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 알랭 드 보통 *..문........화..*



불안 - 10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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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장터에서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본 행인이 물었다. "그렇게 욕을 듣고도 괜찮습니까?" 소크라테스는 대답했다. "안 괜찮으면? 당나귀가 나를 걷어찼다고 내가 화를 내야 옳겠소?" (p 156)

누군가에게 욕을 먹을 때, 일단 살펴야 하는 것은 그 욕이 "진짜"인가, 라는 점이다. 즉 자기 자신이 욕 먹을 짓을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살핌은 물론 그리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다. 욕을 먹은 당사자는 거의 즉각적으로 그 모욕이 올바른 것인지,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 수 있게 마련이다.

이 경우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그 모욕에 신경을 쓰지 않음이 마땅하다. 그것은 칭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렇게 말했단다.

"칭찬을 받으면 더 나아지는가? 에메랄드가 칭찬을 받지 못한다고 더 나빠진다더냐? 금, 상아, 작은 꽃 한 송이는 어떤가?" (p 158)

또한 그는 이런 말도 남겼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경멸하는가? 경멸하라고 해라. 나는 경멸을 받을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할 뿐이다." (p 158)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결핍이 불안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지위와 부와 권력을 탐하는 것 역시 사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이라는 것이며, 이것에 대한 갈망으로(또는 그것을 잃어버릴까봐) 우리는 불안해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보통은 애덤 스미스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이 세상에서 힘들게 노력을 하고 부산을 떠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탐욕과 야망을 품고, 부를 추구하고, 권력과 명성을 얻으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중략) 다른 사람들이 주목을 하고, 관심을 쏟고, 공감어린 표정으로 사근사근하게 맞장구를 치면서 알은체를 해주는 것이 우리가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자가 자신의 부를 즐거워하는 것은 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상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가난을 부끄러워한다. 가난 때문에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p 18)

저 말을 블로거에게 맞게 고쳐본다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글루스에서 힘들게 노력을 하고 포스팅을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탐구와 조사를 품고, 지식을 추구하고, 댓글과 트랙백을 얻으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중략) 다른 블로거들이 주목을 하고, 관심을 쏟고, 공감어린 표정으로 사근사근하게 맞장구를 치면서 알은체를 해주는 것이 우리가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파워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를 즐거워하는 것은 포스팅을 통해 자연스럽게 넷상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마이너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를 감추려한다. 빈약한 포스팅으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보통의 다음 이야기도 블로거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적절하다. (괄호 안은 내가 넣은 말이다.)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무플)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남의 관심(공감 댓글) 때문에 기운이 나고 무시(악플 또는 무플) 때문에 상처를 받는 자신을 보면,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어디 있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p 22)

이렇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보통은 속물(snob)이라고 부른다.

속물은 독립적 판단을 할 능력이 없는데다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갈망한다. (p 33)

이렇게 남의 의견을 갈망할 뿐만 아니라 속물 근성은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오만 뒤에는 공포가 숨어 있다. 괴로운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만이 남에게 당신은 나를 상대할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느낌을 심어주려고 기를 쓴다. (p 35)

그러나 진정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칭찬이라는 후광 없이도 사랑받을만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고수할 수 있다." (p 159)

누군가에게 욕을 먹고 비난을 받고 우리는 불안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말이 쉽지, 거기에서 이성의 힘을 빌려 저것은 거짓말이니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올바르니까라고 말하기는 진실로 쉽지 않다. 나만 옳으면 되지, 라는 충고를 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십중팔구,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다. 그것을 감수하려다보면 교제의 범위가 줄어든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단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만날 일이 줄어들수록 더 낫게 살 수 있다." (p 167)

천박한 것들과 어울리느니 고독을 즐기겠다는 것. 쇼펜하우어는 칭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인다.

"만일 청중이 한두 사람만 빼고는 모두 귀머거리라면 그들의 우렁찬 박수 소리를 받는다 해서 연주가가 기분이 좋을까?" (p 166)

<얼음나무 숲>의 한 대목이 생각나는 경구다. 누구나 다 저 염세주의자 철학자처럼 살 수는 없다. 보통의 책에서 본 것은 아니지만, 어느 심리학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불평하지 말고 항의해라.

