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크리에이티브*

"넌 황제의 후손이야. 그래서 우리를 황제펭귄이라 부르는 거지."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너는 특별해. 너는 알이었을 때 발등 위에서 4개월하고도 이틀이나 버텼지."

어머니는 먹이를 토해서 아기 펭귄 입에 넣어주며 말했습니다.

"다른 나약한 것들은 채 4개월도 되기 전에 알을 깨곤 했어. 참을성도 없는 것들. 그러고도 뻔뻔하게 황제 펭귄 흉내를 내지."

그러나 이 황제 펭귄만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두 걸음 떨어진 곳의 또 다른 황제 펭귄은 이런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덩치가 제일 큰 펭귄이지. 그래서 황제 펭귄이라 불리는 거야."

그 어머니는 이런 말을 합니다.

"넌 3개월 28일만에 깨어났어. 너보다 빨리 태어난 펭귄은 없을 거야. 너야말로 황제 펭귄이라 할 수 있지."

그리고 어느 부모나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네게 어울리는 '가치' 있는 친구들하고만 놀아야 한다."

어린 펭귄들은 "가치"가 뭔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어린 펭귄들은 그것을 '같이'로 알아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펭귄 사이에는 수많은 분류법이 등장했습니다. 서로 '같이' 가진 것을 찾게 된 것입니다. 오른쪽 팔과 완쪽 팔의 길이에 따라 나누고, 거기서 다시 머리통의 크기에 따라 나누고, 거기서 다시 하얀 볼의 원이 얼마나 동그란지를 가지고 서로를 나눴습니다. 수천 마리의 어린 펭귄이 있었지만 그렇게 나누다 보니 패거리는 점점 작아져서 기껏해야 열 마리도 안 되는 무리들이 서로에게 눈을 치뜨며 다니게 되었습니다. 물론 걔중에는 특이한 펭귄이 있어서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쟤는 팔 길이가 나랑 반대지만, 머리통도 크기도 같고 하얀 볼 동그란 것도 똑같아. 친구하면 안 되나?"

다른 친구들은 "너, 미쳤냐? 쟤랑 놀면 나는 너 안 본다."와 같은 소리를 하기가 일쑤였지요.

그리고 겨울이 되었습니다.

어른 펭귄들이 둥글게 원을 만들고 어린 펭귄들이 그 안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때 어린 펭귄 하나가 말했습니다.

"왜 저 되도 않은 팔 길이도 다른 놈들과 함께 있어야 하죠? 원 크기만 다른 것들만 보아도 짜증 나는데, 왜 '같이' 있으라고 하는 거예요?"

어른 펭귄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추위를 이기려면 같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얼어죽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해."
"얼어죽는 한이 있어도 '가치'가 다른 것들하고는 '같이' 있을 수 없어요. 우린 소중하니까요."

다른 쪽 펭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대로라면 모두 얼어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른 펭귄들이 때늦은 후회를 했습니다만 아무도 어찌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때 50년도 더 산 늙은 펭귄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펭귄은 손을 들어봐라."

모든 펭귄이 손을 들었다. 펭귄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것이 '가치'라는 거다."

어린 펭귄들은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펭귄 할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그럼 이제 나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펭귄이 있으면 손을 들어봐라."

어느 펭귄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펭귄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가치 있는 펭귄들이여, 이제 같이 있도록 하라."

황제 펭귄들은 무사히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펭귄 런>이라는 보드게임에 쓰려고 만들었던 이미지입니다. (본 글과는 관련 없죠...)
돈 주고 만든 이미지니...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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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브공군 2009/08/31 17:51 # 답글

    명글입니다!
  • 초록불 2009/08/31 19:30 #

    고맙습니다.
  • Pluto 2009/08/31 17:53 # 답글

    감동입니다!(^^)
  • 초록불 2009/08/31 19:30 #

    고맙습니다.
  • 반쪽사서-엔세스 2009/08/31 18:16 # 답글

    그렇지만 현실은 다 얼어죽어가고 있지요...
  • 초록불 2009/08/31 19:30 #

    허걱...
  • 키시야스 2009/08/31 19:07 # 답글

    +_+ 자자 삽화 넣으셔서 어서 출판을..
  • 초록불 2009/08/31 19:30 #

    어디 아시는 출판사라도? ㅠ.ㅠ
  • Ya펭귄 2009/08/31 19:18 # 답글

    가치창조의 펭귄옹.....
  • 초록불 2009/08/31 19:30 #

    펭귄이시네요...^^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서 이미지 하나 올리게 되었습니다.
  • 네비아찌 2009/08/31 19:36 # 답글

