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이 말을 걸 때 *..만........상..*



세상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자기는 남의 말을 들을 줄 모르면서 남보고는 이야기하자고 해댈 때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 다시 말하면 자기 말만 하려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첫째, 증오심이 남다르다.
이들에게는 늘 증오할 상대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정치적으로는 이명박이건 노무현이건 상관없습니다. 사상적으로는 좌파건 우파건 상관없습니다. 그 대상의 선택에는 폭이 넓습니다. 여자가 증오의 대상이기도 하고, 역사학자가 증오의 대상이기도 하고, 386세대가 증오의 대상이기도 하고, 특정 개인이 그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있어서는 봄철 기온 상승도 증오하는 인간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되지요. 이들에게 "비판"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증오"가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합리적인 증거나 이유가 있다 해도 아무런 상관없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조지 오웰의 <1984>에는 오세아니아(나라 이름)가 유라시아(역시 나라 이름)와 전쟁을 하고 있다가 그 대상이 이스트아시아(물론 나라 이름)로 바뀌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순간 강단에 서 있던 연사는 유라시아의 잔학성을 성토하다가 그 메시지를 받는 순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합니다. 오세아니아는 이스트아시아와 싸우고 있다! 유라시아와 싸운다는 말은 적들의 음모다! 첩자들이 날뛰고 있다! 증오에 길들어 있는(1984의 세계에는 매일 "2분간 증오"라는 시간이 있고, 증오주간이라는 주간도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 말에 열광적으로 반응합니다. 잘못된 포스터들을 찢어발깁니다. 합리성이란 존재하지가 않습니다.

둘째, 세계는 둘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편과 적.
이것은 증오하는 대상에 의해서 결정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배척하기 위해 결정되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즉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적으로 규정해버리는 것입니다. 알고보면 자신과 일치하는 생각을 하는 부분이 더 많은 경우일지라도, 그런 것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당장 눈에 띈 것이 자신과 다르다면 그는 "적"인 것입니다.

셋째, 자기 주장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조롱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이들에게 현실적인 권력은 없습니다. 보통 이런 사람들을 키보드 워리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맞는 말이죠. 이들이 키워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이들에게 현실적인 권력이 없기 때문에 키워에 머무를 뿐입니다.

다시 한 번 <1984>를 이야기해보죠.

오브라이언은 묻는다.
"윈스턴,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권력을 내세울 수 있지?"
윈스턴은 생각한다. 그리고 말했다.
"그에게 고통을 줌으로써요."


권력이 없어서 모니터 저편의 사람을 때려줄 수 없는 키워들은 조롱으로 폭력을 대신할 뿐입니다.

증오와 비판은 다르고, 조롱과 위트도 다릅니다.

철벽이 말을 걸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철벽에 대한 증오를 키우지 마십시오. 그냥 철벽일 뿐이니까요. 철벽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박애정신이 넘친다면 자신의 시간을 소모해서 구제에 나서셔도 됩니다. 하지만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반대로 자기 자신이 철벽으로 느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일 자신이 그런 증오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화를 하는 대상을 바꿔보기 바랍니다. 인간은 언제나 글을 쓸 때 상대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제일 쉬운 상대는 자기 자신입니다. 문제는 자기 자신이 증오에 빠져 있다면 그런 방식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는 것이죠. 또한 증오의 상대를 직접 타겟으로 삼는 것은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할 때라면 더더구나 안 될 말입니다. 그런 경우는 그냥 미지의 대상들, 자신이 쓰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로 편하게 이야기한다고 여겨보기 바랍니다.

나는 종종 그런 말을 하지만, 모든 사람이 성인군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분명 증오도 우리의 감정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가야 합니다. 말하자면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를 증오하고 있다고. 그리고 때로는 그것을 자기 블로그니까 후련하게 내뱉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겠지요.

