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 문제에 대한 신문사들의 입장 *..시........사..*

사법부를 망신시킨 신영철 대법관 거취에 대해 일간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각 신문의 사설을 통해 알아봅니다.
대법원장이 "엄중 경고"했으나 판사들이 이에 대해 불복하고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신문들이 여론을 어떻게 형성하고 싶어하는지 잘 볼 수 있습니다.

1.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
[조선일보] 사법부는 권력만이 아니라 여론 압력에서도 독립해야 [클릭]
조선일보는 신영철 대법관보다 "소장 판사"들이 문제라는 시각을 아주 강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소장 판사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비판하고,
(1) 즉시 문제제기 되지 않은 것이 수상하다.
(2) 외부의 힘을 끌어들여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했다.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서는
(1) 신영철 대법관의 일은 논란이 있으니 자기 생각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2) 진중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라고 말하고 있지요.

[동아일보] 판사들 집단행동 삼가고, 申대법관 직무에 충실하길 [클릭]
동아일보도 조선일보와 같은 입장이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영철 대법관이 계속 근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대법원장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판사들에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히 이런 대목을 주의하게 되는군요.

이 사태를 독재정권 시절의 ‘사법파동’ 같은 사태로 확산시켜 얻을 것이 무엇인가. 한 부장판사는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법관의 집단행동은 독재정권하에서 사법부 독립이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상황에 놓였을 때나 했던 것이지, 지금은 본래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옳은 견해라고 본다.

사법파동에 대해서는 밑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중앙일보] 신영철 파문, 진정으로 재판 독립 위한 건가 [클릭]
중앙일보도 조선, 동아와 같은 입장입니다. 신영철 대법관의 거취가 문제가 아니라 "일부 판사"들의 행동이 문제라고 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일보는 이번 일을 "우리법연구회"가 그 배후에 있는 이념문제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사설입니다.

'우리법연구회'라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주로 앞장서 문제를 제기했다는데, 일반 국민으로서는 법원에 '우리법연구회'와 '너희법연구회'가 따로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하고 찜찜하기 짝이 없다. 누구나 법관은 헌법·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줄 알고 있다. 그런데 양심이 아닌 '성향'과 '이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 누가 사법부를 믿고 법정에 출두하겠는가.

그리고 역시 이 대목이 재미있네요.

독재 시절 빚어진 '사법파동' 때는 그래도 국민의 소리 없는 성원이 뒷받침 역할을 했다. 이번 파문은 재판의 독립성과 사법행정권의 경계선에 걸쳐 있어 사안 자체가 다르다.

2. 퇴진해야 한다는 입장
[한국일보] 대법원장 '엄중경고'와 신 대법관의 선택 [클릭]
한국일보는 노골적으로 퇴진하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뉘앙스 상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설을 내놓았습니다.

우리는 신 대법관이 '경고 또는 주의'를 받을 지경에 이른 것만으로 막중한 자리에 머무르기 어려울 것임을 일깨운바 있다. 사법부와 자신을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거듭 바란다.

또한 법관들에 대해서도 조용히 하라는 양비론적인 사설이 되겠군요.

[경향신문] 신영철 대법관, 이제는 결단 내려야 [클릭]
[경향신문] 결자해지만이 사법부가 사는 길이다 [클릭]
경향신문은 사설을 두 개나 실어서 신영철 대법관의 퇴진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신 대법관은 ‘신분은 법으로 보장된다’는 방어막 아래에서 신뢰의 위기에 처한 사법부의 현실을 회피하려 해선 안 된다. 신 대법관 스스로 사퇴하는 것만이 실추된 사법부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법원의 균열을 막는 길이다. 일각에서는 신 대법관이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 발의도 제안하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하면 외부의 입김에 사법부가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겨레] 신 대법관, 사과가 아니라 사퇴할 때다 [클릭]
한겨레는 사설 제목에 사퇴를 박을 정도로 사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겨레는 신영철 대법관을 넘어서서 이용훈 대법원장까지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이 대법원장의 잘못도 있다. 신 대법관의 행위가 대법원장의 뜻을 받든 게 아니냐는 의혹은 이미 있었던 터다. 사실이라면 그 역시 법원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아니라도, 이 대법원장이 이번 일로 인한 대법원의 권위와 위상 훼손을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의문이다. 신 대법관의 잘못이 분명하다면 마땅히 그의 자진 사퇴를 설득하거나, 법관징계법에 따라 그에 대한 징계를 청구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다.

