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유사역사학이라 부르기로 한다 *..역........사..*



그 시작을 어디서 잡아야 할까?

이거네, 저거네 말이 많아도 역시 문정창으로부터 잡는 것이 옳겠다. 그가 보여준 탁월하기까지한 제멋대로 한문독해술, 사료왜곡술, 비약신공은 후대의 사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니까. 그리하여 그로부터 본을 받아 임승국, 이유립 등의 사료조작술이 발생했고 윤내현이니 이덕일이니 박성수니 같은 제도권 물을 먹은 변형까지 발생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들 알 것이다. 나는 사실 이들을 뭐라 불러야할지 참 오랜동안 고민해왔다. 이들은 스스로를 재야역사학자라 부르는데, 이 말에는 많은 어폐가 있다. 우선 앞에도 예를 든 것처럼 기존 역사학계에서 버젓이 박사 학위를 받아서 설치는 인간들도 있다. 이들은 제도권 안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야"라는 명칭이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역사학자"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그저 사이비일 뿐이다.

이들을 DC에서 "환빠"라 부르는 것을 보았다. "빠"라는 것은 광적으로 어떤 것에 미친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빠순이, 빠돌이 등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재치있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른바 재야에 있는 인간들 중에는 <환단고기>를 취급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그런 이유로 자신을 "환빠"라 부르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이들도 그 근본 속성이 "재야"와 동일함은 말할 것이 없다. 가령 김운회와 같은 인물이 그렇다.

이때문에 이들의 공통속성인 국수주의를 꺼내서 국수주의 사학이라 불러보는 방법도 써봤지만 역시 그것도 "사학"이라는 부분이 찜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이들 중에는 스스로를 좌파라 규정하는 인간들이 있어서 극우의 이미지를 갖는 국수주의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 - 물론 어차피 사이비 좌파지만 - 점이 있었다.

때문에 이들을 가리켜 "망상 사학"이라는 말도 써보았는데, 이 말 역시 지나치게 허황된 것을 강조하는 것 같아서, 일반인들에게는 차분한 검토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다 며칠 전 이 책을 읽고,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사이비 사이언스 - 10점
찰스 윈.아서 위긴스 지음, 김용완 옮김, 시드니 해리스 그림/이제이북스


이 책에서는 사이비 사이언스 - 즉 과학의 탈을 쓴 엉터리들, 가령 영구기관을 만든다는 무리라든가 - 를 가리켜 "유사과학"이라고 부르고 있다. 순간 유사역사학이라는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리고 이 책의 말미에는 유사역사학(Pseudohistory)이 등장한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유사역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과학에 대한 책이지만 그것을 역사로 바꾸어도 별 지장이 없을 정도다. 역사학에 대해서도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역사는 무엇보다도 하나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역사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역사는 그런 사건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경험적 자료를 이용하여 그 근원적 원인들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과학이기도 하다. 모든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역사가들은 이용 가능한 사실은 무엇이나 고려하고, 다음으로 그 사실들에 적합해 보이는 이론들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후 얻어진 정보가 어떤 이론과 모순된다면 그 이론을 수정하거나 폐기한다. 이와 반대로 유사역사가들은 그들이 참인 것으로 선호하는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신들이 무엇이 "사실들"이기를 원하고 있는지를 결정한다. p265

유사역사학에 빠진 사람들은 그것을 "믿음"으로 지키고자 한다.

