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 한국 드라마 버전 *크리에이티브*



청년은 해변가에서 처녀를 보자 윤초시네 증손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처녀는 파도에 손을 담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승에서는 이런 바닷물을 보지 못하기난 한 듯이 처녀는 비키니늘 입고 물장난이었다. 청년은 눈을 비볐다. 그럴 리가 있나? 윤초시네 증손녀는 벌써 10년 전에 죽었다. 흙물이 든 그 분홍 스웨터를 입은 채 묻어달라고 했다지 않은가?

청년은 방파제에 앉아 버렸다. 처녀가 일어나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누군가 다가와 처녀를 아는 체 했고, 처녀가 일어났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내. 하지만 왠지 달려갈 수 없어 청년은 처녀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날 자신의 멍청한 착각을 한탄하며 과음을 하고 좀 늦게 바닷가로 나왔다.

처녀는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분홍 비키니 사이 속살이 마냥 희었다. 발목을 적시며 한참 걷더니 이번에는 파도가 부서지는 포말을 빤히 들여다본다. 얼굴도 아니 비칠 것을. 갑자기 물을 움켜낸다. 바닷게라도 지나가는 듯.

처녀는 청년이 방파제에 앉아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날쌔게 물을 움켜낸다. 그러나 번번히 허탕이다 그래도 재미있는 양, 자꾸 물을 움켜낸다. 어제마냥 찾아오는 사내가 있어야 자리를 뜰 모양이다.

그러다가 처녀가 물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낸다. 하이얀 조약돌이었다. 그리고는 훌쩍 일어나 춤추듯이 저 멀리 뛰어간다. 해변의 끝까지 가더니만 방파제 쪽으로 홱 돌아서며,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청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처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뜨거운 여름 햇빛 아래 빛나는 갈꽃 뿐. 이제 저쯤 갈밭 머리로 처녀가 나타나리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처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발돋움을 했다. 그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저쪽 갈밭 머리에 갈꽃이 한옴큼 움직였다. 처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처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처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분명했다. 청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고는 처녀에게 달려갔다.

"윤초시네..."

처녀가 볼을 붉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죽었다고 들었는데..."

처녀가 고개를 저었다. 처녀는 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리 싱싱하게 살아있음을 청년의 눈 앞에 보여주고 있다. 깡마른 팔다리. 하얀 속살. 처녀는 소녀 시절의 얼굴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

윤초시네는 본래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실패해서 양평 서당골로 내려왔고, 그에 다시 망하여 고향집마저 팔아넘기게 되고 말았다.

"그때 내가 많이 아팠어. 내 약값을 대기도 힘들었지."

처녀는 쓸쓸하게 말했다. 방파제 너머로 무심하게 돌멩이를 던지던 처녀가 한참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날 다른 집에 보내고 말았단다. 말이 보내는 거지, 사실은 팔아넘긴 거였어. 동녀로."

처녀는 청년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것이 창피하여, 양반집 체면이 중하여 동네에는 죽었다고 말한 것이다. 청년은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뭐하냐? 가자."

어제 그 사내가 다시 와서 처녀를 거칠게 잡아 일으켰다. 사내는 왕방울 눈을 하고는 청년을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

"이 사람은 누구냐?"
"고향친구야. 여긴 우리 오빠."

오빠라니? 윤초시네 증손자 둘은 어려서 잃어버렸다고 했는데? 처녀가 입만 벙싯댄다. 의, 붓, 오, 빠.

"실업자 넘치는 세상이라 좀 힘든 모양이군 그래."

사내가 청년의 룸펜스러운 복장을 아래위로 살피더니 별 볼 일 없다는 말투로 내뱉었다.

"운전은 할 줄 아나? 동생 친구라니 운전기사 자리 정도는 만들어줄 수도 있지."

사내는 명함 하나를 던져주었다. 사내가 처녀를 끌고간 뒤 청년은 명함을 집어 들었다. 밀크 단란주점. 청년은 와락 명함을 구겨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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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과 설렘의 대명사, 소나기 그 후 10년. 죽은 줄만 알았던 윤초시 증손녀의 화려한 컴백. 밝혀지는 죽음의 비밀. 그리고 충격적 결말.

사랑을 되찾은 청년은 처녀를 단란주점에서 구출하여 필사의 도주를 감행한다. 그리고 처녀의 부모를 찾아가나 그들은 이미 황천의 객이 되어버렸고, 고향집에 돌아가 어머니를 만나는데...

"안 돼! 너희 둘은 사귀어선 안 돼!"

어머니의 절규. 청년은 윤초시의 잃어버린 증손자였던 것! 처녀는 낙담하여 의붓오빠에게 돌아가는데...

사실 의붓오빠도 윤초시의 잃어버린 증손자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반전. 처녀는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다음주 월요일 그 충격적인 1회가 100분동안 방영됩니다.


















원본은... 여기에

소나기.학 - 10점
황순원 지음/태서출판사

덧글

  • asianote 2009/08/22 11:54 #

    아악, 초록불님의 아유 팬이셨다니. 이제 후라이팬은 언제 등장하십니까? 그리고 월광토끼님 모임때 참가 안하십니까? 궁금한게 있어서요.
  • 초록불 2009/08/22 14:40 #

    본래 참석할 예정인데, 그때까지는 허리가 낫겠지요. 계속 아프면 난처할 것 같네요. 아유...는 뭔지 잘 모릅니다.
  • 초록불 2009/08/23 07:30 #

    라인하르트님 댓글 보고...

