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제4회 입양의 날. 국내 입양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제정한 날이라고 하는데... 마침 내 생각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기사를 찾았다. 뿌리의 집 원장 김도현 목사가 쓴 글이다.
2.
[프레시안] "해외입양 보내면서 '국격'을 논할 수 있나" [클릭]
11일은 4번째로 맞는 '입양의 날'이다. 한국이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6년까지도 중국, 러시아, 과테말라에 이어 세계 4위의 '아동 수출 대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자 정부가 국내입양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중략) 우리나라는 지난 55년이라고 하는 긴 세월 동안 우리 사회 내부로 출현한 아동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 왔다. 그러던 중 20여 년 전 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국내외로부터 '아동수출국'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정 정도 노력한 바가 없지는 않으나,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기사는 이어서 김대중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해외입양이라는 비난을 국내입양으로 돌려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봉책을 썼고 그 결과 다음과 같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1) 해외입양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토대가 됨 - 국내입양이 늘지 않으니까 해외입양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변명이 가능하게 된 것
(2) 우리나라 국민에게 자괴감을 줌 - 미국과 유럽 사람들은 인종이 다른 우리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존재
(3) 가족/아동복지라고 하는 국가적 과제를 국민 개개인의 과제로 떠넘김
입양이란 어디까지나 가족해체의 결과에 대한 복지라는 점에서, 입양은 최소화해야 할 가치에 불과하거늘, 정부가 팔 걷어 부치고 나서서 '입양의 날'까지 떡하니 제정해 입양을 최대화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는 참으로 대략난감일 뿐이다. (위 기사 중)
김도현 목사의 글은 통렬하다.
자기 낳은 아이를 자기 품 안에서 키우지 못한 이 땅의 여성들에게는 도대체 어떤 메시지가 전달될지 검토해봤는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가난과 사회적 편견으로 친자식을 국외로 혹은 국내로 입양 보내고 일생동안 이 일을 가슴에 묻어두고 아픔과 슬픔과 수치에 내어 몰린 여성들에게 '입양의 날'을 기념하는 일이 과연 위로가 되겠는가 말이다. 세계 어느 나라가 '입양의 날'을 제정해서 기념하고 있던가? 과문한 필자가 아는 한 선진국 어느 나라도 '입양의 날'을 국가가 제정하여 기념하는 일은 하고 있지 않다. (위 기사 중)
3.
더구나 이런 해외입양은 장사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중앙일보] [분수대] 입양아와 진돗개 [클릭]
한국이 세계 5위권의 '아기수출 대국'임엔 변함이 없다. 1958~2007년 해외 입양인 16만여 명. 누적 통계론 세계 1위다. (중략) 스웨덴의 입양인 출신 사회학자 토비아스 후비네트(한국명 이삼돌)는 “과거 한국 정부는 해외 입양을 통해 막대한 복지 비용을 줄이고 건당 4000~7000달러의 수수료까지 챙겼다”(『해외 입양과 한국 민족주의』)고 비판한다. (중략) 오죽하면 미국 입양인 작가 제인 정 트렌카가 “한국은 진돗개 수출마저 금지하는 나라다. 미혼모 아이는 개보다 못하단 말이냐”고 쏘아붙였을까.
[한겨레] 국외입양 진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클릭]
트렌카씨는 “당시 문서를 보면 입양 기관들이 입양아를 위한 기록을 남기기보다 돈을 벌기 위한 기록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거짓 기록 대신 정부가 나서서 과거 입양과 관련된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진실을 밝히는 게 한국과 국외 입양인의 화해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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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에 나온 제인 정 트렌카는 여러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그만큼 뼈 아픈 말을 많이 했다.
