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만........상..*

1.
반말짓거리하는 초딩 하나 댓글 정지.
나와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건 뻔히 알겠으니 네 이야기를 내가 들어줄 필요도 없다.

2.
세상 일에는 늘 복잡하고 미묘한 것들이 있다. 일일이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
깜깜한 시대의 글쓰기.

4.
일제강점기 때, 많은 문인들이 변절했다. 우리는 이광수, 김동인, 서정주, 모윤숙, 노천명의 이름을 주워섬긴다.
변절하지 않은 작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협력과 저항>에서 김재용은 이렇게 저항 문인을 분류했다.

- 절필과 은거로 침묵한 문인
- 우회적 글쓰기로 저항한 문인
- 망명한 문인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의 청록파 3인이 붓을 꺾었다. 이태준, 김기림, 황순원, 김동리가 글을 쓰지 않았다. 서정주의 친구였던 오장환도 절필했고 해방 후에도 서정주와 만나지 않았다. 이들도 먹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지조를 지켰다. 어려운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정지용.

정지용은 이런 시를 썼다. 친일시냐, 아니냐 논란이 있다.

異 土 (1941.2)

낳아자란 곳 어디거나
묻힐데를 밀어나가자

꿈에서처럼 그립다 하랴
따로짖힌 고양이 미신이리

제비도 설산을 넘고
적도직하에 병선이 이랑을 갈제

피였다 꽃처럼 지고보면
물에도 무덤은 선다

탄환 찔리고 화약 싸아한
충성과 피로 곻아진 흙에

싸홈은 이겨야만 법이요
시를 뿌림은 오랜 믿음이라

기러기 한형제 높이줄을 마추고
햇살에 일곱식구 호미날을 세우자


시를 쓰고 돌아와 말했다고 한다. 이제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그리고 쓰지 않았다. 누가 정지용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한설야와 김사량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일본제국주의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김사량은 아쿠다가와 상 수상자다. 일본어에 능통한 작가였다. 그는 일본어로 글을 쓰지 못한다 말할 수 없었다. 만일 그가 세번째 방법, 망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의 진의는 지금도 논란에 휩싸였을지 모른다. 한설야도 단파라디오로 연합군 방송을 듣다가 체포되어 옥중에서 해방을 맞았다.

김사량은 망명에 성공했지만, 이육사는 성공하지 못했다. 누군가 윤동주에 대해서 물을 것 같다. 윤동주는 데뷔한 문인이 아니었다. 아, 또 누군가는 윤동주가 창씨개명했다고 돌을 던질 것 같다. 그 돌 내려놓아라. 친일은 그런 식으로 가르는 게 아니다.

협력과 저항 - 10점
김재용 지음/소명출판


5.
정말 글 잘 쓰는 작가들 몇을 만났다. 이른바 등단을 거친 작가들이다. 우연히 글틴 합평회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나로서는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다.

이 작가들 - 프로 작가들이 합평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 무서운 인간들. 합평이란 한 작가의 글을 여러 작가가 나눠 읽고 "까는" 거다. 이거 해보면 알지만 살벌한 놀음이다.

장르작가 중에는 편집부의 비평을 듣는 것도 고까워하는 작가들이 제법 많다. 자기 글에 토를 다는 걸 자기를 무시하는 것과 동일시한다. 그러니 글이 늘지 않는 거다. 내가 만나본 작가들을 보면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일수록 비평에 귀를 기울인다.

단편 쓸 기회가 거의 없는 장르작가들이 합평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겠다.

- OOO님 8권 234쪽에 세번째 문단 말이죠... (으악!)

6.
하지만 나는 그룹 짓는 걸 잘 할 줄 모르고 그러니 계속 혼자 가리라 생각한다. 다행히 주변에 흉금을 털어놓을 사람들이 있으니 외롭지는 않다. <저스티스>에 그런 말이 나온다. (대체로 그렇듯이 정확하지는 않다. 이 만화책은 다른 이에게 선물해서 내 손에 없다.)

- 저들은 뭉치지 못 해! 그래서 악당인 거야.

내가 아웃사이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뭉치고 싶지는 않다. 혼자로서 연대하고 싶을 뿐이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다.

- 넌 네게 상관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생겨도 참견하지 않는 성격이야.

