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왕릉비와 빨래판의 진실? *..역........사..*

얼마 전에 발견된 문무왕릉비는 빨래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중앙일보] 빨래판으로 써온 신라 문무왕릉비 윗조각 찾아 [클릭]

기사 제목에 저렇게 박혀 있었다. 본문에도 이렇게 나온다.

시멘트로 발라 고정시킨 뒤 빨래판으로 쓰던 비석 조각을 수도 검침원이 발견해 신라문화동인회 김윤근(65) 부회장에게 제보하면서 실물이 확인된 것이다. (중앙일보 기사 중)

부산일보에 실린 이런 사진을 보아도 위 사실을 의심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 (사실을 알고보면 사진이 전혀 다르게 보이지만...)
[부산일보] 문무왕릉비 조각 200년 만에 찾았다 [클릭]
직사각형에 가까운 형태의 상단 부분은 수돗가에서 박혀 빨래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표면이 훼손되고 가장자리 등 일부는 심하게 마모됐지만 비문의 전체 내용을 읽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자, 이제 글자는 어디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빨래판으로 썼으면 글자가 다 뭉개졌을 거고 바닥 쪽에 글자가 있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부산일보 기사에 실린 사진 (나는 사진에 있는 사람이 비석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그렇다면 수도 검침원이 그걸 어떻게 비석인 줄 알아본단 말인가? 위 기사들과는 달리 한국일보 기사가 상당히 정확하다. 한 번 보자.

[한국일보] 문무왕릉비 '잃어버린 조각' 200년 만에 찾았다 [클릭]
수도검침원이 검침하던 중 글씨가 새겨진 돌을 발견하고 신라문화동인회에 제보한 것. 현장을 조사한 박물관 관계자는 "비편이 놓인 위치와 물기를 머금은 상태 등을 볼 때 빨래판으로 사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검침원이 글씨가 새겨진 돌을 발견해서 제보한 것이며, 빨래판으로 사용된 것 같다라고 박물관 관계자가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부분까지 상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 위 사진은 글자를 가리키고 있는 모습이었던 것.

뒷면은 아직 땅 속에 박혀있어 비문의 잔존 여부를 알 수 없다. (한국일보 기사 중)

아무튼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 아주 사소한 것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저 기사로 인해 집주인이 국보급 문화재를 빨래판으로 쓴 무식한 인간 취급받기 딱 좋게 되었다는 점이다.

집 주인의 항의를 받은 중앙일보는 정정 보도를 냈다.

[중앙일보] [문화 노트] “빨래판으로 썼다니요” 문무왕릉비 조각의 진실 [클릭]
빨래판이라 보도된 데에는 몇몇 요소들이 얽혔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수돗가에 놓인 위치로 보아 “빨래판 비슷하게 쓰던 것”이라고 설명했고, 기자는 '비슷하게'라는 말을 생략한 채 기사를 썼다. 조금 더 극적인 이야기로 몰아가는 언론의 속성 탓이다. 송원수씨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국보급 문화재를 "무식하게" 빨래판으로 쓴 것이 아니라는 집주인의 항변이다. 이미 한 번 제보도 했는데 무시 당했다는 말은 가슴 아프다. 중앙일보는 정정보도는 냈지만, 그 스스로 언론의 속성은 극적인 이야기로 몰아가는 것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슬프다. 언론은 공명정대하게 사실을 보도하는 것을 그 생명으로 알아야 하는 법이거늘. 이미 본 바와 같이 한국일보 기사에는 "극적인 이야기로 몰아가려" 하지 않았다. 박물관에서 한 이야기 그대로 전달했다. 물론 받아들인 뉘앙스야 똑같았겠지만. 다만 이 경우 언론이 과장한 것이 아니라 박물관 관계자의 불성실한 답변이 문제인 것이며, 한 단계 더 나아가 집주인에게 의견도 물어보지 않은 기자들의 안이한 취재 정신을 탓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기자가 기사를 꾸몄다는 혐의만은 벗을 수 있지 않은가.