그러나 그 때문에 다른 모든 사물들을 보는 방식이 왜곡되었다고 느껴진다면 잠시 머리를 식히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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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진성당거사 2009/04/10 18:16 #

    글 잘읽었습니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군요.
  • 초록불 2009/04/10 18:34 #

    고맙습니다.
  • C문자 2009/04/10 18:17 #

    보면서 공감하면서도, 스스로가 철벽이었던 적은 없는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 초록불 2009/04/10 18:35 #

    저도 스스로를 경계합니다...^^
  • 월광토끼 2009/04/10 18:21 #

    그런데 사실 그런 '철벽'인들도 인터넷이라는 공간 밖에서는 그냥 평범하게 사회생활하는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인터넷에서 그런 '철벽'들을 보면 증오보다도 그냥 눈이 아파집디다.
  • 초록불 2009/04/10 18:35 #

    거의 그렇습니다. 실제로 만나본 철벽들도 있어서...
  • 아브공군 2009/04/10 18:34 #

    좋은 글 봤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 초록불 2009/04/10 18:35 #

    고맙습니다.
  • dunkbear 2009/04/10 18:45 #

    차라리 증오심이 남다른 '철벽'은 나은 편입니다. 최소한 그 '증오'만 해소하면 뭔가 길이
    열릴 가능성이라도 있죠. 하지만 진짜 머리 아픈 건 증오심조차 없는 완전 자기 페이스의
    '철벽'이 아닌가 합니다.

    도대체 뭘 말해도 '꿈보다 해몽'식으로 해석하고 증오같은 감정도 없으니 찔러도 꿈쩍도
    안하구요... 이런 '철벽'은 답답함을 넘어서 끝이 안보이는 블랙홀 같습니다... ㅠ.ㅠ
  • 초록불 2009/04/10 19:38 #

    으음... 그런 경우도 있겠군요. 역시 세상은 넓어요. 하지만 그 철벽은 말을 안 걸 것 같은 생각이...
  • WeissBlut 2009/04/11 21:22 #

    그런 철벽이라도 말을 거는 경우가 있으니까 문제겠지요.
  • Luthien 2009/04/10 19:00 #

    철벽 하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어서 트랙백 걸고 갑니다. (...)
  • 초록불 2009/04/10 19:41 #

    잘 봤습니다...^^
  • shaind 2009/04/10 19:35 #

    이런 글을 보면 제가 철벽인게 아닌가 해서 괜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사실 자신이 철벽인지는 자기 혼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건데 말입니다.
  • 초록불 2009/04/10 19:41 #

    그러신 것 같지 않습니다. 그걸 걱정하면 벌써 철벽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 shaind 2009/04/10 19:44 #

    가끔 남의 블로그에 엄청 길게 코멘트를 쓰고 있을때, 그러다가 논쟁이 산으로 가는 것을 자각할 때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 숨어사는 짐승 2009/04/10 19:52 #

    반성과 공감 날리고 갑니다...^^
  • 초록불 2009/04/10 21:47 #

    고맙습니다.
  • 언럭키즈 2009/04/10 21:22 #

    음.. 저도 새겨워야 할 내용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초록불 2009/04/10 21:47 #

    고맙습니다.
  • 야스페르츠 2009/04/10 21:44 #

    저는 팔랑귀인 것 같아요. 펄럭펄럭. ^^
  • 초록불 2009/04/10 21:47 #

    연애중인 사람은 아무래도 상관없.... (퍽!)
  • 네비아찌 2009/04/10 21:45 #

    저도 이미 철벽이 되버린거 같아서 정말 걱정됩니다....
  • 초록불 2009/04/10 21:47 #

    그럴리가요.
  • catnip 2009/04/10 22:02 #

    뭔가 할말은 많지만 누워서 침뱉기라서 그냥 ... 좋은 말씀이긴한데 철벽들이 잘 흡수할수있으려나 라는 우려가 생긴다는 얘기만 남기고 갑니다.^^;;;
  • 초록불 2009/04/10 22:49 #

    철벽들은 귀가 없어서 못 알아듣습니다...^^
  • Allenait 2009/04/10 22:51 #

    역시 1984는 그런 면에서 선견지명을 가진 책이군요.

    새겨 들어야 할 내용인것 같습니다.
  • 초록불 2009/04/11 11:21 #

    맞습니다. 덕분에 다시 읽어버렸는데, 정말 명작입니다.
  • mattathias 2009/04/10 23:03 #

    철벽을 뚫을 때는 전동드릴을 사용하세요.
    .......
  • 초록불 2009/04/11 00:03 #

    뚫고 싶지 않습니다.
  • DOSKHARAAS 2009/04/11 02:23 #

    인간은 스스로 반성할 수 있어 인간인 듯 합니다.
  • 초록불 2009/04/11 11:20 #

    그렇습니다.
  • 네크로드 2009/04/11 02:39 #

    요새 쥐박이 때문에 증오심이 차오르는걸 느끼고 있군요...--;
    열린 마음의 소유자라고 생각했습니다만....
    MB가 사람들을 철벽화 시킨다는 느낌도 듭니다...--;
    한나라당 지지 지역, 지지 계층 등등이 전부 미워지고 있다는...--;
    (전엔 이해할 수 있었는데 말이지요...)
  • 초록불 2009/04/11 11:20 #

