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문학 대중소설 장르소설 (우리 사회의 장르소설 2) *..문........화..*



이 포스팅의 제목은 서열은 아니지만 순서이기는 하다. 카테고리가 넓은 순서다. (물론 순문학 안에 대중소설이나 장르소설이 들어간다는 뜻은 아니다.)

흔히 대중문학이나 장르문학이라는 말도 쓰는데, 이 말은 조금 잘못된 말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시나, 대중수필은 없고, 장르시나 장르수필도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필과 시에는 순수시와 순수 수필이 있다. 순수 수필이라는 게 어딨냐고? 본래 순문학이라는 말은 참여문학과 대비되는 말로 탄생한 것이다.

아무튼 주안점은 그곳에 있는 것은 아니니 그냥 이야기를 좀더 전진시키겠다.

장르소설이라는 말을 놓고 따지기 좋아하는 분들은 장르소설이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흔히 말한다. 말인즉 맞는 말이다. 본래 장르라는 것은 문학의 하위 분류로 서정, 서사, 극 또는 시, 소설, 희곡, 수필, 평론 따위로 나눈 기본형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걸 떡하니 문학의 한 장르인 소설 앞에다가 붙여놓다니?

그런데, 이 말은 이미 정착된 말이다. 장르(띠고)소설이라면 안 될 말이지만 장르(붙이고)소설이라면 말이 되게 되어 버린 것이다. 즉 장르 소설(×) 장르소설(○)이다.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는 말이다. (물론 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았다. 앞으로 등재될 가능성도 매우 드물다.)

장르소설은 대중소설의 하위 그룹에 속하며 대중 소설의 하위 장르인 게임소설, 로맨스, 무협, 스릴러, 첩보, 추리, 판타지(가나다 순) 플러스 저것들의 복합짬뽕을 뭉뚱그려서 가리키는 말이다.

자, 장르소설은 대중소설의 하위 그룹이라고 했다. 때문에 우리는 대중소설이 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대중문화라는 무엇인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의 특징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한 다음 정의를 들어보자.

대중문화는 영리추구를 위해 조직된 기업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런 이윤추구를 위해서는 대중에게 영합하는 동질적이고 규격화된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과정 속에서 창작자를 대량 생산 공정의 한 노동자로 전락시켜 창작자 자신의 고유한 가치나 기량을 표현하는 것을 포기하게 한다. (H.J. 갠스, 강현두 역,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1977, 38쪽)

저 글을 보면 그동안 도서 밸리에서 시끄러웠던 보장부수가 최저생계비니 했던 작가들의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중문화의 체계 속에서 창작자는 어느 새 "대량 생성 공정의 한 노동자"가 된 것이다. 그것이 의식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양판소, 즉 산형 타지 설이라는 말 역시 대량 생산 공정이라는 말과 딱 떨어지고 있다.

잠깐, 이쯤에서 미리 흥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제발 글은 끝까지 제대로 읽고 이야기해주기 바란다.

작금 현실의 한국 사회는 위와 같은 인식 아래 여전히 대중문화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은 대중문화조차도 커다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향유층이 적던 시절에는 대중문화가 단일한 틀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점차 대중문화의 수용자가 늘어나면서 그 안에서도 여러가지 계층으로 분화되기 시작했다. 이것을 여전히 단일한 틀에서 바라보다 보니 논의가 산으로 들어가 헤메게 되고 만다.

대중문화는 통속적이며 통속적이라 함은 말초적, 선정적, 외설적, 규격화된, 값싼, 비판의식의 마비 등을 의미했다. 그러나 오늘날 대중문화는 - 물론 위와 같은 요소가 사라졌다는 것은 아니지만 - 대중에게 밀착된 정서를 전달하면서 문화의 주류를 차지하게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과거 사회가 특권층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던 것을 지나 대중들이 선호하는 것에 의해서 문화가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해외에서는 대중문화에 대한 연구가 이미 이삼십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국내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하도 미약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대중소설에 대해서 연구하지 않는 이유를 Bob Ashely는 이렇게 말한다.

