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의 세계 - 첫번째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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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곡된 것이 또 왜곡된 환단고기의 세계

환단고기는 본래 신채호의 세계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책이었다. 신채호-정인보-안재홍 등의 세계관이 이 안에 투영되어 있었다. 최소한 이유립에게는 그랬다. 그래서 처음 이중재와 같은 중국땅=한국땅이라는 주장이 나왔을 때 환단고기 지지자들은 발끈한 바 있고, 지금도 일부 중국땅=한국땅 지지론자들은 환단고기를 사료가치가 떨어지는 책이라 치부하고 중국 정사를 가지고 중국땅=한국땅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큰 것=좋은 것"의 사고관은 점차 환단고기 지지자들을 잡아먹기 시작했고 이제는 환단고기=중국땅=한국땅이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에 놓였다. 이유립이 살아서 이 꼴을 봤으면 뭐라 했을지 궁금하다. 그는 후계자들로부터도 배신당한 인물이다. 하긴 사기의 끝이란 이런 것이지만... 아무튼 이제부터 본래 이유립이 어떻게 생각하고 환단고기를 쓴 것인지 역추적 해볼까 한다.

2. 환국의 영토

환단고기 삼성기 상편을 보면,

한 신이 사백력 하늘에 있어 홀로 신이 되어... 어느날 동녀동남 8백 명을 흑수, 백산의 땅으로 내려보냈다.

저 사백력을 임승국이 시베리아라고 주장해서 본인의 무식을 만방에 자랑한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점을 떠나 이유립 역시 사백력을 시베리아에서 착안했을 거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동녀동남 8백 명을 흑수, 백산의 땅으로 보냈다고 하는데, 이 땅은 물론 만주를 가리키는 것이다. 흑수란 흑룡강이고 백산이란 백두산이다. 즉 이유립이 삼성기 상편에서 하고자 한 이야기는 시베리아 땅에서 만주로 환인이 와서 나라를 세웠다는 것이다. 그럼 이 나라의 영토는 어느 정도였던가?

환단고기 삼성기 하편을 보면,

파내류산 아래 환인씨의 나라가 있는데 천해天海의 동쪽 땅이며 파내류의 나라라고 한다. 그 땅의 넓이는 남북 5만리, 동서 2만리에이른다.

남북 5만리를 km로 환산하면 약 2만km가 된다. 시베리아 북극해에서부터 홍콩까지 거리를 재도 모자란다. 그냥 반올림해서 그렇다고 치자. 동서 2만리를 환산하면 약 7855km가 되는데 티베트 고원에서 산동반도 끝자락까지가 모두 포함된다. 그래서 지도를 그려보면 저 형태에 맞는 모습은 대강 이런 것이다.

지도에 배달이라 쓰여 있는데, 배달국은 환국 다음에 환웅이 세운 나라 이름이다. 아무튼 이런 땅덩어리를 신석기 시대에 다스렸다고 주장하는 그 배포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생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제국이라는 생각은 물론 이유립 머릿속에는 들어있지 않았던 것. 더구나 저 땅의 절반 이상은 농사도, 심지어 유목도 할 수 없는 동토의 땅이라는 생각도 그에게는 들어있지 않았다.
환국시대 영토라고 이런 모습을 내놓는 인간도 있는데, 이것은 고증이 잘못된 지도다.

환국 국가 중 수밀이국을 수메르에 비정한 다음 그 영토까지 차지하려는 수작이었겠지만, 이런 경우 동서의 길이가 남북의 길이보다 길어진다. 수밀이국을 수메르로 비정한다 해도 아래 지도처럼 수밀이국은 나중에 이동한 것으로 해주어야 한다.


3. 배달국의 영토 - 치우

삼성기 상편에 이런 말이 있다.

그 후에 환웅이 이어 일어나 삼신의 명을 받들고 백산과 흑수 사이로 내려왔다.

앞서 이미 환인이 흑수, 백산의 땅에 내려왔는데 환웅이 또 그 땅에 내려왔다. 다만 삼성기 하편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인용이 번거로우니 정리해서 말하자면,

때는 환국 말기, 안파견이 삼위와 태백을 보고 사람을 파견코자 하니 서자촌에 사는 환웅이 추천을 받았다. 그에게 무리 3천을주어서 태백산 꼭대기로 내려보냈는데(이런 식이면 환국은 하늘나라가 되어버린다.) 이때 반고라는 사람도 길을 떠나고자 청한 뒤 삼위산 납림동굴에 가서 임금이 되었다.

반고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 한족의 신화 속 시조다. 이유립이 이야기한 삼위산이란 감숙성에 있는 것이라, 저 서쪽 끝에 중국인을 배치해놓은 셈이다. 그러나 그가 말한 태백산은 여전히 백두산이니, 이유립은 역시 한반도를 기초로 한 세계관에서 빠져나오지는 못하고 있다. 태백산이 백두산인 것은 환단고기 태백일사 신시본기에도 누누이 설명한 바이다. 일연이 삼국유사에서 비정한 묘향산은 천지가 없으니 불가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산 정상에 연못이 있고 없고는 단군신화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

환웅이 세운 배달국의 영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환단고기 태백일사 신시본기에 나온다. 환웅이 신지씨에게 글자를 만들게 했는데, 그 글자의 유적이 남아있다고 주장하면서 남해 낭하리, 경박호, 선춘령, 오소리를 들고 있는데 이 모든 곳이 한반도와 만주 일대다. 즉 이유립은 그 이상의 영역을 생각해내지 못한 것이다.