일단 어떤 믿음을 갖게 되면 사람들은, 모순되는 증거 앞에서조차 애초의 믿음을 지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설명이란 현상을 밝히기 위해 개발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 설명이 잘못된 증거에 기초하고 있거나 비이성적임이 밝혀졌을 때에도 여전히 그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변화에 대해 이렇게 비이성적으로 저항하는 것을 우리는 "믿음 집착 belief perseverance"이라고 부른다. p13

그럼 이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찾으려 하는 성향을 잠재울 수 있는 한 가지 유용한 방법은, 그들을 그렇게 믿게 만든 추론의 부당함, 즉 그 추론 안에 잠재되어 있는 결함들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들에게 믿음을 제공한 추론과 상반되는 추론으로 그들이 주의를 돌릴 수 있게 하고, 그 상반된 추론을 하나하나 확인하도록(이상적으로는 하나하나 직접 쓰면서 확인하도록) 용기를 북돋아준다면, 믿음에 모순되는 증거들을 무시하는 성향이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다. p13

맞는 말이다. 내가 20년을 해오고 있는 일이긴 하지만...-_-;; 하긴 나만 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도 불행히도 이런 토로를 하고 있으니까.

과학의 시대인 21세기는 유사과학의 시대로 변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p60

이런 행위는 왜 근절되어야 하는가?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환상이 실재를 대신하게 될 때, 실제 세계를 인식하고 좌우하는 우리의 능력은 감소한다. p60

위에 소개한 책은 매우 쉽게 쓰인 책이다. 조금 똑똑한 중학생이라면 소화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마땅히 중고등학교 필수교양도서가 되어야 한다. 이 책에는 특별한 과학적 지식은 없다. 잘못된 유사과학에 대한 과학자들의 노력에 대해서는 좀 나오지만, 그것도 정교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커다란 맥을 짚어주는 이런 책이야말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재야니 국수주의니 망상이니 환빠니 하는 말을 치우고 그들을 유사역사학, 유사역사가라 부르기로 하겠다.





유사역사학의 정의에 대한 참고는 아래 사이트에서...
http://en.wikipedia.org/wiki/Pseudohistory
http://skepdic.com/pseudohs.html
http://rathinker.co.kr/skeptic/pseudohs.html  스켑틱 정의의 번역문

핑백

  • 초록불의 잡학다식 : 헤타리아 그리고 유사역사학 2009-01-14 10:10:22 #

    ... 비하하는 만화로 사실무근한 주장을 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만화를 옹호할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이런 만화가 등장하게 되는데는 우리나라 안의 유사역사학이 한몫 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을 말해두고자 한다. 대표적인 이야기 중 하나인 공자가 한국인이라는 주장을 보자.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당장 이런 글을 찾을 수 ... more

  • 11th fear : 재야사학은 역사학이 아니라니까(!) 2009-01-17 10:21:07 #

    ... 1</a>]이라는 용어가 제법 널리 알려지고 있다.좋은 현상이다. 나는 오랫동안 재야사학이라는 말을 써 온 탓에 익숙한 것을 계속 사용하는 중이지만, 전세계적으로 회의주의자들이 사용하는 개념이 역시 여기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스 철학은 사실 아프리카 흑인들이 만든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하는 아프리카 중심주의는 유사역사학의 하나다. 아우슈비츠 가스실 처형 허구론 역시 유사역사학의 한 사례다. 재야사학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그들 ... more

  • 11th fear : 재야사학의 추종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2009-01-17 14:50:45 #

    ... 1</a>] 추종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재야사학이 신흥 종교와 유사한 존재 양태를 나타내는 예[2] 가운데 하나일 뿐으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둘째, 재야사학 추종자들에게 '생각이 없다' 고 여기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잘못되었다. 추종자들과 비판자들의 관심사와 기대가 다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것 뿐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비판자들은 원래, 재야사학에서 역사학적인& ... more

  • 世界はネオハピ! : 찰스 윈, 아서 위긴스, <사이비 사이언스>, 이제이북스. 2009-04-27 19:17:11 #

    ... 초록불님 블로그에서 소개를 보고 구입한 책. 읽어보니 초록불님 독후감을 보고 이 책에 대해 떠올린 이미지에 정확히 일치하는 책이었다. 소위 말하는 유사과학(pseudosci ... more

