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위 성인전 - 김효임, 김효주 *..문........화..*



도서관 책 교환 행사 중에 이 책을 집어왔다. 평소 궁금한 점도 있고 당시 고문이 어떻게 행해졌는지에 대한 확인도 될 것 같아서.

순교자 성월 103위 성인전 / 박도식 / 미루나무 1987

이 중 성녀 김효주 아녜스와 김효임 꼴룸바의 이야기가 특이하다.

둘은 자매로 둘 다 기해박해(1839) 때 참수형을 받았다. 동생 김효주는 24세, 언니 김효임은 26세로 둘 다 미혼이었다.

두 사람은 한 집에 있다가 같이 체포되었고 고문도 같이 받은 것 같다. 동생은 9월 3일, 언니는 9월 26일에 처형당했다.

4월에 고양에서 체포되어 5개월 간 고문을 당한 셈이다. 이들은 학춤[鶴舞]라는 고문을 당했다고 하는데, 이 고문을 이 책에서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죄인의 옷을 벗긴 뒤 양 팔을 뒤로 젖혀 엇갈리게 묶어서 허공에 높이 매달아 사방에서 채찍이나 몽둥이로 때리는 잔학한 형벌이다.

이 고문은 일제 경찰에서 우리 경찰로 내려오는 비행기고문 또는 비행기 태우기라 부르는 고문과 같다. 나는 이런 고문이 일제 때 생겨난 것인줄 알았는데, 조선 시대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유교 국가로, 남녀칠세부동석을 외치는 나라, 물볼기를 때릴 때도 여자 죄수는 속곳을 벗기지 않게 되어 있는데, 처녀 둘을 발가벗겨 공중에 매달고 때렸다니 쇼킹한 이야기다.

더구나 언니는 거기에 더해서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열세 군데를 지져댔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 두 자매는 옷을 벗긴 채 남자 죄수 방에 감금 되었다.

남자 죄수의 방에서는 갑자기 신비스러운 힘이 생겨 흉악한 죄수들이 감히 두 자매를 범할 수 없었다.

언니 김효임은 포청에서 고문 후 형조로 압송 되었는데, 여기서 형조판서의 심문에 잘 대답해서 형조판서를 감동시키고, 포청에서의 고문과 능욕에 대해 항의하여 당시 고문을 한 포졸을 귀양보내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조선 시대판이라고나 할까.

다른 처녀들에 대해서는 이런 잔인하고 치욕적인 고문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이 두 자매에게만 이런 형벌이 가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고문을 가한 이유는 남동생의 행방을 불라는 것이었다. 동생은 성인에 오르지 못했으니 이들이 동생의 행방을 끝내 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이 책은 생각보다 간략한 소책자여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일독할만하긴 했다.

덧글

  • 만슈타인 2009/06/28 18:33 #

    (...) 조선시대 고문도 참 징했군요... 그나저나 조선시대에도 명나라 원숭환이 당했던 그런 능지처참도 실행되었답니까?
  • 초록불 2009/06/28 18:44 #

    그건 안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마분시는 한 적이 있는 것 같지만...
  • 루드라 2009/06/29 11:05 #

    원숭환이 당한 그런 능지는 중국에서도 명, 청 시대에만 시행되었던 혹형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능지가 없고 최고의 혹형으로 거열이 있었습니다.
  • 악희惡戱 2009/06/28 18:34 #

    실록에는 없군요... 쩝...
    솔깃한 이야기라 기대했는데 말이죠...-_-
  • 초록불 2009/06/28 18:44 #

    아하...^^
  • Allenait 2009/06/28 18:45 #

    참. 103위 모든 성인분들이 전부 순교인 나라는 한국밖에 없더군요.

