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만........상..*



어렸을 때 계몽사에서 나온 세계위인전기 중 슈바이처 전기를 읽다가 아리송한 문제에 부딪쳤다.

슈바이처가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했는데, 부족민들이 자꾸 약을 훔쳐가서 결국 장에 자물쇠를 달았다는 것. 부족민들에게 훔치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야단을 치자 부족민은 훔쳐갈 수 있도록 놓아둔 슈바이처가 잘못이라고 항의했다.

위인전은 슈바이처가 이런 부족민의 태도를 어이없어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었고, 나 역시 어린 마음에 책이 적은 데로 이해를 해버렸다.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부족민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당장 돈이 될 물건이 눈앞에 있는데, 그들에게 도덕을 내세워 참으라고 하는 것은 참 가혹한 일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즉 도둑질을 정당화한 것이 아니라 슈바이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 상의 논쟁도 이와 유사하다.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것이 뻔한 말을 공공연히 사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실제로 그런 의도가 없을지라도 상대방이 오해할 수밖에 없게 글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좋은 점이 하나 있긴 하다.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면 상대방이 감정적이라고 공격할 건수를 하나 더 잡게 되니까. 하지만 논쟁의 본래 목적이 설득이라면 이런 방법은 성공할 리가 없는 방법이다.

사실 목표는 설득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목표가 "선전"이 아니라 "설득"에 있는 것이라면, 애초에 상대에게 잘못을 범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옳은 방법일지 모른다.

주의 주장이 있는 한 "공격" 역시 언제나 남는 법이다. 하지만 공격은 주의주장에 따라 당연히 남는 것이지만 "오해"는 글쓰기에 따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글을 써도 제대로 못 읽는 인간들이 난동을 부리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덧글

  • Allenait 2009/06/27 22:37 #

    전체적으로 '아, 그래' 하면서 보다가 마지막 줄이 되니까 갑자기 씁쓸해지는군요
  • 사유 2009/06/27 22:50 #

    애초에 의도가 설득에 있지않기때문이지요뭐. 목적이 키배니까 밑밥도 뿌리고 그러는거라능.
  • 피그말리온 2009/06/27 22:52 #

    여러가지로 공감이 됩니다..
  • rumic71 2009/06/27 22:58 #

    인터넷 상의 논쟁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논쟁을 보는 '제3자'를 설득하는 것이거든요.
  • 초록불 2009/06/27 23:01 #

    그건 제 자신이 다른 포스팅에서 여러차례 언급한 사항입니다만, 제가 말하고 있는 것은 그 '제3자'조차 설득할 생각이 없는 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글들은 '제3자'가 아니라 자기 진영의 지지자들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작성된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 초록불 2009/06/27 23:06 #

    불분명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글을 약간 손질했습니다.
  • rumic71 2009/06/27 23:13 #

    설득이라고 한 제 표현에 문제가 좀 있었네요. 제 3자들로부터 '이겼다'는 판정을 받아내기 위한 것입니다.
  • 초록불 2009/06/27 23:25 #

    네, 승리라는 개념이 되면 이미 설득은 초월한 상태지요. 하지만 대체로 자기 진영 밖의 사람들이 승리를 인정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인정하느니 그냥 침묵으로...)
  • BeN_M 2009/06/28 11:04 #

    그런 연유로 저는

    1. 원래 잘 알고 지내는 데 여차저차해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오프라인형)
    2. 다른 걸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어느정도 친해진 사람인 경우(온라인형)

    가 아니면 웹상에서 論 자체를 안하는 편입니다.
    쓸데없이 입씨름 하다가 지쳐서 - _-;;
  • 초록불 2009/06/28 11:05 #

    그렇죠...
  • catnip 2009/06/28 11:05 #

    사실 목표는 설득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쪽에 더 심증이 가는 경우가 많던데요.
  • 초록불 2009/06/28 11:12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 3월의토끼 2009/06/28 14:52 #

    그러나 "당장 돈이 될 물건"을 "슈바이처라는 '의사'에 의해 사람을 치료하는데 쓰일 물건"보다
    앞세웠다면 충분히 잘못인데요.
    도덕적으로 초보적인 기본 "공리"에 해당하는 것까지 일일히 따지고 다니면 토론을 못해요.



  • 초록불 2009/06/28 15:13 #

    무슨 말씀인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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