[한겨레] 입양의 날, 미혼모를 생각하다 [클릭]
행사장에서 만난 제인 정 트렌카(Jane Jeong Trenka·정경아·37)는 의외로 입양의 날을 `반(反) 아동의 날'이라 불렀다. 그는 2004년부터 한국에 살고 있는 미국 입양아였다. “입양이 설사 사랑을 주는 행위라 할지라도, 어떤 입양이든 엄마와 아이를 떼어 놓는 일입니다. 어린이날 바로 다음에 ‘입양의 날’이 있는 게 역설적이지 않나요?” 이런 생각 때문에 트렌카는 “입양을 장려하기 전에 미혼모들이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당신과 함께 지하철을 타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클릭]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는 입양이 아예 없습니다. 엄마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또 아이들을 스스로 키우도록 장려받기 때문입니다. 결혼 여부에 따라 엄마들에게 행해지는 멸시와 차별은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입양이 설사 사랑을 주는 행위라고 할지라도, 어떤 입양이든 입양은 엄마와 엄마의 소중한 아이를 떼어 놓는 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국내입양이 해외입양보다 나을 거라고는 하지만, 국내입양 역시 엄마와 아이를 떼어 놓는 일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 없습니다. 국제적인 기구들 역시도 아이가 생모와 함께 지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에 합의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종교 지도자들은 그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우하는가에 의해서 그 사회는 평가된다고 말합니다. 한국을 비롯한 현대 국가들에게 있어서 최선이자 존엄성 깃든 해결책은 아이들로 하여금 생모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입니다.
제인 정 트렌카는 트랙(TRACK)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트랙(TRACK·Truth and Reconciliation for the Adoption Community of Korea)’이 열었다. ‘트랙’은 지난해 8월 ‘한국의 외국 입양에 관한 진실을 밝히고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설립하라’고 요구하며 만들어졌다. (위 한겨레 기사 중)
5.
해외입양된 한국 아이의 수는 대략 20만 명이라고 추산되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16만명인 모양이다.) 그런데 이들은 국제법으로도 보호받고 있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중앙일보] [시론] 헤이그 국제입양협약 가입을 촉구한다 [클릭]
한국이 헤이그국제사법회의에서 채택된 1993년 국제입양협약의 미가입국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협약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정하고, 국제협력체제를 확보해 국제입양이 적법절차(due process)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하며, 입양의 효력을 국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미가입 상태에서는 파행적인 친자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입양협약 가입은 우리도 가입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요구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국제입양협약을 가입하는 것은 아예 내놓고 해외입양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닐까? 아니다.
분명히 지적하거니와 협약 가입은 해외입양을 촉진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동권리협약과 동일하게 입양협약은 우선적으로 아동이 출생가족과 출신국의 보호 아래 머무를 수 있도록 각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서, 해외입양은 그것이 불가능한 때 아동에게 안정된 가정을 제공하는 최후 수단임을 명시한다. (위 기사 중)
6.
국내 입양을 장려한 덕분에 국내입양이 작년에 해외 입양을 앞질렀다고 한다.
[조선일보] [오늘의 세상] 요즘 입양하려면 '대기표' 받고 기다려야 [클릭]
지난해 국내외 가정으로 입양된 어린이는 2553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저출산 시대인 데다 입양 대상 아이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미혼모 출산이 줄고 사회적으로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미혼모가 자녀를 키우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저출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이야기다. 위 기사를 따르면 "미혼모 출산아는 2001년 4897명에서 작년 2349명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뿐이 아니다.
[동아일보] 국내입양〉해외입양?… 통계의 허구 [클릭]

위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전체 입양아의 수가 줄었고(이것은 조선일보 보도에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저출산과 미혼모 육아가 늘어났다고 했다.) 해외입양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국내입양의 경우는 절대수치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기사를 잠깐 보자.
국외입양이 줄어든 것은 ‘아동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정부에서 2007년부터 국외입양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생후 6개월 이하 영아는 국외로 입양할 수 없도록 했고 입양기관들이 가급적 국외입양을 자제하도록 행정력을 동원했다. 그 결과 2007년 국외입양은 2001년의 절반 수준인 1264건으로 줄었고, 전년인 2006년에 비해서도 600여 건이 줄었다. 그 때문에 국내입양이 매년 줄어드는데도 통계적으론 국외입양을 120여 건 앞설 수 있었던 것이다.
결론은 숫자놀음.
그리고 조선과 동아가 동시에 지적하고 있는 장애아동 입양기피현상에 대한 기사 부분을 보자.
2008년 국내입양이 된 장애아동은 29명인 데 비해 국외로는 124명의 장애아동이 입양됐다. 5년 전인 2004년에 장애아동이 국내에는 7명, 국외로 700명이 입양됐던 것에 비해선 차츰 나아진다고 할 수 있지만 장애아동에 대한 입양 기피는 여전하다.
7.
