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계몽사에서 나온 세계위인전기 중 슈바이처 전기를 읽다가 아리송한 문제에 부딪쳤다.
슈바이처가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했는데, 부족민들이 자꾸 약을 훔쳐가서 결국 장에 자물쇠를 달았다는 것. 부족민들에게 훔치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야단을 치자 부족민은 훔쳐갈 수 있도록 놓아둔 슈바이처가 잘못이라고 항의했다.
위인전은 슈바이처가 이런 부족민의 태도를 어이없어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었고, 나 역시 어린 마음에 책이 적은 데로 이해를 해버렸다.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부족민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당장 돈이 될 물건이 눈앞에 있는데, 그들에게 도덕을 내세워 참으라고 하는 것은 참 가혹한 일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즉 도둑질을 정당화한 것이 아니라 슈바이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 상의 논쟁도 이와 유사하다.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것이 뻔한 말을 공공연히 사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실제로 그런 의도가 없을지라도 상대방이 오해할 수밖에 없게 글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좋은 점이 하나 있긴 하다.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면 상대방이 감정적이라고 공격할 건수를 하나 더 잡게 되니까. 하지만 논쟁의 본래 목적이 설득이라면 이런 방법은 성공할 리가 없는 방법이다.
사실 목표는 설득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목표가 "선전"이 아니라 "설득"에 있는 것이라면, 애초에 상대에게 잘못을 범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옳은 방법일지 모른다.
주의 주장이 있는 한 "공격" 역시 언제나 남는 법이다. 하지만 공격은 주의주장에 따라 당연히 남는 것이지만 "오해"는 글쓰기에 따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글을 써도 제대로 못 읽는 인간들이 난동을 부리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덧글
1. 원래 잘 알고 지내는 데 여차저차해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오프라인형)
2. 다른 걸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어느정도 친해진 사람인 경우(온라인형)
가 아니면 웹상에서 論 자체를 안하는 편입니다.
쓸데없이 입씨름 하다가 지쳐서 - _-;;
앞세웠다면 충분히 잘못인데요.
도덕적으로 초보적인 기본 "공리"에 해당하는 것까지 일일히 따지고 다니면 토론을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