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론 - 고전의 힘 *..문........화..*

국가론 - 10점
플라톤 지음, 이환 옮김/돋을새김


이 책의 시작은 <정의正義>를 논하는 것이다. 먼저 정의에 대한 정의定義를 내려놓고 시작하자. 네이버 백과사전은 이렇게 말한다.

사상가에 의하여 입법자나 위정자(爲政者)가 그 사회에서 궁극적으로 실현해야 할 규범 및 가치로 여겨 온 개념.

트라시마코스는 말한다.

정의란 '강자의 이익'을 뜻합니다. ... 지배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법률을 만들 땐 어떻게 합니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법률을 제정합니다. ...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정의이고 이는 곧 강자의 이익을 말하죠.

소크라테스는 반론한다.

진정한 의미의 통치자는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지 않소. 국민들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지시하는 것이 통치자요.

트라시마코스는 다시 반론한다.

진정한 의미의 통치자는 양과 양치기의 관계와 같습니다. 통치자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들에게 이익이 돌아올까 하고 밤낮 없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는 것을 선생께서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정의란 통치자의 이익이며 통치자의 지배를 받는 이들에게는 해가 되는 것입니다. ... 그러니 순진한 소크라테스 선생! 선량한 자는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언제나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 세금을 낼 때도 불량한 자는 선량한 자에 비해 한푼이라도 세금을 덜 냅니다. 국가로부터 받아낼 것이 있을 때도 불량한 자가 더 악착같이 받아내게 마련입니다. ... (불의가) 한 개인에 의해 저질러졌다면 그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규모로 저질러졌을 경우, 가령 온국민의 재산을 송두리째 삼켜버린다든가 온국민을 노예로 삼아버린 경우에는 그러한 자를 불명예스럽게 취급하기는 커녕 행복한 자요, 축복받은 자로 칭송합니다.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전문적인 기술로 기술이 적용되는 대상에게 이익을 줌으로써 전문가에게 "보수"라는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가령 의사라는 전문가는 병을 치료해서 병자에게 이익을 주고 대신 보수를 챙긴다는 것. 트라시마코스는 이 점에 대해서 동의한다.

그렇다면 트라시마코스, 결론은 자명해졌소. 어떤 기술이나 어떤 통치도 그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 즉 기술은 기술의 대상, 통치는 통치의 대상에 이익을 주는 것이오. 그러니까 통치자로서의 강자는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다기보다는 통치받고 있는 약자의 이익을 도보한다고 봐야 하오. 그러므로 참된 통치자는 자신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언제나 대상의 이익(국민의 이익)을 돌보기 마련이오.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소크라테스의 논증은 허술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허술한 부분은 당시 토론자들이 제대로 반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가령 트라시마코스가 말하는 것은 일 개인으로서의 이익이 아니라 통치자로 대변되는 복수 집단의 이익인데, 소크라테스는 그것을 일 개인의 문제로 만들어버려서 논증에서 승리하고 있다. 사실은 잘못된 논증이다.

논증은 물론 여기서 끝나지는 않는다. 다시 정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논쟁은 계속된다. 그러다가 소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한다.

천성이 본래 장사꾼인 어떤 인물이 전사戰士가 되려 한다거나, 전사가 그럴 자격이 없음에도 통치자가 되려 한다면, 그래서 기강과 질서가 무너진다면 그 국가는 어떻게 되겠나, 파멸에 이르지 않겠나?

나는 탄식하며 말한다. 한번들 읽어보시라고. 생각보다 재미있는 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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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大望 2009/07/27 09:56 # 답글

    저도 알라딘에서 반값세일 하길래 저번주에 구입해서 일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꽤 얄밉게 받아치는 편이라, 현실에서 만났다면 말보다 주먹이 앞설수도 있겠다 싶었...^^(어떻게 보면 가장 처음 깨갱하는 폴레마르코스도 상당히 양반같더군요.^^)
    타인의 이익을 위한게 결과적으로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에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논리전개는 공자님 말씀이랑은 善의 동기가 달라 의아했지만, 한편으로는 서양인다운 합리주의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무엇보다도 당황스러웠던 건 플라톤은 코빼기도 안비치고, 책 주인공이 소크라테스였다는 것...
  • 아야소피아 2009/07/27 10:08 #

