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0년대 대정부 투쟁을 하던 학생들에게 종종 하던 말들이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까라!"
2.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 비판하면 종종 하는 소리들이 있다.
"노무현 때도 깠냐?"
3.
남한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역시 그런 말이 나온다.
"북한 인권에 대해선 왜 언급하지 않느냐?"
4.
유사역사학을 비판하면 듣는 소리가 있다.
"식민사관은 왜 안 까냐?"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비판해라!"
"중국의 동북공정은 왜 언급하지 않느냐?"
5.
이런 일은 상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사안을 비판하면 이런 말 하는 사람도 꽤나 많다.
"대안 없는 비판은 하지 마라."
6.
불법복제를 비판하는 사람에게는 꼭 이런 말이 붙는다.
"넌 모두 정품을 쓰냐?"
7.
결론은 간단하다.
누군가의 비판한 것에 대해서 직접 거론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끌고 와서 비판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은 물타기다. A를 비판하기 위해 왜 B, C, D를 언급해야만 하는가? 뿐만 아니라 B, C, D를 언급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왜 애초에 A를 비판하지 않았던가? 누군가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동일 범주의 것을 모두 비판해야 비판할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그런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객관"이 아니다. "침묵"이다. 자기 눈과 귀에 거슬리는 것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이런 것을 가리켜 물타기라 부른다.
덧글
너그러운 마음으로 무시를 하는 것만이...
비판에 대안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 비판으로
인해 대안이 실제로 필요하게 된 때라고 봅니다.
특히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대안을 의무시하면 폐해가 큽니다. 밀리터리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이는 예인데 (물론 스스로 공부 안하면서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문지식이 없이 대안 제시나 주장을 했다가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는 식의 폭언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게 쌓이다 보면 결국 해당 커뮤니티가 한정된 회원층으로 고립되고 결국 다양한 의사소통의 부족은 물론 더 많은 회원을 유치해서 밀리터리 분야에 대한 관심 촉발을 저해하는 문제를 발생시키죠.
밀리터리 분야의 경우 다른 분야처럼 특정 교과서나 지침서 혹은 쉽게 풀이해주는 전문 사이트가 없어서 독학을 해야 하는데 생계도 아니고 취미에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쉽지 않죠. 그나마 제공되는 지식들도 부정확하거나 카더라가 많으니 그걸 솎아내는 것은 초보자로서는 더더욱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렇게 장벽이 높은데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 소리 한번 들으면 다시 오고 싶어지지 않은게 사람 심정이겠죠.
현재 제가 다니는 유용언의 군사세계도 그런 이유를 포함한 몇가지 문제로 히트수는 많지만 정작 의견교환이나 발제는 예전보다 크게 줄어들어서 많은 방문자들을 맞는 사이트다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안없는 비판이라고 바로 위에 언급하신 '그러니까 어쩌라고?'로 죽여버리면 두번 다시 그 비판을 한 제공자는 말도 못하고 분만 삭이고 있게 되죠. 물론 대안제시를 위해 노력해야할 지 몰라도 그런 대안제시를 위해서는 다른 의견도 읽고 토론도 해야 합니다. 그러러면 대안없는 비판으로 시작하더라도 나서서 발언하고 소통을 해야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엔님 // 그 말씀은 맞다고 봅니다. 다만 대안이 실제로 필요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다면 그만한 책임을 지고 대안을 제시하도록 애쓰는 자세는 필요하지 않나 봅니다.
상대방에게 비판을 통해서 반강제적으로 대안을 찾아서 변화하도록 만들었다면 그 비판을 한만큼의 대안의 제시를 할 의무는 있다고 보거든요. 단순히 비판만으로 당사자들이 실제 아무런 변화 없이 끝나면 문제가 안되지만 당사자들 중 한쪽이 그런 비판으로 자의와 무관하게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면 그 비판을 제기한 쪽도 의무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고 보거든요.
개인적인 생각이라서 제가 맞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요. ^^
제 생각은 1) 비판에 꼭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 하지만 비판으로 인해 상대방이 실제로 변화를 해야하거나 강제적
으로 변화를 요구 당한다면 비판한 당사자도 그 변화를 유발한 부분적인
책임이 있으니 대안을 제시할 최소한의 의무는 있는게 아닌가 본다...
이 정도가 아닐까 봅니다.
2)는 제가 봐도 약간은 억지가 아닌가 합니다만... 뉴스에도 가끔 오르는
어느 이슈를 보고 필요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집어넣은 것입니다.
그 이슈가 뭔지는 밝히고 싶지 않네요. 거대한 떡밥이라서 자칫하면 이
게시물이 엉망이 될 것 같아서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이런 논리를 내세우는 주변 몇몇에게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용어가 참 알기 쉬워서 좋습니다 ㅎ
가장 중요한 건 A가 B를 역으로 까봐야 A의 잘못은 절대 덮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후다닥~)
'주가 500간다'는 넘을 잡아들였을 때 '주가 3000은 왜 안잡냐'도 물타기가 되지요...
또다른 물타기 말로는 '부정적으로 보면 부정적으로 밖에 안 보인다. 긍정적으로 보라' 정도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