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통제,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저항 *..시........사..*



1985년 4월 20일자 사회면에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전날 전국 대학가를 강타한 시위에 대한 뉴스가 실렸습니다. 이제는 다 아다시피 당시에는 보도지침이라는 지침이 있어서 편집면을 편집국 마음대로 짤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시위에 대한 편집은 그래서 매우 기묘해지게 마련이었습니다. 그럼 어디 한번 그 날짜 동아일보 사회면을 보지요.

파란색 테두리 기사가 사실은 메인 기사입니다. 보다시피 사회면 메인 기사보다도 더 많은 기사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사실 4.19 시위에 대한 기사는 저 붉은 색 테두리 모두입니다. 사진까지 포함해서요. 사회면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인도, 사이드 탑도 차지하지 못했지요. 그나마 동아일보니까 이 정도 실은 겁니다. 당시 정부의 준 기관지였던 경향신문을 한 번 볼까요?

파란색 테두리 부분이 답니다. 5공 정부는 저것도 실고 싣지 않았을 겁니다. 저 기사조차 사실은 1단짜리 제목을 달고 2단 기사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신문은 이런 식으로 기사들을 많이 내보냈습니다. 비록 눈에 띄게 할 수는 없어도, 무슨 게리맨더링 같은 괴상한 지면편집이 되더라도, 시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제법 많이 있었습니다. 사실 내용을 읽어보아도 그저 시위했다는 이야기만 실릴 뿐, 이슈가 뭐였는지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행간을 읽는다는 말이 이때 유행했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그 전부터 대체 왜 힘들게 공부해서 대학에 간 형, 누나들이 대체 감방에 갈 위험을 무릅쓰고 허구한 날 데모를 하는지 희한했었으니까요.

저 시절 정부의 공식적인 기관지가 아님에도 준 기관지 행세를 하던 경향신문이 오늘날에는 반정부의 선두에 서 있고, 당시 학생운동을 편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하던 동아일보가 이제는 준 기관지처럼 보이는 것을 보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 두 신문 지면은 참 이런저런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는군요.

덧글

  • 2009/05/02 23:5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5/03 11:04 #

    귀동냥한 이야기는 많지만 블로깅하기는 좀 그런 이야기들이 많아서 다 이야기할 수가 없군요.
  • 解明 2009/05/02 23:54 #

    저 분량의 차이가 보도지침에서 허용한 유일한 언론 자유(?)였죠.
  • 초록불 2009/05/02 23:58 #

    보도지침은 일반인들에게 좀 과장되어 알려진 측면도 있긴 합니다. 서울, 경향처럼 꼼짝도 못한 신문이 있었는가 하면 동아, 조선, 한국, 중앙의 이른바 4대 일간지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댓글로는 설명하기 힘들군요. 당시의 시대상황과 관련해서 여러가지로 미묘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 운향목 2009/05/02 23:56 #

    경향과 동아에 그런 과거가 있었군요. 새롭게 알게된 사실입니다.
    언제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D
  • 초록불 2009/05/03 00:04 #

    고맙습니다.
  • Niveus 2009/05/03 00:02 #

    동아에서 제정신박힌 사람들은 다 쫒겨났으니까요(...)
    정말이지 지금 생각하면 그때 성금으로 도와주는게 아니었(...;;;)
    경향은 뭘 잘못먹었다고밖에 생각안되던걸요 -_-;;;
    환골탈태라기엔 너무 태도가 급변해버렸으니 -_-;;;
  • 초록불 2009/05/03 00:06 #

    언론민주화운동으로 동아일보 기자들이 쫓겨난 것은 1975년, 이보다 10년 전의 일이었지요. 물론 동아의 몰락은 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들합니다만...

    저는 93년 조간신문으로 전환하면서 결정적인 분위기 반전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검증한 것은 아닙니다.
  • Niveus 2009/05/03 02:39 #

    시기적으로 보면 75년에 시작되었지만 표면화된건 신군부시절부터죠(...)
    (...근데 난 이때 태어나지도 않았...;;;)
    예전에 언론사에 대해서 청강할때 배운 내용으로는 대략 화수분통장의 주인이 대권을 잡고부터로 보이더군요 -_-;;;
  • jawoon 2009/05/03 00:15 #

    1980년대 경향을 지금 시각에서 보면 좀 민망하지요.
  • 초록불 2009/05/03 11:04 #

    많이 민망합니다.
  • 세실 2009/05/03 00:29 #

    경향이 예전엔 기관지 수준이라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보니 확실하게 다가오네요....
    ....어쩌면 10년 20년 뒤에는 조선일보가 경향과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을까요?-_-[안될꺼 같다고 생각이 드는건 왜인지....;;;]
  • 초록불 2009/05/03 11:05 #

