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제강점기라 부르는가? *..역........사..*



국사교과서에도 일본의 한반도 지배 기간을 가리키는 용어로 <일제강점기>라고 쓰고 있습니다. 이 용어는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역사에서 어떤 시기를 가리키는 용어는 용어 그 자체가 역사학자들에 의해서 "해석"된 것입니다. 가령 유명한 <중세>나 <르네상스>와 같은 용어도 당대에 불려졌던 용어가 아니라 후대의 해석에 의해 붙여진 용어입니다.

<일제강점기>라는 말을 그대로 서술형으로 바꾸어봅시다.

"일본제국이 강제 점령한 시기"라는 말이 됩니다. 물론 목적 대상은 우리나라입니다. 한반도라고 불러도 되고, 조선이라고 불러도 되고, 대한민국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또한 국가와 민족이 일치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민족이라고 불러도 됩니다. 이 부분에 이런 다양성이 인정되는 것은 해방과 거의 동시에 분단이 일어났기 때문이지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까지 한국사학계의 주류 인식은 일본의 한국 지배를 정당한 절차를 거친 합법적인 일로 보지 않습니다. 이것은 근현대사 교과서마다 한일합방은 불법이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것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역사 해석의 결과가 이 시기를 "일제강점기"라고 부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럼 이런 시기의 명칭은 당대 사람들의 인식과는 무관하게 그냥 후대에서 멋대로 해석해서 붙이는 것일까요? 이미 "멋대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렇게 했다면 그건 역사학이라고 부를 수 없는 유사역사학에 지나지 않겠죠.

당대의 사람들 역시 일본을 자신들의 "국가"로 여기지 않았는데, 이것은 시기에 따라 그 다소의 정도가 갈리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이야기하면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일제는 한국인을 일본인으로 동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과 강제적 행위를 동원했고, 그런 결과 어느 정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일본의 이등국민 정도로 생각하기 시작한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정도가 심한 인간들을 가리켜 매국노 친일파라고 부르죠. 그러나 대다수의 한국인은 일본인과 자신들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언젠가 독립을 하리라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보아 무방하겠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많은 단체들이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성향을 드러냈는데, 이때 애국이란 물론 그 통치를 인정 하지 않는 대일본제국에 대한 "애국"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일본의 지배가 식민지 지배라고는 해도 어쨌든 정당한 통치로 사고하는 사람들, 한걸음 더 나아가 일본의 지배가 한국인에게는 축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당시 한반도를 통치한 "국가"가 일본제국이기 때문에 "국國"이라는 글자만 보면 일본을 연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때 한반도를 점령(지배)한 국가와 한국인들이 준거집단으로 삼고 있던, 비록 건설되지는 않았으나 충성을 바치고자 한 국가(쉽게 말해서 자주독립국)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겠습니다만, 역사학을 잘 모르고 형식 논리에 사로잡히면 이런 이야기에 혼동을 느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역사에서 "사실"과 "해석"의 문제가 얼마나 밀접하고 분간하기 힘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사실"이 틀린 것이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사실은 "해석"이 다른 것입니다. 역사 인식이라는 것이 다르면, 하나의 사실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얼마나 다른 길을 갈 수 있는지도 우리는 이런 장면에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덧글

  • anaki-我行 2009/01/04 00:52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p.s 그분들이 오시겠군요...^^
  • 초록불 2009/01/04 01:00 #

    그 분들(?)한테 쓴 글이 아닙니다만...
  • 하리 2009/01/04 00:53 #

    초록불님도 이 떡밥에 걸리시다니...
  • 초록불 2009/01/04 01:00 #

    제 이야기는 짜장면이 좋아, 짬뽕이 좋아... 논쟁 중에 우동 무시하나효...와 같은 것이라서, 파닥파닥하고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 하늘이 2009/01/04 01:04 #

    초록불님/ 저는 그래도 짜장면이 좋습니다. ^^
  • 키시야스 2009/01/04 07:18 #

    라면 무시하나요? 전 라면이 젤로 좋음...!!!
  • 천지화랑 2009/01/04 09:02 #

    대방동 매운짬뽕 한 번 드셔보시길.[먼바다]
  • 슈타인호프 2009/01/04 01:02 #

    저는 라면이 좋습니다.
    (음?)
  • tore 2009/01/04 01:07 #

    저도요(!)
  • 초록불 2009/01/04 01:17 #

    라면에도 짜장라면과 짬뽕라면이 있습니다. 너구리도 있고요...
  • muse 2009/01/04 01:27 #

    저는 중국집 야끼우동! (이건 대구 사시는 분들 아니면 모를듯^^)
  • 위장효과 2009/01/05 15:18 #

    대구갔다가 먹어봤는데 괜찮던데요^^.
  • ghistory 2009/01/04 01:28 #

    1.

    그런데 저는 저 어휘가 당위로서의 식민지와 역사적 현실로서의 식민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문제를 낳지 않는가 합니다만.

    2.

    한국어로는 일제강점기라고 하는 학자들로 논문이나 책 영어 초록을 할 땐 어쩔 수 없이 'colonial period' 라고 하더군요. 1과 관련한 어색함이 드러난 게 아닐까 합니다.
  • 초록불 2009/01/04 01:37 #

    이런 부분에서 비교사적인 연구가 중요한데, 연구 자금을 주다가 중간에 끊어버렸다는 것을 강만길 교수 책에서 보았습니다. 입맛이 쓰더군요.

    확실히 그런 문제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고대사에서도 이른바 "한사군"을 무엇이라 부르는가에 대해서 말들이 좀 있는데, 이와 비슷합니다. 저는 김한규 선생님을 따라서 "동방변군"이라 부르고 있습니다만...

