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거냐, 무시하는 거냐 *..만........상..*



생각보다 의외의 일이, 보수층에는 집회, 시위에 대해서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무서워한다. 인터넷을 둘러보면 모두 정권을 성토하고 있다고 무서워 한다.
한국 사회의 주류를 대변하는 조중동이 연일 시위는 단지 소수고, 시국선언한 교수의 퍼센트를 계산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옹호하는 기사를 매일매일 보도하는데도, 그래서 이른바 좌파라는 친구들이 매일매일 "우린 안 될 거야"라고 절망하는데도, 그 반대편에서는 의기양양한 척 하면서 내심으로는 무서워하고 있다는 이야기.

이렇게 해서 국가 이미지가 무너지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그래서 기득권을 잃게 될까봐 무섭고, 기득권이 없는 사람들은 기득권을 가질 "기회"를 잃을까 무섭다.

사람들이 무서운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 뭘까? 눈을 감는 거다. 그래서 그런 일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싶어한다. 무시하는 거다. 무시하는 것만으로 어찌 할 수 없을 때 - 인터넷만 켜면 설치는 저 "붉은 무리"들이 거슬리면...

해리 포터 시리즈 <아즈카반의 죄수>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괴물 보가트. 보가트는 인간의 공포를 이용해먹는 몬스터다. 이 몬스터를 물리치는 주문은 리디큘러스. 보가트의 변신 모습, 즉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서 조롱한다. 비웃음을 당한 공포 - 보가트는 달아나고 만다는 것.

공포를 치유하는 웃음. 좋은 이야기다. 문제는 이것은 허상 - 보가트는 허상이다 - 에 적용되는 방법이라는 거다. "그런 건 없어."라고 말할 수 있을 때만 사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그들은 열심히 말한다.

- 민주주의는 후퇴하지 않았다. 집회와 시위는 불허하지만.
- 인권은 후퇴하지 않았다. 인권위원회 예산은 삭감했지만. 묻지마 연행은 하고 있지만. 외국인도 잡아가고 있지만. 기타등등.
- 대운하는 하지 않는다. 4대강 정비는 할 거지만.
- 경찰과 검찰은 공정하다. 방패로 사람을 찍어버리긴 하지만.

나는 정부가 스스로를 코메디로 만들어서 이 상황을 극복하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경찰버스로 둘러싸니 아늑해서 좋다느니, 의경들이 임의로 분향소를 철거한 것이라느니 하는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 수준의 이야기를 여전히 진지하게 하는 경찰을 보면... 이게 농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정부의 답답한 행태는 그들을 더 무섭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중앙일보의 오늘자 사설이 그런 걱정을 드러내고 있다.

들리는 얘기로는 대통령은 오늘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가 있은 후 15일께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 입장을 밝힌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20여 일 만이다. 시기적으로도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방법도 문제다. 라디오 연설 같은 일방적인 의사전달로는 민심을 둘러싼 안개를 걷어낼 수 없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이나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국민과 주고받는 소통을 해야 한다. 전직 국가원수의 자살은 가슴 아픈 국가적 비극이지만 '정치보복이나 정치적 타살, 민주주의 후퇴' 같은 주장은 터무니없음을 지적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왜 정당했으며 수사 과정의 무리에 대해선 어떤 개선을 강구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국민화합과 국정개혁으로 차분하게 승화시켜야지 지난해와 같은 불법 혼란 사태는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은 솔직하게 국정쇄신을 언급해야 한다. 정치발전을 향한 복안은 무엇인지, 화합의 정치는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 당정개편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부자편향 정권'이라는 주장을 논박하고 차제에 4대 강 살리기의 대운하 의혹 주장도 당당히 대처해야 한다. 그는 48.7%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무엇이 두려워 국민 앞에 나서길 주저하는가. 화려한 언변이 없어도 진정성만 있으면 국민은 그의 얘기를 들을 것이다.

나는 저 이야기를 조중동에게도 똑같이 해주고 싶다. 뭐가 두려워서 네이버 뉴스 캐스트에는 정치 기사가 도통 보이지 않는 건지... 아참, 클릭 안 할까봐 두려워하는 거였지.

하지만 이것이 이 이야기의 끝은 아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쪽도 언제나 두려워하고 있더라는 이야기. 결국은 못 이길 거야. 결국은 재판에서 공정한 판결 따위는 나오지 않을 거야. 결국은 선거판에서 지고 말 거야. 결국은 조중동이 이길 거야. 아직 멀었어. 국민성이 후져서 안 돼. 저쪽은 공권력으로 폭력을 행사하는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하겠어. 386들이 엉터리라 그래. 20대가 투표를 안 해서 그래. 민주당이 지역당이라 그래. 노빠가 문제야. 종북이 문제야. 진보신당이 문제야. 원칙이 문제야. 분열이 문제야. 연대가 문제야. 모두 두려워서 실패의 책임을 떠넘길 상대부터 찾고 있는 중인가?

