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석유가 난다? *..역........사..*



불확실한 것이 확실한 것을 잡아먹는 사례로 이 석유 떡밥은 매우 좋은 예가 된다.

말하자면 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1. 석유가 고려에서 나온다는 기록이 있다.
2. 현재 우리나라에는 석유가 나오지 않는다.
3. 그러므로 고려는 석유가 나오는 곳에 있었으며 지금 우리나라 땅에 있지 않았다.

정상적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야 한다.

1. 석유가 고려에서 나온다는 기록이 있다. -> 기록은 사실인가? 그런 기록이 얼마나 있는가? 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가? 기타 등등.

그러나 넋나간 사람들은 위의 의문 따위는 도통 갖지를 않는다. 그럼 이 떡밥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말하자면 나 자신도 원문을 보지는 못했다. 최남선의 <조선의 상식>(1947)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 석유는 조선에서 나지 않습니까?
조선 안에서 유전을 발견한 사실은 물론 없습니다. 다만, 조선에 석유가 있다는 소문은 벌써 옛날에 중국에 퍼져 있었습니다. 송대의 저술인 <작몽록昨夢綠>이라는 책에 "고려의 동방 수천 리에서 맹화유猛火油가 나니 뜨거운 볕에 돌이 달아서 나는 액이라 물에 들어가면 불길이 뻗치고 고기들이 다 죽느니라" 한 것이 있으며 이런 것들을 받아서 명대의 박물학자 이시진은 그 <본초강목>이란 책에 쓰기를 "석유는 고려에서 나니 석암石巖에서 솟아서 샘물과 섞여 흐르며 빛이 검고 유황 기운이 있는데 그곳 사람이 떠다가 등을 켜니 대단히 밝으며 그 그을음은 먹을 만드니 윤기가 송연보다 낫더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 글의 출처는 지금 밝힐 수 없고,본래 낭설일지 모르지만 혹시 무슨 근거가 있어서 다음에 우리가 그 실물을 찾게 된다면 얼마나 다행입니까?


보다시피 최남선도 이 글이 출처를 알 수 없고(지금 밝힐 수 없다는 말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낭설일 것으로 추측했다. 우선 첫 출전인 책 자체가 <어젯밤 꿈의 기록>이라는 제목을 가졌다는 점을 주목할 것이며, 정작 우리나라에는 일체 그런 기록이 없는 외국의"카더라 통신"이라는 점도 주목해야겠다. 석유의 성질에 대해서는 비교적 근사한 것으로 보아 동서를 분간치 못하고 잘못 적은 것에불과한 내용일 뿐이다.

<작몽록>은 강예지康譽之가 쓴 책인데, <본초강목>의 인용 서목에 들어있다. 저 글들 모두 <본초강목>을 보고 작성된 것이다. 더구나 <작몽록>에서는 고려 동방 수천 리 지점에서 석유가 나온다 했으니, 저 말을 곧이 곧대로 따르면 석유는 일본에서 나올 모양이다.

이런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정확한 정보들을 무시하는 것은 올바른 역사 해석이 아니다. 재야라는 인간들의 하는 짓이 매양 이 모양이니 참으로 한숨만 나온다.

[추가]
마침 해당 원문을 올려놓은 곳이 있었는데, 역시나 이런 구절로 시작한다.

猛火油者,出於高麗之東數千里
맹화유는 고려 동쪽 수천리에서 나온다고 들었다.


그리고 이시진의 <본초강목>에 인용될 때는 저 이 생략되고 말았다.
결국 소문을 듣고 쓴 이야기를 가지고 떡밥이라 좋다 물고 늘어진 것.

원문을 살펴보니 "물에 들어가면 불길이 뻗치고 고기들이 다 죽느니라"라고 한 부분은 이런 대목을 대충 옮긴 것이군요.

中山府治西有大陂池,郡人呼爲海子,余猶記郡師就之以按水戰試猛火油。池之別岸爲虜人營壘,用油者以油涓滴自火焰中,過則烈焰遽發,頃刻虜營淨盡,油之餘力入水,藻荇俱盡,魚鱉遇之皆死。

전쟁 때 화공으로 쓴 여력이 물 속의 고기마저 다 죽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기 나오는 중산부中山府란 바로 유비가 독우를 두들겨 팬 안희현이 있는 곳으로, 탁군에서 서남향에 있는 지역입니다. (탁군과 붙어 있습니다.) 대파지大陂池라는 연못은 확인을 못했습니다.

