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의 병역면제 *..역........사..*



1.
고려사 병지를 읽다가...

현종 11년(1020) 5월 을묘에 유사가 아뢰기를 "예전 제도에 연령이 80세 이상인 자와 병이 위독한 자는 시정侍丁 1명을, 90세 이상이면 2명을, 100세인 자는 5명을 주었으나, 오직 정방인征防人은 끼지 못했습니다. (중략) 청하건대 옛 제도에 따라 정방인도 역시 군역을 면하여 부모를 시양하게 합시다"라고 하였다. (발번역)

고개를 끄덕이며 "흠, 이런 편의를 봐주는 제도가 있었구나..."하다가, 문득.

80세?

이 시기에 대충 장가는 20세 초반에 간다. 80세가 되면 자식은 이미 60세가 간당간당...
그런데 위 번역문의 중간에 보면(생략한 부분임돠) 70세에 1인 면제...라는 말이 나온다. 후대 기록에도 70세가 되면 1인을 시정 - 즉 모시는 사람으로 면제시켜주었다고 나온다. 그러니까 70살이 되면 아들 중 하나는 빼돌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2.
고려시대 병역의 의무는 몇 세까지 해야 했나?

고려사 식화지나 고려도경을 보면 16세에 군역을 지기 시작하는데, 기록에 보면 15세에도 군역에 나가기도 한다. 만 나이가 기재되면서 15세가 있었던 것인지, 명문 규정을 어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15~16세에 군역 시작.

60이 되면 풀려난다. 환갑이 달래 의미있는 생일잔치가 된 게 아닌 거다. 환갑이 되면 드디어 군대, 예비군, 민방위 다 끝나고 드디어 자연인이...

물론 60 노인을 당해에 군인으로 뽑지는 않는다. 저 나이는 제대하는 나이. 군인으로 선발되는 것은 50세때까지다. 50에 뽑히면 10년 근무...-_-;; 물론 당대에도 10년씩 근무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3년 정도 근무했던 모양이다.

몇년이라도 일찍 군 선발에서 빠지고 싶다면 아버지가 늦동이를 낳았어야 가능했겠다. 거기다가 완전히 빠지는 게 아니다. 이들은 말하자면 예비군(경군은 감문위, 지방군은 2,3품군)으로 소속되어 있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다시 징집되었다. OTL...

3.
위에 나온 정방인征防人은 방수인防戍人, 월방군사越防軍士라고도 쓰는데 변방을 지키는 군인이다. 이들은 업무가 고되어서 한번 소집되면 1년 정도 복무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는 3정을 1호로 삼아서 1호당 1정을 국역에 동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4.
그러나 고려 후기로 가면 60세 제대도 옛말.

공민왕 12년에 내린 교지에 보면... 70세 이상으로서 수역戍役을 면함을 받은 자 운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병역이 어느 틈에 70세까지 확대된 것이다.

더구나 군사 징발도, 주현의 관리가 군사를 발하여 방수하게 하는데, 부자는 면제하고 가난한 자는 차출하여 그 하고자 하는 바를 마음대로 하니 관사는 철저히 금지시키도록 하라...는 명까지 내리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오랜 시원이여...

5.
고려에는 직업군인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인전을 지급받은 대가로 평생을 군인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일반 농민들은 군인으로 나갈 때만 군인전을 받은 것 같단다. 직업군인은 최소 1만평 정도의 농지를 받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럼 1년 벌이가 얼마나 되는가...를 따져보려니 귀찮다. 1만평에 지금은 쌀 200가마를 소출한다 하지만 고려 시대에 그랬을 리는 천부당만부당이고...

이런 건 나중에 생각나면...

