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나는 이야기 *..만........상..*



어느 교수가 있었다.

다른 직업이라면 모르겠지만 교수,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니 이건 좀 곤란하다 싶어서 글을 쓸 때마다 지적질을 했다.
블로그도 아니고 일반 게시판인 관계로 비밀글로 달아줄 수는 없었다.

어느날 만났는데 화를 낸다.

그렇게 내가 지적하면 자기 권위가 무너진다는 것. 전문적인 내용을 쓰는 것도 아니고 편하게 글을 쓰는 게시판에서 뭘 그리 빡빡하게 맞춤법을 따지느냐. 자기는 외국에서 공부하느라 한글 공부를 제대로 못해서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중요한 건 자기가 가르치는 지식이지, 한글 맞춤법이 아니라고.

그래서 이후로는 "연애인"이라고 쓰건 "됬다"라고 쓰건 "않했다"라고 쓰건 "어의"가 있거나 말거나 "웬지"건 "왠일이니"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물론 "막냇동생[망내똥생]"처럼 병맛나는 사이시옷 규정이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기도 한다...-_-;;)

출판 일을 하다보면, 사실 크게 느끼는 일 중 하나가 교수를 비롯한 박사 군에 기초적인 맞춤법을 모르는 사람을 비롯, 우리말의 구조도 잘 모르는, 즉 주술관계가 호응이 되지 않는 글을 써오는 사람들이 넘쳐 흐른다는 사실이다.

대학 시절 한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글을 쓰고 그것을 영어로 번역할 수 있다면 제대로 된 문장이고, 영어로 번역이 안 된다면 잘못 쓴 문장이다."

영어지상론자시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절대 아니다. 주술관계가 호응이 안 되는 리포트와 답안지를 하도 받다보니 저절로 그 생각이 든 거였다. 나는 맞춤법이 틀리는 것보다 문장이 안 되는 글을 쓰는 게 더 이상하게 보인다. (그리고 어차피 영어를 못하는 내게는 도움이 안 되는 말씀... 쿨럭!)

이오공감에 올라온 글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나서 적었다. 특별히 트랙백 걸 이유는 없는 듯해서 그냥 잡담으로 올린다.

덧글

  • 네리아리 2009/02/26 12:13 #

    군대 입대 한 뒤로 느껴지는 첫 씁쓸함이군요.(뭣?!)
  • 에나 2009/02/26 12:14 #

    맞춤법이 틀리는 것도 거슬리지만, 몇번을 읽어봐도 도저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 안되는 문장을 쓰는 사람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어떨때는 문장이 안되는 글을 쓴 사람들이 신기하게 보이기까지 한다는...
  • 초록불 2009/02/26 12:32 #

    "엉어 번역"에 대해서 말씀하신 교수님이 남기신 명언 중에 "이해하지 못하게 써놓고 남들이 이해 못한다고 궁시렁댄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 네오바람 2009/02/26 12:17 #

    특히나 제 아래아래 세대 애들이 요즘들어 기초적인 맞춤법을 틀리는 걸 자주 봅니다. 옛날처럼 받아쓰기를 안해서 그런걸까요? 물론 제가 맞춤법을 칼같이 지킨다는 건 아니지만요. 요즘 특히나 그런 글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 초록불 2009/02/26 12:33 #

    조금만 신경 쓰면 안 틀릴 수 있는데 그 신경을 안 쓰겠다고 이야기하면...
  • 위장효과 2009/02/26 12:22 #

    저부터 반성하겠습니다.
  • 초록불 2009/02/26 12:34 #

    그런 의도로 쓴 글은 아닌데요...^^
  • dunkbear 2009/02/26 12:29 #

    맞춤법 칼처럼 준수하라는 것도 아니고 (저도 못하는 일을 남에게 하라고 하겠습니까.. ㅜ.ㅜ)
    준수하는 노력만 해도 훨씬 나아질텐데 그것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니, 참.... 쩝...
  • 초록불 2009/02/26 12:33 #

    그렇죠.
  • 2009/02/26 12:3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2/26 12:34 #

    예전에 모 연구소의 교정, 교열 일을 본 적이 있는데 감히 학사 따위가 박사 논문에 손을 대느냐고 난리를 부려서...-_-;;
  • leopord 2009/02/26 12:36 #

    어쩔 땐 외국에서 배웠다, 라는 자의식이 언어에 대해 안일한 자세를 취하게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아닌 분들이 더 많다고 믿고 싶지만.). 요즘은 정말 국어사전을 옆에 끼워두고 글을 써야 되지 않는가 고민입니다. 어휘도 문장도 너무 딸려요...T.T
  • 정호찬 2009/02/26 12:37 #

