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역........사..*



1.
어제 부러진 쇄골 때문에 묶어놓은 8자붕대가 느슨해진 것을 아내가 발견하고 다시 꽉꽉 조였습니다. 너무 심하게 조인 결과 아침에 일어나니 어깨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특히 겨드랑이에 압박이 심해서 욱신욱신. 정작 아플 쇄골 부위에는 통증이 안 느껴지는데 엉뚱한 부위만 아픈 것 같아서...

2.
병원에 다시 갔습니다. 의사가 살펴보고, 잘 묶었는데 패드 부위가 돌아가는 바람에 겨드랑이를 압박해서 그런 것 뿐이라고 위치를 조정해 주었습니다. 한결 낫군요.

3.
이처럼 우리는 몸에 이상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의사라는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을 구합니다.

4.
유사역사학자의 책을 보고 역사에 의문이 생기는 경우, 계속 돌팔이들의 책을 더 보거나 심지어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 혼자 진단, 처방을 내리려고 원사료를 뒤적거리기도 합니다. 그런 뒤에 마치 두통이니까 타이레놀, 복통에는 훼스탈 식으로 처방을 하고 그게 뇌진탕인지 위암인지 뭔지도 모른 채 뿌듯해하는 거죠. 당뇨는 설탕이 모자라서 생기는 병이라고 설탕을 퍼먹으면 낫는다는 식의 처방을 어디선가 읽고 거리낌없이 실행에 옮기는 격입니다.

5.
누군가가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라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90% 이상이 병원에서 죽는다고, 병원을 뭘 믿고 가느냐고 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서 아는 사람 누구가 암에 걸렸는데 병원에 갔더니 수술하고 돈쓰고 삼개월만에 죽었다면서 다른 누구는 신비의 비약 XXX를 마시고 지금 펄펄 날아다닌다고 말하죠.

6.
네, 제가 아는 한 분이 그렇게 점쟁이 한 분을 쫓아다니며 숭배를 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리고도 처음에는 여전히 믿고 있더군요. 하지만 병이 진행되어가자 결국 나타나지 않게 되고 그리고 얼마 후에 죽었다는 소식만 전해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그 점쟁이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7.
믿음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누군가는 그러겠지요. 너는 현대 의학을 "믿고" 있는 것뿐이라고요. 네, 저는 그걸 "믿는" 게 유사의학이나 미신을 믿는 것보다 백 번 낫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의학이 모든 질병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현대 역사학도 모든 의문에 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학문의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전문가가 아직 답을 찾지 못했을 뿐이지요.

핑백

  • 초록불의 잡학다식 : 유사역사학이 대체 왜 문제인가 2010-07-25 22:00:22 #

    ... 은 것을 믿게 되기도 합니다. 단의 예언 [클릭] 그리고 이런 결과를 빚을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비유를 들어서 설명한 것들입니다. 하우스6 - 그림 없는 그림책 [클릭] 전문가 [클릭] 망상 뇌를 가진 사나이 [클릭] 환Q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 [클릭] 어느 마약 중독자의 항변 [클릭] 현실을 죄 부정하게 되기도 하죠. 사라진 제국의 출현 [ ... more

덧글

  • 월광토끼 2009/07/29 10:31 #

    본문과는 상관없어 죄송하지만, 돌파리..가 아니라 돌팔이겠지요. [..]

    왠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전문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이란 시스템에 얽매인 자들이고 시스템은 언제나 진실을 왜곡하려 든다, 는 식으로 생각하는 거지요. 뭐, 그냥 그렇게 살다 죽으라지요.
  • 초록불 2009/07/29 10:34 #

    앗. 오타를...^^;;
  • 초록불 2009/07/29 10:35 #

    전문가에 대한 불신도... 역시 우리 사회의 불신 문화가 가진 폐해 중 하나겠지요.
  • asianote 2009/07/29 10:52 #

    정말 의사선생님 안 믿고 병 나을 수 있는지 궁금하긴 하군요. 물론 악질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것은 인간 세계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런 악질들에 대해서는 그 대가를 꼭 치르게 해야 하겠지만.
  • 초록불 2009/07/29 11:18 #