다음 삼성기 하편의 구절을 보자.

치우천왕은 염농이 쇠퇴한 것을 보고 드디어 웅대한 뜻을 세워 서쪽에서 천병을 여러 번 일으키고 또 삭도로부터 진군하여 회와 대 사이를 차지하였다. 헌원후가 일어나자 곧장 탁록의 벌판으로 나아가 헌원을 사로잡아 신하로 삼고 후에 오장군을 서쪽으로 보내어고신을 쳐서 공을 세우게 했다. 이때 제하諸夏가 셋으로 나뉘어 서로 대치하고 있었는데 탁의 북쪽에는 대요, 동쪽에는 창힐, 서쪽에는 헌원이 있었다.

저 삭도를 임승국은 산동성 임치현 동남쪽이라 비정했고, 단학회 측은 산서성의 황하 줄기 중 하나로 비정했다. 그 앞에 나오는 치우가 서쪽에서 천병을 일으켰다는 구절이 의아한데, 원문이 累起天兵於西라고 되어 있다. 임승국은 해석이 되지 않자, 여러 차례 서쪽으로 천병을 일으켰다라고 저 편한대로 해석해 버렸다. 애초에 이유립이 낸 오타거나 치우가 제하(중원)를 둘러싼 강대한 세력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부분이 아니라 "회와 대 사이를 차지 했다는 대목이다. 회와 대 사이란 아래 지도에 붉은 빗금을 친 부분을 가리킨다.

즉 이 지역을 치우천왕이 점령했다는 말이다. 점령했다는 말은 그 전에는 이 땅이 한족의 땅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치우 천왕 이전 배달국의 영토에는 이 땅이 들어있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이유립이 생각한 환단고기의 세계인 것이다.

환웅이 도읍을 정한 곳을 신시라고 한다. 이 신시가 어딘지는 알 수 없으나(대략 이유립은 하얼빈 정도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이 곳이 청구와 낙랑(이 세계관에서 낙랑은 요서 지방에 있다)보다는 동쪽에 비정되어 있다. 그것은 환단고기 태백일사 신시본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복희가 신시로부터 나와서 우사의 직을 한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받고 후에 청구, 낙랑을 지나서 드디어 진陳으로 옮아가니 수인, 유소와 더불어 이름을 서토에 드날렸다. (중략) 지금 산서 제수에 복희 족속들의 옛집이 남아 있는데 임, 숙, 수구, 수유 등의 나라가 모두 둘러 있었다 한다.

위 글을 보면 우선 진陳나라가 나온다. 하남성 개봉부에 있었던 나라다. 그리고 복희의 영향이 미친 지역이라 산서성이 나와 있다. 뒤에 나온 나라들도 다 그 근방에 비정되는 나라들이다. 즉 산서까지도 한족의 영토였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읽어보자.

복희의 능이 지금 산동성 어대현 부산鳧山의 남쪽에 있다. 신농이 열산列山에서 일어났다.

복희의 능이 산동성에 있다는 말은 본문에 나온 것이고 신농이 일어난 열산은 호북성에 있는 것이라니 이 땅들 역시 한족의 것임을 이유립이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자, 여기서 치우 이야기가 나오면서 중요한 대목이 지나간다. 보자.

(치우는) 범처럼 하삭河朔에 웅크리고 앉아서 안으로 날랜 군사들을 양성하며 밖으로 시세의 변화를 살폈다.

하삭이란 황하 이북의 거친 땅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이유립은 배달국의 영토를 중원에는 전혀 배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이후 벌어진 치우의 진군로를 살펴보아도 뻔히 알 수 있다. (태백일사와 삼성기에서 치우가 점령한 영역은 좀 다르다. 태백일사 쪽이 훨씬 많다.)

1. 갈로산의 쇠를 캐내 무기를 만듬 (어딘지 모름. 김산호는 갈석산에 비정. 그나마 정상적인 비정이라 하겠다)
2. 탁록 - 탁군 부근
3. 구혼九渾 - 어딘지 모름
4. 옹호산雍狐山 - 어딘지 모름 (단학회에서는 섬서성에 있는 옹산雍山이라고 했으나 옹산이라는 곳을 찾지 못했음)
5. 양수洋水 - 어딘지 모름 (임승국은 요동반도에 있는 대양하라고 했는데, 지도는 보고 생각이라고 하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6. 공상空桑=진류


일단 모르는 지명이 많긴 하지만 탁록에서 진류로 나아갔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빨간색 선이 그 진로를 가리킨다. 단학회가 칠랄레팔랄레 내키는대로 찍어놓은 지명 비정을 따르면 파란색이 된다.

