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문이 왔습니다 *..역........사..*



사실 이런 질문은 세계사에 해박하고 특히 군사학 쪽으로 밝으신 분들(이글루스에 그런 분들 많습니다)이 답변하셔야 할텐데, 저한테 온 질문이니까 극히 일반적인 답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의견 주세요. 질문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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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게 몇가지 메일이 왔는데...내용이...그러니까 "약했기때문에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다=약했다->강해지고 싶구나!->열씨미 노력->세상의 패자가 된다" 이런 논리를 가지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몇가지 궁금한게 있어서 말입니다.

1.18세기 전까지 서양이 문화, 기술, 군대, 무력수준 등 모든것이 동양에 비해 열등했습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양은 어디일까요? 프랑스, 이태리, 독일, 영국, 스페인? 18세기 전이라면 1800년 이전을 가리키는 것인데, 18세기에 산업혁명이 일어나니까 산업혁명 전에는 서양이 동양에 비해서 열등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17세기에는 중국에 청나라가 있어서 막강한 국력을 자랑하던 때이기는 하죠. 하지만 1492년 콜룸부스가 대서양을 횡단하고 1522년에는 세계일주도 하죠. 이런 이야기는 김용의 소설에서 곽정이 세냐, 장무기가 세냐...라고 하면서 노는 것과 비슷합니다.

2.서양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전해나간게(르네상스 라고 하던가;) 동양(인도나 아랍 등)의 기술과학 덕분에 계기가 되어 깨우친게 맞습니까?
이런 이야기도 딱 그렇다, 아니다 이야기하기가 참 그런 질문입니다. 최근에는 중세의 절정이 르네상스라는 이론도 꽤나 힘을 받고 있답니다. 그러나 원론적인 차원에서 이슬람의 과학기술이 유럽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3.서양이 아프리카와 미대륙 약탈, 지배를 성공한것이 서양에서 넘어건 질병때문인게 맞습니까? 전염병을 퍼뜨려 원주민들을 약화시키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까요?
우선 아프리카는 구대륙이라 질병 문제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어쩐지 이건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오독한 질문처럼 보입니다. 유럽(구대륙)에서 건너간 전염병이 신대륙을 초토화했고, 인디언들에게 일부 이용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없었다고 대세가 바뀌진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우기면 어쩔 수 없다는...

4.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을 먼저 눈뜬건 동양인가요 서양인가요?
오늘날의 과학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서 집착한 것은 유럽이죠. (서양이라는 말은 부정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먼저 눈뜬... 이런 애매한 표현은 상대방을 함정에 걸어서 말꼬리를 잡겠다는 것 이상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5.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있을 시절에도 서양이 동양에 비해 기술 및 문화적으로 매우 열등했나요?
서양이 유럽을 의미하고 동양이 중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시절이나 그 후 시절이나 누가 누구에 대해 문화적으로 열등하다는 말은 좀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다고 볼 수는 없죠.

6.로마제국도 같은 시기 동양 국가들에 비해 열등했습니까?
로마제국은 당대 최고의 국가였죠. 당시 중국은 한나라 시절일텐데, 두 나라가 모두 최고의 경지에 오른 나라라 하겠습니다. 이건 마치 프랑스와 영국을 비교하면서 어디가 더 낫냐고 싸우는 격이랄까요.

7. 그리고..."약하다->적절한 시기에 강해지고 싶다는 계기 휙득->적절한 대응->역전" 이 올바른 논리인가요...?

말도 안되는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적절한 대응"이 압권이네요. 역전하면 적절한 대응을 한 것이고, 역전을 못하면 적절한 대응을 못한 것이겠지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논리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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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에는 보내지 않습니다.

질문의 대부분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고,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며 역사학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은 것들입니다.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도록 이야기해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덧글

  • 찬별 2009/06/22 23:03 #

    7번은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 이야기를 살짝 변형한 것 같네요.
  • 초록불 2009/06/22 23:07 #

    그런 듯.
  • 천지화랑 2009/06/22 23:04 #

    밀리쪽에서 딱 저 수준의 질문이 하나 있죠.

    "어디랑 어디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 초록불 2009/06/22 23:08 #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겨요? 하고 비슷하죠.
  • 정호찬 2009/06/22 23:09 #

    둘이 싸우면 누가 이겨요 떡밥은 지구가 망하는 그날까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 초록불 2009/06/22 23:18 #

    그렇겠죠.
  • 耿君 2009/06/22 23:14 #

    우열을 구분하려 하는 질문들이 좀 그러네요...
  • 초록불 2009/06/22 23:18 #

    전형적인 이분법이죠.
  • 슈타인호프 2009/06/22 23:15 #

    똑같은 질문 리플로 받았습니다-_-;;;

    제 대답도 초록불님과 별 차이 없이 갈 수밖에 없더군요. 차이가 있다면 1번에서 "군대는 서양이 더 나았죠"라고 한 정도.