3. 기타 눈치보기 신문
세계일보와 서울신문은 두루뭉수리, 애매모호한 사설을 내놓았습니다. 읽을 가치도 없군요.

4. 사법파동
조선과 한국을 빼면 나머지 신문들은 "사법파동"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사법파동이란 무엇일까요?

[위키백과] 사법 파동 [클릭]
법원의 내부에서 법원 고위층의 결정에 항의하여 벌어진 항명으로 4차례의 사법파동이 있었다.

1차 사법파동 1971년
박정희 정권 때인 1971년 7월 28일 서울형사지법 판사 37명이 사표를 제출. 이범렬 부장판사와 최공웅 판사, 이남영 서기 등 3명에게 뇌물수수혐의를 적용해서 구속영장이 나온 것에 반발한 사건입니다.

이렇게 써놓으면 법원의 이기주의적 행태 같군요. 그런데 이것은 당시 시국사건에 잇달아 무죄판결을 내린 이범렬 판사를 노려서 만들어진 꼬투리 잡기였지요. 영장은 기각되었지만 서울민사지법 판사 40명도 사표를 냈고, 전국적으로 415명의 판사 중 153명이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결국 박정희 대통령은 신직수 법무장관을 불렀고, 신 법무장관은 민복기 대법원장을 찾아가 수사중지등 수습방안을 제시했습니다. 8월 27일 판사들이 사표제출을 철회하고 이범렬 판사와 최공웅 판사가 사직하는 것으로 1차 사법파동은 막을 내립니다.

그리고 다음해 유신정권이 수립되면서 대법원의 위헌법률심사권을 박탈하고 미운 털이 박힌 대법관들은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는 일로 보복하죠.

2차 사법파동 1988년
노태우 정권이 다시 전두환 시절의 사법부 수뇌부를 재임명하자 판사 355 명이 <새로운 대법원 구성에 즈음한 우리의 견해>라는 성명을 내놓습니다. 이 성명에서 김용철 대법원장 사퇴, 정보기관원 법원 상주 반대, 법관의 청와대 파견 근무 중지, 유신악법 철폐 등을 요구했고 430여 명의 판사가 동참하게 되면서 김 대법원장이 사퇴하고 이일규 대법원장의 취임을 가져옵니다.

3차 사법파동 1993년
1993년 2월 김영삼 정부가 수립되면서 사법개혁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때 대법원의 개혁 방안에 실망한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판사 28명이 <사법부 개혁에 관한 건의문>을 내놓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때 서울지법 서부지원장이었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법관회의를 열어서 판사들에게 의견을 개진케 했다고 하는군요. ([세계일보] 이용훈-우리법연구회, '인연'에서 '악연'으로? [클릭]) 이 결과 김덕주 대법원장이 물러났습니다.

4차 사법파동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8월 서울지법 판사가 대법관 인선의 관행에 대해서 <대법관 제청에 관한 소장 법관들의 의견>이라는 글을 올려 항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최종영 대법원장은 "전국 판사와의 대화"를 열어 대법관 임명에 대해 앞으로는 개혁을 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놓아서 사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처럼 사법파동이란 독재정권 때의 일이라기보다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있을 때 사법부가 그에 부응했던 사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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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멍의 생각 2009/05/14 12:09 #