그 외 다음 기사들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한국일보] 엄마! 그 낯선 부름에 기쁨으로 울었어요 [클릭]
한국인으로 스웨덴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중인 현덕 김 스코글룬트(72)씨가 입양아와 양부모를 치료한 30여년의 경험을 쓴 책에 대한 소개 기사이다.
[경향신문] 장애아 딸이 건강 회복해 세상과 소통하길 [클릭]
이번 기념식에서 표창을 받는, 입양한 딸이 장애아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부모의 이야기다.
덧글
라는 글이 있던데요... 부모 죽어서 애가 다른집 가는건 그럼 뭐라고 부르나요?
좋은 마음으로 입양하는 사람들 상처입어요.
http://www.ytn.co.kr/_cn/0103_200905110553037849
물론 젊은 부부가 아이를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나이때문에 입양을 못하게 만든 것은 조금 어거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제한이 있으니 국내 입양이 국외 입양을 앞지를 수 있었겠지만 말이죠...)
'결혼 여부에 따라 엄마들에게 행해지는 멸시와 차별은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사실 입양에 관해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도 관대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입양아라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건 안타까운 문제이긴 한 것 같습니다만, 애초에 미혼모의 수가 줄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네요.
사실 입양이니 뭐니 해봐야 국내 입양절차 까다롭기만 하고, 미혼모는 넘쳐나고, 낙태도 1위 국가인데 뭐, 이래저래 털리는 일로밖에 안보이는군요. 그렇다고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좋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복지가 잘되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죠.
[ 조금 싸가지 없는 말이긴 하지만...] 책임감과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만들지도 않았으면 합니다. 싸질러놓고 버리다니, 애초에 나쁜짓 아닙니까;;;(낙태도 안좋잖아요)
2. "해외입양이라는 비난을 국내입양으로 돌려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봉책" 이란게 제가 알기론 5공말에 해외에서 시끌 시끌하니까 "5년내에 해외 입양금지"법안을 만들었던 것에서 시작한겁니다. 여기 상당히 반대의견을 냈고 국내 입양과 해외 입양의 실태를 꽤 자세히 조사했던게 월간조선이지요. 조선일보에서 그런 기사 냈다고 뜻밖인건 절대 아닙니다.
2. 조선일보 기사가 뜻밖이라는 건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뜻밖이라는 겁니다. 저로서는 나아진 걸 거의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4. 해외 입양가서 잘먹고 잘살고 녹색 지도자가 되지 않더라도 "한국"의 일반적인 정서로는 "해외에 팔려가서 정조를 유린당하는 우리의 딸들"이라는 개념으로 소개하니까 더 문제가 된겁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수잔 브링크에 대한 남한 방송의 왜곡 --;;에 가까운 보도나 "베를린 리포트"라는 영화에서 천연덕스럽게 나오는 "입양한 딸을 강간하는 프랑스 레지스탕스 출신의 아버지" 설정이나 "술자리 연예가 소식" 수준의 이야기인 "우디 알렌 결혼 이야기"도 "입양아에 대한 강간"으로 몰아버렸지요
6. 옛날에 월조에서 어떤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외국에라도 안보내면 당신들이 그나마 책임질수 있느냐? 수잔브링크가 스웨덴이라도 안가고 한국에 입양되었다면 그 정도의 삶을 살수 있었는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회학자나 작가의 말보다 이분의 말을 더 신뢰하지요.
ps: 월조에서 나온 기사중 그런게 있었지요. 교민회나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모임에서 아무에게도 안 가는 사람들이 "입양아 출신"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같은 교민이나 외교관들은 몰라도 입양아들은 "사생아"로 보기때문에 한국인들에게도 거꾸로 괄시받는다 뭐 그런 이야기지요. 개인적으로 본 케이스도 하나 있어서 더 가슴이 아픕니다
입양아들의 고민과 마음의 고통또한 만만치 않더라고요. 한국말이나 문화를 하나도 모르지만, 여기서 죽고 싶다는 그런 경우도 봤고....어떤 분은 입양에 대해 급진적(?)인 논문을 써써(잘 기억은 안나지만, 서양사람들의 우월감이 근원이라는 요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저기서 환영받지 못하는 입장이라던 입양인 분도 기억나고.....
댓글과는 살짝 핀트가 안 맞는 글이 되었는데, 약간 답답한 마음을 이 글로 풀어보려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