    아유가 아내의 유혹 약자였군요. 하하... 이런...^^
  • 을파소 2009/08/22 11:55 #

    그리고 쓰러진 처녀는 병원에 실려가고, 청년은 처녀의 검사결과는 듣고 충격을....
  • 초록불 2009/08/22 14:40 #

    ^^
  • Ezdragon 2009/08/22 11:56 #

    으핫핫핫핫. 이제 나중에 소녀...가 아니라 처녀가 병에 걸리는 일만 남았군요. 아니면 악역이 백혈병에 걸리는데 처녀가 골수 기증을 해준다거나.
  • 초록불 2009/08/22 14:41 #

    의붓오빠가 백혈병으로 청년이 골수 이식을 준비하는데... 처녀도 병에 걸리고 역시 골수 이식이 필요한데 청년의 골수는 양쪽에 다 맞고...
  • Allenait 2009/08/22 12:52 #

    야 이거 나오면 대박 치겠군요
  • 초록불 2009/08/22 14:42 #

    방송국에 제보 좀...
  • ▶◀ SAGA 2009/08/22 12:54 #

    순간 아무 생각없이 봤습니다. 헐... 왠지 저런 설정의 드라마가 나올 거 같다는 느낌이 확 드네요.
  • 초록불 2009/08/22 14:42 #

    이미 많이 나왔다는 게 단점...^^
  • anaki-我行 2009/08/22 12:55 #

    알고보니 소녀는 윤초시네 며느리가 하룻밤 불장난으로 생긴 딸이었다능....ㄷㄷㄷㄷ
  • 초록불 2009/08/22 14:42 #

    바로 그겁니다.
  • 어릿광대 2009/08/22 13:21 #

    그러고보니 중1때 소나기 배웠을때 뒤이야기를 상상해서 적어보라고 했는데 당시 소년탐정 김전일에 빠져있어서 완전 김전일+오페라의 유령 스타일로 뒤이야기를 적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건 뭐 반전 제대로네요
  • 초록불 2009/08/22 14:42 #

    ^^
  • 어릿광대 2009/08/22 15:55 #

    기억나는대로 한번 내용올려보겠습니다..
  • 아빠늑대 2009/08/22 13:31 #

    하나 빠졌네요... '청년과 윤초시네 증손녀는 결국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되는데... 갑자기 알려진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있었으니 그것은 청년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 (뭐 증손녀가 걸려도 좋고)... 그리고 속으로 증손녀를 사랑하고 있던 의붓오빠가 청년에게 가버린 증손녀에 대한 삐뚫어진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점을 하나 붙이고 나와...' ... 응??
  • 초록불 2009/08/22 14:42 #

    그러나 암에 걸려 자살하고 해피엔딩...
  • 자라 2009/08/22 14:03 #

    으하하하.. ㅠㅠ 너무 기대되는군요.. 아침/주말 드라마 작가로 전업 준비 중이신건가요!? ㅋㅋ :)
  • 초록불 2009/08/22 14:43 #

    그럴리가요...^^
  • 마법의활 2009/08/22 18:03 #

    그리고 아마 이 경우 다른 반전으로 사실 그 처녀의 어머니가 자신을 학대하는 남편을 피해 다른 남자를 만나다가 그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었다던가....해서 돌파구를...;;; 아 근데 이거 읽다보니 농담이 아닌게 정말로 드라마를 이렇게 만드니 웃음이 안나오네요. 크.....
  • 초록불 2009/08/22 22:58 #

    상당수의 드라마를 이렇게 만드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습니다.
  • 행인1 2009/08/22 20:59 #

    보면서 정말 웃음을 못참았습니다.^^
  • 초록불 2009/08/22 22:58 #

    ^^
  • 천지화랑 2009/08/22 21:08 #

    그리고 그 시간에 저는 이글루질을 하겠지요[먼바다]
  • 초록불 2009/08/22 22:58 #

    아마 저도...
  • 잠본이 2009/08/22 22:37 #

    제목도 요즘 추세에 맞게 바꾸죠. '이 바보'로 OTL
  • 초록불 2009/08/22 22:58 #

    ^^
  • 라인하르트 2009/08/23 01:24 #

    그리고 의붓오빠와 청년의 소녀를 사이에 둔 결투! 청년은 금단의 무기인 후라이팬을 사용하여 결투에 승리하게 되지만 후라이팬의 후유증으로 청년은 백혈병에 걸리게 되어...
  • 초록불 2009/08/23 07:29 #

    이 후라이팬은...

    아... asianote님이 말씀한 아유...라는 것이 아내의 유혹...의 약자인 모양이군요...^^
  • 차원이동자 2009/08/23 13:59 #

    이 이야기를 아침에 본것같은데...
  • 초록불 2009/08/23 14:19 #

    ^^
  • Niveus 2009/08/24 10:09 #

    아아 뿜어버렸습니다.
    ...라지만 어디선가 다들 나왔던 흔한 소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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