    모든 대화편에서는 소크라테스가 등장하고 플라톤 본인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대리인 역할이기도 하죠.
  • 초록불 2009/07/27 11:03 #

    윽... 저는 반 년 전에 샀습니다...-_-;;
  • 얼음칼 2009/07/27 10:47 # 답글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허술한 부분은 당시 토론자들이 제대로 반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라는 평은 좀 부당해 보이는군요. 저 대화들이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녹취한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소크라테스의 입장에서 썼기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그런 타당한 반론을 생각해내지조차 못했다, 또는 소크라테스가 답할 수 없는 타당한 반론은 빼버렸다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 중에서도 상당히 저급한 소피스트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했지요.
  • 초록불 2009/07/27 11:03 #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플라톤이 이해한 한계 안에서 글이 작성되었을 가능성도 높겠지요.
  • Allenait 2009/07/27 11:09 # 답글

    ..아니 플라톤이 쓴 책에 플라톤은 어디로 갔나요(...)
  • 초록불 2009/07/27 11:15 #

    플라톤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랄까요.
  • 회색인간 2009/07/27 12:40 #

    플라톤이 스승에 대한 빠심으로 쓴 글이니 자신이 등장할리 없지요.....
  • 大望 2009/07/27 13:41 #

    그래서 읽고 난다음 지은이가 플라톤인 건 맞는데, 제목은 소크라테스의 국가론이라고 안했는지 잠시 분노했....ㅠ,ㅠ
    어쨋거나 잘 몰랐는데,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3명이 라인이었더군요.ㅎㄷㄷ
  • ⓧA셀 2009/07/27 14:38 # 답글

    동인남 플라톤의 빠심으로 충만한 글이니 소크라테스 하앍하앍 하는 심정으로 읽어야만 그 진가를 바라볼 수 있습니....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제게는 전공서적이라서^^;; 수업시간에 저거 가지고 별별 얘기 다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소크라테스를 옹호해 보기도 하고 반론해보기도 했는데, 지금도 제일 기억에 남는 대목이 기술과 이익과 대상에 관한 얘기네요. 기술은 대상에 이익이라는 것을 반박하려고 사냥꾼이나 군인은 그 대상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반론도 나오고, 사냥꾼이나 군인의 기술이 이익을 주는 대상은 사냥감이나 적이 아닌, 그들에게 보수를 주고 일을 시키는 사람들이고, 주어지는 이익은 사냥감 내지 안전이라는 식으로 받아치기도 하고, 그래서 의술의 대상이 그럼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냐는 말도 나오고...@ㅅ@ 여러가지로 재밌는 수업이었습니다. :)
  • 코퍼스 2009/07/27 15:56 # 답글

    저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다가 님과 같은 경험을 하였습니다.

    어느날 '9시 뉴스'를 보다 'B 공주님' 근황이 나오면서.. 옹호자들의 환호와..아~주 이상한 정당이름이 나오는걸 보고는 (어이가 극도록 하강되면서)..서재로 들어가.. 이 책 저책 뒤적이다 우연히 '군주론'을 들었고..훑어보다 기가 막힌 구절을 읽게 되었죠.
    기억에 의지해 써 보면 내용은 대충 아래와 같습니다.
    "백성들은 어떤 참주나 왕이 처음에 등장할 때에는 (그)의 실정이나 잘못 뿐 아니라..(비천한) 출신이나 과거를 흠 잡고, 우습게 알게 되나..불과 한 두세대만 지나면..그 자손들에게는 혈통과 출신에 대한 인정과 존경을 바치게 된다.."

    대충 이런 식의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날 이 구절을 읽고는 소름이 돋았었죠.
    고전이 괜히 고전은 아닌것 같습니다.
  • 말코비치 2009/07/29 07:44 # 답글

    저는 박종현이라는 분이 번역한 것을 일부 읽었습니다. 철인통치자에 관한 설명이 기억에 꽤 남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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