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 한 인간의 이야기 *..문........화..*



"페르세폴리스가 뭐야?"

아내가 물었다.

"페르시아의 옛날 수도."
"페르시아가 이란이야?"
"응."

갑자기 아내가 왜 페르세폴리스에 관심을 가지는가 했더니 이 책 때문이었다.

페르세폴리스 패키지 - 2권 묶음 - 10점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새만화책


아내의 어깨 너머로 살짝 보니 떠오르는 책이 있었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 그리고 이 책의 날개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 함께 있던 친구들이 말했다. "네 이야기에 대해서 뭔가 해보는 게 어때?" 그들은 내게 만화를 소개해 주었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가 첫 책이었다. "오, 하느님.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그건 정말 놀라운 발견이었다.

이 책의 지은이는 마르잔 사트라피. 1969년생으로 나와 동시대의 사람이라 하겠다. 이란에서 태어났고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했으며, 이란에서 대학을 마치고 프랑스로 건너가서 산다. 세계인이라 할만한 이력이다. 그녀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위에 나온 것처럼 정말 자기 이야기다. 하지만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녀는 이란의 왕가 혈통이다. 외증조할아버지가 팔레비 왕가를 연 레자 샤에게 왕위를 빼앗긴 "샤"였던 것이다. 아버지는 건축기술자로 그녀는 풍요로운 집안에서 성장했다. - 여기서 잠깐 이란의 현대사를 들여다보면...

마르잔의 외증조 할아버지는 카자르 왕조의 왕이었다. 이 당시 이란은 제국 열강의 침탈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이 현명한 군주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1921년에 이란 코사크 기병대 장교 레자 칸이 쿠데타를 일으켜 군대를 장악한 뒤 총리 겸 국방장관으로 있다가 25년에 왕위에 올랐다.

레자 샤는 2차대전 당시 연합군 편을 들지 않았고, 이것이 빌미가 되어 영-소 연합군의 침공을 받았다. 1941년 레자 샤는 퇴위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1944년 죽었다. 아들 모하마드 레자 샤 팔레비가 왕위에 올랐다. 이 책에서 그냥 "샤"라고 나오는 인물이 바로 이 사람이다. 1919년생으로 스물다섯에 왕이 된 것이다. 그는 친서방 정책을 시행했다.

1950년대에 이란 민족주의자 모사데크와 권력투쟁이 벌어졌다. 모사데크는 석유의 국유화 정책을 실행했다. 그리고 모사데크의 지지자들은 한때 샤를 퇴위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미 CIA의 공작으로 샤는 다시 나라를 차지했고, 모사데크는 체포되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가택연금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정권을 되찾은 샤는 미국의 지원 아래 "백색혁명"을 시작했다. 도로와 철도가 놓이고 문맹퇴치, 토지개혁, 공업발전 등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런 결과 일어난 서구화는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에게 불만이었고, 이 과정에서 벌어진 부패와 독재 또한 비난의 대상이었다. 샤는 반대파들을 비밀경찰인 사바크를 통해 탄압했다. (이 책 50쪽에 사바크의 아들 라민에 대한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과 사회 하층 계급들, 지식인이 모두 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1978년 시위는 극에 달했다. 그것이 바로 이 만화에 나오는 시위에 대한 첫 기억들이다. 이 시기 우리나라에서도 시위가 끓어오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1979년 1월 16일 샤는 물러나고 파리에 망명해 있던 시아파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정권을 잡게 되었다.

이 민주화 시위는 종교인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과실은 종교인들이 땄다. 그리고 이란은 (내 생각엔) 샤 시절보다도 더 어두운 암흑기에 빠져든다. 마치 우리가 유신시대가 끝나고 보안사 출신인 전두환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처럼.

78쪽에 그 유명한 미대사관 점거 사태가 나온다. 이 사태는 이 책에는 자세한 이야기가 안 나오는데, 샤를 넘겨달라는 요구를 내걸고 있었다. 미국은 그 교환을 거부했다. 그는 다음 해에 이집트에서 죽었다.

1980년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했다. 이란의 근본주의자들이 이라크내 시아파 사람들에게 사담 후세인을 거부하게 종용했고, 그것을 빌미삼아 후세인이 전격적으로 이란을 침공한 것이다. 이 전쟁은 무려 10년을 끌었다. 그리고 이 전쟁 덕분에 (아마도) 이란은 자체적으로 민주화를 되찾을 활기를 잃어버린 것 같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1989년 호메이니가 사망하고 하메네이의 시대를 거쳐, 그뒤의 하타미 대통령은 개방 개혁 정책을 펼치고 있고, 국민들의 지지도 받았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또 반미주의자 대통령 시대라고 한다. 하메네이도 여전히 건재하고. 이란에서는 대장금이 무척 인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조선 시대 여인들이 장옷을 두르고 다니는 것을 보며, 이란 여인들이 공감을 느꼈을지 궁금하다.

이 만화에서는 현대전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주는 생생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종교가 어떻게 사람들을 정신분열증으로 이끄는지도 잘 드러난다. 결국 맑스가 옳았던 것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이 책을 다 읽은 아내는 이런 말을 했다.