    이처럼 한국사에서의 용어 정의는 아직 넘어야할 산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현재까지 역사학계의 주류 인식에 의한 용어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했을 뿐이라는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ghistory 2009/01/04 01:41 #

    예, 글 쓰신 의도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선인출판사에서 책 2권하고 자료집 1권만 달랑 출간하고 끝난 것 말씀이군요.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를 끼고 신청을 했는데도 한국학술진흥재단에게 퇴짜를 맞았는데, 남아시아사(인디아)나 동남아시아사의 남한 사회에서의 입지가 얼마나 척박한지 보여주는 게 아닌가 했습니다.

    그거 연구비 연장 심사하는 게 교육관료들이 아니라 동료 학자들인데도 그런 반응이 나왔으니까요.
  • 比良坂初音 2009/01/04 02:01 #

    저는 막국수가 더 좋습니다(응?)
  • 아롱쿠스 2009/01/04 02:06 #

    나는 쫄면(읭?)

  • JOSH 2009/01/04 03:25 #

    > 그러나 대다수의 한국인은 일본인과 자신들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언젠가 독립을 하리라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보아 무방하겠습니다.

    이걸 부정하시는 분이 많죠.
    어린 민중들은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고 순순히 지배를 받았으며,
    일본을 지배자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꿈인지 소설인지...
  • 키시야스 2009/01/04 07:20 #

    하지만 지금 정부를 뽑고 여전히 복종하는 사람들도 많은걸 보면....아주 허구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ㅜㅜ
  • JOSH 2009/01/04 10:28 #

    뭐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너 괴뢰군 왔을 때 그냥 살았으니 괴뢰군 인정하고 협력한 거 잖아. Die! '
    하는 발상을 하는 거 겠죠...
  • 키시야스 2009/01/05 03:56 #

    하지만 불의에 대한 침묵은 불의에 동조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괴뢰에 침묵했다면, 미래에 불의에 침묵하지 않음을 가르쳐야 하는건 맞지만 그들을 죽여야 하느냐는 별개 문제니까요.
  • 어릿광대 2009/01/04 07:48 #

    전 짜장면하고 우동하고 라면은 안성탕면과 신라면이 좋습니다(도주)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 천지화랑 2009/01/04 09:02 #

    카, 칼국수는, 우리의 칼국수는![휘리릭~]
  • dunkbear 2009/01/04 09:40 #

    짜장면이 진리입니다. 탕수육도 좋지만... 라면은 당근 짜파게티!!!

    아무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catnip 2009/01/04 11:01 #

    하다하다 이젠 일제강점기란말도 태클걸지도 모르겠네요.( ..)
  • 초록불 2009/01/04 18:16 #

    그거야말로 태클을 걸 수 있는 말입니다. 시대구분이란 역사 해석의 가장 큰 틀임과 동시에 적극적인 역사해석이기 때문이죠...^^;;
  • MadEye 2009/01/04 11:14 #

    음, 이와 관련한 글을 저도 봤습니다. 역사학을 보면 정말 용어 정의가 어려운 경우가 너무 많더군요. 애국의 경우는 상해에서도 한인 단체 '애국부인회'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으로 봐서는 분명 초록불님 말씀처럼 준거집단이 일본은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어렵네요.
  • 2009/01/04 12:1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1/04 18:15 #

    이젠 그다지 그런 일은 안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겨도 어쩔 수 없긴 하겠지만요.
  • 헤노 2009/01/04 12:25 #

    언제나 재미있게 보는 초록불님 글이지만, 이제야 링크를 걸고 갑니다.
  • 초록불 2009/01/04 18:15 #

    고맙습니다. 종종 오십시요...^^
  • Esperos 2009/01/04 15:41 #

    대시국을 선포한 보천교가 '조선인 셋 중 하나는 보천교인'이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고, 보천교주 차경석이 천자가 되리란 소문은 상당히 넓게 유포되었지요. 특히 일제시대 한학 좀 한다는 사람들 치고 이와 관련된 도참서 한번 보지 않은 사람이 없어, 보천교인들이 포교할 때 그 내용을 적극 활용했다고 했으니, 당시 조선인들이 일제의 통치를 정말로 완전히 순순하게 받아들였다고 보기는 어렵지요.
  • 시엔 2009/01/04 15:59 #

    1920, 30년대 민족주의 우파 정치운동의 향방이 결국에는 '친일'이라 불리는 행위로 귀결되는 면에서 '애국애족'이 좌절되고 일본제국을 국가로 인정하는 측면이 조금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를 현실적인 정치운동의 한계로 여기느냐 마느냐가 친일 문제의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만,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차치하고서라도 민중을 '일상의 비정치성'이라는 문제를 정치적으로 치환시켜서 회색분자 내지는 친일파로 한꺼번에 재단하는 경우는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일제강점기에도 창경원 벚꽃놀이는 했을거고 김첨지는 인력거를 끌어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줬겠지만, 친일, 그리고 '강점'이란 문제를 사료에 매몰되어 그 이면을 살피지 못하는 측면이 종종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사학이 어려운 것이겠지만요.
    항상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댓글을 답니다. 초록불님의 글 언제나 잘 보고 있습니다.
  • 초록불 2009/01/04 18:11 #

    옳은 말씀입니다. 그래서 친일문제는 항상 난점이 많습니다.
  • rumic71 2009/01/04 16:22 #

    그런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독립' 이라는 말도 쓰기 어려운 게 되는 게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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