    물론이죠. 전문가 틈에도 돌팔이들이 있죠. 그런 돌팔이들을 가려내는 일은 꼭 필요하죠.
  • Charlie 2009/07/29 10:57 #

    슬픈 일입니다. 가끔은 불신을 넘어서 적개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검증된 쪽이 더 신뢰가 가야하는데 '믿고싶은 것'을 믿어버리는건 정말 쉽고 편하니까 그러는 걸까나요.;
  • 부전나비 2009/07/29 11:00 #

    전문가에 대한 음모론은 여전하죠... 근데 이런걸 미디어에서 조장하는 것도 있긴 합니다. tvN이라던지, MBC 서프라X즈라던지....
  • 초록불 2009/07/29 11:17 #

    tvN에는 점장이들 데려다가 사건을 풀게 한다는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어이가 가출을 하게 만들던데요...
  • 매화 2009/12/24 09:57 #

    더욱더 어이가 없는건
    출연진인 무당들과 관계자는 절대 관련이 없다고
    5분에 한번꼴로 자막을 내놓습니다 =_=;
  • 아야소피아 2009/07/29 11:01 #

    인간은 정말 어리석은 생물인가 봅니다;;
  • dunkbear 2009/07/29 11:32 #

    6. 당연하죠. 추종자들은 이렇게 말할테니...

    '저 사람은 믿음이 부족해서 그렇게 된 거야.' 라고... ㅡ.ㅡ
  • Allenait 2009/07/29 11:34 #

    미디어에서도 조장하고.. 사회의 불신 문화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 akpil 2009/07/29 11:54 #

    병원에 한정해서 애기하자면 ...
    의학은 믿습니다만, 사실 의사나 병원은 그다지 신뢰가 안 갑니다.
    단순 복통을 급성맹장염이라고 배를 째겠다고 덤비질 않나... (고 1 말 무렵...)
    교통사고 나서 팔목이 이상해서 x-ray 찍었는데, 이상없다(붕대도 안 감아줌)고 퇴원하라고 해서 집에 와서 주말 보내는데, 계속 통증이 와서 일요일 아침에 다른 병원 응급실에 가서 x-ray 찍엇더니 팔목뼈가 부러져 있지를 않나.... (약 15년전 ..)
    운동하다가 발목 바깥쪽 인대 부분이 찢어져서 꽤매고 고정시키고 .. 하느라 며칠 입원하면서 분명히 '페니실린/옥시마이신 게열 항상제에 알레르기 있음'이라고 적어놨음에도 불구하고 그 계열 항생제를 투여하여 목이 부어 숨쉬기가 어려워서 산소호흡기를 끼게 하지를 않나 ... - 그래놓고 처방 안했다고 발뺌하고 ... (약 10년전쯤)
    사랑니를 뽑으랬더니 그 앞에 있는 멀쩡한 치아를 뽑아 버리질 않나 ... (약 5,6 년전 ...)
    깨진 치아가 있고 해서 크라운을 씌웠는데, 크라운이 빠져 버려서 목 막혀서 죽을 뻔 하지를 않나.. - 그래놓고 역시나 발뺌 ... (약 2년전 ...)

    이런 거 몇번 겪고 나니깐 불신하게 되더군요 .. 쩝 ...
  • 초록불 2009/07/29 12:29 #

    아니... 어느 동네에 사시는지요...

    저는 형님이 급성간염을 백혈병으로 동네병원이 진단하는 사태가 있었지만 한양대 병원에 가서 완쾌했고

    역시 동네 병원에서 동생을 자궁외임신으로 진단해서 애를 잡을 뻔 했으나 차병원에 가서 무사히 낳은...

    한편 급성맹장염이었던 아내는 동네에서 제대로 진단하고 빨리 큰병원 가라고 해서 아슬아슬하게 시간 맞춰 수술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전문가라 해도 틀릴 수는 있으나 역시 의지하는 곳은 제대로된 전문가라 할까요...
  • akpil 2009/07/29 13:35 #

    크라운 애기는 .. http://akpil.egloos.com/3312705 에 쓴 적이 있습니다.
    의사는 '미안하다.' 라는 말 한마디도 안하더군요.
    요새 시장갈 때 보니깐 치과 이름을 바꿨더군요.
    의사도 사람인 이상 실수도 하고 잘못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인정하고 미안하다. 뭐 이러는 거 제 개인적으로는 단 한번도 못 봤습니다. 그래서 더욱 신뢰가 안 갑니다.
  • catnip 2009/07/29 12:14 #