대중소설 연구는 사소하다는 이유로 널리 푸대접 받아 온 대상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하는 작업인데, 사람들은 그러한 연구가 어떤 면에서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The Study of Popular Fiction : A Source Book, London : Pinter Publisher, 1쪽 , 김창식, <대중문학을 넘어서>(2000)에서 재인용)

위에 인용한 책, 김창식의 <대중문학을 넘어서>에 보면 대중문학을 보는 평단의 입장이 간명하게 나와 있다. 인용해 본다.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하자면 위 책은 대중소설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매우 드문 책이다. 다만 필자는 대중소설을 줄기차게 대중문학으로 쓰고 있는데 원문 그대로 옮기기로 한다.)

1. 대중문학은 독자의 저급한 취향에 영합하는 문학이다.
2. 대중문학은 독자에게 거짓 위안과 환상을 제공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현실을 도피하게 하거나 현실의 모순을 잊게 만든다.
3. 독자 대중이 대중문학에 경도되는 것은 그들의 지적 수준이 낮거나 작품 해독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그들의 지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작품 해독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김창식의 반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무엇이 고급이고 무엇이 저급인가? 단순하고 쉬운 것은 저급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고급이라는 이분법에 불과.
2. 독자 대중을 수동적 존재로 보고 있으며, 그들의 주체적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상상과 도피는 전혀 다른 것임에도 이것을 동일시하여 비난하고 있다.
3. 독자의 자발적 의지는 생각지 않고 그들을 계몽의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것은 지배 계급의 이데올로기적 발현이다. 대중소설을 즐기는 지적 수준이 높고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김창식이 정의하는 대중문학(대중소설)의 내용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원문은 매우 기니까 역시 축약해서 전달하겠다.

1. 대중문학은 평균인의 문학이다.
평균인을 위한 문학이 늘어난다는 것이 문학의 질적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문학은 평균인을 대상으로 그들의 현실관과 세계관에 기초한 문학으로서, 보통 사람들의 꿈과 욕망 등을 보여주는 문학이다.

2. 대중문학은 '우리끼리'의 문학이다.
대중문학작가에게 대중은 나와 분리된 '그들'이 아니라 내가 포함된 '우리'다. 그는 대중 위에 군림하기보다는 그들의 소망과 욕구에 귀 기울이며 고통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3. 대중문학은 함께 즐기는 문학이다.
고급문학의 장이 닫힌 공간이요, 모든 것이 개인적인 차원으로 환원되는 반면에, 대중문학의 장은 열린 공간이요, 집단적인 즐거움을 생산하는 공간이다.

김창식의 말과 위에 나온 갠스의 말은 상호복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대중소설, 또 장르소설은 위 정의에 어딘가에 통째로 위치하고 있지 않다. 처음부터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것이다.

그런데 장르소설은 위의 대중소설의 하위그룹이라는 말을 처음에 한 것을 기억하자. 혹 이런 말을 할 지 모른다. 무협, 판타지, 로맨스, 추리 등등을 빼고 무슨 대중소설이 있는데, 라고. 미안하지만 많이 있다.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이 팔렸을 것이라는 <밤의 대통령>을 쓴 이원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김진명, <별들의 고향>의 최인호 등은 장르소설가로 분류되지 않지만 대중소설가임에는 틀림없다. (최인호는 요즘은 그렇게 안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장르소설에는 몇가지 어기면 곤란한(어기기도 하지만 어긴 작품은 잘 안 팔린다) 클리셰가 있다. 클리셰는 물론 깨질 수 있는데, 아무나 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말한다면, 구무협에서 신무협으로 갈아타면서 용대운, 좌백 등의 특출난 작가가 배출되었는데, 이들이 그런 클리셰를 깨고, 또 새로운 클리셰를 만든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나라 장르소설의 본질, 그리고 문제점을 다뤄야 할 차례겠다. 이 문제는 차회로 넘긴다. (절단신공은 장르소설 연재의 기본이다.) 솔직히 말해서 언제 쓸지는 나도 잘 모른다. 일단 도주.





