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BM 컴퓨터가 대세를 장악하고 얼마 안 되었던 1990년대 초반. 삼성에서는 일체형 컴퓨터를 내놓았다. 모니터를 따로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고 아주 간편한 컴퓨터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시장에서 완전 실패했다. 그후에도 가끔 "일체형"이라 부르는 컴퓨터가 나왔지만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에 이 일체형 컴퓨터를 사는 게 어떠냐고 내게 물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정확하게 가르쳐 주었다. "당신이 사용하기에는 적당한 컴퓨터다. 이 컴퓨터는 업그레이드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사실 일반인들은 업그레이드를 하지 못한다."
결과는?
구매하지 않았다. 그럼 이 사람이 새로 구입한 컴퓨터는? 물론 각 부품을 교환할 수 있는 컴퓨터였다.
그래서 업그레이드를 했는가?
2년 후에 새 컴퓨터를 샀다.
2.
업그레이드를 실제로 하는가, 하지 않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미국에서 20년간 산 조카가 한국에 왔다. 모과차를 마시다가 영어로 뭐라 부르는가 물었다. 핸드폰에서 한영사전을 찾아 알려주었다. 조카가 물었다.
"한국 핸드폰에서 안 되는 기능은 뭐죠?"
나는 말했다.
"초콜렛은 안 나와."
핸드폰에는 평생 가야 쓰지 않을 기능이 널려 있다. 가령 나 같으면 아무 짝에도 필요없는데 걸핏하면 잘못 눌러서 사용하게 되는 매직엔과 같은 그런 기능.
왜 이렇게 많은 기능이 있을까?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기능을 쓰거나 말거나 있는 것을 좋아하니까. "난 아니야"라고 핏대 세울 것은 없다. 그래, 당신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그저 당신이 대부분의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일 뿐이다. 그것은 당신이 이명박을 찍지 않았는데도 그가 대통령이 된 것과 비슷하다.
3.
일방적인 선택, 즉 강요된 선택을 싫어한다. 그 길을 택하건 택하지 않건 다른 길이 있기를 바란다.
문제는 다른 길이 있는데, 있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 상황이다.
불신이라는 벽이 다른 길로 가는 시선을 차단하고 있다.
문제는 불신이 '망상'이 아니라 충분히 현실성 있는 근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굴러왔다. 자본주의적 논리도 그리 건강하지 않다고 말하는 마당에, 자본주의적 논리도 아닌 전근대적 논리가 판을 치며 흘러온 것이다.
그리고 모두 핑계를 대는데 익숙해져 있다. 불신은 핑계에 유리하다. 덕분에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우리는 불필요한 선택을 늘려가며, 영원히 사용하지 않을 기능까지 끼고 살면서 의심한다. 모든 것을.
IBM 컴퓨터가 대세를 장악하고 얼마 안 되었던 1990년대 초반. 삼성에서는 일체형 컴퓨터를 내놓았다. 모니터를 따로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고 아주 간편한 컴퓨터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시장에서 완전 실패했다. 그후에도 가끔 "일체형"이라 부르는 컴퓨터가 나왔지만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에 이 일체형 컴퓨터를 사는 게 어떠냐고 내게 물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정확하게 가르쳐 주었다. "당신이 사용하기에는 적당한 컴퓨터다. 이 컴퓨터는 업그레이드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사실 일반인들은 업그레이드를 하지 못한다."
결과는?
구매하지 않았다. 그럼 이 사람이 새로 구입한 컴퓨터는? 물론 각 부품을 교환할 수 있는 컴퓨터였다.
그래서 업그레이드를 했는가?
2년 후에 새 컴퓨터를 샀다.
2.
업그레이드를 실제로 하는가, 하지 않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미국에서 20년간 산 조카가 한국에 왔다. 모과차를 마시다가 영어로 뭐라 부르는가 물었다. 핸드폰에서 한영사전을 찾아 알려주었다. 조카가 물었다.
"한국 핸드폰에서 안 되는 기능은 뭐죠?"
나는 말했다.
"초콜렛은 안 나와."
핸드폰에는 평생 가야 쓰지 않을 기능이 널려 있다. 가령 나 같으면 아무 짝에도 필요없는데 걸핏하면 잘못 눌러서 사용하게 되는 매직엔과 같은 그런 기능.
왜 이렇게 많은 기능이 있을까?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기능을 쓰거나 말거나 있는 것을 좋아하니까. "난 아니야"라고 핏대 세울 것은 없다. 그래, 당신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그저 당신이 대부분의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일 뿐이다. 그것은 당신이 이명박을 찍지 않았는데도 그가 대통령이 된 것과 비슷하다.
3.