    감기는 병원에 가면 7일만에, 안가면 일주일만에 낫는다는걸 맹신하는건 아니지만 덜 귀찮은 쪽에 솔깃해서 감기로는 병원에 안가봤지만..
    말씀하신것처럼 가장 중요한건 내가 정말 감기인지 아닌지부터 확실하게 아는것이겠지요.
    그런데 알지못하는 분의 글에 참견해본일은 가급적 안하려하지만 akpil님의 경우는 정말 ...;;;;;;
  • 소하 2009/07/29 12:45 #

    제가 어릴적만 해도 동네에서 팔이 부러졌는데 침을 맞았다고 하더군요. 보름후에 병원에 가서 무척 고생했다는 소문이 들리더군요. 얼마전에는 시골의 큰아버님이 척추가 아프신데, 귀신이 붙은 것 같다며 무당을 부르신다고 하더군요. 물론 가족들이 말려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 Leia-Heron 2009/07/29 16:18 #

    3. 큰 병이라고 의심되면 역시 큰 병원으로 가야겠죠....ㄷㄷ; 간이 안좋아서 대학병원에 다니면서 약 처방받고 하고 있는데, 부모님께서는 계속 한의원에 가보자고 하셔서 난감합니다. 한의원을 아예 못믿는건 아니지만 서양의학을 너무 불신하시는 것 같기도 해서....

    4. 유사역사학자의 흥미로운 주장에 대해 알아보려고 할 때, 그것에 대해 자세히 언급된 책을 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고려에 낙타병이 있었다든지, 왜에 공작을 특산물로 보냈다든지 했기 때문에 고려가 대륙에 있었다는 주장을 보고 자세히 알아보려고 해도, 그런 주제를 자세히 파고들어 악착같이 물고늘어지는건 유사역사학자들이고, 그러다보니 그에 대한 글이 대부분 그런 사람들의 글이고.... 운이 나빠서 못찾은 것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ㅇㅅㅇ;
  • 초록불 2009/07/29 16:31 #

    4번 말씀은 대강 이런 겁니다.

    허리가 아픈데 거기 귀신이 앉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의학책을 찾아보니 허리에 귀신이 앉은 경우 처방하는 방법을 적은 곳이 없더라...

    요즘 한방은 중국 의약재를 쓰는 곳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약 해먹었다가 중금속 중독이라도 걸릴까 무섭긴 합니다. ㄷㄷㄷ
  • Leia-Heron 2009/07/29 16:42 #

    헛, 그정도의 뻘소리였나요 ㄷㄷ;
    과연 유사역사학자가 아니면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군요.....
  • 아오지 2009/07/29 16:51 #

    신비의 약 하면 생각나는건.... 무안단물?
    바르면 쌍커풀이 생기죠.
  • 초록불 2009/07/29 16:58 #

    쌍꺼풀이 생기면... 효력은 얼마나 지속됩니까? 부작용은?
  • 아오지 2009/07/29 20:20 #

    효력은 모르겠고,
    쌍커풀이 난다던지 살이 빠진다던지 다리털이 없어진다던지 등등,
    여튼 자신이 원하는 효능을 볼 수 있다고만 하더군요.

    부작용은 없다고 합니다.
  • 네비아찌 2009/07/29 17:09 #

    제가 바로 "전문가 틈의 돌팔이" 인것 같아서 너무 부끄럽습니다.
    저같은 자 때문에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는 거겠죠......
  • 초록불 2009/07/29 17:18 #

    무슨 말씀을... 자책이 심하십니다...^^
  • 네비아찌 2009/07/29 17:42 #

    제가 실제로 사는 모습을 보신다면....ㅠ.ㅠ
  • 아빠늑대 2009/07/29 19:51 #

    이상하네요~ 결국 "죽은 사람들은 잊혀지고" 산 사람들만이 말하고 있을 뿐인데 마치 죽은자가 없는 것처럼 생각해요. 허긴...말씀대로 유사역학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군요. 다른 수많은 증거들은 놔두고 "산 사람 증언" 만을 어떻게 찾아내 모든것과 연관시키려고 하는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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