    경향은 나중에 한화로 넘어갔다가 한화에서 손을 떼면서 기자들이 주인이 되는 특이한 신문으로 전환합니다. 그 후에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어가지요.
  • 네비아찌 2009/05/03 00:57 #

    동아는 dj 집권할 때까지만해도 친 dj 라고 볼수 있을 정도였는데, dj가 집권 후에 메이저 신문사에 대한 사정을 하면서 동아를 압박한 것이 동아 입장에서는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으로 느껴졌을 겁니다. 게다가 동아 회장 부인께서 자살하신 일까지 터졌으니 동아가 반 dj 진영으로 입장을 180도 바꿀만 하지요.
  • 초록불 2009/05/03 11:05 #

    묫자리 보러 거기 갔던 생각이 나네요.
  • leopord 2009/05/03 01:11 #

    아닌 게 아니라 동아와 경향의 입장이 바뀐 부분엔 오프더레코드도 꽤 있을 거 같군요. 흥미로운 부분들입니다.

    한편, 지금이 아무리 민주주의 위기라고는 해도 언론자유가 존재한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랄까...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제 새로운 위협 앞에서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상황이란 생각에 또 정신이 번쩍 드네요.-_-;;
  • 초록불 2009/05/03 11:06 #

    결국 세월이 흐르면 기록으로서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언론이 1차적인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언론의 중요성이 남다르긴 합니다.
  • 러프 2009/05/03 01:21 #

    1975년하고 1980년의 대량해직 사태로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이 동아일보에서 빠져나가고 우경화되었다는 식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많던데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위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의 감시속에서도 비판적인 내용을 담으려고 애썼지요.
    그리고 동아투위 활동하지 않은 기자들은 상당수가 1988년을 전후해서 복직되었기 때문에 신문사 내부의 논조는 계속해서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이 끝나고 노태우 정권이 시작된 이후로는 계속해서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했지요. 사실 노무현 정권까지만 본다면 동아일보의 노선은 일관되게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였습니다.
    지금은 이명박 정권을 옹호해주는 경우가 많긴 한데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깔 겁니다. 근데 이명박은 민주화 이후 동아일보가 까던 대통령들과는 다른 계열의 인물이라 김대중을 지역주의적 가부장이라고 까던 것처럼 의식을 갖고 까는 건 쉽지 않겠지요.
  • 초록불 2009/05/03 11:07 #

    동아의 이명박 정부 보도는 확실히 실망스럽습니다.
  • caya 2009/05/03 01:37 #

    조선일보는 늘 한결같이...
  • 초록불 2009/05/03 11:09 #

    조선일보는 본래 좀 보수적인 신문이었지만 전두환 집권 시에 점차 더 심하게 수구 논조를 발휘하기 시작하더군요. 하지만 당시에는 서울과 경향이 있어서 지금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 Allenait 2009/05/03 03:11 #

    그 예전이라면... 그런 역사가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 초록불 2009/05/03 11:09 #

    고맙습니다.
  • 월광토끼 2009/05/03 03:55 #

    저희 어머니께서는 동아일보 기자로, 1974년 동아투위 사건 때 다른 모두와 함께 동아일보 사옥에서 농성하셨었죠. 마지막까지 인쇄기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거나, 김영삼씨가 찾아와 격려의 말을 전했던 얘기를 해 주시더군요. 75년의 대량 해직 사태 때 해고 되시고선 직후 생긴 한겨례의 요청을 뿌리치고 대학원 박사 과정으로, 나아가 교수로 직종 전환을 하셨는데, 동아투위에도, 87년 6월 혁명에도 참여하셨던 분이 지금은 조선일보를 구독하시고 한나라당에 표를 던지시니...... 그것도 아이러니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쭈어볼 때마다 "현재 동아일보와 한겨례 일보 둘 다 세상에 둘도 없는 쓰레기 신문" 으로 평하시더군요 -_-
  • 초록불 2009/05/03 11:09 #

    어머니께서 그런 일을 겪으셨군요. 비슷한 말씀들을 저도 듣고 있긴 합니다...^^
  • 我行行 2009/05/03 08:19 #

    당시 경향신문은 문화방송의 자회사(혹은 특수관계사)였을 겁니다.

    또 보도지침이 있을 때는 다른 신문이 보도하길 꺼려하는 기사를 조선동아는 보도를 하긴 했습니다.
    조선동아가 개떡같이 보도하면 그걸 읽는 독자들이 찰떡같이 알아들었습니다. 조선동아를 제외하면 그런 짓도 잘 하지 않았지요. 그 때는 그랬습니다.