그렇다. 공포가 문제다.

19세기말에는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었는데, 21세기초에는 공포라는 유령이 한반도를 배회하고 있는 모양이다. 공포는 사실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다. 최배달은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공포는 불필요한 힘을 불러낸다고.

서로가 서로를 무서워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무시하면서 21세기는 흘러가고 있는 모양이다.

덧글

  • 아롱쿠스 2009/06/12 11:02 #

    루즈벨트 아저씨는 일찍이 76년전에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역설하셨건만, 우리는 아직도 모든 종류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있네요...
  • dunkbear 2009/06/12 11:04 #

    무엇보다도 대통령은 솔직하게 국정쇄신을 언급해야 한다.

    -> 2MB가 다른건 몰라도 이건 죽어도 못하는 것이죠. 인재풀이 없으니... ㅡ.ㅡ;;;
  • Dalpang-e 2009/06/12 11:40 #

    그러고보면 모 애니에서 그런 말이 있었던 것 같네요
    공포를 극복하는 것은 용기였다나 뭐라나...
  • 아브공군 2009/06/12 11:41 #

    지난번 용사 이야기의 사람들 + 광대도 공포가 짓눌렀던 것 아닐까요...
  • 스텔스좀비 2009/06/12 11:57 #

    시위뿐만 아니라,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자기와 대척점에 서 있거나, 정도는 약해도 견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거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공포의 감정이 오버액션으로 표출된 게 아닐까요?

    그들의 공포가 가장 잘 드러나 있는 것이 '반공'이지요.
  • rumic71 2009/06/12 12:03 #

    그 모든 것이 불란서 혁명의 트라우마지요.
  • 아야소피아 2009/06/12 12:12 #

    이런거 두려워 할 거면 권력은 왜 잡았는지 궁굼합니다.

    dunkbear/ 인수위 시절 '인재풀' 발언 듣고 놀라움을 금치못했죠... 세상에나...
  • 愚公 2009/06/12 12:17 #

    잘 읽었습니다. 이오공감에 추천했습니다.
  • 말코비치 2009/06/12 13:46 #

    집회, 시위가 별 것 아닌것 같지만 사실 꽤 대단한 것입니다. 역사의 중요 순간에는 항상 거대한 '집회, 시위'가 있었기도 하고, 그래서 보수층이 두려워 하는 것이죠. 사실 한국사의 거대한 집회, 시위는 100% 현 보수세력을 반대하는 것이었지요.
  • 김똘9 2009/06/12 14:51 #

    본인들이 시위했던 시절 학생운동의 노선이나 과격함을 요즘의 시위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바라보는 게 아닐까요? 보수 시위는 아직도 꽤 과격한걸로 알고 있는데..

    의견이 다른 집단 자체도 공포의 대상이지만, 거기에 더해 지금 사람들이 시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뭔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 사칙연산 2009/06/12 14:55 #

    광대씨의 존재를 이런 경우에 빗대어서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안웃기니 안될려나?
  • 카루 2009/06/12 15:13 #

    土克水의 원리에 따르자면 思는 恐을 이기지요...... 방법을 모색하고 생각해야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자그니 2009/06/12 15:13 #

    ...아마 저 사람들은 10년만에 되찾은 정권이 잘못되 버리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겠지요...
  • 가라나티 2009/06/12 15:19 #

    흔한 경구 같지만, 이런 말이 있죠.

    공포를 두려워하기에 당신은 인간이다. 하지만 공포의 어둠 속에서 용기라는 등불을 밝히기에 당신이 자신이 인간임을 '보증' 받는다...
  • 김허접 2009/06/12 16:26 #

    한국 사회의 주류를 대변하는 조중동이 (중략)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향상되고 있다고 매일매일 보도하는데도..

    → 사실입니까?


    "민주당 지지도 한나라당 추월, MB 지지율은 30%대로 추락"
    2009년 6월 9일, 조선일보

    "민주당, 4년 8개월 만에 한나라당 지지율 추월"
    2009년 6월 1일, 조선일보

    "4.29 재보선 이후 이 대통령 지지율 20% 대로 하락"
    2009년 5월 1일, 조선일보

    "한나라당은…(중략) 철저한 반성과 깨달음이 없다면 향후 선거는 물론이고 국정 운영에서도 숱한 장애물을 만날 수밖에 없다. 재·보선 후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당연한 결과다"
    2009년 5월 02일, 동아일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3&aid=0002057348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3&aid=000205522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3&aid=000204719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0&aid=0002045053


    이명박이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하면 되나요? 아무리 봐도 고의로 보이는데.

