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과 유대인 대학살의 부인 *..역........사..*



포스트모더니즘과 유대인 대학살의 부인 - 10점
로버트 이글스톤 지음, 김원기 옮김/이제이북스


프로듀서는 의아해 했다. 그녀는 내가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텔레비전 대담 프로그램에 나갈 기회를 거절하고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당신은 이 주제에 대한 책을 쓰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나는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하는 사람들과의 논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설명했다. 유대인 대학살의 존재는 논쟁할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출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것은 그들에게 결코 받을 자격이 없는 정당성과 지위를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유대인 대학살의 부인 : 진실과 기억에 대한 점증하는 공격>의 저자 데보라 립스태드의 말, 위 책, 19-20쪽)

이 책은 이어서 이렇게 설명한다.

합리적이고 도의적인 사람들은 이런 논쟁을 하지 않는다. 특히 대학살에 대해서는 "증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유대인 대학살 부인에 대한 전문가인 피에르 비달-나크는 천문학자가 점성술사나 "달이 녹색 치즈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토론을 하느냐고 묻는다. (중략) 그렇기 때문에 립스태드가 인터뷰를 거절한 것이다. 마치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하는 사람들이 합리적인 양 그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그들에게 신뢰감을 부여하는 일이다. (위 책 21-21쪽)

여기서 잠깐 배경 설명을 하자면, 2000년 영국에서는 재판이 하나 있었다. 데이비드 어빙이라는 사람이 데보라 립스태드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사건이다. 재판은 1월 11일에서 4월 11일까지 지속되었다. 데이비드 어빙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찌에 의한 유태인 대학살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는 립스태드가 자신을 "사실을 왜곡하고 자료를 조작한 나치 옹호자로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재판관은 어빙이 "반유대주의자며 인종차별주의자고 신나치주의를 주장하는 극우파와 연결"되어 있다고 판결했다.

다음에 인용할 구절은 어느 나라에서나 유사역사가들의 행태는 비슷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사례라 하겠다. (번역이 살짝 이상한 부분을 손봤다.)

상상해보라. 어떤 부류의 사람이 텔레비전에 나와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인간쓰레기라고 주장한다면? 왜 그러는 것일까? 당신도 텔레비전에 출연해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겠는가? 공정한 것도 아니고 논쟁을 통해 설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이런 종류의 생각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증명하겠는가? (위 책 21-22쪽)

다음 구절은 더 재미있다. 어떤 대학살 부인론자가 광고와 사설(컬럼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좋았을 텐데)을 수많은 대학신문에 보냈다.

그 사설들이 실린다면 그의 역겨운 사상은 널리 퍼질 것이고, 이것이 이야기의 "다른 편"이라는 주장이 생겨나며, 이러한 종류의 허위 논쟁에 신뢰감을 부여하게 된다. 만일 그것들이 거부된다면, 그는 자신이 검열 당하고 있으며 (중략) 반자유적 요소들에 의해 억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난리를 피울 것이다. (위 책, 22-23쪽)

우리나라 유사역사가들이 하고 있는 행태와 똑같다.

이 일련의 사건에 립스태드는 비관했다. 이런 글들을 읽거나, 이런 "논쟁"을 주워들은 학생들은 "아마도 이 논쟁에 '수정주의자들'과 '기성 역사가들'이라는 두 개의 파가 존재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이것이 이번 사건을 통틀어 가장 우려되는 측면이다." (위 책, 23쪽)

대학살 부인론자들은 자신들이 반체제적인 인물로 보이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유사역사가들이 재야사학자라고 불리면서 식민사학자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과 동일한 행태인 것이다. 또한 대학살 부인론자들은 "합리적인 역사적 탐구"의 외관을 갖춘 것처럼 보이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이 점 역시 국내 유사역사가와 동일하다.

이 책은 뒤로 가면 역사학의 오랜 문제거리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것들도 읽을만 하다. 아니, 역사학에 흥미가 있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한다.

모든 역사는 독자를 위한 역사이다. (위 책, 49쪽)

오, 이런 말은 참 멋지지 않은가?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이야 뭔 말인지 이해 못하겠지만. 그리고 저 말이야말로 우리나라 역사가들이 대부분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말인 것 같다. (최근에는 좀 달라지는 분위기가 있다.)

