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chosun]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의 특별기고] 동방무례지국(東方無禮之國) [클릭]
처음엔 조선일보에 실린 건 줄 알았습니다만, 주간지에 실린 글이었군요. 어차리 조선닷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저 컬럼은 이이렇게 시작합니다.
중국 공자(孔子)의 7대손인 공빈(孔斌)이 약 2300년 전에 쓴 동이열전(東夷列傳)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그 내용이 소개되어 있군요.
먼 옛날부터 동쪽에 동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에 단군이라는 훌륭한 임금이 태어나니 아홉 개 부족이 그를 받들어 임금으로 모셨다. 일찍이 그 나라에 자부선인(紫府仙人)이라는 도통한 학자가 있었는데 중국의 황제(黃帝·중국의 시조)가 (그에게서) 글을 배우고 내황문(內皇文)을 받아 가지고 돌아와 염제(炎帝) 대신 임금이 되어 백성들에게 생활방법을 가르쳤다. 그 나라 사람인 순(舜)이 중국에 와서 요(堯)임금의 뒤를 이어 임금이 되어 백성들에게 윤리와 도덕을 가르쳤다.(중략)
가만! 2300년 전의 사서에 실린 단군이라고요? 이건 초초초 엄청난 발견입니다. 잘 알다시피 단군에 대한 문헌기록으로 가장 거슬러 올라가는 책이 고려 때 쓰인 <삼국유사>입니다. 그런데 2300년 전 물건이 있다고요?
뭐, 이쯤에서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 멋지게 낚이셨습니다. 저 물건은 1950년에 나온 <단기고사> 부록으로 실려있던 위서입니다. 아, 물론 송호수라는 유사역사가가 소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음 내용을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만 이런 증언이 있군요.

저 내용을 보면 갈데없는 위서라는 게 분명하죠? (환단고기가 위서임은 본 블로그에서 누누이 증명해온 바입니다.)
그래도 믿기지 않는 분들은 저 물건에 대해서 논파한 다음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홍사(鴻史)가 민족의 秘書라고? 그래 非書가 맞아 [클릭] 잊혀진미래 님의 포스팅에 링크
[질문합니다] 공빈이 쓴 동이열전이 허구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인지요? [클릭] - sbs 연개소문 게시판 중
이런 위서에 낚이셔서 이런 감상문을 남기신 김대중 고문...
중국 백성에게 생활방법과 윤리·도덕을 가르친 사람이 모두 우리의 조상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가 길을 양보하고 먹을 것을 나누며 남녀가 유별한, 이른바 깨친 민족이라는 지적에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같으면 태초에 우리 민족에게 생활과 윤리·도덕의 지혜를 가르친 사람이 외국인이었다는 것을 거리낌없이 지적할 수 있었을까 하는 자괴감도 든다.
뿌듯해 하실 일도 없고 자괴감 느낄 일...은 있겠네요. 대체 생각은 하시고 글을 쓰셔야죠.
지금 우리가 주변에서 겪는 상황에 비추어 보면 공빈의 글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쓴 황당한 칭찬이거나 사실을 잘못 알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지 않다면 그토록 훌륭했던 우리 조상의 덕목이 역사의 세파에 씻기면서 예의가 부족한 ‘다른 민족’을 만들어낸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렇죠. 그런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한 겁니다. 그 의문이 들었을 때, 이놈의 책이 뭔가, 하고 찾아보시지 그랬어요. 하긴 이 분만 낚였겠습니까? 그래서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낚인 언론이 이렇게 나오는군요.
[한국경제] [하중호의 청류탁류]군자는 하늘의 자손 [클릭] 2008.02.20
기원전 공빈(공자의 7대손)의 동이열전(東夷列傳)에 우리를 ‘군자의 나라’로 예찬하고 ‘할아버지 공자가 중국에 도(道)가 행해지지 않으니 군자의 나라인 동이에 가서 살고 싶어 했다’고 한 기록이 있다.
[제주일보] 춘하추동/동방예의지국 [클릭] 2004.09.06
2300여년 전 공자(孔子)의 7대 손 공빈(孔斌)이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서 쓴 ‘동이열전(東夷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그나마 두 군데 밖에 낚이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덧글
->이런이런, 환단고기 세계관/교리에 의하면 황제는 환웅 시대의 인물이 아닙니까? 그런데 단군이라니, 세계관부터가......
심지어 '동이가 세운 은은 서이인 주에게 부당하게 쿠데타로 멸망했으며, 그런 주를 따르자고 하는 공자는 역사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이다. 공자는 동이를 결집시켜 은을 부활시킬 생각을 가져야했다'란 소리까지 들어봤습니다. 와. 그저 할말이(...).
(처음에 환단고기란 말을 들었을 땐 소나 돼지의 어떤 특정한 부위를 가르키는 줄 알았지 말입니다 ㄱ- )
설마요. 그냥 비슷한 내용이었을 겁니다. 그냥 그렇게 믿어버리고 싶습니다...ㅠ.ㅠ
하나가 바로 '한국 기원설'이죠. "한국 사람들은 공자도, 예수도, 부처도 모두 한국
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한다."고 몰아세우는 것입니다. 이제는 지겨운 레퍼토리인데,
이 혐한론이 결국에는...
"한국 사람은 모든 걸 자기 것이라고 우긴다" => "한국에서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모두 엉터리다" => "따라서 독도도 한국 땅이 아니다" "고구려 역사도 한국사
가 아니다."
라는 식으로 흘러가더군요. 저 낚이신 분들은, 죄송하지만, 알게 모르게 그런 혐한
론자들의 억지에 힘을 보태주고 계신 듯합니다. OTL
PS) 요즘 이글루 블로그에서 논란이 되는 '헤타리아'라는 일본의 웹 코믹에도 한국
을 의인화한 캐릭터가 나오는데, 그 캐릭터가 잘 하는 짓이 바로 '모든 것은 한국이
기원이다'라고 우겨대는 것이죠. 이거 혐한론에서는 굉장히 널리 퍼진 듯합니다.
'맹꽁이 서당'의 윤승운 화백이 환빠的 내용으로 도배질해 내놓은 '만화 삼국유사' 를 접했던 다음으로 두번째로 만난 엄청난 쇼크였으니까요. 웬만해서는 환빠들 헛소리에 귀도 쫑긋하지 않는 저입니다만, 이건 좀 아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