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 모두에게 복된 새해 *..문........화..*



대성당 - 10점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문학동네


1.
레이몬드 카버의 <대성당>. 단편 제목이기도 하고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번역자는 현재 주류소설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김연수.

이 책은 릴라님 도서 나눔 행사에서 얻은 책이다. 다시 감사드린다.

2.
<대성당>과 <모두에게 복된 새해>는 줄거리 상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 한번 살펴보기로 한다.

<대성당>은 아내의 "남자" 친구(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냥 친구인데 남자라는 의미다.)가 찾아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 친구는 그런데 맹인이다. 그리고 화자인 남편은 "맹인"이라는 존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모두에게 복된 새해>는 아내의 "남자" 친구(성적인 관계라도 있을까 조금 걱정하지만 금방 이 사소한 오해는 풀린다)가 찾아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 친구는 그런데 인도 사람이다. 그리고 화자인 남편은 "인도인"이라는 존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4.
물론 두 소설은 다른 소설이다. 그래서 차이점도 있다.

<대성당>에서는 아내가 둘 사이에 있다. 남편은 외로움을 느낀다. 아내가 잠이 든 뒤에 맹인과 남편 사이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모두에게 복된 새해>는 아내가 등장하지 않는다. 아내는 이야기 속에만 있다.

5.
두 소설은 모르는 존재에 대한 이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대성당>에서는 그 소통의 매개체로 "대성당"이 등장한다.

<모두에게 복된 새해>는 "피아노"가 등장한다. 이 부분은 <대성당>보다 조금 복잡하다. <대성당>에서 "대성당"은 소재로 활용되는 것이지만 <모두에게 복된 새해>에서 "피아노"는 소재와 더불어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 이야기는 어떤 노부부와 그 노부부의 딸과 연관된 것이지만, 그것은 단지 표면적인 것이고 결국은 아내와 관련된 것이다. <대성당>과는 달리 <모두에게 복된 새해>는 "인도인" 즉 문화가 다른 낯선 세계와의 소통 뿐만 아니라, 아내와의 소통 문제까지를 한꺼번에 다루고 있다. 제목 그대로 "모두"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6.
그러나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하다고 해서 <모두에게 복된 새해>가 <대성당>보다 뛰어난 소설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나는 전적으로 <대성당>이 <모두에게 복된 새해>보다 좋은 단편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피아노를 사용하여서 이야기의 중심이 흐트러져버렸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피아노는 다만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완전히 별개라고 보아도 좋을 이야기가 액자처럼 삽입되었다. 장편소설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없었겠지만, 단편소설에서 이런 번잡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을 것이 없다. 다만 김연수는 능수능란한 솜씨로 그 두 이야기를 엮어놓아서 흠집이 거의 보이지 않게 처리했다. 단독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냥 그랬을 것이지만 <대성당>과 비교하자면 그 흠이 드러난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두번째는 일본 여행을 가서 가진 섹스에 대한 이야기다. 지나치게 자세한 묘사는 불편하게 보인다. 나는 여기에서 과연 그렇게밖에 그 장면을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일까, 매우 의문을 가졌다. 그 대목만 없다면 누가 읽어도 좋을 소설이었겠지만, 아무래도 이런 장면이 들어가면 최소한 고등학생 이상으로 - 냉정하게는 성인급으로 등급을 올려놓아야 하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 대목이라 동의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꼭 그것이 따뜻했는지, 뜨거웠는지 따져야 했느냔 말이다.

7.
사소한 대목에서 <모두에게 복된 새해>를 연상시킨 대목들이 있었다. 맹인이 수염을 기르고 있다던가. 맥주를 꺼내오는 장면이라든가. 싱이 연주할 때 눈을 감고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이라고 쓴 대목이라든가...

8.
<대성당>에서는 접촉을 통해 - 스킨십을 통해 새로운 이해의 경지로 나아가는데, 이 대목의 묘사는 압권이다. 후기에서 김연수는 마지막 대사인 "It's really something"을 번역하는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라든가 "이거 정말 뭔가 있군요"라는 번역도 가능하겠지만 나라면 "이거 정말 물건이군요!"라고 번역했을 것 같다.

남편이 느낀 것은 맹인에게도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으니까. 단단하고 분명한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반면 <모두에게 복된 새해>에서는 이런 스킨십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거기엔 피아노가 있고, 그러니 당연한 결과로 연주가 있게 된다. 다시 살아난 피아노, 안 노래하면 죽어버리는 그 피아노를 위로하는 싱을 보며 남편은 위안을 얻는다. 그리하여 아내가 올 때까지 기다릴 힘을 얻고, 그 순간 즉 아내가 들어오는 순간 새로운 해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모두에게 복된 새해가 오는 것이다.

9.
김연수의 문제 의식은 카버와는 좀 다르다. <대성당>에서 "맹인"은 전인미답의 세계다.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복된 새해>에서 남편이 이해하게 되는 것은 "인도 사람"이 아니라 "아내"다. 이미 잘 알고 있던 사람이지만 여태 모르던 내면에 그 이해가 닿은 것이다. 김연수에게 문제는 "외로움"이었기 때문이다. 인도 사람은 단지 그 문제를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안내인이었다. 이 점에서 카버의 문제의식이 더 보편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고, 단편소설의 일관성도 훨씬 잘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0.
역시 자잘한 문제들이 남는데, 지금은 이야기하기 어렵겠다. 뒷날 다시 정리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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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OSKHARAAS 2009/03/08 02:49 #

    대성당은 정말 전율하며 읽은 소설집이었습니다.
  • DOSKHARAAS 2009/03/08 02:52 #

    서로의 손을 겹치고 대성당을 그릴 때, 그 생생함이란.
  • AprilChild 2009/03/08 10:33 #

    아아아아 레이먼드 카버! 가장 닮고 싶은 작가에요 ㅠㅠ 저는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 중에 '대성당' 하고 '내가 전화를 거는 곳' 하고 '아버지를 죽인 세번째 사건'(이건 번역마다 제목이 다르데요;;)이 가장 좋았어요.
  • 초록불 2009/03/08 10:38 #

    카버를 닮으려면 노력 좀 해야 하겠구나...^^
  • Allenait 2009/03/08 20:33 #

    대성당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 라쇼몽 2009/03/08 23:31 #

    김연수 씨의 중편 '달로 간 코메디언'에서는 후반부에 맹인과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보니 김연수 씨가 레이먼드 카버와 '대성당'에 얼마나 푹 빠졌는지 알겠더군요.
  • 초록불 2009/03/08 23:42 #

    그건 보지 못한 작품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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