    저 중학교 때만 해도 영어 스펠링 틀렸다고(심지어 마침표 안찍었다고도) 두들겨패는 선생은 있어도 한글 맞춤법 틀렸다고 지적하는 선생은 없었던 걸요.
  • 회색인간 2009/02/26 12:50 #

    사실 문법을 몸으로 익힌 사람은 틀려도 자기가 정확하게 어떻게 틀린지 몰라도 틀린 걸 몸으로 알고 있죠.....맞으면서 글 배운사람이랍니다....
  • 야스페르츠 2009/02/26 12:52 #

    외국에서 배워서 맞춤법을 모른다는 저 변명이 더 기가 차는군요. 에휴.
  • 초록불 2009/02/26 12:57 #

    맞춤법 관련해서는 차마 못 쓸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 미도리™ 2009/02/26 13:03 #

    흠!~ 다른걸 다 떠나서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한것 같네요!
    자신의 잘못부터 인정했다면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인데....
    자신을 방어하기에 앞서 자신의 잘못된 점이나 부족한 점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잇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에휴휴!!
  • 김우측 2009/02/26 13:20 #

    하긴 한글을 영어로 번역하다보면 주어가 생략되어있는데, 앞의 문장과 전혀 다른 주어라 번역하기 여간 곤란하지 않은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 유월향 2009/02/26 13:32 #

    으허허허허...;;;
    가끔 그래요...
    누군가 본문을 길고 장황하게 열심히 성의껏 써놓긴 했는데...
    두세단어 읽고, 다음 두세단어 읽으면 뜻이 연결이 안 돼서
    자꾸 앞으로 되돌아가서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그런 글들...
    읽다보면 머리가 뽀개질 지경인데
    그래도 한 소리 해줄려면 글을 다 읽어야 해서...
    읽고 읽고 또 읽다가 결국은 포기하는...
    근데 결국 뭔 소리를 하는지는 알 수가 없고;;;
  • 초록불 2009/02/26 13:57 #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의 글에 매우 많습니다.
  • marlowe 2009/02/26 13:35 #

    모 유명 소설가는 맞춤법을 교정한 출판사 여직원에게 "니가 뭔데 감히 내 글을 손대느냐"면서 뺨을 수십차례 때렸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다시 보이더군요.
  • 초록불 2009/02/26 13:56 #

    모 유명 소설가는 맞춤법 따위는 편집부에서 보는 거라고 맞춤법 공부를 전혀 안 합니다...^^
  • 조제 2009/02/26 13:53 #

    외국에서 공부했다고 맞춤법 틀린다...지식을 가르치는 거지 맞춤법 가르치는 게 아니다...
    미쿡에서도 스펠링 틀리고 누가 지적하면 과연 지식을 가르치는 거지 철자 가르치는 게 아니라고 할까요? 그냥 그 외국에서 교수하시는 게 맞을 듯.
    맞춤법 틀린 지식을 가르치시는 것보다 맞춤법 맞는 지식을 가르치는 게 옳은 거 아닙니까.
  • 초록불 2009/02/26 13:57 #

    당연한 말씀이죠.
  • Allenait 2009/02/26 14:03 #

    일단 지식이라는 게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전파되는 만큼, 언어 사용에 있어서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말이죠. 게다가 교수라는 직위라면 더더욱 그래야 하는데..

    참 그래요.

    선문답도 아니고 말이죠(..)
  • 액시움 2009/02/26 14:15 #

    중학생 때 '우리글 바로 쓰기'와 같은 맞춤법 책을 읽고 문장을 올바르게 쓰려고 노력하게 됐는데……. 어지간히 숙달되지 않으면 글 쓸 때마다 맞춤법 지키는 것도 여간 고역이 아니더군요. 한 줄을 쓰더라도 어디 틀린 데가 없나 하고 살피느라 머리털 꽤 많이 빠졌더랬지요.;;
  • 어릿광대 2009/02/26 14:25 #

    맞춤법에 왠지 찔끔하는 어릿광대입니다;;
  • 미리내 2009/02/26 15:13 #

    에휴... 씁쓸하게도 뼈저리게 공감가는 포스팅이네요.-_- 맞춤법 문제에 대해 말하자면 끝이 없지만 유난히 ~로서와 ~로써, 낫다와 낳다, 들리다와 다르다 구분 못하는 사람 정말 많은 듯 합니다. 개인 경험담이지만, 다르다라는 표현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들어볼 수 없을 정도로 틀리다에 묻힌 것 같습니다.ㅠㅠ
  • mattathias 2009/02/26 15:19 #