    서로 영향을 받아갈 수밖에 없지요. 인간이란 관계의 동물이니까요. 그래서 더 우울해집니다. 철벽을 보면서 같이 철벽이 되어가는 자신을 바라보게 되니까요. 어떤 경우에는 무시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기도 하지요.
  • 매식자붙이 2009/04/11 03:06 #

    전 이미 증오의 포자...OTL
  • 초록불 2009/04/11 11:19 #

    허허, 무슨 말씀을...
  • ♡영혼의새♡ 2009/04/11 03:55 #

    자신의 주관이 지나치게 뚜렷하고 정의감이 지나치게 투철해서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이들(타자라고 해야 하나요?)을 적으로 규정짓고 싸잡아서 공격하는 사람을 철벽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초록불님의 글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최근에 인터넷 생활을 하다보면 너무 증오와 조롱이 넘쳐서 힘들더라구요. 나름 좋아했던 이들도 뭐랄까? 격렬해지면서 상대방을 찍어눌러야 승리한다. 웃음거리로 만들어야 승리한다는 마인드로 바뀐 것 같아서...

    초록불님의 생각과 비슷한 지 모르겠지만 제가 며칠 전에 썼던 글을 약간 보완해서 트랙백으로 걸어봅니다. 이거 글솜씨가 부족해서 의미전달이 제대로 되겠는지는 의문이지만.
  • 초록불 2009/04/11 11:19 #

    잘보았습니다.
  • raw 2009/04/11 12:07 #

    잘봤습니다.. 아무래도 전 팔랑귀에서 철벽으로 변화하고있는듯하네요;; 주의해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 초록불 2009/04/11 13:50 #

    누구나 다 그런 것 같습니다.
  • 꿈돼지 2009/04/11 12:33 #

    저도 철벽적인 면이 좀 있군요. 증오에 매몰되거나. 지나치게 승리에 집착하거나 상대를 멸시하거나 하면 안되겠습니다.인내하지 못하고 조급해지면 할수록 좀더 그렇게 되는것 같아요. 인내!!!
  • 초록불 2009/04/11 13:50 #

    인내가 중요하지요...
  • 감자부침개 2009/04/11 13:38 #

    이중사고였던가요? 1984에서 이중사고에 대한 대목에서 ㄷㄷㄷ 거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냥 말도 안되는 상상력이라면 "참신하구만"하고 감탄했겠습니다만, 미묘하게 한국사회가 오버랩되면서 무서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 초록불 2009/04/11 13:50 #

    이중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그 후 많이 보았습니다...^^
  • 원래그런놈 2009/04/12 00:14 #

    이거 왜 티안무가 생각나지???

    뭐 이것은 떠나서 저 또한 철벽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디 듭니다.

    여하튼 참을 인자 3개면 살인도 면하는 법....
  • 초록불 2009/04/12 01:53 #

    ^^
  • draco21 2009/04/12 01:52 #

    새삼 글쓰기와 대화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가 한번 더 생각해보고 반성도 해보았습니다. 블로거에서 덧글러로 타락중이긴 합니다만.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 초록불 2009/04/12 01:53 #

    고맙습니다.
  • 소하 2009/04/13 13:51 #

    대화의 기본은 일단 듣는데서부터. 그런데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느낍니다. 또한 말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요. 글도 마찬가지죠.
  • 초록불 2009/04/13 14:02 #

    옳은 말씀입니다.
  • 실루엔 2009/04/13 21:23 #

    징검다리 뛰다가 잠시 발디뎠습니다.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이 글을 읽고 스스로를 돌아보시는 분들은 이미 철벽이 아니실테고, 이미 말씀하셨다시피 철벽에는 귀가 없으니까요. 벽들에게 눈이라도 있어서 이 글을 읽기나 할까요~? ^^;
    ...적고보니 이렇게 말씀드리는게 벽 앞에 벽을 세우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어려워요~(__;)a
  • 초록불 2009/04/13 22:15 #

    인생이 고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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