장르로서의 역사
장르는 그 책들을 떠받치고 있는 규칙들이다. 어떤 것을 쓴다는 것은 장르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며, 일반적인 규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칙들의 일부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떤 것들은 핵심적이며 필수적이다. (위 책, 52쪽 일부요약)


위의 글은 마치 장르소설을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역사학에 대한 이런 접근은 참 놀랍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이글스톤은 합리적인 역사가와 객관적인 역사가에 대해서, 그리고 역사가의 세계관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직접 책을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이 재판에서 증명하고자 했던 것은 어빙이 역사가로서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전적으로 다른 장르, 즉 반유대주의적 파시스트 선전물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하는 것은 잘못된 역사가 아니다. 그것은 결코 어떤 종류의 역사도 아니며, 역사인 것처럼 논의될 수도 없다. (중략) "어빙 씨는 자신을 역사가라고 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그가 결코 역사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위 책 70-71쪽)

저자는 다문화의 가치를 인정하고 인종주의를 배격할 것을 주장한다. 더불어,

이러한 다문화 속에서 살면서 그것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의무의 일부는 언제 어디서든 이러한 증오를 발견하면 맞서 싸우는 것이다. (위 책 80쪽)

라고 주장한다. 80쪽 밖에 안 되는 책에 이처럼 알찬 내용들이 들어있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핑백

  • 초록불의 잡학다식 : 한겨레, 마도에 빠지다 2009-05-15 19:26:46 #

    ... . 유일은 무슨... 재야사학자라 이덕일이 부르는 유사역사가들과 싸우는 역사학계의 노고는 전세계를 불문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책들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마이클 셔너), (로버트 이글스톤) 이하 한국역사학계에 대한 비난은 내가 신경쓸 문제가 아닙니다. 나는 다만 이병도의 과 이기백의 을 읽어보고 그것들이 이덕일이 이야기하는 "쓰다 소우키치의 와 같다 ... more

덧글

  • tranGster 2009/05/11 01:02 #

    호오. 꼭 읽어 봐야 겠습니다.

    혹시 학살 부정론자들의 의견은 '유태인 학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증거 또한 없으니 참이 아니다.; 와 같은 건가요?
  • 초록불 2009/05/11 01:07 #

    이 책에 따르면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강경파와 온건파...

    강경파는 학살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온건파는 유태인이 수감되었을 뿐이며 질병과 전시의 궁핍으로 소수만 죽었다, 또는 나치의 정책이 아니라 나치 극단주의자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합니다.

    이 책에는 그 문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없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이 책보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를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 Allenait 2009/05/11 01:06 #

    2차대전 끝나고 어떤 한 나치 추종자가 학살이 아니었다는 식으로 편지 썼었던 게 기억납니다.

    ..인데 80쪽짜리 책이라구요(...) 매우 강렬하군요
  • 초록불 2009/05/11 01:08 #

    매우 재미있습니다. 문학적 관점이 많이 침투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영문학과 교수군요...^^
  • 애프터스쿨 2009/05/11 01:06 #

    모든 증거가 다 있는데도 그 사건에 대해서 부인하는 주장을 뚜렷한 근거도 없이 계속 반복하는 사람들을 보면, 뭐랄까... 사람이란 동물은 사실이나 생각을 자기 마음대로 취사선택하는 괴상망측한 동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능..

    BBC에서 '아우슈비츠'라는 4편(편수는 확실치 않아요)짜리 다큐멘터리를 해준적이 있길래 봤는데.. 정말 나치의 만행을 눈뜨고는 볼 수가 없더군요... 솔직히 이 다큐 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심한 줄 몰랐습니다. 어떻게 하면 빠르고 손쉽게 '청소'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더군요... 물론 그들에게 유대인은 '쓰레기'가 되겠죠......................................
  • 초록불 2009/05/11 01:09 #

    그 수많은 증거와 살아있는 증인도 아직 있는 판에도 이러니, 반만년 전의 일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 우리나라 경우는... (한숨)
  • dunkbear 2009/05/11 07:53 #

    패튼 장군이 해방된 한 유태인 수용소의 참상을 보고 토했다는 일화도 있죠... 얼마나 끔찍했으면...
  • 위장효과 2009/05/11 08:25 #

    더 한 건 아우슈비츠, 트레블린카, 베르겐 벨젠등의 시설, 특히나 아우슈비츠의 죽음의 공장-독가스실및 소각로-시설에 대한 각종 사진을 보고서 "이거야 말로 연합국의 조작이다. 독일인들이 얼마나 합리적인데 자기들한테 절대적으로 불리한 저런 증거들을 모두 파괴해서 증거인멸작업도 안하고 사진으로 남게 내버려뒀겠느냐."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는 겁니다.
  • 愚公 2009/05/11 09:45 #

