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CD롬 뒷이야기 *..역........사..*



1.
이하 내용은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 소문으로 들은 것이다. 내용의 정확성을 책임질 수는 없다.

2.
이걸 처음 개발하고자 서울시스템이 나섰을 때, 민추에서는 반대했다고 한다. 반대의 이유는 부정확한 곳이 많아서 민망하다는 것이었다. 교정을 보고나서 개발하자고 주장했다. 어느 천년에? 컴퓨터로 데이터베이스화하면 교정을 훨씬 쉽게 볼 수 있다고 설득해서 간신히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

3.
발표가 되고나서 조선사 전공자들의 감탄과 탄식이 이어졌다. 사실 필요항목을 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법인데, 얼른 찾을 수 있으니 안 그렇겠는가? 그때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시에 경복궁에서 기와장이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조선 시대에 기와장이 몇번이나 떨어졌는지 보고하라고 문화재청에 지시를 내렸다 한다. 마침 이때 이 CD롬이 나왔다. 문화재청이 즉각 구입했다. 그 당시 500만원의 가격이었으나... 알바생 고용해서 조사하는 것보다 이게 싸다고 청장을 설득했다고 한다.

4.
<바둑의 발견>이라는 좋은 책을 쓴 문용직 사범이 왕조실록에 바둑이라는 말이 얼마나 나오는지 궁금해서 찾아달라고 했단다. 기계적으로 바둑이 나오는 부분을 모두 출력해서 가져다 주었는데... 나중에 도움이 되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 중 태반이,

그 아래에 명당을 이루어 널찍하게 바둑판 같이 되어서 1만 명의 군사가 들어설 만하게 되었으니...

라는 식의 구절이었다고 하였다.

5.
서울시스템과는 인연이 있어서 우리집에도 저 타이틀이 있었다. 어찌 알고 지내던 할아버지 한 분이 자기 조상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찾아보니 과연 실록에 나오는 인물로, 졸기卒記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졸기에 있었다. 천하에 인색하고 옹졸한 인물로 죽어서 참 잘됐다는 식의 평가... 이걸 그대로 전해주어야 하나 망설이다가, 아무튼 이게 사실이니 별 수 있는가 싶어서 전달해주었다. 그러자 그 할아버지 왈,

"그랬군요. 우리집에 조상님의 문집이 있는데, 실록에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니 실록을 수정해야 하겠습니다."

실록을 수정하시겠다고요? 아이쿠...


6.
이제는 국편에서 원문 서비스는 물론 스캔본까지 제공하고 있으니 이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시 불법복사가 많이 돌아서 결국 서울시스템은 50만원으로 가격을 내리기까지 했었다.

덧글

  • 한단인 2008/11/15 20:55 #

    컿..제가 대학교 입학하고서 얼마 안되었을 때 옥션 경매였나? 거기서 실록 시디롬을 10만원 주고 구입했죠.

    ...몇달 있다 국편에서 원문서비스가 되는 걸 알고 땅을 치고 후회했다능..(하아..)
  • 어부 2008/11/15 21:05 #

    실록을 수정하겠다는 의연한 자세..... (쿠당탕)
  • 제갈교 2008/11/15 21:07 #

    김영삼 시절에 경복궁에서 기와장 떨어진 거와 조선시대에 기와가 몇번이나 떨어졌는지를 조사하는 것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려나요?
  • 초록불 2008/11/15 21:37 #

    물론 경복궁에서...죠...^^
  • 나인테일 2008/11/15 21:15 #

    실록이 이제는 온라인으로 무료로 쓸 수 있으니 참으로 편리하고 고마운 세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 Juno 2008/11/15 21:19 #

    5 번에서 격뿜하고 갑니다. 이건 뭐 최근 모 당의 모 의원이 제안한 법률마냥 허무맹랑하네요.
  • 하늘이 2008/11/15 21:43 #

    가격이 내렸을 때 기회랍시고 50만원 주고 사서는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지요...ㅠ_ㅜ
  • 슈타인호프 2008/11/15 22:43 #

    저 역시 49만 7천원에 구입해서 몇 번 쓰지도 못하고....ㅠㅠ
  • 잠본이 2008/11/15 22:53 #

    바둑판...OTL
  • sharkman 2008/11/15 22:59 #

    저도 조선왕조실록을 애용하는 사람의 한 명으로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기세를 몰아 승정원일기도 후다닥...
  • savoury 2008/11/15 23:21 #

    시, 실록을 수정... 대인배시군요. +ㅁ+
  • zert 2008/11/15 23:29 #

    실록 수정이라....후덜덜...;;

    그렇다면 원균행장기를 근거로하여 수정을 실록해야...!...(끌려간다)
  • 함부르거 2008/11/15 23:56 #

    5번. 역시 한국인들의 문중 의식이란... 이건 언제가 되어야 바뀔까요...
  • 렉시즈 2008/11/16 00:05 #

    저는 아마 어디선가 아버지께서 선물로 받아오신 것 같아요(...). 한번도 제대로 돌려보진 않았었는데 초록불님 글을 읽고보니 한 번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 초록불 2008/11/16 00:10 #

    굳이 돌리실 필요 없습니다.

    http://sillok.history.go.kr/main/main.jsp

    여기 가시면 그때보다 훨씬 좋아진 실록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나루 2008/11/16 00:14 #

    그런 시절이 있었군요...
    요즘은 참 세상 좋아졌네요 ㅋㅋㅋ
  • 을파소 2008/11/16 01:59 #

    4. 전 조선시대 발생한 지진에 대해 조사하려고 '지진'으로 검색하니, 연산군 때 종을 불로 '지진' 주인 이야기도 나오던데요.