    대략 정치적 이유도 있었고..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catnip 2009/06/28 19:08 #

    집에 순교자 시리즈 전집( ..)이 있었는데 세로 쓰기 한자가 많던 책도 다 읽어치우던 인간이 저건 손대다 말았었지요..;
  • Livgren 2009/06/28 21:36 #

    굳은 의지는 언제나 힘들죠...
  • 이준님 2009/06/28 23:12 #

    1. 5공 헌법은 엄연히 "고문은 금한다" --;;라고 했듯이 조선시대 관련 이야기 역시 대명률에 정해져 있지 않은데 관습상 내지는 기술자의 일시적 기분--;;에 따라서 벌이는 일이 무척 많았습니다. 저 케이스도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

    2. 사실 비행기 태우기--;;류의 이야기는 중세 연간에 스페인 종교 재판에서 아주 자주 이용되던 기법입니다. (발가락 불에 태우기와 물고문에 이어서 순서 세번째입니다. --;;) 그런 점에서 어쩌면 중세나 로마 연간에 있었던 여러 일화를 조선시대에 임의로 채록했다는 혐의도 짙습니다.

    실지로 중세 연간에 발표된 "아무개 성자 내지는 성녀의 고난기"류의 채록은 말은 "로마 시대"로 했는데 실제로는 중세에 벌어진 여러 이야기들을 임의로 집어넣은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저 케이스도 적어도 중세의 서양에서 벌어진 일화나 후대-일제-때 벌어진 이야기들을 임의로 집어 넣은 냄새가 나긴 합니다.

    3. "신비스러운 힘이..."의 경우는 중세 연간에 자주 나온 "마리아의 결혼생활"류의 어설픈 변주입니다. 즉 "성모"가 요셉과 결혼 생활(밤생활)을 했는가의 논쟁인데, 예수를 낳은 "성모"가 잠자리를 할리가 없으니 평생 수절했다 --;;는 이론과 같은 맥락이지요. 저 일화가 사실이라는 가정아래로 본다면 이문열의 모 소설의 등장인물이 말하는 대사대로 "당할건 다 당하고"가 더 정확할겁니다. 다만 그런 경우 "성녀"의 이미지가 깎일것을 우려한 후대에서 임의로 "신비스러운 힘.." 이야기를 수록했을겁니다.
  • 네비아찌 2009/06/28 23:28 #

    학춤추기 고문은 개화기 때 그려진 김윤보의 형정도첩 등 그림에도 나와있으니 서양의 일화는 아닐 겁니다.
  • 이준님 2009/06/28 23:16 #

    4, 어린이 독후감용 한국전쟁 만화에 엄연히 "나체고문" --;;장면도 넣던 70~80년대 시절에 저 이야기가 "만화화"되서 나온적도 있었습니다. --;;;기독교 만화계에서는 상당히 이름 있던 분의 작품인데 이게 적어도 90년대 재판되서 교보에 돈적도 있었지요. 무려 어린 소년 포졸이 담배빵하기가 버젓히 나온 "만화"였으니까요.

    5. 한국에서의 "사회주의"나 북한에서의 "종파주의" 관련 이야기가 들어가보면 치졸한 정치 싸움이 뒤에 있듯이 한국의 천주교 박해사도 그런게 있다는 걸 알면 대단히 서글픕니다.
  • raindrops 2009/06/28 23:46 #

    종교가 천주교라 어렸을 때부터 관련 책을 자주 접했는데, 13세 아이를 공개 처형하기에는 불쌍하게 여겼다던가(?), 공공연하게 처형하기 어려웠다던가 하는 이유로 감옥에서 옥에서 목졸라 죽이는 만화도 본 기억이 나네요. 보고 아주 소름이 끼쳤는데.... 사실 다른 성인의 처형(참수)같은건 현실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제가 너무 어렸는데, 또래의 아이가 죽는걸 보니까 좀 더 와닿았던 모양입니다. 생각해보니 중학교 때 장릉에 갔다와서도 비슷한 이유로 잠을 못잤던 적이 있는데....
    효주아녜스는 한국 성인 중에서는 비교적 인기있는 세례명입니다.
  • 초록불 2009/06/28 23:56 #

    네, 그 이야기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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