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역할 *..만........상..*



1.
어제 동창들을 만나 가볍게 한 잔 했습니다.

이제는 나이들이 나이들이라 예전과는 달리 만나면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제가 제일 빠른 축이고 다른 친구들은 아직 초등학생이긴 하지만...
(심지어 20개월 짜리도 하나...-_-;;)

2.
진학에 대한 걱정. 사교육 문제. 유학에 대한 견해 등등이 나오다가 체벌로 이야기가 갔습니다.

"난 딱 한 번 아이를 때렸는데..."
라는 말이 나온 친구가 초토화되어버렸는데, 본인도 때려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무척 억울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싸다구를 날린 것도 아니고, 몇 번이나 주의를 준 끝에 약속 하에 한 체벌이 뭐 그렇게 문제냐, 그리고 사회적으로 체벌이 만연해 있다는 점도 거론 되었죠. 물론 이 친구 편을 들어주는 친구도 있었고.

3.
다 맞는 말입니다. 저는 좀 특이한 경우라는 게 분명하죠. 술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저는 회사 마치면 바로 집으로 갔는데, 그런 생활을 7년 이상 했고, 아이들 크는 동안 집에서 지낸 시간이(재택 근무도 종종 했었던 탓에) 많습니다. 당연히 아이들과 이야기를 할 시간이 생존경쟁에 내몰린 친구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았지요.

4.
친구들이야 아이들이 한참 크던 시기에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애들 잠들었을 때 집에 들어갔다가 애들 깨기도 전에 출근하는 일이 다반사였으니 이제 갑자기 여유들이 좀 있다고 아이들 붙잡고 "대화 좀 하자"라고 해봐야 아이들이 고슴도치마냥 움츠러 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남자아이들은 이미 자기 엄마보다 키도 크고 기운도 세어서 엄마들이 통제가 안 되니까 아빠한테 "혼 좀 내달라"고 요청하게 되면서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일리가 있습니다.

5.
그래서 이야기를 쭉 듣다보니, 결국은 아이를 키우는 "교육", 즉 부모가 알고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문제를 깨달았을 때, 이미 아이들은 클만큼 큰 상태라고나 할까요. 솔직히 말해서 속으로는 심히 우려가 됩니다. 모임에 온 친구들은 모두 점잖고, 사회에서 단단하게 입지를 굳힌 친구들입니다. 그 친구들조차 아이들 교육에 자신이 없어하는 그 모습을 볼 때, 과연 우리 사회의 가정은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일까, 되돌이켜 생각하게 됩니다.

이야기하는 도중에 서구의 가정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국 사회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왔지요. 참 지난한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오늘 사교육에 대한 정부의 혼선을 질타하는 신문기사를 보고 있노라니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6.
무례한 것을 솔직한 것으로 아는 것. 진지한 것을 위선이라 생각하는 것. 조롱하는 것을 풍자라 생각하는 것. 지지와 이해를 구분할 줄 모르는 것. 세상을 적과 아군으로 구분하는 것. 타인의 분노를 자신의 위안으로 삼는 것.

7.
위와 같은 일들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군요. 자꾸만.

덧글

  • 애프터스쿨 2009/04/28 11:48 #

    제가 건방지게 대한민국의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입장은 절대 못되지만, 그래도 이제는 바뀌어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100% 서양식으로 바뀌어야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서로간의 대화로 이루어지는 교육방식이 부럽습니다..
  • 초록불 2009/04/28 12:01 #

    저는 서구의 그런 문화가 5시 땡치면 칼퇴근하는 나인투파이브...의 직장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측면이 무척 큰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한국인에게는 시간이...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 Lucid 2009/04/28 13:13 #

    접대, 회식, 모임 같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본 업무보다 더 제쳐놓기 어려운 그런.
  • 초록불 2009/04/28 13:18 #

    서로에게 서로의 희생을 강요하는 그런 모임을 보고 있노라면, 가뿐하게 아이 하나씩 죽여서 동지적 결연관계를 확인했다는 카르타고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 잠본이 2009/04/28 21:46 #

    결국 카르타고는 로마에게 망했죠(...)
  • Allenait 2009/04/28 13:51 #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함부로 왈가왈부할 입장은 안되는 것 같지만, 결국 이렇게 되면 자녀와 부모가(특히 아버지) 유리되는 것 같습니다.

    왜들 이럴까요...
  • 라세엄마 2009/04/28 14:40 #

    서구의 가정교육은 거지같아요. 진짜로요. 하기야 한국 애들도 일진이니 양아치니 거지같은 애들 많이 생산하지만 서양 애들도 거기서 거기에요.
    적어도 한국에선 질좀 나쁜 애들이라고 차 훔쳐 타고 다니다 질리면 태워버리고 하진 않을거 같으니까요...
  • Niveus 2009/04/28 15:47 #

    ...좋은 의미로던 나쁜 의미로던 한국보다 조금 더 먼저 막장을(뭐 좀더 빨리나간다는 측면에서) 일본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섬뜻해집니다.
    일본의 가정붕괴 이후 청소년 범죄등 청소년문제가 심화되던 90년대 상황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일상화되는걸 볼수 있더군요 -_-;;;
    (...참 옛날엔 쯧쯧 이래서 저나라는 막장이야 하던 사건들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게 되는데 10년도 안걸리던 -_-;;;)
  • 샤띠야 2009/04/28 16:27 #

    그러게 말입니당.. 저도 스무살이 넘은 지금에서야 아버지란 존재를 다시 보게 된 거 같아요.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한참 중고등학생 일 땐.. 아버지가 늘 바쁘셨거든요. '아버지'란 존재가 인식속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이젠 여유가 좀 생겨서 이것저것 취미생활도 하시고 그러는 모습을 옆에서 보게 된게 고작 3년쯤 된거 같네요. 그러면서 얘기도 많이 나누게되고.. 아버지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라는 것도 알게되고 그랬어요. 정말 같이보낼 수 있는 시간이 참 중요한 걸 새삼 느낍니다. 저도 그런게 다 가정교육인거 아닐까 생각합니다.
  • 아트걸 2009/04/28 17:29 #

    28개월, 1개월 두 아이를 키우면서...허구헌날 야근에 회식으로 새벽에 집에 오는 애 아빠가 참 불쌍하다 생각하던 중에....딱 제 마음을 대변해주시는 글을 써주셨네요.
    그래도 저희 남편은 첫째 때는 한가했던 편이라 육아의 즐거움을 이미 알아서, 바쁜 와중에도 방관을 하진 않습니다만, 말씀하셨듯이 물리적으로 시간이 정말 부족해요. 아버지의 존재는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데 말이죠.
    그래도 요즘은 아이들과 친한 아빠로 함께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주위에서 많이 보이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앞으로 점점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 시퍼렁어 2009/04/28 18:02 #

    순응형 활로개척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9 to 5가 안되면 결혼하지 말자. (오오 그것은 진리~)
  • 시퍼렁어 2009/04/28 18:02 #

    물론 권고는 아니고 제가 그러겠다는 이야깁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유사역사아웃

2017 대표이글루_history

구글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