    양심과 성향과 이념의 차이는? 초록불의 잡학다식 : 신영철 대법관 문제에 대한 신문사들의 입장... more

  • 오늘자 중앙일보 신영철관련 사설, 궤변의 결정판 2009/05/14 12:13 #

    사설도 사람이 쓰는 것일진대 어떻게 이런 짐승의 울음소리를 아침부터 천지가 시끄럽도록 자랑스럽게 찍어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오늘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되어 중앙일보의 애처로운 병적 울음소리를 반박하는 수고를 좀 해야 겠다. 사설의 원문을 보시려면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9/05/14/3377159.html?cloc=olink|article|default&nbs...... more

덧글

  • dunkbear 2009/05/14 10:34 # 답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법관의 집단행동은 독재정권하에서 사법부 독립이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상황에 놓였을 때나 했던 것이지, 지금은 본래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 이 논리대로라면요... 예를 들자면 부실한 댐의 수리는 댐에 조그만 하자가 발생했을 때가 아닌 쩍쩍 갈라지면서 무너지기 일보 직전에 해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입니다... ㅡ.ㅡ;;
  • 허안 2009/05/14 19:58 #

    댐이 터져도 나만 안빠지면 상관없다는 생각들이죠.
  • 수롤 2009/05/14 10:58 # 답글

    조중동의 개그센스는 식지를 않네요 아아 이것참 환장할 노릇입니다.
    신영철 사태에 반발하는 법관들을 '소수'로 만들어 '타자화' 시켜버리는 논조는 세 신문사가 한결같네요.
    집회진압할 때 여론차단하는 기술과 흡사해보입니다. 쓰레기 자식들.
  • catnip 2009/05/14 11:11 # 답글

    조중동이란 표현의 순서는... 중이나 동은 읽으면 비웃어줄만한 경우가 많지만 조는 읽으면 울컥할때가 많아서 그재주를 높이 쳐주는게 아닐까합니다.
  • 허안 2009/05/14 19:59 #

    그래도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가를 알려주는 이정표니까요. 조동아리에서 동쪽으로 가야한다고 하면 서쪽으로 가면 되지 않습니까?
  • kane0083 2009/05/14 12:10 # 답글

    "독재 시절 빚어진 '사법파동' 때는 그래도 국민의 소리 없는 성원이 뒷받침 역할을 했다. 이번 파문은 재판의 독립성과 사법행정권의 경계선에 걸쳐 있어 사안 자체가 다르다."

    박정희+노태우+김영삼 vs 노무현이라...1타3피네요. 그깟거 교환해주죠 뭐.

    아니면 김영삼때 사법파동은 인정 안하겠다는 걸까요?
  • rumic71 2009/05/14 12:13 #

    YS때 이루어진 건 뭐든 인정 안하고 보자는 풍조가 있긴 하죠 ㅋㅋㅋ
  • rumic71 2009/05/14 12:11 # 답글

    조선은 물론이고, 한겨레와 경향도 아주 예측한 그대로의 반응이 나오는군요.
  • 애프터스쿨 2009/05/14 12:31 # 답글

    참여정부에서 저런 일이 일어났으면, 아마 한나라당은 2차 탄핵을 했을 지도..(..)

    진짜 저놈의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망하는 날,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고싶을 뿐...
  • 我行行 2009/05/14 12:52 # 답글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옵서 친히 임명하신 신영철 대법관을 한나라당이 감싸고 도는 것도 미슷해리지요.
  • Tzar Bomba 2009/05/22 03:49 #

    !... 의외이군요. 촛불재판에 개입한 것이 이뻐보이기야 했겠습니다만.
  • 언럭키즈 2009/05/14 18:24 # 답글

    노태우 까지야 그렇다쳐도 김영삼 노무현이 독재정권 이었군요. 오오.
  • 나아가는자 2009/05/15 01:35 # 답글

    제가 아는 사법파동은 무리한 구속을 요구하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사표등을 통한 반발도 있었고, 또,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상황에 대한 영장심사 담당판사들의 집단 사표등의 반발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제가 몰랐던 사법파동을 보고 견식을 넓히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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