  • 초록불의 잡학다식 : 유사역사학이 대체 왜 문제인가 2010-07-25 22:00:21 #

    ... 시비 걸고 난리야, 라고 받아치는 간단한 방법도 있습니다만... 우선 유사역사학이 뭔지 알아보아야 하겠지요. 왜 사람들은 유사역사학에 빠져드는가? [클릭] 그것을 유사역사학이라 부르기로 한다 [클릭] 사이비 고고학 [클릭] 참고로 이런 것도 보아두면 좋습니다. 제임스 랜디 - 믿음의 세가지 유형 [클릭] 사이비 종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 [클 ... more

  • 초록불의 잡학다식 : 저는 이런 일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아니지만... 2011-01-09 19:24:09 #

    ... dohistory의 번역어입니다. 이 용어에 대해서는 사이비 역사학 - 회의주의자 사전 중에서 [클릭]그것을 유사역사학이라 부르기로 한다 [클릭]사이비역사의 탄생 [클릭] 의 포스팅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이 용어를 "유사역사학"이라고 번역할 ... more

  • 초록불의 잡학다식 : 유사역사학의 정의와 한계 2011-05-05 16:14:29 #

    ... 모르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우선 그런 적이 없다는 부분부터 이야기해야 하겠습니다. 유사역사학의 정의에 대해서 저는 이런 포스팅을 했습니다. 그것을 유사역사학이라 부르기로 한다 [클릭] 정의에 대해서는 위 포스팅 말미에 붙어있기도 합니다만, 따로 포스팅 한 것도 있습니다. 사이비 역사학 - 회의주의자 사전 중에서 [클릭] 제가 유사역 ... more

덧글

  • 코코볼 2008/11/27 16:07 #

    음...역시 어떤 일을 하든 명칭이 중요한 것이로군요.
  • 초록불 2008/11/27 17:26 #

    그렇습니다. 올바른 명칭이야말로 인문학의 시작이죠...^^
  • 아브공군 2008/11/27 16:10 #

    딱 한 줄로 줄이면 유명한 명문이 될 것 같습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By 율리우스 카이사르
  • 아브공군 2008/11/27 16:17 #

    그리고 60페이지 그 문장.... 공감 1000% (어디의 누구를 보는 것 같아서)
  • shaind 2008/11/27 16:11 #

    오오 이것이야말로 정명(正名)!
  • 아브공군 2008/11/27 16:12 #

    아, 트랙백 하나만 걸게요....
  • 악질식민빠 2008/11/27 16:16 #

    위학(僞學)이란 용어를 밀고있었던 1人
  • 초록불 2008/11/27 17:26 #

    너무 어려운 용어입니다...^^
  • anaki-我行 2008/11/27 16:20 #

    웬지... 검도계에서 불었던 유사검도단체라는 것도 여기서 나왔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 초록불 2008/11/27 17:27 #

    이런 좋은 말이 있는 걸 몰랐다니...
  • 새벽안개 2008/11/27 16:23 #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축하드립니다.
  • 초록불 2008/11/27 17:39 #

    축하할 일은...^^
  • catnip 2008/11/27 17:03 #

    저런한 부류가 존재의 가치야 바퀴벌레의 당위성만큼이나 클테지만 그런 부류가 힘을 얻게 되는게 가장 큰 악몽인거겠지요.
    유사과학이 Pseudoscience라는 단어이고 위키에서 찾아보니 그런 사람들을 연구하는 학문도 꽤 뿌리가 깊은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체계적으로 그들을 연구해볼필요성도...( ..)a
  • 초록불 2008/11/27 17:39 #

    유사역사학은 Pseudohistory쯤 되는 걸까요?
  • 야스페르츠 2008/11/27 17:07 #

    저는 그것을 '역사학', '과학'이라 부르는 것조차 허용되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혹여 역사학이라 부르려면, 모호한 표현인 '유사'보다는 '날조'가 어울리지 않을런지...
  • 초록불 2008/11/27 17:40 #