이때 공손헌원이 반란을 일으켜서 치우는 다시 탁록으로 진군해서 헌원을 무찔렀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 치우는 기주, 연주와 회, 대의 땅을 모두 차지했다고 한다. 그 땅이 대강 아래 붉게 칠한 영역이 된다.

붉은 색 위의 유주는 애초에 치우의 땅으로 분류한 듯하다. 이 이야기는 저 붉은색 칠한 부분이 본래 한족의 것이었다는 이야기다. 걔네들 거니까 빼앗을 수 있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아니겠는가?

대체 환국의 광활한 영토는 어느 틈에 다 사라지고 중국 땅에는 반고의 후예들이 저리 득세했단 말인가? 그 점에 대해서 이 훌륭한 책은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는다. 이것을 해결할 수 없었던 김산호는 <대쥬신제국사>에서 환국 부분을 아예 날려버리고 시작한다.

그럼 이제 저 붉게 칠한 땅은 언제 어떤 바보 짓을 해서 잃어버리게 되는가? 이유립의 흥미로운 설정은 이어지나니 차회를 기대하시라.


* 지도는 모두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올렸습니다. 일일이 출전을 확인치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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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attathias 2008/11/22 13:56 #

    무, 무섭군요.......
  • wholic 2008/11/22 14:00 #

    .... 무섭군요. 그래도 그때 바보짓 안했으면 우린 대제국이라고 떠들만 한 영토네요. 사실이라면..
  • 초록불 2008/11/22 14:14 #

    앗... 이 모든 것은 그냥 소설입니다... 이유립이라는 사람이 쓴 환단고기라는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인 것이죠.
  • 일곱 혼돈 2008/11/22 14:09 #

    시베리아의 어원이 된 시비르 칸국은 1440년대에 세워졌으니, 아무리 관대하게 봐줘도 환단고기 집필 연도는 그 이전까지는 안 올라가는군요.
  • 초록불 2008/11/22 14:15 #

    그렇죠. 어떤 바보들은 그 사실을 죽어도 인정하지 못합니다만...
  • rumic71 2008/11/22 14:29 #

    한족이 사실은 한민족이라고 우기면 해결될일이죠 뭐.
  • 초록불 2008/11/22 14:30 #

    실제로 그러고 있습니다...^^
  • Hadrianius 2008/11/22 15:12 #

    재밌네요. 환타지 소설을 보는 분위기. 설정 짱인데열.
  • 마돌이 2008/11/22 15:19 #

    윤정모 작가의 <수메리안>이라고 수메르도 한민족이 세웠다는 가정 하에 쓴 소설이 있는데 빌려드릴까요?(.. 그분 길가메쉬 서사시도 한민족이라는 전제 하에 새롭게 소설로 써낸다고 한걸로 아는데 그건 나왔으려나....
  • 초록불 2008/11/22 15:41 #

    그 분은 좋은 작가였는데... 환빠물이 들어버려서...
  • rumic71 2008/11/22 17:34 #

    아니 역사가가 아니고 작가라면 좋은 일이죠.
  • 黑白 2008/11/22 16:17 #

    아이돌 그룹처럼 발전적 해체를 한것이 대환제국입니다! 환렐루야!
  • dunkbear 2008/11/22 16:32 #

    웃기는 아이러니네요... 현재 반도 국가로 쪼그라들은 한민족의 위상과 기개를
    보인다고 시베리아, 중동부터 심지어는 북미와 남미까지 지배했다고 주장하면서
    막상 자기들이 주장하는 환국도 갑자기 영토 대부분을 날려먹으니 말입니다. ^^;;;
  • 궁극사악 2008/11/22 18:15 #

    오호...이러다 환독의 성지가 될지도~너무 정리 잘하신거 아니에요? 후후후
  • Dasein 2008/11/22 21:52 #

    늘 가려워하던 분야였는데, 깔끔한 정리에 많이 얻고 갑니다.
  • Cuchulainn 2008/11/23 19:51 #

    그래도 환빠는 낫습니다만...

    미쿡에선 스케일도 크게 종교를 가지고 저 짓거릴 해서 세계 스케일의 종교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모르몬교... oTL*
  • 무식한 순록 2013/04/19 19:11 #

    예전부터 궁금했던것인데...
    신채호의 세계관은 대체 어떠했나요?
  • 초록불 2013/04/19 22:07 #

    신채호의 역사관(세계관이라는 게 이런 뜻으로 쓰신 것 같습니다만)은 초기, 중기, 후기가 각각 다르고 그걸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책 한 권은 나올 것인데, 제가 뭐라 간단히 요약하기가 어렵네요.
  • 무식한 순록 2013/04/20 13:41 #

    본문에 "환단고기는 본래 신채호의 세계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책이었다"라고 서술하셔서
    이렇게 여쭈어보았습니다.
  • 초록불 2013/04/20 15:29 #

    아, 그건 환단고기를 만든 이유립의 세계관도 신채호가 생각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 말입니다. 만주를 배경으로 고조선이 성립해 있었다고 여긴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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