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 풍자, 해학과 조롱 *..만........상..*



오전에 글을 써놓고 오후에는 볼 일이 있어서 시내를 나갔다 왔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공연히 댓글에서 쌈이 났네요. 근본적으로 제 불찰이 있었던 탓입니다. 꼬투리를 잡히지 않는 글쓰기를 하는 것은 사실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사실 관계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전체적인 글의 논지가 약해지기 때문이고 심지어는 글 자체가 파탄을 일으키게도 되기 때문이죠.

앞 포스팅에는 그런 약점이 있었습니다. 아, 사실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글의 논리 전개 자체에 설명이 미진한 부분이 있어서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위에 적은 부분과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앞 포스팅은 꽤 오래 전에 써 두었다가 오늘 아침 몇몇 기사 - 결정적으로 중앙일보 사설을 읽고 마무리지었던 것인데, 약속 시간이 촉박해서 정작 보강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부분을 미처 손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이 포스팅의 제목인 "비유, 풍자, 해학과 조롱"에 대한 부분입니다.

앞서 글에서 해리 포터의 예로 설명한 것처럼 공포에 대해서 희화화를 통한 조롱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며, 인류는 오랫동안 그 방법을 사용해 왔습니다. 가령 조선 후기의 서민 문화의 한 축이었던 광대놀음이 바로 그런 것들을 증명하죠. 권력층이 그 놀이에서는 희화화 되어서 조롱감이 되고 있으니까요. 겉으로 근엄을 떨다가 뒤로 망신 당한다는 이야기는 배비장전과 같은 서민 소설에도, 호질과 같은 한문 소설에도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죠.

이런 것을 가리켜 "풍자諷刺"라고 합니다. 사전적인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정치적 현실과 세상 풍조, 기타 일반적으로 인간생활의 결함 ·악폐(惡弊) ·불합리 ·우열(愚劣) ·허위 등에 가해지는 기지 넘치는 비판적 또는 조소적(嘲笑的)인 발언.

본래 풍자라는 말은 <시경>에서 나온 것이라 하지만, 그 사실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이 말은 영어의 satire를 번역한 번역어로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풍자 자체는 웃음의 요소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씁쓸한 기분을 맛보게 하기도 하는 것이죠. 풍자에는 웃음의 요소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단지 웃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풍자에는 조롱도 들어가지만 단지 조롱만으로 구성되지도 않습니다. 범주가 넓은 개념입니다. 범위를 좁혀서 건강한 웃음을 던져주는 것을 해학諧謔, 비웃음을 던지는 것을 조롱嘲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해학의 사전적인 정의를 한 번 보지요.

익살스럽고도 품위가 있는 말이나 행동.

조롱의 사전적인 의미도 봅시다.

비웃거나 깔보면서 놀림.

쉽게 말하자면 풍자의 무기에는 해학도 있고 조롱도 있는 것이지요. 풍자의 목적은 비유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것입니다. 현대에 와서는 단지 문제제기의 용도로도 사용되지만, 본질적인 목적은 일종의 계몽주의가 그 안에 숨어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풍자가 의미가 있고, 그에 따른 해학과 조롱이 의미가 있으려면 그것이 바라는 바가 건강한 삶의 목표에 접근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물론 여기서 "건강한 삶의 목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라는 점에서 여러가지 견해가 나뉘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풍자와 결합하지 못한 조롱은 근본을 변화시킬 수 없는 무기력한 몸놀림이기는 합니다. 단지 "배설"에 그칠 수도 있죠. 하지만 "배설"을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배설하지 못하면 결국 죽기 때문이죠.

또한 사실상 풍자와 결합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조롱"도 알고보면 풍자의 그늘 아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문자 그대로의 "조롱"이고, 따라서 배설된 똥덩어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냥 "욕"인 거지요.

감정의 배설물인 "욕"이 되는냐, 세상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비웃음이냐는 풍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문제라 하겠습니다.

비유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고 가지요.

비유譬喩라는 말은 불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비譬는 상황을 비교한 것이며, 유喩는 밝게 가르침이다. 이를 의탁하여 저를 비교하는 것이며, 얕은 것에 붙여서 깊은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법화경문구 권5)

비유란 이처럼 비유되고 있는 것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가르치고자 하는 본질이 무엇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대개의 사람들은 적합하지 못한 비유를 보았을 때, 비유가 적절치 못하다고 이야기하죠. 하지만 일부 특이한 사람들은 비유 자체를 물고 늘어지면서 글쓴이를 욕보이고 싶어합니다. 이렇게 이해력이 낮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훨씬 낮은 수준의 비유를 들거나, 아니면 그냥 비유없이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불특정 다수가 보는 글을 쓸 때의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비유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비유란 어려운 것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대개는 이해하고자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 "비유"안에 다른 "비유"가, 함정 속에 또 다른 함정이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죠. 근본적으로 글쓴이에 대해서 선의가 전혀 없는 상태라면, 그 글안에서 어떤 선한 것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악의를 뛰어넘어 그 사람을 납득시킬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것이겠지요.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립시다. 나는 앞 포스팅에서 이런 말을 썼습니다.

공포를 치유하는 웃음. 좋은 이야기다. 문제는 이것은 허상 - 보가트는 허상이다 - 에 적용되는 방법이라는 거다. "그런 건 없어."라고 말할 수 있을 때만 사용이 가능하다.

저 말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공포"에 대해서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해의 여지가 있는 글이었습니다. 우리는 실체에 대해서도 웃음으로 대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런 것이 절실히 필요하기도 합니다. 너무 긴장하면 될 일도 안 되는 법입니다. 그러나 단지 웃음, 풍자가 아닌 조롱에 그친다면 그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포스팅을 같이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아서 오해의 여지를 남겨두고 글을 썼습니다만, 다행히도 이런 오해는 발생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발생하지 않을 것을 놓고 걱정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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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06/13 00:5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6/13 01:01 #

    무슨 말씀인지 짐작은 갑니다. 하지만 관계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 anaki-我行 2009/06/13 00:59 #

    역시 메이저는 피곤하시네유...

    저 같은 허접 블로그는 오류가 블랙홀만큼 있어도...

    누가 찾아와서 싸우는 일이 없어서 행복해요...(응???....)
  • 초록불 2009/06/13 01:01 #

    음.. 저는 그런 일로 피곤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다 사람이 둔한 탓이겠지요...^^;;
  • 녹슨 2009/06/13 01:33 #

    지금 싸우러 갑니다
  • 원래그런놈 2009/06/13 02:21 #

    김허접이란 분은 어제도 저하고도 싸웠지요. 물론 저는 실시간을 상대해 주었지만... 제 블로그에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 Allenait 2009/06/13 10:06 #

    ...참 뭐랄까. 세상 참 요지경이에요
  • 초록불 2009/06/13 10:11 #

    그게 세상이죠... 요즘은 요지경을 넘어서고 있어서 걱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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