나에 대한 몰이해, 비난, 근거없는 모욕에 대해서는 숨거나, 화를 내거나, 불평하거나 할 일이 아니다. 항의하는 것이 옳다. 물론 옳다고 다 그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포스팅을 하고 있는 나 자신 역시 때로는 상대를 무시해버린다. 소크라테스처럼. 나는 어떤 경우 그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왜 자꾸 삶이 불안하게 느껴질까, 라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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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불의 잡학다식 : 올해 산 책 얼마나 읽었나 2009-04-06 16:5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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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tore 2009/01/28 12:29 #

    마이너 블로거. 무시(무플), 공감(댓글)... 초록불님의 비유덕분에 읽고싶은 욕망이 대폭 상승해버렸습니다!만은... 방금전 세뱃돈을 전부 책 지름에 소비함으로써 나중으로 미뤄둬야 하겠네요;
  • 초록불 2009/01/28 13:26 #

    저도 오늘 주문한 책들이 대거 도착했습니다. 신년부터 책 사태입니다...^^
  • 耿君 2009/01/28 12:32 #

    전 속물이에요 ㅠㅠ
  • 초록불 2009/01/28 13:26 #

    어허...
  • 르-미르 2009/01/28 12:34 #

    한 번 읽고 싶어지는 책이군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 초록불 2009/01/28 13:27 #

    읽어보셔도 후회하지 않을 책이라 생각합니다.
  • 시엔 2009/01/28 12:42 #

    행복하게 살기란 이래저래 어려운 것 같습니다 ^^;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초록불 2009/01/28 13:27 #

    고맙습니다.
  • 하지은 2009/01/28 12:56 #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쿡쿡 찌르네요.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 초록불 2009/01/28 13:27 #

    작가들은 한번씩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예술> 항목도 재미있습니다.
  • 야스페르츠 2009/01/28 13:18 #

    인간이 평판에 신경을 쓰는 것 자체가 유전자의 명령 때문이니 불안에 빠지는 것 또한 그렇겠지요. 흠...
  • 초록불 2009/01/28 13:28 #

    원시적 충동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죠.
  • 滿月 2009/01/28 13:49 #

    좋은 책 추천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역사 관련 책은 어떤 책으로 시작 하는게 좋을까요?
    이글루 들어와서 눈팅하다 보니 환단고기란게 뭔지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쓴 사람의 성향이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약간 비틀린 것도 있는것 같기에 여쭤봅니다. 이이화씨가 쓴 한길사 판을 볼려고 하는데 이 책 괜찮은지 묻고 싶네요. 그리고 초보자가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역사서 추천 부탁드립니다.
  • 초록불 2009/01/28 13:51 #

    초보자가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이이화 선생 책도 괜찮습니다. 저는 대개 <아! 그렇구나> 시리즈를 권해드립니다. 초보자라고 말씀하셔도 사실은 다 수준 차이들이 있어서 댓글만 보고는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정말 초보라고 생각하시면 제 <역사 속으로 숑숑>도 괜찮습니다...^^
  • leopord 2009/01/28 14:48 #

    알랭 드 보통의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 생각나는군요.:) 좀 다른 얘기지만 보통 아저씨도 머리카락 지못미ㅠ_ㅠ;;;
  • 액시움 2009/01/28 15:02 #

    책 전체에서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느껴지는 게 ㄷㄷㄷ
  • 초록불 2009/01/28 18:24 #

    재미있습니다.
  • Moonseer 2009/01/28 16:11 #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
  • 초록불 2009/01/28 18:24 #

    고맙습니다.
  • 진성당거사 2009/01/28 17:07 #

    저도 속물이에요........;;;;;
  • 초록불 2009/01/28 18:23 #

    어허... (2)
  • muse 2009/01/28 18:21 #

    저는 인간이 속물이라는 사실이 욕설과 비난의 대상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
  • 초록불 2009/01/28 18:22 #

    그것은 속물의 정의에 따른 문제지요. 인문학에서는 단어만 같다고 같은 단어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 muse 2009/01/28 18:41 #

    초록불//과연, 정의의 문제군요. 인문학은 신기해요 @@
  • Gilipolla 2009/01/29 11:20 #

    항상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리플 다는건 처음인듯 싶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초록불 2009/01/29 11:23 #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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