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청년 학도의 기백이 없음을 한탄한다 *..역........사..*

<성균인에게 주는 글>

오늘날 국가와 민족이 미증유의 고난에 처하여 있는 시대에 학도에 부여된 사명은 보다 중대하다고 하겠다. 조국 흥망이 오로지 제군의 쌍견雙肩에 달려 있음을 생각할 때 금반 제군의 평소 학업의 성과를 발표하는 『성균成均』지 발간에 제際하여 나의 소회의 일단을 말하고, 또한 제군에게 몇 마디 부탁을 하고자 하는 바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 미만하고 있는 침체와 부진을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원인이 정치의 빈곤에 있든지, 혹은 경제 생활의 궁핍에 있든지, 또는 그 쌍방에 있든지 간에 국민이 혼돈 가운데서 무기력하게 헤매고 있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전반적인 침체와 위축을 여하히 극복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우리 앞에 놓여진 공동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나는 맨 처음 학생 제군이 현실에 대한 정확하고 세밀한 인식을 가져야만 될 줄 믿는다. 이러한 시대적·사회적 환경에서 우리는 보다 나은 생활의 방도를 발견하여 이에 정진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곧 입지立志다.

또 하나는 우리 나라 청년 학도의 기백이 없음을 한탄한다. 제군이 만약 청년다운 정열과 순진성을 가졌다면 절연히 정사正邪를 판단하여 사邪를 물리치고 정의를 바로 잡으려는 기개와 용기가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이와 같은 정의감은 청년의 청년다운 소이이며, 개個의 발전과 전체의 복지를 위한 불가결의 원동력이라 하겠다.

정신이 아무리 고귀하다 할지라도 결국 물질적 기반이 상부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 금일의 도의적 타락은 정신의 작흥作興과 더불어 물질 생활의 향상을 기함으로써 비로소 구제할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 성균의 건아들이 성균인成均人의 유래인 ‘성인재지미취成人才之未就 균풍속지부재均風俗之不齊’의 진의를 파악하여 전통에 빛나는 우리 학원에서 굳세고 참되게 자아 완성을 면려勉勵하여 국가 민족의 부흥과 인류 복지의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 심산 김창숙 『成均』 통권 5호(1954년 12월)

보다시피 대학 총장이 데모를 부추기는 시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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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갑옷을 그리는 젊은이 2009/06/17 01:30 # 답글

    전 진짜 궁금한게 있는데 말입니다. 왜 예전에는 독재에 맞서서 싸우고 고문받았던 민주투사들이, 요새는 많이들 '빨갱이타도'니 '좌파척결'이니 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걸까요? 그들이 '변절'했다고 봐야할까요? 아니면, 정말 그들은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전 정말 궁금해요. 자신들이 '기득권'이 되었다고 피기득권들을 타도 대상으로 모는 걸까요?
  • 초록불 2009/06/17 01:44 #

    댓글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주제입니다...^^;;

    또한 포스팅하기도 만만치 않군요. 저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생각은 있습니다만...
  • 만슈타인 2009/06/17 01:51 #

    아마도 떡 나눠주기 힘든 것과 비슷한 이치라 봐야 겠죠... (...)
  • 갑옷을 그리는 젊은이 2009/06/17 01:56 #

    윽...ㅠㅠ... 전 아직 몇 가지 생각들 중에서 어떤 게 맞는지 햇갈립ㄴㅣ당 ㅠㅠ;;
  • 자유로픈 2009/06/17 09:55 #

    한국근현대사에서 소위 '변절'은 정말 흥미롭고도 어려운 주제임에 분명하지요. 저 역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지만 어떤 논지의 글을 완결하기가 참 어렵다지요...
  • 萬古獨龍 2009/06/17 22:20 #

    떡밥이 너무 커요오.... 랄까나. 여러가지 이유가 혼재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득권이 된자, 피해망상에 시달린자, 이상을 잃어버린 자... 이유가 너무 많아요오...(먼산)
  • Allenait 2009/06/17 01:36 # 답글

    시대가 달라지고, 그와 더불어 세상도 달라지고.. .모르겠습니다.
  • 초록불 2009/06/17 01:45 #

    시대는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죠... (다이아몬드 광고 같은 소리군요...^^;;)
  • leopord 2009/06/17 02:19 # 답글

    식민기와 전쟁을 헤쳐온 지식인의 고뇌와 후학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군요. 당대인의 기개 앞에서 새삼 부끄러워집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우리 문화의 부재나 취약함은 1920, 30년대의 모던뽀이를 식민과 전쟁을 거치며 많이 잃었던 게 컸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 나츠메 2009/06/17 02:21 # 답글

    이게 어째서 데모를 부추기는 글인가요? ㅎㅎ 제가 보기엔 교장이나 총장들이 훈화할 때 으레 하는 하는 의례적 담화 정도로 밖엔 안 보이는데요?
  • dunkbear 2009/06/17 07:41 #

    http://orumi.egloos.com/4167359
  • 하늘이 2009/06/17 10:57 #

    분위기 파악 못하며 빈정거리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것도 필요한 법이거늘.
  • 윤민혁 2009/06/17 20:39 #

    1954년에는 3대 총선이 있었고, 그로부터 반 년 후인 11월 27일에 사사오입 개헌이 있었습니다. 그 시점에서 심산 선생이 저런 말을 했을 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었을지 생각해 보면 그런 글 차마 못 쓰시죠. 웬만하면 참견하고 싶지 않은 문제지만, 안 끼어들기가 참 그렇네요. 역사 문제를 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저런 글이 나왔을 때의 시대배경을 살핀 뒤에야 그런 감상을 쓰시리라 생각했습니다만.