    우리 펭귄들에게도 현명한 '펭귄 할아버지'가 계셨으면......
    근데 우리 펭귄들은 저 펭귄들처럼 어른 말을 잘 듣질 않으니 OTL 이군요.
  • 초록불 2009/08/31 22:25 #

    ^^
  • 어릿광대 2009/08/31 20:36 # 답글

    명글입니다! (1)
  • 초록불 2009/08/31 22:25 #

    고맙습니다.
  • Allenait 2009/08/31 21:00 # 답글

    명글입니다! (2)
  • 초록불 2009/08/31 22:25 #

    고맙습니다.
  • 카니발 2009/08/31 21:21 # 답글

    가치있는 글입니다!
  • 초록불 2009/08/31 22:25 #

    고맙습니다...^^
  • 南海雙雄 2009/08/31 22:49 # 답글

    참으로 가치있는 글입니다. (+_+_+)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만... 애들 동화책으로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 초록불 2009/08/31 23:06 #

    저도 그러면 좋겠지만...ㅠ.ㅠ
  • 아빠늑대 2009/08/31 22:54 # 답글

    아! 돈주고 만든 이미지셨군요!! 전 초록불님도 그림을 엄청나게 잘 그리시는구나... 부전자전이네... 라고 생각했습니다. ^^ (헌데... 잘 그리시나요?)
  • 초록불 2009/08/31 23:06 #

    댓글창의 그림은 제가 그린 겁니다. 뭐... 아주 그림을 못 그리진 않습니다.
  • 세레스 2009/09/01 02:41 # 답글

    움찔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근데 현실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편견과 선을 긋는게 아닌가 하네요..[머엉~]
  • 초록불 2009/09/01 10:21 #

    나이가 들어도 개념을 가진 분들도 분명 계시죠.
  • draco21 2009/09/01 03:20 # 답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읽으면서 무언가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
  • 초록불 2009/09/01 10:21 #

    고맙습니다.
  • 라인하르트 2009/09/01 03:27 # 답글

    우리 펭귄들은 아마 저 할아버지의 '가치'에 대해 의심하고 화형할 거 같군요.
  • 초록불 2009/09/01 10:21 #

    크악...
  • catnip 2009/09/01 08:07 # 답글

    펭귄보다 못한!!
  • 초록불 2009/09/01 10:21 #

    ^^
  • Wishsong 2009/09/01 09:44 # 답글

    무척 '가치'있는 이야기입니다. :)

    나중에 아들딸이 생기면 꼭 머리맡에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겠습니다.
  • 초록불 2009/09/01 10:21 #

    고맙습니다.
  • Kain君 2009/09/01 10:23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초록불 2009/09/01 14:34 #

    고맙습니다.
  • 역설 2009/09/01 11:44 # 답글

    가치있는 펭귄들이여, 같이 있도록... 아 ;ㅁ; 멋지십니다
  • 초록불 2009/09/01 14:34 #

    고맙습니다.
  • 콘퓨타티스 2009/09/01 12:42 # 답글

    너무 멋진 이야기인데 자괴감에 빠진 사람에게는 씁쓸한 이야기...ㅠ_ㅠ
  • 초록불 2009/09/01 14:34 #

    ㅠ.ㅠ
  • 배둘레햄 2009/09/01 13:22 # 답글



    현실은 시궁창에 빗댄,


    풍자적 재미와 교훈적 '가치'가 '같이' 있는 글이군효...


  • 초록불 2009/09/01 14:34 #

    고맙습니다.
  • 현골 2009/09/01 13:22 # 답글

    우와.... 잘 읽었습니다.
  • 초록불 2009/09/01 14:34 #

    고맙습니다.
  • Silverfang 2009/09/01 15:22 # 답글

    아기 펭귄들은 할아버지 펭귄의 말을 알아먹었지만...
    사람 아가들은... ㅜㅡ
  • 초록불 2009/09/01 17:08 #

    어려서부터 잘 가르쳐야...
  • 알렉세이 2009/09/01 15:49 # 답글

    어르신의 경험에서 나온 멋진 한마디군요.

    그걸 알아듣고 금방 고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 초록불 2009/09/01 17:08 #

    ^^
  • delilife 2009/09/01 16:19 # 답글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초록불 2009/09/01 17:08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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