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닌텐도에 대한 포스팅을 보았을 때 이 이야기를 정리해 놓고 싶었다.
1981년 목수가 고릴라에게 납치 당한 여자 친구를 구하기 위해 건물을 올라가는 게임이 세상에 나왔다. 동키콩(Donkey Kong)이라는 이름의 게임이었다. 고집 센 고릴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게임은 파산 직전의 닌텐도 아메리카를 돈방석 위에 앉혀 놓았다.

이 게임이 대박 히트를 치고 있을 때 타이거 일렉트로닉스 토이스라는 회사의 리스먼(O. R. Rissman) 사장은 동키콩과 유사한 어떤 창작물을 떠올렸다.
바로 유니버설 영화사의 [킹콩]이었다. 생각해보라.
납치된 여자를 데리고 빌딩 위로 올라가는 거인 고릴라. 바로 킹콩이다. 리스먼 사장은 바로 유니버설 사에 킹콩의 비디오 게임 및 휴대용 게임기 라이선스 구매를 요청했다. 유니버설 사는 아무 생각 없이 1981년 9월 라이센스를 내주었다.
이 무렵 동키콩은 콜레코라는 비디오 게임 회사에 라이센스를 주고 있었다. 유니버설 사는 이 사실을 알고는 두 회사, 즉 닌텐도와 콜레코 모두에게 동키콩의 판매 중단과 재고 파기, 그리고 그 동안의 수익에 대해서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콜레코는 즉시 굴복했다. 대자본을 가진 유니버설과 싸울 수는 없었다. 유니버설 사에 로얄티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유니버설은 콜레코와 계약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라이선스를 내주었던 타이거 사도 협박했다. 계약을 철회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닌텐도는 이때 유니버설과 싸우기로 결정한다.
1982년 6월 29일 유니버설은 닌텐도에 소송을 제기했다. 동키콩의 라이센스를 사간 기업들에게도 모두 협박을 해서 계약을 파기하도록 유도했다. 닌텐도 아메리카를 고사시키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정에서 문제는 이상하게 풀려나갔다.
닌텐도는 킹콩의 저작권이 소멸된 것을 증명해서 재판에서 이겼다. 그것은 이렇게 된 일이었다.
본래 킹콩은 메리언 쿠퍼라는 사람의 원작으로 그 상속인이 RKO 픽처스와 계약을 해서 1933년 영화가 상영되었다. 유니버설은 이 영화의 리메이크 판을 만들기로 했는데, 원작료를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1975년에 소송을 제기했었다. 1933년에 제작되고 40여년이 지났으므로 저작권이 소멸되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 재판에서 유니버설이 이김으로써 킹콩의 저작권은 소멸된 상태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유니버설은 1976년 새로운 킹콩 영화를 만들어서 상영했던 것이다.
자신들이 없애버린 저작권을 가지고 닌텐도와 다른 기업들을 협박한 것이라는 사실이 백일 하에 드러났다. 재판을 담당했던 스위트 판사는 유니버설을 무섭게 질책했다.
"유니버설은 RKO 재판의 결과로 원작이든 리메이크든 킹콩의 시각적 외양에 대한 권리가 없음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자 '막강한' 유니버설에 대적할 능력이 없거나 대적할 의도가 없는 기업들로부터 라이센스 계약을 우려낼 요량으로 어처구니없는 소유권을 주장했다."
스위트 판사는 얄팍한 상술로 동키콩을 카피했던 타이거 사에게도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유니버설은 자신들이 협박했던 회사들로부터 일제히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야 했다.
닌텐도는 1985년 유니버설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고 180만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받아냈다.
이 소송을 통해 닌텐도라는 이름은 미국 시장에 동키콩과 함께 확실히 각인되었다. 그것이 손해배상액보다 더 큰 성과였을 것이다. 그 덕분에 1982년 연말의 아타리 쇼크를 이기고 닌텐도가 패미콤으로 살아난 것일지도...
콜레코 사는 아타리 쇼크 이후에 게임기 산업에서 물러나 양배추 인형을 만들었다.

[사족 1]
이 내용의 대부분은 [게임의 시대]를 보고 정리한 것임. 이런 재밌는 책이 절판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사족2]
가카가 닌텐도 게임기 만들어보란 말에, 불법복제나 막아달라고 화답한 닌텐도.
갑자기 언론에서 A/S가 거지같다고 두들겨 맞고 있더군... 참 내 애들도 아니고...
덧글
하하... 이명박이 면장수준이니 그 아래까지 죽 수준이 유치해지는군요 ㅜㅜ
여하튼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럼 저 동키콩에서 확장된 게 슈퍼마리오인가요?(둘다 캐릭이 비슷)
사족으로, 슈퍼 마리오...영화판에서 마리오역을 맡았던 게 밥 호스킨스였지요^^.
http://cfs.tistory.com/attach/5716/1400942324.jpg
타이토의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카피한, 닌텐도의 초기작입니다.
이때 저작권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자 당시 사장 야마우치씨가 '화투나 카드 등의 놀이 방법에 특허가 없는 것처럼, 유희라는 것에 원래 특허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했었죠.
그런데 야마우치씨의 이 발언은 이후 NHK의 다큐멘터리 '신 전자입국(新電子立國)'에서, 닌텐도의 히트 게임 '동키 콩(Donkey Kong)'의 카피품에 대해 닌텐도 측에서 저작권을 들먹이며 규탄하는 발언과 함께 대비되며 방송되게 됩니다. 아이러니컬하지요.
근데 이 책을 구입하려다가 그날 예약해뒀던 기차를 놓치는 뼈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시간은 충분했는데 서점 직원이 일을 영 엉성하게 하면서 사람을 놓아주지 않는 바람에... -_-
콘솔전쟁등에서 봐둔 약간의 상식(?)덕분인지
한국게임계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