맞다. 나는 그런 성격이다. 누군가 물을지 모르겠다. 유사역사학에는 왜 자꾸 참견하냐고. 뻔한 이야기다. 그건 내게 상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내게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7.
내게 소중한 사람들은 귀찮음을 마다하지 않고 버튼을 눌러준 사람들이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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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naki-我行 2009/02/07 01:21 # 답글

    4번은 정말 친일파 사전 등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 같습니다..-_-...
  • 초록불 2009/02/07 01:25 #

    일전에 민족대표 33인 중 변절자는 3명뿐이라는 내용의 포스팅을 했을 때, 33인이 대부분 변절한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분들이 많았죠. 정말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워할 사람들만 찾고 있지요. 서글픈 이야기입니다.
  • AprilChild 2009/02/07 01:40 # 답글

    사람들은 너무나 다른사람에게 간섭하길 좋아하나봐요. 왜 제가 살아가는 모습이 그들에게 그렇게 못마땅한지 모르겠어요...
  • 초록불 2009/02/07 10:44 #

    그게 다 애정이 있어서라고 생각하는 것도 좀 필요해.
  • 커맨더 2009/02/07 01:44 # 답글

    하..합평. 저야 뭐 하찮은 휴지조각이나 쓰는 일개 키워에 불과하니 저런 기회는 가져보지도 못할 것 같네요.

    그나저나 저도 33인이 대부분 변절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상식의 부족함을 또 한번 느낍니다.
  • 초록불 2009/02/07 02:38 #

    긍정적 가치는 이런 데서나 찾아야죠.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 rumic71 2009/02/07 03:15 # 답글

    대학시절에 인민재판 수준의 합평을 매일 해보았죠. 물론 저는 프로작가가 아닙니다만.
  • 초록불 2009/02/07 10:44 #

    습작 시절의 강도 높은 비평은 뼈가 되고 살이 되죠...^^
  • 2009/02/07 04:3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2/07 10:43 #

    저도 차마 더 이상 이야기는... 생각만 해도 (뿌드득)
  • dunkbear 2009/02/07 08:21 # 답글

    뭉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다가도 술자리에는 반드시 뭉치는 분들이 계시죠...

    혹시 초록불님도?? ㅎㅎㅎ
  • 초록불 2009/02/07 10:43 #

    그건 생활이죠...^^
  • 이준님 2009/02/07 08:23 # 답글

    1. 작가 이모씨의 말에 의하면 인민재판 수준의 합평끝에 진로 소주병으로 머리를 맞는 일도 가끔은 있었다고 합니다.

    2. 이태준이나 황순원은 그래도 "동화"수준의 글이나 신변잡기식의 글은 쓰지 않았나요? "노새"나 "토끼"같은 작품도 1941년이나 1942년 정도의 작품으로 압니다. 우리가 "어린이들이 잘 읽을수 "있는 황순원 선생의 작품이 이즈음에 나온걸로 압니다만

    3. 김사량은 나중에 한국전쟁때 "실종"되는 바람에 남한 문단에서 거의 잊혀졌지요 -_- 납북이나 이런것도 아니고 무려 북한종군작가단으로 종군하다가 후퇴기에 낙오했다는 -_-;;이 사람이 종군 작가단에 있을때 쓴 글은 가히 쓰레기급이고

    ps: 상허 이태준 선생이 일제 연간이나 해방 전후에 쓴 자전적 작품들을 보면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옵니다. "해방 전후" 같은 경우는 "투쟁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욕을 먹었다는데 제가 봐서는 당대 "변절하지 않고 살아가는 작가"의 고민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지요. "아아. 일제에 투쟁하는 나는야 독립투사 모윤숙"류의 글보다는 낫습니다.
  • 초록불 2009/02/07 10:41 #

    1941년이 분수령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황순원 선생은 당시에 쓴 작품들을 모아놓았다가 해방 후에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도 딱히 공부한 바는 아니어서 말씀하신 내용을 잘 알지는 못하겠습니다. 차차 알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해방 후의 행적으로 말하자면 한설야도 저~언혀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그것은 김동리도 마찬가지고... 일제강점기의 저항이라는 측면은 그것으로 따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 DOSKHARAAS 2009/02/07 10:22 # 답글

    프로작가분들이 합평을? 괭장히 강인한 영혼을 가지신 분들이시군요.. 전 감히 다른 분 글을 평할 수 없어 제 글을 보여드리기도 힘들어 하는데...
  • 초록불 2009/02/07 10:42 #

    글쟁이 생활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비평을 받지 않으면 글이 진보하지 않는다는 거죠. 일전에도 포스팅한 바 있지만, 그것을 견딜 수 있는 기질 - 즉 자뻑 기질이 작가에게 필수인 이유가 그겁니다.
  • DOSKHARAAS 2009/02/07 11:01 #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헤밍웨이가 사랑하는 것을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는 구절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진짜 자뻑은 비평을 수용해 발전하려는 것이겠지요. 정진하겠습니다.
  • 초록불 2009/02/07 11:05 #

    정확한 말씀입니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만이 올곧이 비평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이야기로 여기에도 길게 쓰기 시작하면 책 한 권이 되는 이야기가 남아있지만, 그런 것은 위 2번에 적은 이유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 DOSKHARAAS 2009/02/07 11:16 #