    위장효과님의 인용내용에 대해 한 마디하면,

    어떤 활동에 대한 기록을 '모두' 파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기록 생산량이 보다 적은 고대의 기록들도 '완전히' 파괴된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일부는 파괴되어도 일부가 남게 되는 것이죠. 시대가 지나면서 기록에 대한 파괴방식이 효율화되기는 했지만 기록의 생산방식은 그 몇 배로 효율화되었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기록을 만들지 않는 것도 어렵습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같은 경우 일부 수용소에서 우발적으로 행해진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기록은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들어질 수 밖에 없고, 그 활동이 체계적이거나 규모가 커질 수록 기록에 의한 행정활동(문서행정)에 대한 의존성이 커집니다. 이번 주에 유대인 몇백명 누구누구가 수용소로 이송되었는지, 그들을 '처리'하기 위한 소모성 물품(독가스라던가, 독가스라던가, 독가스라던가)이 얼마나 필요한지, 그들의 '잔해'를 치우기 위해 어떤 인력이 지원되어야 하는지, 수용소 감시병의 인적 사항이나 수용자에 대한 정보 등등. 이런 내용은 인간의 기억과 구두 명령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없기에 기록이 생겨날 수 밖에 없죠. (반대로 우발적인 최전선의 포로학살이나 학대는 기록이 별로 없습니다. 이 경우에도 기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죠.)
  • 라인하르트 2009/05/11 01:50 #

    인용하신 내용들만 보면 한 400페이지 정도는 되어줘야 할만한 책 같은데... 짧고 탄탄하군요.
  • 초록불 2009/05/11 10:08 #

    간결한 책이죠...^^

    이런 문고본 책들을 좋아합니다.
  • 한단인 2009/05/11 03:09 #

    [장르로서의 역사]라.. 재밌는 표현이군요
  • 초록불 2009/05/11 10:08 #

    ^^
  • catnip 2009/05/11 06:56 #

    생각할게 많은 오늘의 글이군요..
  • 초록불 2009/05/11 10:08 #

    ^^
  • dunkbear 2009/05/11 07:56 #

    '모든 역사는 독자를 위한 역사이다'라는 표현을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은 :

    '모든 역사는 독자의 민족의식 고취 및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그럴싸한)
    목적을 위해 사실은 얼마든지 왜곡되거나 변화할 수 있는 역사이다.'

    라고 해석하지 않을까 합니다... ㅡ.ㅡ;;;
  • 초록불 2009/05/11 10:08 #

    능히...
  • 야스페르츠 2009/05/11 09:16 #

    자신들을 반대항으로 설정함으로써 손쉽게 자신의 지위를 격상시키는 질할맞은 행태로군요. 저런 부류와 싸우고 있는 저도 참..... ㅠㅠ
  • 초록불 2009/05/11 10:10 #

    정답입니다.
  • 漁夫 2009/05/11 09:52 #

    'God Delusion'에 있는, R.Dawkins의 친구가 '창조론자와 갖는 토론회에 참석하겠냐'는 권유를 받고 말한 고전적인 문장;

    "그 편의 이력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제게는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 초록불 2009/05/11 10:11 #

    그렇습니다. 불쌍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 강제로 학자들이 끌려나갔던 적이 있지요.
  • 漁夫 2009/05/11 10:31 #

    어익후 국회의 강제로.......... OzTL
  • R_H_Ryu 2009/09/28 07:42 #

    결국 그건 진리와 관련된 문제는 아니고 정치적 문제라는 의미이죠. 학문하는 입장에서야 그 정치는 효율성이나 또다른 정치이슈화를 막기 위해 용인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상 순수 유물론으로서의 진화론은 반쪽짜리 진실에 불과합니다. 창조론이 기독교의 근본주의적 성경 해석에 이바지하며 먹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죠.

    어차피 현재의 고집에 찬 유물론 과학자들의 귀에는 의식과 물질의 경계론적 현상의 증거들은 들리지를 않습니다. 이미 노벨 수상자들을 비롯한 과학자들이 그런 것을 연구해도 유사과학이라고 비판하죠.

    게다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흐름도 소수 나타나는 동시에 가장 다양성을 용인하지 않는 원리주의적 학문이 수입되는 패턴이 반복되어 온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학이라든지, 기독교, 교조적 과학도 마찬가지. 정치도 마찬가지.

