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보다 토론을 *..자........서..*



1.
아침마다 꾸준히 걷고 있는 중입니다. 걸을 때마다 책을 하나 들고나가 읽고있는데, 옆에서 아내가 부지런히 걷기 때문에 책 읽다가 속도가 늦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시간도 점점 빨라져서 예전엔 호수공원 주차장까지 30분이 걸렸는데, 이제는 그네 있는 곳까지 30분이 걸리는 군요.

2.
오늘은 <자긍심>이라는 책을 가지고 나갔습니다. 심리학자가 쓴 책인데, 굉장히 재미있군요. 오늘 읽은 에피소드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3.
여자친구 A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B는 어느날 A가 새로 머리를 하고 오자, 극찬을 합니다. 그러자 A는 당황하고 맙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전의 머리가 싫었던 거구나...

4.
자긍심이 낮은 사람은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데 천재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군요. 이런 태도는 어려서부터 형성되게 되는데, 이 책의 예로는 또 이런 것이 있습니다.

5.
C는 부모님이 외출하셨을 때 칭찬 받고 싶어서 죽어라고 청소를 합니다. 마루도 닦고 방도 치우고 설거지도 합니다. 그리고 뿌듯한 마음으로 부모님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다용도실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빨래통에 들어있지 않은 빨래감을 보고는 C를 불러다가 이런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냐고 야단을 칩니다.

6.
이런 부정적인 경험을 계속 쌓아가면 자긍심이 매우 낮은 사람이 되고 맙니다. 아직 책을 다 본 것은 아니라 책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겠습니다.

7.
이런 때, 당연히 나오는 이야기가 "그럼 아이들이 잘못했는데도 오냐, 오냐 길러야 하느냐"는 질문이겠지요. 오냐오냐 길러놓아서 식당에서 공공질서도 지킬 줄 모르는 그런 아이가 되는 거라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가르치기 위해서 교육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런 반론은 반론 자체가 잘못 되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아직 이성적인 토론이 불가능할 때도 있겠지요. 이런 경우에 "벌"은 주어질 수 있겠지요. 하지만 초등학생만 되어도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분명 바라는 것이 있고,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 행동에 이유가 있는 거지요.

8.
그런데 조금만 나이가 들면 아이들은 부모와 이야기 하기를 싫어합니다. 왜?

9.
아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 말과 행동에 꼬투리를 잡아서 야단치니까요."

10.
아이들이 잘못한 부분이 있으니까 부모가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아이들은 그 순간 벌써 긴장하죠. 평소에 대화를 많이 나누면 이런 긴장은 좀 덜하겠지요? 잘못한 일이 있을 때만 대화를 하자고 하지 말고 평소에도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11.
그리고 아이는 아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아이와 이기려고 토론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목적이 잘못된 겁니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을 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의 입장에서 그 상황을 해석해 보기 바랍니다. 그 다음에 왜 그 행동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이와 같이 궁리해나가보면, 의외의 결론에 도달할 때가 많습니다. 가령 위의 예에서처럼, 전의 머리가 나빴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는 것을 발혀낼 수도 있고, 아이가 열심히 집안 청소한 것은 칭찬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 사과할 수도 있습니다.

12.
아이도 그런 토론을 통해서 부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사고의 틀을 조금만 넓게 가져가면 역지사지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 것은 그 상대의 입장을 무작정 긍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는 것입니다. 그때 상대의 문제를 더 정확히 알 수 있고, 자신의 입장도 분명히 할 수 있게 됩니다.

13.
우리는 가정 안에서도 토론 문화가 부족하고 상명하달식의 권위적인 가족체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서는 더더욱 그렇지요. 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요. 학교나 사회는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라 당장 손을 댈 방법도 없습니다만, 가정에서는 부모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합니다.

14.
울컥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고,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새로운 세상이 거기 있음을 발견할지 모릅니다.

15... 사족
그런데 이런 대화는 아이도 결기를 좀 죽인 다음에 시도해야 합니다. 아이가 머리 끝까지 화가 나 있는데, 거기다 대고 자꾸 이야기 좀 하라고 말한다면... 무슨 대화가 되겠어요.

덧글

  • Lon 2009/05/18 10:44 #

    아아, 뭔가 저와도 겹치는 이야기가 많아서..
    부모와의 교감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많이 어렵지만요.
  • 네비아찌 2009/05/18 10:49 #

    우리 사회에 우울증 환자분들이 많은 게 바로 어려서부터 이런 문제들을 겪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Allenait 2009/05/18 11:01 #

    아. 진짜 공감합니다. 특히 사족에 말이죠(?)
  • 고양이그림자 2009/05/18 11:20 #

    5번..... 왠지 집 이야기같아서;

    단지 언니는 청소할 때 집 자체를 들었다가 놓을 정도로 예민해졌다는 거고 저는 회피스킬이 늘어서 비슷한 경우가 생기면 어머니 나갈 때 같이 나간다는 점이 조금 다르군요. -_-;
  • 초록불 2009/05/18 11:21 #

    책에 대해서는 다 읽고 다시 쓸 생각입니다만, 5번에 나오는 주인공의 경우도 "예민"해져버리고 맙니다.
  • 고양이그림자 2009/05/18 12:07 #

    책에 관해서 앞으로 쓰실 포스팅을 기대합니다. 궁금하네요.
  • Niveus 2009/05/18 11:32 #

    확실히 동감이 많이 가는 내용이군요(...)
    이제와서 자긍심을 가지려고 많이 노력중이지만 실제로 어릴때부터 형성된 성격을 바꾸는건 힘들군요...;;;
  • dunkbear 2009/05/18 11:50 #

    자긍심이라... 예를 들어 우리나라 역사학자가 우연히 매우 정밀하고 고증이 뛰어난 한반도
    지도를 발견하고 학회에 보고하고 언론에 올랐다고 하면 반응이...

    1) 역사학자들 - 반가운 일로 우리 조상들의 지도 제작 기술의 수준 높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역사 및 지리학에 큰 도움이 될 것.

    2) 유사역사학자들 - 이 지도는 날조다!!! 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만주와 시베리아가 없냐!!!
    / 이 지도는 만주와 시베리아가 없는 사대주의에 빠진 흔적으로 매우 부끄러운 일.
    / 만주와 시베리아가 없어? 그럼 가짜다!!!

    뭐, 대충 이런게 아닐지... ^^;;;
  • azusa 2009/05/18 11:58 #

    사려고 하는데 thanks to 가 없네요 ㅎ
  • 초록불 2009/05/18 12:05 #

    아직... 책을 다 읽지를 않아서요...^^;;
  • 표류소녀 2009/05/18 12:26 #

    9. 어제 도전 골든벨을 보는데 마지막 남은 1인(49번 문제에서 탈락)의 아버지가 그러더군요. "애하고 대화를 잘 안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얘기를 하면 잔소리로 들릴 수가 있기 때문에..."
    최후의 1인까지 남을 정도면 상당히 모범생일텐데... 잔소리 외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아버지가 드문가봐요.
  • 혈견화 2009/05/18 12:59 #

    확실히 아이는 아이로 봐야 겠습니다.
  • 일분의꿈 2009/05/18 15:00 #

    5번의 이야기는 제 이야기도 되는군요ㅠㅠ 부정적이다가 어느 순간에는 자존심을 버리게 됩니다ㅠㅠ (...)
  • 세실 2009/05/18 15:38 #

    아...공감갑니다...... 아이는 역시 어른하기 나름이군요~
  • 제제 2009/05/19 22:53 #

    아아,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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