    그런 표현은 "감정적"으로 보여서 오히려 효과가 좋지 않습니다.
  • 을파소 2008/11/27 18:12 #

    일단 서울메트로부터 읽어야겠군요.
  • 초록불 2008/11/27 19:08 #

    그건 뭡니까??
  • 을파소 2008/11/27 19:19 #

    수능 이후로 과학공부 안 한 저도 아는 열역학 법칙을 무시한 지하철 풍력발전 있지 않습니까. 역사는 아니지만 그런 사이비 과학에 예산이 쓰일 수 있는 나라니 그 당사자들이 읽으면 좋을 거 같아서요.
  • Niveus 2008/11/27 18:38 #

    여러 분야에서 적용할수 있겠군요...
    인간이란 확실히 자기가 원하는것만 보고 아닌건 옳은거라도 부정하는 습성을 보이니까요 -_-a
  • 루드라 2008/11/27 18:49 #

    유사역사학은 저들에게는 너무 고상한 표현인 거 같습니다. 아무리 봐도 사이비 역사학이 더 나은 거 같아요.
  • 초록불 2008/11/27 19:07 #

    유사과학에 영구기관, 초능력, 창조론, 인체발화, 외계인 납치, 사후세계, 점성술 등등이 포함됩니다. 충분히 대륙론, 쥬신론, 환단고기 신봉도 모두 유사역사학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 比良坂初音 2008/11/27 19:10 #

    환상이나 망상 역사학은 어떨까요?
  • 초록불 2008/11/27 19:11 #

    이미 말씀드렸지만 그 용어는 이들 모두를 포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안에 그런 부류가 또 있는 것이죠...^^
  • 나인테일 2008/11/29 00:12 #

    창조론자와 유사역사학자.
    인터넷의 양대 코미디언이 아니겠습니까...;;
  • 초록불 2008/11/29 00:20 #

    오프라인에서도 코메디라는 데는 변함이 없습니다.
  • 예영 2008/12/11 02:55 #

    학문의 역사에서 정확한 이름을 부여하고 어떤 이미지를 형성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지요. 이 세상은 어쩌면 이미지 싸움의 전장인지도 모릅니다. 민족의 자긍심이 어쩌고 민족정기가 어쩌구 하는 미명으로......

    유사역사학은 사이비 역사학이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유사역사학도 환경오염의 일종이니 말끔히 청소되기를 기대합니다. 옛날에 유사역사학에 낚여서 며칠 정도 퍼덕거린 경험이 있어서 남일 같지가 않아요. 고구려에서 피라미드를 건설했다는 둥~

    이 책은 저도 읽어보았는데, 참 좋은 책을 소개해주셨네요. 멜서스의 인구론이 다윈의 진화론에 단서를 제공해준 것처럼, 사이비 사이언스라는 책이 유사역사학이라는 단어를 정착시키는 단서가 되겠군요. ^_^ 결국, 가짜는 가짜일 뿐인 거지요. 가짜 역사학이라.......

    위의 댓글에도 언급됐지만, 인터넷에서 창조론자와 유사역사학자의 활약상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신문의 다윈 전시회 기사에다 창조론자가 댓글을 단 것을 보았습니다. 그냥 살짝 웃음이 나네요. 그런데 순진하고 공부를 덜 한 분들이 자꾸 낚이니까, 학문에 정통한 분들께서 자꾸 깨몽을 해주셔야겠습니다.

    위의 댓글에도 나오듯이, 서울 지하철공사에서 에너지보존법칙조차 모르고 망상적인 환풍구 풍력발전을 제안했다고 할 정도이니, 우리나라도 참 걱정스러운 수준인 것 같습니다.
  • 大望 2009/01/07 10:12 #

    결국 유사품을 조심해야 되는 거군요.^^
  • 2009/03/30 17:5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3/31 10:48 #

    유사과학, 유사종교 말고... 또 있습니까?
  • 한정호 2010/08/04 17:46 #

    유사의학도 있겠군요.

    각종 사이비의학들... 전통의학의 가면을 쓴 사이비들.... 한방.... 동종요법... 아로마치료.... 기타등등...
  • 초록불 2010/08/04 17:58 #

    이글루스에 계신 줄 몰랐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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