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 - 제2편 *크리에이티브*



1.
용사는 바닷가 마을에서 해룡에게 바쳐질 운명의 처녀를 구했습니다. 해룡을 물리치는 늠름한 용사의 모습에 처녀는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용사도 사랑에 빠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축복 속에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그 바닷가 마을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용사는 용잡는 일은 그만두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었으니까요.

2.
해룡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마을에 큰바람도 불지 않았고 고기도 늘 잘 잡혔습니다. 그것은 처녀를 받기 위해 해룡이 배려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3.
가까운 곳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먼 바다까지 고기를 잡으러 나가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풍랑에 휩쓸려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배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4.
그리고 마을 촌장이 탄 배가 돌아오지 않게 된 날, 용사의 집은 불타버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불을 질렀습니다. 용사의 아내가 울부짖었습니다.

"이런다고 해룡이 살아돌아오기라도 하나요?"

마을 사람들은 차갑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분은 좀 나아지네. 꺼져. 살려서 보내는 것만 해도 감사하라고!"

용사가 말했습니다.

"정말 해룡이 당신들을 지켜줬다고 생각합니까? 당신들을 사육하고 있었다는 것을 모릅니까?"
"등 따시고 배부른 거 말고 뭐가 필요하다는 거냐?"
"자기 삶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사람들이 비웃었습니다.

"네 삶을 네가 결정할 수 있어? 떠나라. 어서. 그리고 이걸 알아둬라. 넌 네 발로 떠나는 게 아냐. 우리한테 쫓겨나는 거라고!"

용사가 물었습니다.

"정말 자기 자식을 바쳐가면서 살아가고 싶은 겁니까?"
"꼭 우리 자식이 아니라도 상관없지. 용이 바라는 건 처녀니까 처녀를 사오면 되는 거야."

용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면, 내가 그 방법을 알려주지요. 깊은 산 속에 사는 용을 찾아가세요. 이 마을을 바친다고 이야기해요. 용은 이 마을을 차지하기 위해 날아올 겁니다."

사람들이 술렁였어요.

"그럼 소식을 전한 사람도 데려오나?"

용사는 대답했지요.

"물론이지요. 용의 뱃속에 들어가 있으니까 자연히 같이 오는 셈이지요."

5.
용사와 그의 아내는 떠났습니다. 마을에서는 새로운 수호신이 될 용을 찾기로 했습니다. 매년 제비를 뽑아 용에게 소식을 전하러 갈 사람을 뽑았지만 용은 오지 않았습니다.

소식을 전하러 간 사람이 도망쳐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 하면서 살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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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백

  • 초록불의 잡학다식 : 용사 2009-05-28 09:13:06 #

    ... 사는 것이 훨씬 낫소!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오!" 5. 결국 용사는 떠났습니다. 용은 살아남았고 마을 사람들을 하나하나 잡아먹었답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클릭 ... more

덧글

  • 슈타인호프 2009/05/28 03:45 #

    잘 읽었습니다. 참 생각할 게 많아지는....;;
  • 김현 2009/05/28 05:41 #

    그래도 결국 내가 저 마을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에 더 심란하네요...
  • ▶◀ SAGA 2009/05/28 07:32 #

    또 씁쓸해지네요. 하아...... ㅡㅡ;;;
  • 아브공군 2009/05/28 07:55 #

    잘 읽었습니다......
  • 滿月 2009/05/28 08:02 #

    입맛에 정말 쓴맛만 남네요.
  • 2009/05/28 08:2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5/28 08:37 #

    음... 저도 요즘 잠이 잘...
  • dunkbear 2009/05/28 08:38 #

    알면서도 모른 척 하면서 살아갔습니다.... 하아...
  • 어릿광대 2009/05/28 08:42 #

    용을 물리쳤는데도 좋은소리 듣기 힘든 용사를 보니 한숨나오네요
  • Allenait 2009/05/28 09:15 #

    씁쓸해지는군요
  • 야스페르츠 2009/05/28 09:47 #

    입에 쓴 이야기로군요. 인간의 존엄성은 대체 무엇일까요...
  • Niveus 2009/05/28 10:02 #

    인간의 추악함에 대해서 고뇌가 깊어집니다.
  • raw 2009/05/28 10:28 #

    한숨만 나오네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
  • 네비아찌 2009/05/28 10:45 #

    제가 마을 사람 입장이어도 당연히 해룡에게 처녀를 바치면서 평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쪽을 택했을거 같습니다. 해룡이 없어져서 마을 사람들이 자기 삶을 결정할 권리를 찾았을지 몰라도, 풍랑에 빠져 죽고 고기 못잡아서 굶어 죽으면 결국 자기 삶을 자기 뜻대로 결정하지 못한거 아닙니까? 오히려 해룡 지배 하에 있었을 때는 딸의 죽음이라는 슬픔 하나만 빼면(그리고 사람은 언젠가는 모두 죽지요...) 바다에 빠져 죽을 두려움, 굶어 죽을 두려움 없이 마음껏 안심하고 살았으니, 오히려 해룡 지배 하에 있었을 때가 이 사람들이 자기 삶을 더 온전히 누린거 아닐까요?
    참, 외세라는 비룡도 쫒아내 버리고, 독재권력이라는 해룡도 죽여버리고 누구나 자유롭게 남의 눈치 안보고 자기 삶을 결정할 권리(^^;)를 찾은 바닷가 마을이 있지요. 바로 <<소말리아>>라는 곳입니다.^^;
  • 구름밟기 2009/05/28 11:07 #

    소말리아는 용은 없어도 수많은 늑대들이 날뛰고 있죠. 용 없다고 늑대들에게 당하는 건 소말리아 국민의 역량입니다.