    그렇게 원리주의적이어야 온갖 잡 것들, 다양한 생각들을 쳐부수고 독야청청 긴 왕조를 열 수 있어서 그럴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는 별로 원리주의적이지도 않으면서.

    진짜 원리주의라는 것은 원리가 나온 원리, 즉 진리에 절대 복종하고 마음을 여는 태도가 아닌가 합니다. 하긴 그러다 말고 진리를 배반하니 '원리주의'라는 이름이 붙었겠지만.

    인간의 의식과 자유로운 정신을 억압하고 사기질을 쳐 온 사람들에게 세뇌된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군요. 하지만 나아지리라고 믿습니다. 그래야죠. 그래야 UFO납치자들 연구하다 돌아가신 고인 John E. Mack 같은 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출수 있겠죠.
  • 루드라 2009/05/11 11:03 #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구해봐야겠습니다. ^^
  • 초록불 2009/05/11 11:25 #

    가격도 저렴합니다...^^
  • shaind 2009/05/11 11:36 #

    그런데 이 책에서, 제목의 "포스트모더니즘"이 유대인 학살 부인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좀 궁금하네요. 그쪽으로는 어떤 식의 논의가 되고 있나요?
  • 초록불 2009/05/11 11:39 #

    그 점은 뒷표지의 내용으로 갈음하겠습니다.

    이 책은 종종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하는 것으로 오해 받기도 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실제로는 대학살이 일어날 수 있었던 문화의 핵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며, 대학살을 부인하는 사람들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 聖王 2009/05/11 16:20 #

    '이 일련의 사건에 립스태드는 비관했다. 이런 글들을 읽거나, 이런 "논쟁"을 주워들은 학생들은 아마도 이 논쟁에 '수정주의자들'과 '기성 역사가들'이라는 두 개의 파가 존재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저도 이 부분이 가장 공감되며 우려됩니다. 사실은 한 쪽에서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에 불과하는데 겉으로는 두 의견이 충돌하는 것 처럼 보인다는 거죠.
  • 초록불 2009/05/11 18:03 #

    십여 년 유사역사학과 부대껴보니까 십분 이해가 되는 말이었습니다.
  • 언럭키즈 2009/05/11 19:06 #

    이렇게 좋은 책이 할인까지.. 꼭 사서 봐야겠습니다.
  • 초록불 2009/05/11 19:56 #

    앗, 50% 할인 중이군요. 비싼 책이었으면 눈물 찍, 할 뻔 했네요.
  • R_H_Ryu 2009/09/28 08:21 #

    학살 부인(Holocost denial)은 나름의 추리와 합리성의 소산입니다.

    예컨대 상당히 사회비판적이었던 미국의 체스 플레이어 바비 피셔(bobby fischer) 역시 유대인 학살을 부인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가 유대인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는 미국 최초로 세계체스챔피언쉽에서 우승했기에 영웅이자, 동시에 유대인의 영웅이기도 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사회주의 소련을 찬양하다가 어느 날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좀 흐르고 이번엔 그 유명한 조쉬 웨이츠킨이 나타났습니다.10대에 이미 유명해졌는데 그 유명세는 바로 '바비 피셔를 찾아서'라는 영화에서였습니다. 새로운 바비 피셔의 후보가 나타났다는 것이죠. 그리고 물론 조쉬는 유대인이었습니다(나중에 미국 역사상 2번째 세계챔피언이 되지요).

    그리고 물론 그 영화를 제작한 제작자도, 제작사도 모두 유대인이었습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아마도 3번째 바비 피셔는 생각할 겁니다. '이거 돌아가는 폼새를 보아하니 학살 따위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학살은 있었다고 전 믿습니다. 제가 사는 프랑스 파리에도 학살 당시에 생존했던 유대인 노인들이 여럿 있고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얘기를 나눠 잘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이지만, 매우 생생한 경험들이죠.

    바비 피셔라거나 아마도 학살의 진상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유대인 그 자체와 비록 유대인이지만 분명히 히틀러에게 돈을 댔던 그 몇몇 가문과의 차이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했던 것입니다. 유대인이라는 집단의 특성상 그 안에서는 배신이 없고(조폭처럼 보복을 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인 문제임) '모든 유대인은 하나'라는 명제를 고려할 때 학살되는 사람들과, 학살하는 주체에 돈을 댄 사람들이 같은 유대인이라는 점에서 모순이 생겨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게 사실인 걸. 그리고 그 패러다임은 사실 모순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유대인이 지금껏 유대인으로 있어올 수 있었던 존재 양식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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