    ... 설마 알면서도 모르는척하신 건 아니겠지요.
  • 나츠메 2009/06/17 23:03 #

    윤민혁 & 하늘이/
    사사오입 개헌과 이걸 어떻게 연결시켜 해석할 수 있는지요? 저는 그게 궁금합니다. 단지 사사오입 이후에 나왔고, 내용에서 학생들에게 <바른 사회 인식>을 가지라고 주문한 것을 데모를 부추겼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해석 아닙니까?

    더구나 본문의 마지막 두번 째 문단에서 말하길 <이에 금일의 도의적 타락은 정신의 작흥作興과 더불어 물질 생활의 향상을 기함으로써 비로소 구제할 수 있는 것이다.>했습니다. 이는 서론의 사회적 문제점 제시, 본론의 학생 제군의 인식 제고를 요구, 그에 대한 해답으로서 물질생활(경제)과 정신(학문)의 향상을 말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게 데모를 요청한 것으로 보이나요?

    하늘이와 윤민혁 당신들이 생각하는 대로 생각치 않는다고 해서, 내 생각이 틀린 것 같진 않는데요? 사사오입과 저 글을 연결시킬만한 다른 부연 자료(또는 설명)없이 저 글만 가지고 님들처럼 생각하는 것은 당신들의 확대해석일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 점이 당신들의 역사 해석의 문제점이고요.
  • young026 2009/06/20 15:59 #

    김창숙이 극렬한 반이승만파였다는 점 정도는 염두에 두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_-;
  • 나츠메 2009/06/20 16:09 #

    young026 /
    1. 한국 현대사에 대한 전공서 한번만 봐도 그런 사실 정도는 다 압니다. 교양 정도의 지식을 들이밀면서 염두하라 마라 논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2. 되게 이상한 분들 많네요. 교지에 실린 글 "하나" 가지고 데모를 선동했다고 해석하대고, 그렇게 해석 안하면 역사를 제대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라 하더니, 이번엔 역사를 알라고 훈계하니.... ㅎㅎㅎㅎ
  • dunkbear 2009/06/17 07:42 # 답글

    저 분께서 오늘날 젊은이들을 보시면 무슨 말씀을 하실지... 하아...
  • 키르난 2009/06/17 08:26 # 답글

    지금 저 학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몇 년 전에 성균지에다 삼성의 불법승계에 대한 만화를 싣자 학교 측에서 홀랑 성균지를 다 회수했거든요.-_- 그 다음에 어찌 되었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 굽시니스트 2009/06/17 08:31 #

    기말고사를 보고 있습니다.
  • 키르난 2009/06/18 08:14 #

    -ㅁ-; 기말고사 기간이란 걸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면 또 종강... 음...;
  • 자유로픈 2009/06/17 10:04 # 답글

    대학 총장 하니까 생각나는데, 1980년 유명한 '서울역 회군' 때 어느 대학 총장이 학내로 돌아온 학생들을 고생했다고 환영하며 라면 한 그릇씩을 대접했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강의 때 교수님이 해주신 경험담 입니다.
  • 大望 2009/06/17 10:19 # 답글

    재학시절 재벌에게 학교를 팔았다고 무진장 학내 시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삼성이 들어 오면서 외형적으로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가난해도 고고했던 그 시절의 캠퍼스가 그립긴 하네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심산 김창숙 선생님 관련 글을 연속해서 포스팅 해주셔서 제가 괜히 고맙다능~^^
  • 케이포룬 2009/06/17 12:53 # 답글

    ..죄송합니다. 제 앞가림이라는 핑계로.. 그래도 비참하군요. 아후..
  • 초록불 2009/06/17 13:07 #

    으잉? 무슨 말씀인지 잘...
  • 케이포룬 2009/06/17 14:06 #

    기백 없는 학도인지라..ㅠㅠㅠ
  • 초록불 2009/06/17 14:22 #

    무슨 그런 자학을...^^
  • Lucifer 2009/06/17 18:11 # 답글

    ...저도 대학생으로서 부끄러워집니다...OTL
  • BeN_M 2009/06/17 19:28 # 답글

    한때 걸고 있던(곧 나가서 다시 걸겠지만)
    대학생이란 간판이 부끄럽게 만드는 글입니다.


    (제 수준이 아직 미달인지라 제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하나)
    세상에 대한 기백과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글인 것 같습니다.
  • 찬별 2009/06/17 19:56 # 답글

    자세히 읽으니 저는 물질 생활의 향상에 대한 언급이 더 눈에 띄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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