중앙일보는 이런 기사에 대한 조작성이 강해서 전에도 한 번 크게 당한 적이 있다. 부디 언론은 극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사실을 전달하는 곳이라는 점을,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소설가들이 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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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에서 기자란 가공의 내용을 전달하는 자인가???? 2009/09/09 00:44 #

    문무왕릉비와 빨래판의 진실?모르고 넘어갔으면 집주인은 문무왕릉비를 빨래판으로나 썼던 무식한 사람으로 억울하게 몰릴뻔 했다.언론에서 스스로 자신이 극적인 면을 위해 '의도'를 삽입했다고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뭐랄까... 뻔뻔함이 느껴진달까.....그래도 '고백' 했다는 면을 봐줘야 하는 것일까나............ more

덧글

  • 슈타인호프 2009/09/09 00:23 # 답글

    그래도 정정보도라도 이루어져서 다행입니다. 집주인 분이 정말 한시름 놓으셨겠군요.
  • 초록불 2009/09/09 00:31 #

    맞습니다.
  • 을파소 2009/09/09 00:23 # 답글

    보통 자극적인 보도 한 번 나가면 이후 정정보도가 나가도 사람들은 처음 보도만 기억하고 정정보도는 지나치는 경우가 많죠. 그렇기에 기자들은 더 조심해야 하는데, 이미 비슷한 일을 몇번 겪고도 발전한 게 없는 거 같습니다.
  • 초록불 2009/09/09 00:31 #

    그게 문제지요.
  • 역사짱 2009/09/09 00:24 # 답글

    그저 안습이군요. 저도 저 기사보고 '뭐야 저사람? ' 이라고 생각했었지요;;;; 제가 미안해지네요...
  • 초록불 2009/09/09 00:31 #

    그렇지요.
  • 네비아찌 2009/09/09 00:34 # 답글

    집주인분께는 그나마 다행한 일이네요.
    우리나라 언론 보도 기사는 정말 그대로 믿으면 안될거 같습니다.
  • 초록불 2009/09/09 00:42 #

    그냥 믿을 수 있는 언론이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만이라도...
  • 피그말리온 2009/09/09 00:35 # 답글

    빨래판 얘기는 여기서 처음 들어보지만, 설령 썼다고 한들 저게 문무대왕비인지 알 수 없는데 뭐라고 탓하지는 못했을거 같아요.
  • 초록불 2009/09/09 00:42 #

    매우 이성적인 태도십니다. 피그말리온님 같은 분이 많아야 하는데...
  • Ade 2009/09/09 00:38 # 답글

    기자들은 자신을 소설가로 여기고 있다는 점, 다시 한 번 새기고 갑니다.

    저도 저 기사 보고 살짝 흥분했었는데, 그 집 주인분께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 초록불 2009/09/09 00:43 #

    언론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가 매우 낮아서... 큰일입니다.
  • Allenait 2009/09/09 01:10 # 답글

    그래도 정정보도가 나서 다행이군요.

    애초에 사람들이 정정보도를 지나치는 것도 있지만 원체 정정보도가 잘 안나가는 것도 있고..

    여러모로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떨어지는군요
  • 초록불 2009/09/09 07:58 #

    오늘 중앙시론에 언론이 공정하지 못한 건 정파성 때문이라는 원론적 이야기가 실려 있던데, 제가 보기엔 기본을 가르치지 않는 언론 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루치까 2009/09/09 01:12 # 답글

    음, '모르고 빨래판으로 썼을 수도 있지. 어쨌건 찾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저 역시 집 주인에게 큰 책임이 돌아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초록불 2009/09/09 07:57 #

    맞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집주인으로서는 억울하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을 겁니다.
  • 키시야스 2009/09/09 01:17 # 답글

    그...그럼 초록불님이 부업으로 기사를 쓰시는것도...(퍽)
  • 초록불 2009/09/09 07:57 #

    기자도 전문직입니다....(먼산)
  • organizer™ 2009/09/09 01:34 # 답글

    우리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빨래판도 한번 체크해 봐야 할 듯 합니다...

