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피다 *..문........화..*



시간은 피다 - 10점
이헌 지음/로크미디어


[시간은 피다]는 이상한 소설이다.

노블레스 클럽이 아니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나오기 힘든 소설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소설의 배경은 2차세계대전의 레닌그라드. 독일군이 포위한 상태. 극심한 기아가 도시 전체를 덮고 있는 상황에서 인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발레 공연은 계속 된다. 전쟁과 춤이라는 기묘한 동거.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한 식인. 극한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또 다른 극한의 상황.

그런데 소설은 여기서 크게 튀어오른다. 식인한 자를 찾아다니며 그들을 죽이고 그들을 먹어치우는 '괴물'이 등장하면서 이 소설은 현실 밖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이어나가며 전개된다.

이 소설은 구성에 문제가 좀 있다. 프롤로그는 있는데 에필로그는 없다. 첫 1절은 괴물에 대한 이야기고 2절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긴 하지만, 2절만 1인칭 시점으로 쓰여있다. 3절부터 마지막 39절까지는 3인칭 시점에서(주로 일로나의 시점)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런 어수선한 시작은 책읽기를 방해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일단 이 진입장벽만 넘어가면 글은 술술 읽힌다. 감각적인 문체에 스토리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발레리라를 꿈꾸는 두 소녀 - 일로나와 타티야나의 우여곡절이 생동감있게 전개된다. 작가가 자료 조사에 큰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헐리우드에서 재난 영화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900일간의 포위. 그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이야기는 한 치의 허술함도 없이 진행된다. 식인자들을 찾는 경찰. 그리고 경찰과 사랑을 싹 티우는 타티야나. 그 착한 타티야나에게 몰아닥치는 잔인한 운명.

이 특이한 시도의 소설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서 후속작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덧글

  • catnip 2009/06/28 11:05 #

    제목이 역시 흥미롭네요.
  • 초록불 2009/06/28 11:06 #

    아, 저 제목은...

    소련 62군 사령관 바실리 추이코프의 말이라고 하네요. '피'는 물론 血을 가리킵니다.
  • catnip 2009/06/28 19:05 #

    전 blood가 아니라 bloom으로 생각했...ㅠ_ㅠ
  • 초록불 2009/06/28 19:05 #

    네, 그러셨을 것 같았어요.
  • 무곡 2009/06/28 14:40 #

    오오오, 꽤 흥미로운 책이군요. 기대됩니다. 언제고 한번 만나볼 수 있기를!
  • Allenait 2009/06/28 16:05 #

    호... 흥미로운 책이군요. 인데 번역이 관건이군요. 러시아쪽 번역은 좀 제멋대로인 경우도 많고.. 인명 번역은 아주 희한한 경우도 많더군요
  • 초록불 2009/06/28 17:05 #

    국내작가 글입니다... 창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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