    그냥 배부르고 등따신 가축이 되느냐, 늘 긴장하고 배고픔에 떠는 들짐승이 되느냐, 이게 더 맞는 비유일 듯.

    피를 마시는 새라는 소설에서 가축은 그 종의 미래를 가장 안전하게 만드는 선택이란 말이 있었지요. 먹이, 잠자리, 번식 등 모든 것을 인간이 책임지고, 대신 몇몇 개체를 인간에게 고기로 제공하는 일종의 계약이라는...

    전 천재지변의 경우에 가축이 되는 걸 반대하진 않습니다만, 가뭄 혹한이 지나고 힘과 체력이 돌아왔는데도 계속 가축이 되는 건 아니지 싶습니다.
  • 네비아찌 2009/05/28 11:56 #

    그런데 중요한 것은, (소말리아) 사람들은 용은 될수 없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서 늑대는 자유롭게 될 수 있다는 점이죠. 그게 용과 늑대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가축에 대해 얘기하자면, 초록불님의 이야기를 보면 저 마을 사람들은 풍랑으로 난파되고 고기잡기도 어려워지는 등 천재지변과 혹한기를 겪는게 맞잖습니까.^^
  • Joker™ 2009/05/28 12:20 #

    저 마을사람들도 되게 멍청하군요.

    저럴 때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협상을 걸어야죠. 어업노획량의 이윤에서 몇 %를 떼어내어 마을 밖에서 '심청이'를 사오거는 방법도 있지요.

    또 더 '윤리적인' 방법으로 용과 협상을 한다면 향후 그 돈으로 신선한 가축을 공급하는 대신에 용이 마을 사람들만은 잡아먹지 않고, 용이 마을의 안전권 밖에서는 뭘 하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계약도 맺을 수가 있죠.

    아니면 그 돈으로 뛰어난 마도사를 초빙, 속박의 마법을 걸어 마을의 용으로 부리는 것도 괜찮고 말입니다.

    세상에 결정권을 '용이 안 죽으면, 니들이 다 죽는다'라는 공갈협박으로 선택을 강요하는 친구들을 두고서 바로 파쇼라고 하는게 아닐런지.

    사실 저는 광대라서 동전의 앞뒷면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주사위를 굴려 그 숫자로 승부하는 것을 더 좋아하지요, 낄낄낄.

    광대는 바로 이 방법을 말해주기 때문에, '용이 안 죽으면 니들이 다 죽어!'라고 공갈을 치는 용사를 잡아죽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닐런지.

    동전과 주사위, 어느 쪽이 더 재미있는 게임의 도구일까요? 낄낄낄.
  • CodenameV 2009/05/28 18:50 #

    과연 용들이 협상을 할까요?

    용들에게 힘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힘이 없고요.

    용사라는 보호막이나 무기가 없는 이상

    마을 사람들의 요구를 과연 용이 받아 드릴까요?

    그리고 마도사를 초빙하는건 제 생각으로는 또 다른 용사의 탄생이나 다름 없는것 같군요.

    게다가 '용이 안 죽으면, 니들이 다 죽는다'라는 점에서.... 솔직히 조커님 말씀대로 파쇼적일지도 모르죠. 나치들이 유태인들이 순수 독일인들을 멸종시킬지도 모른다!!! 라고 한것과 같이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예들도 있을 수 있지요.

    "지금부터라도 배기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로 세계를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만약 저 나치들을 막지 않으면 유럽과 영국은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뭐... 이런 예들 말입니다.
  • 네비아찌 2009/05/28 13:27 #

    제가 보기에는 용사가 오기 전에는 마을 사람들과 용은 이미 나름대로 합리적인 계약관계를 맺고 있었던 걸로 보이는데요. 용은 마을 사람들이 매년 처녀 1명씩을 바칠 수 있도록 필요한 마을 사람들의 인구와 경제력을 잔잔한 바다라는 형태로 보장해주고, 마을 사람들은 그러한 혜택을 누리는 대신 용에게 1년에 사람 하나라는 공정가격을 지불하는 계약관계 말이죠.
  • 피식 2009/05/29 01:35 #

    이 용사이야기 좀 퍼갈게요
  • 초록불 2009/05/29 08:50 #

    퍼가시면 안 됩니다. 링크로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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