    하긴 왜정 때도 동아일보가 '普天堡에 馬賊團'이 출몰했다고 보도하면 독자들은 다 알아들었다고 합디다. (독립군이 국내로 진공했다고 보도하는 것이 가능했겠습니까?)
    앞면에는 왜왕의 사진을 걸고 뒷면에는 독자들이 개떡같이 써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기사를 내 보냈습니다. 친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신문이 살아야 소식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당시대의 시대상황을 모르고 비난부터 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모든 신문의 모든 기사를 열람할 수 있다면 서로 비교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는 겁니다.
    그 시대 상황을 알고 이해해야지 시대상황을 외면하고 텍스트로만 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사진도 보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납니다. 뒤통수나 다른 사람에게 가린 얼굴사진을 1면기사로 보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안보내는 신문도 있었고요.

    불과 20여 년 전 일이네요.
    하긴 20년이면 산천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이긴 합니다.
  • 초록불 2009/05/03 11:10 #

    맞는 말씀입니다.
  • 류시 2009/05/03 10:22 #

    저랬던 동아일보가 어쩌다가 지금은 수구꼴통의 개가 되었는지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경향이 180%도 바뀐 경위도 그렇고요...
    개인적으로는 언론의 성향을 '친정부/반정부'로 나누는 것보다는 '친기득권/반기득권'으로 나누는 것이 현실을 바라보는데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지난 정권만해도 반정부의 선두였던 조선이 지금은 친정부세력의 선봉장이니까요...
  • 초록불 2009/05/03 11:12 #

    경향이 바뀐 경위는 위에도 간략히 적었지만 한회에 매각되었다가 한화가 빚더미 신문을 건사하기 힘들어 손을 털면서 신문이 사원들 손에 떨어지면서 독립언론이라는 기치를 걸면서 지금의 논조로 진화해왔지요.
  • 聖王 2009/05/03 12:13 #

    동아일보와 한겨레 둘 다 쓰레기라니..;;
    뭔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것 같네요

    저는 한겨레를 좋게만 본 사람이라..
  • 초록불 2009/05/03 12:26 #

    그냥 구세대의 말이라 생각해 두시는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는 복잡한 데다가 잘못 전달될 우려도 커서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 자유로픈 2009/05/03 22:35 #

    한국의 언론은 다른 나라의 언론과는 확실히 다른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요 언론들이 다른 나라의 그것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많이 찍어대는 현상부터가 다르기도 한 만큼이요...일제강점기부터 정치운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흘러온 역사성 때문일까요. 한국근현대사에서 보인 언론의 변천과 그 의미는 중요한 연구대상인 듯싶습니다. 현대사학계에서는 아직까지 언론을 정면으로 다룬 연구가 거의 없죠...
  • 초록불 2009/05/04 14:29 #

    미개척분야니까 앞으로 연구할 분들이 나오겠지요.
  • 나인테일 2009/05/04 01:11 #

    경향신문 서울신문 김영삼 시절만 해도 어린 꼬꼬마였던 제가 봤어도 상당히 이건 병크리였던 것 같아서 상종도 안 했었습니다만 조금 자라서 읽어보니 논조가 확 달라져 있어서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지요..;;
  • 초록불 2009/05/04 14:29 #

    세상은 돌고 도는 거지요...^^
  • 히라케 2009/05/04 01:23 #

    한겨레도 좌향좌입니다. 왜 우리나라 신문은 사실만을 보도해주지않는걸까요.
    예를들어 쇠고기 문제를 가장 냉철하고 논리적으로 보도했던 건 경향이었습니다.
    조중동은 소설을 썼고 한겨레는 시위대편에 서긴했으나 정치적인 느낌이 났죠.
    여성문제나 서민~중산층 이야기에는 오히려 소홀한데 외국인근로자나 빈곤층 문제같은데에는 미치도록 친절해서 거부반응이 일기도 하구요.
  • 초록불 2009/05/04 14:30 #

    사실이라는 것도 그 자체가 가치 판단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2009/05/04 09:4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5/04 14:30 #

    앗, 고맙습니다.
  • 2009/05/04 10:1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5/04 14:32 #

    네, 그럴 것 같네요. 다만 위 포스팅의 경우 그 내용을 읽어낼 수 없고, 포스팅의 내용 상 편집 디자인을 보여주기 위한(즉 공익을 위해서 인용한)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 인용의 면책 사유에 해당되리라 생각합니다.
  • 부엉 2009/05/04 17:50 #

    저 서비스 만든사람입니다. (__)
    초록불님 덧글 내용으로 보아 저작권 관련 덧글이었던 듯 하네요..
    아직은 관망중입니다만, 특별히 사유가 있거나(초록불님같이) 한 경우가 아니면 자제하시는 쪽을 권해드립니다.
    (이것이 회사의 공식 입장은 아닙니다...)
  • 초록불 2009/05/04 18:54 #

    부엉님 / 대단한 작업을 해내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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