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것 *크리에이티브*

수레가 있었습니다. 금방 만들어진 멋진 수레입니다. 커다란 두 개의 바퀴와 기름이 잘 먹여진 바닥, 팽팽하게 당겨진 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랴, 이랴!"

주인이 수레를 몰 때도 조용하게 굴러갑니다.

"비키세요, 수레가 갑니다."

주인이 소리를 치면 사람들이 비켜섭니다. 짐이 가득 올려진 수레는 묵직한 위용을 자랑하며 조용히 지나갑니다. 멋진 모습을 사람들이 좀 보아주었으면 좋겠는데, 한두 사람만이 "수레가 참 멋지군."이라고 중얼거릴 뿐입니다. 아쉽습니다.

어느날 멀리서부터 삐그덕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쪽을 바라봅니다. 낡은 수레 하나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젊은 수레는 그 낡은 수레가 사람들의 눈길을 온통 받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마침 나란히 서게 되었을 때 젊은 수레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멋진 소리를 낼 수 있나요?"
"응? 어렵지 않아. 짐이 없으면 돼. 우리는 비어갈수록 더 소리를 잘 내게 되지."

수레는 짐 하나를 빼보았습니다. 덜컹덜컹 소리가 납니다. 짐을 또 하나 빼 보았습니다. 덜컹덜컹 소리가 더 잘 납니다. 길거리에서 쳐다보는 사람들이 셋넷, 점점 늘어납니다. 젊은 수레는 계속 짐을 빼내 봅니다. 그럴수록 점점 더 시끄러워지고 점점 더 사람들이 많이 쳐다봅니다.

그리고 텅빈 수레가 되어 우당탕쿵탕 소리를 내게 되자 길거리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집안의 사람들까지 창문을 열고 젊은 수레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날 수레 주인은 수레를 부셔서 땔감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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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atnip 2009/08/23 09:24 # 답글

    뭔가 연상되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한참 생각하다가 문득 소금과 솜을 짊어졌던 당나귀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먼치킨은 설마하니 했더니 브랜드 이름일뿐이네요.
  • 초록불 2009/08/23 09:27 #

    이 이야기는 시끄럽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 2009/08/23 12:4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8/23 14:19 #

    설마요...^^
  • Leia-Heron 2009/08/23 14:16 # 답글

    당장 떠오르는 김모씨와 허모씨......
  • Allenait 2009/08/23 14:28 # 답글

    아 누군가가 떠오르는군요(??)
  • 머미 2009/08/23 21:01 # 답글

    비극 버전:

    주인은 "오오, 수레에서 이렇게 멋진 소리가 나다니!"하고 감격했습니다.

    주인과 지능이 비슷한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빈 수레를 끌고 다니며 자기 수레의 소리가 더 멋지다고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거리는 온통 빈 수레들이 내는 소음으로 가득차 대화를 나누기 힘들 지경이 되었습니다.

    몇 남지 않은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조용한 거리를 찾아 산골로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끝)
  • 초록불 2009/08/23 21:10 #

    하하...^^
  • 氷鐵人 2009/08/23 23:34 #

    분명 가능한 상황이군요. 어쩌면 현실에서도 이미 그런 사람들이 늘고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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