    '의미는 상황 속에 들어 있어 언어 만으로는 아무 의미도 전달할 수 없다. 언어를 통해 각 개인의 경험을 불러와 이를 통해 언어의 임장감(=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부처가 되지 않으면 경전의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언어를 이해할 수 있어도 그런 경험이나 기억이 없거나 그런 수준이 안되면 이해를 못한다는군요. 그러니 초록불 님께서 설명하지 않으시는 것은 당연 하지요. 브라만이 석가모니더러 그냥 설명 말어, 했던 것 처럼요 ^^

    여담이지만 저의 아버지는 군인인데 항상 "참모들이 내 말 못 알아 먹는 것도 짜증나는데, 부처님이나 예수님은 얼마나 깝갑하셨을까?" 라는 말을 입버릇 처럼 하신답니다.



  • leopord 2009/02/07 12:08 # 답글

    5번의 경우, 자기 글에 토다는 거 싫어하는 건 결국 열등감의 소치일 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합평이 무서워서일수도 있겠지만...-_-;;
  • 초록불 2009/02/07 12:12 #

    사실은 좀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자기 글에 토가 달리면 "일단" 기분이 좋지 않은 법입니다. 포스팅에 반대 의견만 붙어도 "일단" 기분이 나쁜 것과 비슷하죠. 문제는 말해주는 상대에 대한 애정과 신뢰입니다. 그리고 받아들이고자 하는데는 상대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죠. 이런 게 형성되지 않은 관계에서는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leopord 2009/02/07 12:34 #

    단문으로 이야기를 전하다보니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어보였던가 봅니다. 자기자신에게 당당한 사람이라면 어떤 비판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고, 또 비판하는 상대방은 논리의 냉철함과 동시에 당사자에 대한 예의를 겸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게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일테지요. 장르작가 분들의 글이 늘지 않는 이유를 지적한 부분에 공감이 갔습니다.
  • 초록불 2009/02/07 12:43 #

    아니, 예의가 없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에고고)

    그냥 제 설명이 워낙 짧았기에 그냥 몇 마디 더 붙인 것 뿐입니다. 이렇게 하면서 저도 제 생각을 좀 더 정리하는 것이지요.
  • leopord 2009/02/07 14:47 #

    ㅎㅎ 저도 큰 뜻으로 얘기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죠^^; 말씀 알겠습니다.
  • 진성당거사 2009/02/07 14:34 # 답글

    매일매일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글, 잘 읽고 갑니다....
  • 회색인간 2009/02/07 14:40 # 답글

    협력과 저항은 정말 잘 읽었습니다...수...수업때문만은 아니라고요....(저자가 저희 학교 교수님.....ㅠㅠ)
  • 초록불 2009/02/07 14:43 #

    아, 그렇습니까? 이 책에 보면 일제강점기에 협력한 문인보다 저항한 문인이 더 많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실질적인 데이터는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매우 궁금한 부분인데, 혹시 뭣 좀 들으신 게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굽신굽신)
  • 회색인간 2009/02/07 20:02 #

    나도 졸업한지 꽤 돼서 기억은 가물가물한데.....토론을 통해 이야기가 나오는 형식이었죠....완전 저거 학교 교재로 쓸려고 출판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아무튼 실력은 알아주는 교수님.....

    지금 기억나는 건 "입닥치는 것도 저항인 시절이 있었다."란 농담.....
  • 초록불 2009/02/07 20:06 #

    아, 그러시군요. 나중에 논문 검색이나 해야겠습니다...^^
  • 질럿 2009/02/07 17:22 # 답글

    당시 상황에서 친일을 택한 이들을 덮어놓고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일단, 저항한 분들의 근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언제나처럼 좋은 포스팅에 감사드립니다.
  • 초록불 2009/02/07 17:25 #

    고맙습니다.
  • 뚱띠이 2009/02/07 21:40 # 답글

    합평이라....저런 것을 해줄 분들도 없고 당할 자신도 없어서인지...요즘은 글도 잘 안써지고 점점 힘들어집니다...
  • savoury 2009/02/08 16:10 # 답글

    대학 때 문학동아리에서 2주에 한 번 정도 합평을 했었습니다. 안 좋은 평이라도 들은 날이면 눈물을 찔끔 나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때가 참 행복했던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제가 합평 때마다 제일 많이 들은 평은 "허세가 심하다"는 평과 "대강 써놓으면 남들이 알아서 의미를 부여해 주겠거니 믿고 있는 것 같다"는 평이었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얼굴이 달아오르면서도 계속 그랬었어요. 돌이켜보면 그 때 자신감이 많이 상실된 시기였던지라 그랬던 것 같아요.
  • 초록불 2009/02/08 19:44 #

    대강 써놓으면 남들이 알아서 의미를 부여해 주겠거니 믿고 있는 것 같다 - 합평의 주된 대사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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