일방적인 선택, 즉 강요된 선택을 싫어한다. 그 길을 택하건 택하지 않건 다른 길이 있기를 바란다.
문제는 다른 길이 있는데, 있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 상황이다.
불신이라는 벽이 다른 길로 가는 시선을 차단하고 있다.
문제는 불신이 '망상'이 아니라 충분히 현실성 있는 근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굴러왔다. 자본주의적 논리도 그리 건강하지 않다고 말하는 마당에, 자본주의적 논리도 아닌 전근대적 논리가 판을 치며 흘러온 것이다.
그리고 모두 핑계를 대는데 익숙해져 있다. 불신은 핑계에 유리하다. 덕분에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우리는 불필요한 선택을 늘려가며, 영원히 사용하지 않을 기능까지 끼고 살면서 의심한다. 모든 것을.







덧글
半道 2009/07/02 21:57 # 답글
그것은 당신이 이명박을 찍지 않았는데도 그가 대통령이 된 것과 비슷하다.-> 엄청난 설득력이다!!!!!
나야꼴통 2009/07/02 23:05 #
헉~
dunkbear 2009/07/02 22:06 # 답글
나 같으면 아무 짝에도 필요없는데 걸핏하면 잘못눌러서 사용하게 되는 매직엔과 같은 그런 기능.
-> 너무도 공감합니다... ㅠ.ㅠ
머스타드 2009/07/02 22:24 # 답글
휴대폰에는 사실 대부분이 쓰지 않는 기능이지만 대부분이 써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넣는 기능들도 매우 많죠. ^^;
소하 2009/07/02 22:30 # 답글
그것은 당신이 이명박을 찍지 않았는데도 그가 대통령이 된 것과 비슷하다.- 5년이 길게만 느껴집니다. 그 이후의 미래도 걱정입니다. 악몽같은 5년이 또 재연되면.... 언제나 진정한 사회민주주의 시대가 올까요?
오그드루 자하드 2009/07/02 22:35 #
민주노동당은 2017년 집권 계획을 세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사회민주주의 정치 세력의 안정된 집권까지 앞으로 30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합니다.
나야꼴통 2009/07/02 23:06 #
현 정권이 계속 이대로만 해 준다면..투표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ㅎㄷㄷ
을파소 2009/07/02 23:51 # 답글
2. 예비군훈련 가면 평소 안 쓰던 기능도 많이 익히게 되더군요.(...)
초록불 2009/07/02 23:54 #
그래서 예비군 훈련을 늘리는 모양이군요.
소시민 2009/07/03 00:38 # 답글
1. 그 일체형 컴퓨터 어릴 적에 시립도서관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 기억나는군요. 그 때 까지만해도 PC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나름 컬쳐쇼크였죠... 그 때 CD라는 것도 처음 봤고요.
초록불 2009/07/03 00:50 #
CD 드라이브 나오기도 전의 일체형 이야기입니다...^^;;
풍신 2009/07/03 08:30 # 답글
핸드폰만 아니라, 옛날의 초기 고급 비디오 중에 요즘(이라기는 뭐하고, 아직 비디오가 잘 팔렸던 시절...)의 비디오가 가졌던 기능은 물론이고 그 이상 여러가지의 기능을 가진 녀석이 있었죠. 문제는...사람들이 그 기능들을 전부 쓰질 못 했다는 것...(결국 심플한게 더 잘 팔렸다고...) --->세상은 다 그런건가봅니다.
할배 2009/07/03 08:36 # 답글
1. 글쎄.. 분명 저도 그시대를 거쳐온 사람인데.. 그런 컴퓨터는 기억이 안나네요. (혹시 치매? -_-)제 생각에는 그게 실패했던 것은 아직까지 컴퓨터라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사회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익숙하지 않기에 자신이 어떤 쓰임으로 쓰는지도 잘 모르던 시절이라 실제로 업그레이할 것도 아니면서 미래에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2. 혹시, 초코렛 폰? ^^
3. 글쎄.. 아직 다양함에 대해 익숙치 못한 상태에서 나오는 불신이라고 봅니다. 다양함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 것은 제 자신의 경험으로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니까요. 모두가 느끼고 익숙해지기 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큰흐름은 조금씩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고 봅니다.
BeN_M 2009/07/03 19:33 # 답글
그래서 전 요즘 효도폰(어르신들을 위한 필수기능만 남긴 핸드폰)이 은근 땡깁니다.아니면 아예 아이폰이나 스마트폰 같이 '핸드폰의 범주를 벗어난 이동통신 멀티미디어 기계'를 사거나..
(글씨만 빨리 잘 많이 쓸 수 있으면 넷북까진 대체될텐데...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