

    황당한 추억도 하나 있는데, 병사 1400명 거느린 제갈량으로 병사 5명인가
    거느린 허저한테 멋모르고 돌격했는데... 제갈량 부대가 전멸해 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외에도 책을 하사하여 지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장비에게 미친 듯이
    책을 주어, 장비의 지력을 90으로 만들어 군사로 삼았던 기억도 나는군요.
    추억의 게임이죠. ^^;
  • 야스페르츠 2008/10/14 23:28 #

    헐... 보급선 끊기 스킬에서 가장 치명적인 "OTL"을 체험하셨군요...(응?)
  • 레인 2008/10/14 23:29 #

    삼국지만큼 보급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게임도 없을겁니다;;
  • windxellos 2008/10/14 23:34 #

    그러고 보면 삼국지 1에서는 화공을 당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 다음 턴에 '전멸'하는
    룰이 있다 보니 두 부대를 사용해서 화공+트릭(이동력 0으로)이 성공하면 반드시 퇴각시킬
    수 있었지요. 성공율도 실용성도 낮긴 했지만 성공시키면 재미있었더랬습니다.

    그 외에 충성도가 100만 아니면 얼마든지 노가다로 꼬셔올 수 있다던가, 반대로 난이도를
    최대인 10으로 하면 아들이고 뭐고 없이 충성도 100 아닌 녀석은 무조건 적이 꼬셔간다든가
    하는 특이한 점도 많았죠. 생각해 보면 시리즈 중에서 가장 파고들었지 않나도 싶습니다.
  • 초록불 2008/10/14 23:57 #

    오오...^^
  • SuperDuper 2008/10/14 23:45 #

    요즘 마비노기 하시나요?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배경이 ;;;;;
  • 초록불 2008/10/14 23:55 #

    마비노기 한 지도 좀 됩니다...^^
  • 동사서독 2008/10/15 00:38 #

    코에이 삼국지2에서 10번땅 먹고 뱉고 먹고 뱉고 이러면서 보물 잔뜩 챙겼던 기억이 나는군요.
  • 2008/10/15 00:3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8/10/15 00:41 #

    지난 번 글은 보지 못했습니다.

    매수는 그저 혹 그보다 짧은 글이라 생각하실까봐 말씀드린 것에 불과합니다. 단편을 쓸 때는 대개 80매에서 120매 정도로 쓰고 있습니다...^^
  • hoya 2008/10/15 00:40 #

    아.. 보급이 참 중요한 거군요......- _-/
  • windxellos 2008/10/15 00:49 #

    글을 보다 보니 복받쳐오르는 추억들을 주체할 수 없어 트랙백해 봅니다.
  • 明智光秀 2008/10/15 00:59 #

    보급의 손맛(혹은 자질구래)를 다시 느끼게 해줄 용자가 재림하길 기다려봅니다. ㅡ.ㅡ;;;
  • StarLArk 2008/10/15 01:21 #

    역시 전략 게임은 사람 대 사람이 해야 재밌네요.
  • 耿君 2008/10/15 01:35 #

    삼국지 1, 2, 3 하던 기억이 막 떠오르네요 ㅎㅎ
    요즘은 11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
  • 한언 2008/10/15 01:50 #

    그냥 유비 매력이 사기.......
  • 풍신 2008/10/15 03:01 #

    정말 보급이 중요했죠. 그런데 제일 오래 즐긴 것은 삼국지 2라서...1은 기억이 거의 안나는군요.
  • Pluto 2008/10/15 08:33 #

    전 2를 친구와 둘이 (밤새)했었습니다. 둘다 자신의 캐릭터로 시작을 했더니 나중에 가운데 있는 국가들이만 남더군요. 상대가 빼앗으면 그곳을 바로 빼앗고 해서...^^
  • 초록불 2008/10/15 10:11 #

    저 같은 사람이 또 있었군요...^^
  • Pluto 2008/10/15 13:05 #

    다시 보니 맞춤법이 엉망이군요^^;;
  • 레인 2008/10/15 08:39 #

    그러고보니 삼국지 최고의 사기는 역시 외교나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각턴에 한주마다 외교를 걸수 있었는데 상대가 거절하면 충성도 100이 아닌한 조금씩 떨어지죠. 그걸 이용해서 쌀 3만을 내놓으라는등 무리한 요구 스페셜 연타를 두세달 날리다 보면 상대방 신하들의 충성도가 0이 되어 있습니다. 그때 쳐들어가면 전투중 알아서 우리편으로 들어오는 꼼수도 있었죠.

    땅 5개 이상이면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
  • 위장효과 2008/10/15 08:43 #

    계속 찾아내면서 오류발견하고 새로운 기술 적용하고, 아예 게임방식까지 통채로 바꾸는 고에이에 경의만을...

    그렇지만 요즘 삼국지는 신장의 야망 시리즈 유료 베타판 같은 기분도 들고, 무엇보다 정품사용자가 너무 적어서 더이상 한글화되지 않을 거 같아서 유감입니다-한글정발판 삼국지는 거의 다 가지고 있는데 말입지요...ㅠㅠ
  • 초록불 2008/10/15 10:10 #

    네, 그 점이 아쉽지요. 저도 9탄 이후로는 사지 못 해서... 10탄이나 11탄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시간도 모자라서 군침만...
  • 소시민 2008/10/15 10:54 #

    삼국지 6의 경우는 타세력의 도시에 둘러싸여 다른 도시와의 연결이 끊기면 보급이

    안되는 것으로 처리되었죠. 삼국정립 이후의 시나리오에서 촉을 선택한 후 장안을 점령하면

    양주일대는 보급이 다 끊겨 거져 먹게 되죠 ㅎㅎ 상식적으로 각 성마다 비축분이 있어야 할

    텐데 중앙과 연결이 끊겼다고 식량이 바닥났다고 처리한 것은 불합리하죠. 삼국지 6의 난도

    저하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루드라 2008/10/15 13:31 #

    2탄부터 시작했는지라 1편은 모르겠네요. ^^;
  • Cuchulainn 2008/10/18 08:20 #

    보급이 더 중요한 게임은 삼국지 3이었을겁니다. 좀 더 정확히는, 전투가 일단 시작되면 군대를 뽑아둔 만큼 무조건 쌀을 소비해야 합니다.

    정말 중요한게 여기서 등장하는데, 삼국지 3에선 전투를 딱 열흘 지속하고 다음달로 넘겼습니다. 아침/낮/밤 이렇게 하루이니 결과적으론 30턴입니다만. 그런데 9일 밤에 퇴각에 성공하면 내 턴이 계속되었다는거죠. [...]

    그러니 장수 한명에 병사 한명 딸려서 쌀 10 주고 적의 땅에 쳐들어갔다가 9일쨰에 퇴각하기를 대여섯번 반복하면 상대 땅에 쌀이 남아나질 않습니... [...]
  • sharkman 2008/10/18 09:41 #

    군대 제대하고 대학원 복학 앞두고 삼국지3에 미쳐서 그거만 하다가 어머니한테 야단맞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기책이나 계략, 간자, 정보전 쪽은 혐오하는지라 오직 부국강병으로 밀고 나가서 결국 통일전에 군주가 늙어 죽어서 2세로 통일을 해야 했습니다. 34년 걸렸던가.
  • Cuchulainn 2008/10/18 12:24 #

    정공법만으로 천하통일을 이뤄내시다니, 진정한 의미에서 용자셨군요. [...]

    존경합니다.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