    그런데 초록불님은 저보다 질문 하나 덜 받으셨군요.

    "7.처음 개미가 나타났을땐 흰개미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는데, 이후 개미가 세상을 거머쥐기 위해 뭉치고 무기(개미산이라든지?)를 개발했습니까?"

    전 이게 7번이고 도전과 응전이 8번이었습니다.
  • 초록불 2009/06/22 23:17 #

    그 질문은 슈타인호프님의 전공을 떠올려서 추가된 것일지도...
  • leopord 2009/06/22 23:26 #

    너무 역사를 강자 vs 약자 구도로 보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Allenait 2009/06/22 23:29 #

    음... 진짜 딱 이분법인 것 같군요.
  • 쓴귤 2009/06/22 23:36 #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인 주경철 교수의 <대항해시대> 라는 책에서 많이 설명되는 질문이네요. 그 책이 무조건 옳다는게 아니라, 질문자가 한번쯤 읽어보아도 좋을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 초록불 2009/06/22 23:45 #

    좋은 책을 읽는 건 좋은 방법이죠...^^
  • 액시움 2009/06/23 00:04 #

    저것들 중에서 하나만 골라서 제대로 대답하려고 해도 책 네다섯 권 분량은 필요할 것 같은데요. ㅡㅡ;
  • 초록불 2009/06/23 00:19 #

    ^^
  • 키시야스 2009/06/23 01:49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고독한별 2009/06/23 02:36 #

    1. 근대적인 의미의 '과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유럽에서 나온 것이니,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눈을 뜬 쪽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서양이라고 할 수밖에는 없을 듯 싶습니다. 보다
    폭넓은 의미에서 '자연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적절히 실생활에 활용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의 중요성'에 눈을 뜬 쪽이 어디냐고 질문을 바꿔 본다면, 원시 문명 전부라고 해야겠죠.
    그런 중요성에 눈을 떴으니까, 각종 재료를 써가면서 도구를 만들고 문명을 발달시킨 것이
    아니겠습니까?

    2. 제가 보기에는 질문들이 전체적으로 문화의 우열을 확실하게 판정내려 주기를 원하는 듯
    한 뉘앙스로 보입니다만, 문화의 우열을 과연 무엇으로 정할 수가 있느냐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우열을 논하자면, 공평한 '잣대'나 '기준'이 있어야 할 터인데,
    그런 잣대나 기준이 과연 존재할 수가 있느냐 하는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지요. 우리 문화
    의 관점에서, 가령 아프리카 원주민의 문화를 보면 미개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이미
    우리 문화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공평한 잣대'를 적용했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3. 뭐, 사실 저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양파 껍질을 벗기듯, 새로운 의문점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걸 알고, 처음에 무척 당혹스러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모든 문제의 답이 'Yes'나 'No'
    로 간단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질문하신 분께서도, 아마 공부를 하시
    다가 보면, 차츰차츰 '그렇다' '아니다' 이외에도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실 때가 올
    듯 싶네요.
  • 초록불 2009/06/23 07:29 #

    옳은 말씀입니다.
  • 소시민 2009/06/23 09:26 #

    사실 서양과 동양에 속한 나라들이 전체적인 특성을 공유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로마제국

    시기의 서양은 로마제국과 함께 게르만족도 포함되는데 이 둘이 같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지는 못했

    죠. 지나치게 진영을 단순화한 질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 초록불 2009/06/23 09:29 #

    그렇습니다. 막연하고 두루뭉실하죠.
  • 2009/06/23 11:2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6/23 11:47 #

    그런 생각은 못했는데 그럴 수 있겠네요.
  • 다복솔군 2009/06/23 19:23 #

    쉽게 말할 수 없는 문제죠... 0_0;; 다만 어디선가 아스텍은 쉽게 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라는 이야긴 들어본 것 같네요. 근대 유럽이 발전한 것에는 몽골의 영향도 있지 않나요.. 인쇄술의 기초, 화약, 이슬람의 쇠퇴 등... (동기적으로는 아메리카 발견의 동기도 지팡구섬이다라는 말이 있고..)

    여하튼 동서양으로만 세계 역사 설명하는건 상당히 편협한 시각이라는데 공감합니다.
  • 초록불 2009/06/23 20:20 #

    슈타인호프님도 그런 점에 비춰서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근대 유럽의 전략전술에 기여한 것 같기는 하지만... 다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 리플렉티아 2009/08/07 15:03 #

    18세기 이전이라는 말은 바로 1700년대 이전으로서 1600년대 말까지를 이르는 말이아닌가요?

    현재는 21세기로 2000년대니까요.
  • 초록불 2009/08/07 15:40 #

    이전을 미만과 이하 중 무엇으로 읽느냐의 문제인 셈인데, 18세기를 포함해서 읽는 것으로 저는 보았습니다. 어찌 되었건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냥 전근대 사회라는 뜻으로 보면 될 문제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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