    이런 데에 집착하는 제가 쿨게이인가요? 달을 보라고 했더니 손가락을 보고 있는 건가요?
  • 긁적 2009/06/12 17:24 #

    쿨게이 + 손가락만 보시는거 맞습니다. 맞구요.
    그 사실이 틀렸으면, 위 글에서 그 부분을 빼고 읽어보세요.
    그 부분 빠졌을 때 글의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있나요?
    그건 그냥 수사적인 표현이죠.

    그리고 이명박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기사, 혹은 고의적으로 자신들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적다고 나타내는 기사들도 많습니다. 아. 찾지는 않겠습니다. 귀찮아서요. 그거 찾는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저는 가끔 이렇게 농담을 합니다. '철학과에 사람이 적은건 필연적이다.' 누가 이렇게 반론을 해요. '필연성이란 모든 가능계에서 ... 어쩌구 저쩌구 .. 근데 철학과에 사람이 많은 가능계가 존재하므로 니 말은 틀렸어!' 이렇게 반론하는 새끼를 병신으로 취급하는건 당연해보입니다. 저는 '농담'을 했으니까요.
  • 김허접 2009/06/12 17:52 #

    "조중동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향상되고 있다고 매일매일 보도하고 있다"라는 주장은,

    '수사적 표현'이고 '농담'이었습니까?

    글쎄.. 좌빨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병신소리 듣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네요.
  • 긁적 2009/06/12 21:41 #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그 부분 마음에 안 드시면 그 부분 지우고 읽으시라고 했지요.
    그 부분이 지워졌을 때 글의 전체 내용에 문제가 있나요?
    지금 병신 인증 찍으시나요?
  • 김허접 2009/06/12 21:55 #

    이따위로 교묘한 인상조작을 해 놓고 한다는 소리가 그따위니 욕을 먹지요.
  • 긁적 2009/06/12 23:28 #

    .................... 답이 없군요.

    GG
  • 긁적 2009/06/12 23:29 #

    아.; 초록불님.; 쌈질해서 죄송합니다..;;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초록불 2009/06/12 23:56 #

    두 분 말씀이 다 맞습니다. 근본적으로 제가 저렇게 쓴 것은, 조선일보의 이 기사 때문이었는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6/12/2009061200671.html?srchCol=news&srchUrl=news1

    이 기사 자체는 연합뉴스 것을 받아서 쓴 것이군요. 본래 이 포스팅은 사실 좀 오래전에 써놓은 것을 아침에 다시 고쳐서 내놓은 것이라 그런 부분에서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해당 부분은 수정해 놓지요. 어떻게 고치나 맥락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점에서 긁적님의 말씀도 맞습니다.
  • 긁적 2009/06/13 03:18 #

    멋지십니다 d(-_-)b
  • 키시야스 2009/06/13 03:24 #

    허접한거 알면 가서 언어영역이나 중학교 국어교과서나 읽으라니깐?
  • young026 2009/06/14 02:28 #

    본인이 쿨게이'씩이나'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韓浪 2009/06/12 17:48 #

    사실 뭘하든 무력으로 냅다 몰아내려 하는걸 보면 대 무서워 초가삼간 태우려는 꼴 같았거든요. 글발과 자료수입이 후달려서 딱히 정리하기 힘들었는데 초록불님의 글보니까 시원하게 정리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 vibis 2009/06/12 18:11 #

    "용기는 공포를 극복하는 데서 나온다. 공포가 없으면 용기가 없다."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레드바론)-

    그들이 고정 지지층에게도 점점 외면받는 이유는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 봅니다.
    MB는 악당 중에서도 최약 졸에 속하는 겁쟁이입니다.
  • loke 2009/06/12 19:30 #

    애초에 MB는 계획성이라는것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카리스마가 기본적으로 보이지가 않으니 사람들이 따르지 않고 다 제각각으로 놀고 있지요.
    용기가 생기는 가장 좋은 경우는 옆에 든든한 사람이 있을때인데 mb옆에는 든든한 사람도 없어요.
    이러니 용기도 못내는것입니다.
    얼마나 mb가 무계획성, 무책임한 인물인지를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합니다.
    2년전의 mb를 지지한 사람들은 요상한 마법이라도 걸렸던것이 아닐까요?
  • 소하 2009/06/13 03:37 #

    저는 역사가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한다고 믿고 있지만, 20년이 지난 후에 이런 식으로 퇴보(?)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요즘은 너무 순진했던 제가 잘못인지, 아니면 세상이 잘못된 것인지 구분을 못하겠습니다.
  • Cene 2020/11/20 11:07 #

    성지순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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