덧글

  • 을파소 2008/11/18 00:42 #

    천추태후 게시판에 가봤더니 대륙고려론자들이 출몰하고 있더군요.
  • 초록불 2008/11/18 00:51 #

    드라마 게시판에는 늘 출몰하지 않습니까? 방송국 사람들도 익숙할 듯...
  • rumic71 2008/11/18 00:45 #

    사실은 독도 밑에 석유가 묻혀 있어서...(음모론)
  • 코코볼 2008/11/18 00:49 #

    항상 튀어나오는 음모론...
  • Esperos 2008/11/18 01:12 #

    고려 동방 수천 리 지점에서 돌기름石有가 난다면, 뭍이 아니라 깊은 바다에서 난다는 말밖에 더 되겠습니까. 껄껄. 옛 사람들이 이미 시추를 할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 초록불 2008/11/18 08:18 #

    사실 동해 바다에는 키가 수척에 달하고 손톱이 강철 같은 괴인들과 여인들만 사는 여인국도 있지요. 이들이 석유를 놓고 암투를 벌이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퍽!)
  • 뚱띠이 2008/11/18 01:31 #

    고려판 제7광구인 것입니까?
  • 월광토끼 2008/11/18 02:15 #

    ..일본 화산활동의 일환으로 나온 유황 연못 같은걸 보고 착각한것 아닌가요 ㄱ-
  • Esperos 2008/11/18 03:36 #

    ...아니 이런, 돌기름이라고 뻔히 써 놓고 石有라고 한자를 달아놓다니 이런 망신이 (____)
  • 어릿광대 2008/11/18 07:51 #

    뭐 천추태후 예고편인가 그거봤는데 이거 안습+어이상실급이네요
    근데 이런떡밥도 있는줄 몰랐네요(...)
  • 초록불 2008/11/18 08:18 #

    모르는 게 정상이죠. 사실 제가 비정상인 겁니다...(으잉?)
  • dunkbear 2008/11/18 08:18 #

    석유까지 등장하는군요... 참으로 떡밥은 무궁무진 합니다... 헐헐~~
  • 초록불 2008/11/18 08:19 #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다 떡밥으로 둔갑합니다. 이건 완전 도깨비 놀음이죠.
  • 暗雲姬 2008/11/18 08:31 #

    어쩌면 땅 속에서 우리는 못 느낀 심각한 지각변동이 있어 석유진원지가 이사를 갔나 보지요.
  • Ha-1 2008/11/18 09:41 #

    '현재 우리나라에도 석유가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는게 ㄱ-
  • 진성당거사 2008/11/18 10:08 #

    일본에서는 석유가 나오지 않습니까....어쩜 일본과 고려/조선을 중국인들이 혼동했을지도...
  • 회색인간 2008/11/18 13:00 #

    참......떡밥의 황제들
  • 한단인 2008/11/18 14:19 #

    [물에 들어가면 불길이 뻗치고 고기들이 다 죽느니라]

    ...물에 들어간다는 얘기가 물 속이란 얘기인 거 같네요. 어차피 기름이 물에 뜨긴 뜨잖아요.

    물 속에 들어가서도 불이 붙는 건 마그네슘류나 황린 같은데..

    ...예 헛소립니다.(도주)
  • organizer 2008/11/18 14:23 #

    대체 고려는 "황금"이 지천이라더니, 조선에는 무려 "석유"가 나오고.... <--- 과거의 역사책에 담긴 소문들은 대개 뻥이 심한가 봅니다.
  • 소울오브로드 2008/11/20 12:46 #

    바닷속 석유를 발견하다니!!! 그 당시 오파츠라도 있었던 건가!

    소설소재로야 재미있겠지만 역사에 대입할 일은 아니군요.(조선시대 오파츠를 발굴하는 스프리건 같은 이야기 하나 써볼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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