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잡........학..*



고려말에 불가사리라는 괴물이 있었습니다.

물론 바닷물 속에 사는 이런 것이 아니고... (불가사리는 빠가사리처럼 "붉은 물고기"라는 뜻...)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펀지 밥의 이 친구도 아닙니다.

전설에 따르면 신돈 이후에 중은 다 잡아죽인다고 하는 통에 스님들이 모두 도망쳐 다니느라 바빴답니다.
그 중 한 스님은 달아나서 누이동생 집에 숨어있었다죠.
매일 누이동생이 지어주는 밥만 먹고 있다가 심심하기 이를 데 없어서 공기에 남아있던 밥풀을 조물락조물락해서 동물 모양을 하나 만들었답니다.

그래놓고는 이 스님은 더 있는 건 누이동생에게 폐가 된다고 슬그머니 사라졌다지요. 누이동생이 돌아와보니 오라비는 온데간데 없는데 뭔가 방구석에 꼬물거리는 게 있는데 나름 귀여웠다지요.
옆에 두고 바느질을 하는데 잠시 손을 놓았더니 바늘이 없어졌답니다. 이게 어디로 간 거야, 하며 살펴보니 바로 그 꼬물대는 녀석이 바늘을 먹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곁에 있는 쇠붙이들을 주어보니까 잘 먹는군요. 그리고 쑥쑥 자라더니 이제는 집안에 있는 농기구도 다 먹어치우고 양에 차지 않아서 쇠붙이를 찾아 온 마을을 돌아댕겼답니다.

덩치가 엄청 커진 이 놈은 드디어는 관가도 털고, 나랏님 봉물도 털고, 쇠란 쇠는 다 먹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이것 큰일이구나 해서 나라에서 군사들을 보내 칼로 치고, 창으로 찌르고, 활로 쏘고 했지만 도검불침에 무기에 붙은 쇠붙이도 다 먹어버립니다. 이제는 산더미만해진 이 놈을 사람들은 도저히 죽일 수 없다고 불가살不可殺이라고 불렀답니다.

이제는 끝장이다 생각했을 때 짠, 하고 스님이 나타났습니다. 스님이 일러주기를 "불로 죽이면 되는니라."
그래서 용감한 병사가 꽁무니에 불을 붙였더니 펑, 하고 다시 밥풀덩이로 돌아가버렸다지요.



어려서 저 전설을 듣다가 대체 이게 뭔 뜻을 가진 이야기일까 이리저리 궁리하기도 했었습니다. 뭔가 이야기 구조가 이상했거든요. 스님을 홀대하면 벌 받는다는 이야긴가? 대체 불가사리는 왜 출현한 것일까? 뭔가 대단한 반전도 없이 불로 죽인다는 허망한 결론은 또 뭐람?

<반지의 제왕>에 보면 수수께끼의 해답은 그 안에 있다는 말이 나오죠. 불가사리도 마찬가지로 그 이름 자체가 해답의 열쇠였던 거지요. "가히 죽일 수 없다"는 한자 不可殺을 "불로 능히 죽인다"는 우리말 + 한문의 "불可殺"로 바꾸었던 것 뿐이에요. (앗, 처음 들은 이야기라고요? 네, 그럴 수도 있죠. 저도 처음 하는 이야기에요.)

아, 그런데 이런 말을 하려고 꺼낸 이야기는 아닙니다.

불가사리는 쇠를 먹고 무한대로 커지지요. 넷상의 찌질이도 관심을 먹어가며 무한대로 커집니다. 구체적으로는 클릭을 바탕으로 커진다고 해야겠죠. 거기다대고 클릭질 해봐야 절대 죽일 수 없습니다. 불가사리와 마찬가지로 넷상 찌질이의 비밀은 그 이름에 있습니다. 아무도 그 이름을 거론치 않게 되면... 그들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이상적인 이야기고, 실제는 죄수의 딜레마나 마찬가지로 이들의 이름이 사라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도 클릭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누군가가 클릭할 것이 분명하고 그 클릭으로부터 다른 사람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하게 들기 때문입니다. 저런 잘못된 정보에 사람들이 낚이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용기를 지닌 사람들은 과감하게 찌질이와 상대합니다. 그리고 찌질이는 더 몸집을 불립니다. 아, 물론 많은 사람들은 누가 찌질이고 누가 용자인지 당연히 알고 있죠. 판정은 내려집니다. 하지만 판정과 더불어 찌질이의 생명도 길어지죠. 불가사리가 무적의 쇠붙이 먹어치우기 생물이라는 사실을 안다는 게 뭐 중요한가요? 문제는 불가사리를 물리치는 것이죠.

잘못된 정보에 사람이 낚이는 것이 두렵다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됩니다. 그것을 위해서 찌질이와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유사역사학 신봉자들과 키배를 벌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만 저도 여기까지 오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 이 글을 읽고 그것을 자기 이야기라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그건 스스로를 찌질이라 생각하는 것이니, 스스로를 찌질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이것이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고 여겨셔야 합니다. 누가 그것을 아Q의 정신승리법이라고 부를지라도 말이죠.

물론 저는 이런 글을 밸리로 보내지 않습니다.




