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일 *..만........상..*



사람에 대한 가치. 사람 목숨에 대한 가치가 매우 낮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는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 목숨에 대한 가치가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언급된다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더구나 그것이 어떤 군사적인 결정이 아니라, 스스로는 이성적인 척하면서 내리는 결정이라는 것 자체가 참 한심하기 그지없다.

신파같은 이야기에서 "성공을 위해선 희생이 없을 수 없습니다"라며 죽음으로 뛰어드는 혁명가를 본다면, 나름 감동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 혁명가가 동지들을 죽음 속에 방치시킨 뒤, "성공을 위해선 희생이 없을 수 없지."라며 돌아선다면, 설령 그가 냉소를 머금은 것이 아니라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손 치더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을 것이다. 나는 그렇다.

전형적인 영웅담의 주인공들은 작은 가치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대의를 위해서 작은 의리를 버려야 한다고 말할 때, 주인공은 그 따위는 알 바 아니다라고 치고나가는데, 나는 이런 주인공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영영 조조의 편을 들 수 없고, 늘 유비의 편인 것이다.

또한 어째서 그 오랜 세월 힘없는 백성들이 사랑해온 캐릭터가 유비인지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볼테르는 말했다.

"당신에게 불합리한 것을 믿게 만드는 사람은 당신에게 잔혹한 행위를 저지르게 만들 수 있다."

나는 이 말을,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당신의 목숨도 가볍게 여길 수 있다."로 바꿔서 이해하곤 한다. 물론 문제는 사람의 목숨을 효율성으로 따지는 사람들 역시 똑같은 이야기를 나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와 하나의 대립.

이 문제는 영원히 답이 나오지 않는 평행선상에 있다.

이 문제는 어디에 대입하느냐에 따라 그 자세가 변화하기 쉽다. 그러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목숨의 가치를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는 것, 즉 다른 대안이 전혀 없는 상황까지 목숨을 변수로 놓는 행위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이런 문제 속에 얼마나 많은 조건들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논쟁거리가 숨어있는지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그리고 이 문제를 상대에 대한 "비난"없이 대화로 풀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가장 아찔하다. 물을 흐리는 데는 미꾸라지 한 마리로 족하기 때문이다.

덧글

  • 2009/05/29 09:3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5/29 09:40 #

    바보는 온 세상 도적 중에 가장 악질이다. 그들은 당신에게서 시간과 기분, 두 가지를 모두 훔쳐간다. - 최근에 본 말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글귀였습니다...^^
  • 2009/05/29 09:4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5/29 09:45 #

    그래서 작가 분을 좋아하죠...^^
  • 2009/05/29 09:5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5/30 01:02 #

    고맙습니다.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 아롱쿠스 2009/05/29 09:59 #

    저도 '영웅'들은 정말 밥맛입니다.

    실제 심보는 자신의 야망과 욕심뿐이면서, 겉으로는 위선적으로 '대의'니 '백성'을 운운하죠.
  • 라세엄마 2009/05/29 11:04 #

    이렇-게 쳐다보고 있으면 사람의 가치란게 종교, 이념, 영토는 물론이고 기름, 핵무기, 심지어는 커피, 후추, 연봉보다도 떨어지긴 한거 같아요.
  • rumic71 2009/05/29 11:33 #

    그야말로 제왕될 자는 '덕' 이 중요하지요. 다른 건 부하들이 해도 되는 것이고.
  • Allenait 2009/05/29 12:31 #

    마지막 문단처럼... 쉬운 것이 아닌것 같습니다
  • 키시야스 2009/05/29 14:02 #

    뭐 적어도 민주주의 하에서 목숨이 효율성에 의해서 결정된다면 이미 막장인건 사실이지요.

    민주주의라는 국민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은 기본권은 누구나 보호받아야 한다라는걸 전제하는데

    기본권을 효율성 문제로 배제하는건 이미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 Nabo 2009/05/29 16:46 #

    처음으로 이글루스에 글 남겨 봅니다. 예전 용사 얘기에서 어떤 분들이 하시던 댓글중에 돈으로 딴 마을의 심청이 같은 사람을 사서 용에게 바치고 용과 공존 어쩌구 하는 글을 봤을때 부터 댓글을 달고 싶었는데.. 어찌된게 나이가 들 수록 말한마디가 조심스러워 지다 보니 조금 더 생각하고 달자 하던 참에 여기다 답니다.. 저도 그 댓글을 보는 순간 소름이 끼치면서 든 느낌이.. "당신 마을의 왜곡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돈을 주고 산 딴 마을의 심청이 역시 어떤 사람의 소중한 딸이다." 였습니다. 어떻게 인간 생명의 가치를 효율이라는 단어로 재단할 수 있는건지...그리고 두번째 든 생각이 만약 모든 용이 사는 마을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딴 마을에서 처녀를 사려고 들다 보면 결국 더이상 처녀를 살 수 있는 마을이 없어질테고 종국엔 다른 마을을 침략해서 처녀를 납치해 오고.. 얼라.. 이거 왠지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쟁탈전인가? 이런 댓글을 볼때 마다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 초록불 2009/05/30 01:03 #

    요즘 가슴이 먹먹한 일이 많습니다.
  • CodenameV 2009/05/29 20:12 #

    고우영 선생님의 유비가 생각나는군요.... 대놓고 쪼다라고 하셨지만, 쪼다였기에 다른 삼국지들의 유비보다 더 유비스러웠던....
  • 초록불 2009/05/30 01:04 #

    고우영 선생님은 인간적으로도 참 존경스러운 분이셨습니다. 만남의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안타깝습니다.
  • 어릿광대 2009/05/30 08:22 #

    왠지 모르게 많은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 초록불 2009/05/30 09:00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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