"세가지를 알 수 있었어. 하나는 너무 어린 나이에 유학을 보내면 정체성을 상실한다. 둘째는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하면 실패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자라면 이 모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무, 물론 농담이다. 이 책의 가치는 읽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이것은 한 개인의 성장담이며, 한 국가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전쟁에 대한 반전주의자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고, 종교의 폐해에 대한 고발장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이야기이다.

덧글

  • BigTrain 2008/11/13 10:10 #

    하메네이는 지금도 이란의 최고 지도자 자리를 지키고 있고, 미국과 연합했던 하타미 대통령이 선거에서 떨어지고 보수파에 반미주의자인 아마디네자드가 지금 이란 대통령이지요.

    우리나라 오셔서 기독교로 개종하신 이란 분을 한 분 만나뵌 적이 있었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소개 감사드립니다.
  • 초록불 2008/11/13 15:13 #

    그렇군요. 수정해 놓았습니다.
  • 루드라 2008/11/13 10:11 #

    마약 중에서도 아주 질 나쁜 마약이라고 봅니다.
  • 아브공군 2008/11/13 10:14 #

    애니메이션으로 나와서 (어느 영화제인지는 잊었지만) 상도 받은 작품으로 아는데.... 책으로도 나왔군요.
  • 소시민 2008/11/13 10:58 #

    팔레비왕이 축출된 당시의 타임지를 잠시 살펴보니까 독자기고란에 박정희 정권도 이런 말로를

    맞이할거라는 글을 본 기억이 나네요. 정말 그 해에 그렇게 되버렸죠

    페르세폴리스는 저도 보고 싶은데 제가 다니는 도서관에는 1권 밖에 없네요. -_-
  • 뱀  2008/11/13 11:10 #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맑스의 말이 실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었다는 글을 어디서 본 적이 있습니다. 아편은 당시 진통제로서 유용했다나 그렇다더군요... 본문과 상관없는 리플 ^^;
  • 킴사장 2008/11/13 12:11 #

    설마 그럴리가..
  • 취한배 2008/11/13 19:05 #

    전 인터넷에서 처음 봤는데 그 담에 책도 나오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오더라구요. 애니메이션은 참 잘 봤는데 아직 책은 못봤네요. 개인적으로 이란의 역사는 세계는 진보한다, 는 근대적 역사관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여러 예 중 상당히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 이준님 2008/11/13 22:46 #

    1. 맑스의 종교 아편론은 이항구 새퀴의 떡밥때문에 "잘못" 알려진겁니다. 북조선에서 귀순(인지 도망인지) 한후에 "가짜" 맑스 이론-막상 맑스는 말한게 아닌- 으로 종교=마약론을 퍼뜨린거지요. 맑스가 말한 본 뜻은 "상처에 대한 치료를 방기한"채 진통제로만 사용될때의 아편. 그러니까 필요는 하지만 그것만 오용하면 안되는 의미였습니다. 즉 사회적 모순이라는 상처에 대한 근본적 치료 없이-혁명- 종교에만 의지한다면 위험하다는 의미였지요.

    2. 이란이 연합군 편을 들지 않기 보다는 독일쪽 첩보원이나 군사고문의 영향으로 "중립"을 지킨게 큰 원인이기도 합니다. 사실 많은 중동국가들이 "중립"을 지킨것도 많고 비시 프랑스편을 든것도 있었지요. 그럼에도 왜 침공을 받았냐 하면 이란 루트를 통한 영국의 대소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영국(이기보다는 인도)과 소비에뜨의 협공을 받았고 그래서 사실상 분단됩니다. (80년대 후반에 나온 "싸이베리아"라는 영화는 이 시기에 엄한 혐의로 납치되서 시베리아에서 땅파는 러시아계 영국 고고학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글구보니 여기서도 그 학자를 구해주는게 "샤"의 딸이군요)
  • 이준님 2008/11/13 22:50 #

    3. 극화되면서 생략해서 그렇지 이때의 이란의 사정과 전후 이란 분단논의는 허만우크의 "War and Remebrnace"에서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지요.

    4. BOB출신이자 소싯적 한국에서 싸웠던 어느 용병이 이란 회교 혁명때 모 재벌님의 청탁을 받고 이란에 들어가 활약하는 스토리인 "독수리 날개 아래"라는 작품도 재밌지요. 이건 무려 TV영화판이 국영방송에서 방영되었습니다. 저는 팔레비-호메이니 관계를 이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요(이때의 모 재벌님이 나중에 대선에 나오는 로스 페로 바로 그 사람입니다. -_-;;)

    ps: 의외로 재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언급이 없는 해롤드 코일의 "Sword Point"라는 밀리터리 소설은 영-소의 이란 침공을 패러디해서 미-소가 이란에서 격돌하고 이란을 분할 점령하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지요. 나름 재미는 있는데 이란인들은 여자를 강X하고 토막치는 광신도로 나오는게 압박이지만요
  • 잠본이 2008/11/14 00:10 #

    애니메이션에서는 시간관계상 매우 축약된 형태로 전개되는데 저런 배경을 잘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뻔 했군요.
  • 리스 2008/11/14 01:14 #

    그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본 동생님하도 사모님과 같은 말씀을 하시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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