    5. 그 할아버지 집안지 정권 잡으면 시도할지도요.(...)
  • 파도지기 2008/11/16 03:13 #

    대학생땐 가겨에 절망...
    역사전공 이었으면 50만원이면 구매했을지도...
    (고3여름때까진 1,2지망중 하나는 무조건 역사교육이었으나,
    여름방학때 아버지의 처참한 탄압으로 사범대는 쑥...
    지금은 그이야기하면 아버지께서 미안해하시죠.)

    암튼 온라인 서비스 소식을 듣자말자 환호~~~
  • organizer 2008/11/16 03:37 #

    김영삼은 시킬 것이 따로 있지...

    5 백만원짜리가 이제는 공짜가 되었으니, 그 비용은 어디서 회수했을려나... 결국 세금으로 메웠을 듯.
  • FELIX 2008/11/16 06:59 #

    결국 돈값의 100배는 했지요.
  • 레오 2008/11/16 18:38 #

    정말 옛날에 실록을 뒤지며 연구하던 분들에게는 경외감을 느낄 뿐입니다. 어흐흐흑 ;ㅅ;
  • 우석양 2008/11/17 09:21 #

    이런, 일화는 언제 들어도 재밌네요..종종 이런 이야기들 들려주시면 대환영~^^
  • 소하 2008/11/18 21:23 #

    사료의 데이터베이스화는 위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 이해도는 정독한 사람을 따를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 초록불 2008/11/18 23:52 #

    물론이지요. 고려사 전공하신 선생님도 똑같은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 Wizard King 2009/10/01 16:25 #

    ...그나저나 조선왕조실록에 기와 떨어진 기록이 있나 검색해 보니 깨진 기록은 있네요. ;;;

    경복궁(景福宮) 근정문(勤政門) 동수각(東水閣)의 모퉁이 기둥에 벼락쳤는데, 상이 급히 선전관(宣傳官) 허창무(許昌茂)와 중사(中使) 이승호(李承豪)를 보내어 살펴보고 아뢰게 하였다.
    【허창무 등이 서계하였다. “근정문 밖 동수각(東水閣)의 서북쪽 모퉁이 기둥이 반으로 부러져 벽에 걸리고 부러진 기둥의 가운데가 위에서 아래로 갈라져 틈이 났으며, 지붕의 기와 반 장이 갈라졌는데 나머지는 완연하였고 그 아래에 종지가 들어갈 만한 둥근 구멍이 있었습니다.”】

    (중종 104권, 39년(1544 갑진 / 명 가정(嘉靖) 23년) 7월 24일(신유) 1번째기사)
  • 초록불 2009/10/01 16:34 #

    이게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태종 24권, 12년(1412 임진 / 명 영락(永樂) 10년) 7월 17일(경자) 1번째기사
    큰 바람이 불면서 비가 내렸으므로 나무가 뽑히고 기와[瓦]가 날리며 곡식이 모두 쓰러졌다.

    일일이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 까진 순록 2018/05/18 01:20 #

    본문에 소개 되었듯이 당시 조선왕조실록 CD롬의 등장으로 충격과 공포에 빠진 역사학자가 한 두명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조선시대 지진기록만 몇 십년 가까이 찾아왔는데, CD롬에서 검색한번으로 모든 지진관련 자료가 나오자 멘붕하신 케이스도 있다고 하고... 여담이지만, 저희 교수님이 조선왕조실록 cd롬 개발자와 친구였는데, 굉장히 많은 자본과 노력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CD롬인 만큼 비싼가격에 팔렸는데, 그 친구분께서 '불법복제'기능을 방지하는 코드(?)를 깜빡하고 넣지않고 배포되어 CD롬 파일이 삽시간에 불법공유되어 조선사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썰을 푸신 적이 있습니다.
  • 초록불 2018/05/17 14:09 #

    개발자들과는 저도 친구인데... 누가 그랬는지 궁금해지는군요...^^
  • 까진 순록 2018/05/18 01:21 #

    저희 교수님 대학시절 친구라고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하니까, 아마 초록불님의 대학동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고보니, 저희 교수님도 서울시스템 연구원 출신인데 묘하게도 서울시스템 내에 '리틀 서강학파'가 자리를 잡고 있었네요. 우연일까요?
    물론, 솔직히 CD룸 가격이 가격인만큼, 어떤 수를 쓰더라도 불법복제의 기승을 막기는 어려웠을 것 같긴 합니다. 故 이웅근 교수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든지, 조선왕조사 연구 인프라에 기여하기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이 분의 공로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 초록불 2018/05/18 10:09 #

    우연이죠. 서울시스템이 만든 출판사 동방미디어에 서강대 사학과 출신 선배가 있었거든요. 며칠 전에도 만나뵜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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