창작 밸리로 보냈는데, 생각해보니 도서 밸리가 맞는 것 같아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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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알흠 2008/11/02 10:45 #

    다음에 쓰실 때 까지 주시하겠습니다. +-_-ㅋㅋ
  • 초록불 2008/11/02 10:48 #

    아, 쓰신 글을 보니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군요.

    90년대 들어서면서 문학 출판의 주도권이 편집자에서 출판사로 옮겨가면서 상업주의와 문학의 본격적인 결탁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면서 출판사의 영업전략에 부응하는 작가군이 탄생하였다고 하지요.

    이것이 파이가 커지면서...라고 쓰신 부분과 일치하는 내용입니다.
  • 알흠 2008/11/02 11:30 #

    오래살지도 않았고 계속해서 보고 있던 것도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회광반조의 시절인 듯 싶어요.

    그리고 초록불님 말씀을 보니 제 생각이 영 틀린 것 같진 않아 다행스럽습니다. 물론 이게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걸 알게 되니 입맛은 더 씁쓸하지만요. 아무쪼록 감사합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무곡 2008/11/02 12:22 #

    한국대중문학협회는 장르문학협회나 마찬가지이지요.
    그 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먼저 만들면 장땡이라는건가 ㄱ-;;;;;
  • Dc4mE 2008/11/02 14:40 #

    흐름에 엇나가는 이야기지만 원태연씨나 류시화씨를 보면서 대중시도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던 때가 있었지요.

    뭐 지금은 그런 구분을 나누는것 자체가 순문학 대중소설 장르소설 구분이 되는것이
    참 말도 안되는 현실이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호불호일진데...

    늦었지만 링크 신고 하고 갑니다.
  • 로오나 2008/11/02 14:47 #

    확실히 창작보단 도서 밸리에 어울리는 글이군요^^ 저는 사실 장르문학이라는 말에 대한 논란이 약간 우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확실히 장르소설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군요. 어차피 소설밖에 없는데. 앞으로 이걸 써야겠습니다 :D
  • 잠본이 2008/11/02 17:33 #

    > 절단신공은 장르소설 연재의 기본이다

    과, 과연...;;;;;
  • 야스페르츠 2008/11/02 19:10 #

    절단신공... 흑... 광고는 언제 끝나냐능...
  • twinpix 2008/11/02 19:16 #

    이번에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장르문학 특집에 실린 글이 유사한 주제를 다룬 것 같아서 트랙백 합니다.^^
  • 토이박스 2008/11/02 23:01 #

    장르문학, 대중문학이 저급하다는 생각은 못 버리겠습니다.

    본인이 장르문학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 셸먼 2008/11/03 00:16 #

    돌아다니다 보면, 어째 장르소설(일단 이 호칭을 사용하겠습니다;;) 작가/독자 자신들이 자신들의 것이 주류 문단 수준의 고급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것 또한 뭔가 뒤틀린 '열등감'의 표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 그란덴 2008/11/03 02:02 #

    고급화라기 보다는, (어차피 펄프픽션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진리는 좀 관심있는 독자라면 알법하겠지만) 조금만 질적 향상을 바라는게 아닐까 싶군요 'ㅁ'
  • 時水 2008/11/03 07:25 #

    소설로서의 최소한은 보장해 달라는 거죠.
  • 알흠 2008/11/03 07:46 #

    고급화...라기보다는 기본은 갖추자는 말이 아닐까요.
  • incipit 2008/11/03 09:16 #

    주류문단 수준의 고급화가 나쁠 건 또 무엇인가요? 장르문학에는 장르문학만의 문체와 수준이 있다고 못박고 싶으신 거라면 모르겠지만 셸먼님께서 말씀하신 건 열등감이 아니라 좀 더 나은 글을 읽고자 하는 욕구의 표출이라고 전 생각하는데요.
  • fin핀 2008/11/07 12:22 #

    잠시 실례하자면 서양의 순문학이란 개념과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까-적어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그런 오해를 하지 않으실 테지만-그냥 순수문학으로 표현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한 용어의 잘못된 정의가 어떻게 비롯되었나에 대한 건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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