[추가]
하지만 저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찌질이를 상대하는 분들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런 선택 역시 매우 훌륭한 것입니다. 다만 모든 사안에 대해서 그런 공을 들이지는 말기 바랍니다.

덧글

  • Silverfang 2009/04/29 22:57 #

    DC에서 알려진 유명한 '짐승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와 같은 맥락으로 봅니다;;
  • 초록불 2009/04/29 23:24 #

    그런 셈이죠.
  • 하늘이 2009/04/29 22:57 #

    그렇군요.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왠지 마음 한 구석을 찔린 듯한...저는 찌질이인가봅니다. 흑흑;;;ㅜ_ㅡ
  • 초록불 2009/04/29 23:24 #

    아니, 왜요?
  • 고전압 2009/04/29 23:20 #

    본인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시면... 어헣헣헣허허헣헣헣허ㅎㅎ허ㅎㅎ
  • 초록불 2009/04/29 23:26 #

    뭔가 설명이 미진했나요? 하긴 저도 포스팅의 자세를 가진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만...
  • raw 2009/04/29 23:29 #

    진리중에 진리;; 상대안하면 사라지는 사람들;;
    저도 마찬가지라 할말이 없네요 ㅠㅠ
  • 초록불 2009/04/29 23:31 #

    사실 낚시 기술들이 상당해서 안 낚이기가 매우 어렵죠...
  • 소하 2009/04/30 00:21 #

    불가살不可殺 - 불가사리 그럴 듯 합니다.
  • 초록불 2009/04/30 00:42 #

    ^^
  • 야스페르츠 2009/04/30 00:23 #

    하하... 참지 못하고 상대해주고 있는 사람입니다. 좀 더 수양을 쌓아야지요.... ㅠㅠ
  • 초록불 2009/04/30 00:44 #

    파이팅! 사실 유사역사학 신봉자는 단순한 찌질이 수준을 넘어선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전 그냥 게으를 뿐일지도...
  • dunkbear 2009/04/30 00:51 #

    예전에는 한마디 해줬는데 요즘은 귀찮아서 그냥 냅둡니다... ㅎㅎㅎ
  • 초록불 2009/04/30 00:56 #

    열심히 이야기해줬는데도 정신승리해버리고 마니까요...
  • Allenait 2009/04/30 01:02 #

    '떡밥을 주지 마시오' 군요.

    ..인데 낚는 기술이 대단하더군요
  • 초록불 2009/04/30 01:03 #

    파닥파닥...
  • 초록불 2009/04/30 01:05 #

    엄밀히 말하면 떡밥과는 좀 다른 겁니다. 떡밥 처리에는 초록불가사리도 제법 한다지요...^^;;
  • 어릿광대 2009/04/30 08:22 #

    불가사리 이야기 실제 이야기는 아니겠죠(...)
    어째 낚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그냥 말도 안되는 덧글 다는분있다면 짧게 한마디하거나 걍 씹는게 제일인것 같습니다.
  • 초록불 2009/04/30 11:09 #

    불가사리 이야기는 물론 전설이죠...^^
  • 진성당거사 2009/04/30 09:47 #

    아아......키배 워리어들과 불가살이를 비교하시다니. 센스 있으십니다.
  • 초록불 2009/04/30 11:10 #

    ^^
  • 세실 2009/04/30 11:08 #

    ....전 요즘엔 찌질이들 글 보는 것 조차도 귀찮더라구요...-_-
  • 초록불 2009/04/30 11:10 #

    저는 안 본 지 한참 되었습니다.
  • 명주잠자리 2009/04/30 20:12 #

    예전에 불가사리라는 북한 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윗글과 같은 내용이었다고 기억합니다.
  • 케이포룬 2009/05/01 02:26 #

    인용이 너무도 적절하군요. ㅎㅎ
  • 라인하르트 2009/05/02 21:21 #

    전설에서도 외모 지상주의가...

    만일 귀엽지 않고 벌레 같이 생겼다면 곧장 빗자루로 때려잡았을텐데!

    귀엽다고 그 귀한 쇠를 먹이면서 키우다니!
  • ZOON 2009/05/03 10:47 #

    아... 전 불가살의 이름이 화가살로 바뀌었다고 들었었는데... 그게 아니라 한글과 한문의 혼용으로 바뀐 것이었군요.
  • 초록불 2009/05/03 11:02 #

    일반적으로는 알고 계신 게 맞습니다. 저 해석은 (제가 아는 한은) 저 혼자 내린 해석입니다...^^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선학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 LVP 2013/01/30 14:59 #

    .........불가사리한테 사죄해!!!!! (!?!?)
  • 초록불 2013/01/30 15:04 #

    죄송합니다...^^
  • LVP 2013/01/30 15:06 #

    불가사리한테 사죄해!!! 내 불가사리는 그렇지 않아!!! 이 매식자 식민빠!!! (!?!?!?)
    ※그나저나, 프라모델 작업 포스팅(http://phdzz.egloos.com/2917633)때문에 불가사리 전설 찾다가, 위키나 딴데는 참 짧아서 좀 돌아다니다 여기가 걸렸는데, 하필 내용이 불가사리 명예훼손이니...사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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