    ......제가 얼마 전에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한국어에 능숙한 사람이 외국어도 잘할 수 있습니다(...제가 얘기하면 설득력이 생길까요?). 기본이 안 되는데 어떻게 응용할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개정된 사이시옷 문법은 너무나 생경합니다. 아, 이거 좀 어떻게 안 되나요.
  • 잠본이 2009/02/26 22:20 #

    무려 외국에서 공부하신 분이 어째 자기 강의의 퀄리티보다 권위를 더 따진대요;;;OTL
  • 초록불 2009/02/26 22:44 #

    엄밀히 말하면 권위는 그 모임에서 찾은 거긴 하죠. 거기에 제자들이 들락거리지는 않았으니까요...^^
  • 키시야스 2009/02/26 23:01 #

    외국에서 공부한다고 해서 굳이 맞춤법에 약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도 이공계다보니 저런 엄밀한 것들은 실수할 때가 있더군요. 가끔 훼손을 회손이라 쓰기도 합니다. (일단 땀 삐질..) 그런데 한국어 자체가 문장 구조가 꼬아 쓰려면 워낙 꼬아쓰기 쉬운 구조라 그런지 몰라도 미사어구 좀 섞었다 싶으면 번역하기가 참 낮뜨겁고 짜증나더군요.

    그나저나, 어디 외국에서 공부했는지 모르겠는데 권위는 지위가 주는게 아니라 자신이 증명하는것도 모르면서 교수라니, 참 권위라는게 떨어질때로 떨어졌군요. ㅜㅜ
  • 초록불 2009/02/26 23:07 #

    한글 맞춤법 검사기 같은 것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습관적으로 틀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조금만 주의하면 안 틀릴 수 있습니다. 아주 정확, 정밀하게 하는 것이야 어차피 일반인 수준에서는 불가능할 정도로 한글 맞춤법이 복잡합니다. (바보 국립국어원!)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서 안 틀리게 쓰는 것은 교양인으로서는 당연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댓글에서 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 Shooting군 2009/02/27 09:28 #

    저도 외국에서 공부하는데 외국에서 공부한다고 한글 문법이 약할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는 또 처음보네요.

    혹시 이공계 교수님인가요? 이공계 공부하시는 분들이 이쪽에 좀 관대하시긴 하지만요.

    허긴,

    어젠 대학원 생인데 자기 한국에서 삼성다녔다고 삼성시절 명함을 돌리면서 뻐기는 병맛인종들을 여럿 봤다죠. 운전하기 겁나서 차도 못사는 주제에 한국에선 모 유명 외제차 5시리즈, 7시리즈 굴린다고 자랑하시는 인종들이요.

    제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노력하는 다른사람들 짜증이나 나게 하지 말았으면 하는 인종들이요.
  • 초록불 2009/02/27 09:43 #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많죠. 이공계 맞습니다...
  • 키시야스 2009/02/28 17:42 #

    이공계이지만 인문학 공부 안한 이공계인은 컴퓨터 이하로 효율 안좋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라면 적어도 생활 기초 용어에서까지 맞춤법(변형이나 복잡하게 따져야 할건 그렇다 쳐도)은 맞아야 하지 않을까요? 웨인 루니만 해도 Proffessional Soccer Player라고 썼다가 무식의 극치라고 조롱당했는데 하물며 교수가 저정도 수준의 맞춤법을 틀리는건 조롱 당해도 쌀거 같습니다.
  • acarasata 2009/02/27 11:32 #

    글을 쓰면서 생기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의 오류 같은건 사람마다 어느 정도 용인 허용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됬다 않했다 누가 더 낳나요? 같은 걸 보면 지적해주고 싶어서 손과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반대로 들어보지도 못한 규정을 들이대면서 어떤 표현을 쓰지 말라고 하면 거부감이 들기도 하죠. 그래서 종종 허용치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와 어떻게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지적해 줄 수 있겠는가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한국어 배울 때 하는 질문과 한글맞춤법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으신 어르신들 글을 보면서 느낀건데 한글 맞춤법은 확실히 어렵습니다. -_-;; 우리가 원어민이기에 모르고 있을 따름...

    덧붙여 이공계아니라 문인이라고 해도 이렇게 멋대로 엉뚱한 단어들을 일재잔재™로 몰아 한국어 사용에 지대한 해악을 미치는 얼치기들도 있지요.
    http://www.dailian.co.kr/news/n_view.html?id=140509&page=1&listpage=/news/n_list.html&kind=mno&keys=5129
  • 초록불 2009/02/27 11:45 #

    모든 게 일제 탓이라는 마법의 주문에 걸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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