덧글

  • 오토군 2009/08/01 08:58 #

    60세에 병장 엉엉 OTL
  • catnip 2009/08/01 09:13 #

    남얘기 + 먼과거의 얘기긴하지만 뭔가 좀 그렇군요..;;
  • SAGA 2009/08/01 09:13 #

    60세에 만기제대라니... 그런데 그것도 후기에가면 70세라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ㅠ.ㅠ
  • dunkbear 2009/08/01 09:20 #

    뭐... 조선시대에는 죽은 사람과 갓난 아기도 군역을
    지게했는데 70세의 병역의무를 지우는 건 껌... (아냐!!!)
  • 네비아찌 2009/08/01 09:21 #

    저때 당시의 군역은 사실 요즘 식으로 하면 미국 주방위군이 지는 군역 수준이니까요. 자기 집에서 자기 가족들과 살면서 평상시에는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니까 요즘의 잣대와는 다르게 봐도 되지 않을련지요.
  • 초록불 2009/08/01 09:33 #

    앗... 아닙니다. 차출되면 일선(저 북방...)으로 갑니다...^^

    집안에 있는 것은 2-3품군, 감문위 등 이고... 다른 주진군도 소집되어서 집을 떠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 네비아찌 2009/08/01 11:03 #

    네, 그런데 미국 주방위군도 차출되면 이라크, 아프간 같은 최전선으로 가는건 마찬가지지요^^;
  • Allenait 2009/08/01 10:06 #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아니 장수가 만기제대의 지름길이라니..
  • 自重自愛 2009/08/01 10:16 #

    현종 11년과 공민왕 12년의 사례는 전란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사례인지라 일반적인 사례가 아닐 가능성도 있지 않나 합니다. (현종 10년에 귀주대첩, 공민왕 11년에 홍건적 2차 침입 격퇴)
  • 초록불 2009/08/01 10:24 #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 오시라요 2009/08/01 11:22 #

    어허허~ 지금이 도리어 약한거였군요. 꺼이꺼이~
    이래서 일단 인구가 많고 봐야 하는건가요? ...
  • 초록불 2009/08/01 11:33 #

    일단 양반집에 태어나야 합니다... (먼산)
  • 氷鐵人 2009/08/01 12:11 #

    일단 돈이 많은 집에 태어나야 했군요. 지금이랑 딱히 다를게 없네요. 복무기한을 빼고는요.
    60세라니요! 뭘 어떻게 싸우라는 건지.
  • BeN_M 2009/08/01 13:12 #

    세상에 60세에 말년병장...... - _-;;

    그러고보니 궁금해지는건데
    당시 직업군인-파트타임군인-걍 민간인의 비율이 어떻게 됐었을지..
    (근데 그땐 농업사회에 계절별 동원이니 시시각각 비율이 변했으려나...)


    아무튼 60, 70세 까지 사는 사람이 아주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엔 사실상 평생 군바리였군요?
  • 초록불 2009/08/01 15:38 #

    직업군인의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정확한 비율은 알아내지 못한 것 같군요.
  • 大望 2009/08/01 13:38 #

    신참 장교가 60세 말년병장한테 말까는 광경을 상상하니.....(묵념..ㅠ,ㅠ)
  • 액시움 2009/08/01 20:16 #

    머리빡에서 피가 마르다 못해 줄줄 흘러내리는 새내기 소위 : (내무실에서 바둑 두고 있던 60세 말년 병장의 어깨를 짚으며) 자네가 여기 반 왕고인가?

    멍하니 소위를 쳐다보는 늙은 병장. 바로 그 때, 지나가던 중대장이 이 광경을 보고 조용히 소위의 귀를 잡아당겨 중대장실로 향하는데…….
  • 뭐든해보자 2009/08/01 22:09 #

    예나 지금이나...
    어둠의 자식들은 자랑스러운 '의무'였던 병역만큼은 칼같았군요.
    지금은 30대 후반 쯤이면 민방위마저 끝나게 되니
    오히려 고려, 조선보다는 더 낫다고 해야 할지...^^
  • 소하 2009/08/02 22:16 #

    당시의 평균연령을 생각해보면, 사례가 많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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