    >> 크고 판판해 빨랫돌로 쓰기에 더없이 좋은 돌

    우리 나라에 널린 판판한 돌은 죄다 검사 대상으로... [ㅎ] ;;;;
  • 초록불 2009/09/09 07:56 #

    한 번 뒤집어보십시오.
  • 소울오브로드 2009/09/09 08:03 # 답글

    말이지 저도 아버지 따라서 인사동같은데를 전전하며 비문이나 그런걸 많이 봤지만 저게 어디서나 굴러다니는 비문(이런말하면 안믿기시겠지만 그런게 의외로 많습니다.)인지 진짜 진퉁으로 귀중한건지 모르는데 그런쪽으로 모르시는 분이면 당연히 빨래판용으로 쓰기 좋은 돌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그걸 아주 '무식하게 빨레판으로 쓰다'처럼 보도하다니. 그럼 전국민의 유물감정사 화라도 원하는건가;;
  • 2009/09/09 08:4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9/09 08:55 #

    아이쿠, 이거야 원...
  • 배둘레햄 2009/09/09 09:35 # 답글

    그런데 진짜로 빨래판으로 쓰여진 비석이 있지 않았나요? 충북 중원 고구려비가 그렇다고 그런 걸로 알고있는데...아마, 그것 때문에 저런 기사를 섰을 지도 모르는 일이죠...;;;;

  • 초록불 2009/09/09 10:00 #

    중앙일보 정정기사 안에 말씀하신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 배둘레햄 2009/09/09 10:02 #

    그렇군요...^^ 기사까진 읽지를 않아서요...^^;;;;
  • 허안 2009/09/09 10:10 # 답글

    우리나라 신문들이 사실을 보도하던 곳이었던가요? 저는 행간을 읽는 훈련용 참고서라고 생각합니다만.......
  • 초록불 2009/09/09 10:12 #

    그게 문제죠... 신문은 그냥 신문으로... 행간은 문학작품 읽을 때나...
  • Ivarhem 2009/09/09 10:14 # 답글

    적어도 중앙일보 기자들은 소설가라고 자기들 입으로 인증한 꼴이 되었네요.
  • 초록불 2009/09/09 10:16 #

    기자가 철이 없어서 그렇게 썼다 치더라도, 저걸 그냥 올린 데스크는 뭔 생각인가 싶습니다. (혹시 기자가 쓴 적도 없는데 데스크가 삽입한 것일지도... 으으...)
  • 개멍 2009/09/09 18:05 #

    제 느낌에도 기자가 데스크를 까는듯한 뉘앙스가 느껴지네요.
  • 게드 2009/09/09 10:14 # 답글

    저런거 때문에.. 확정 아닌 것들은 일단 다 믿지 않는 습관이..
  • 초록불 2009/09/09 10:16 #

    오죽하면 저는 종종 원 보도자료를 확인해 보곤 합니다. 언론만 믿고 포스팅했다가는 바로 낚이는 일이...
  • 러움 2009/09/09 10:19 # 답글

    그 동네야 아무데나 파도 화살촉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지고 길거리에 널린게 유적이고 심지어 학교 안에도 무덤이 있는데;;;;; 처음에 기사 제목만 봤을때도 별 생각 없이 그럴수도 있지- 이랬건만 역시 생각이란건 다 다른거군요. 어쨌든 다행입니다. :)
  • 초록불 2009/09/09 10:22 #

    집주인 분은 억울하실만 합니다...^^
  • jewel 2009/09/09 12:01 # 답글

    얼마전 언론관련 강좌를 들었는데, 신문방송등의 언론의 특징으로 "선정성"을 꼽더군요. 언론쪽 박사학위를 가진 분이셨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게 언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착각이었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본인들이 스스로 인정해버리고 "그러니까 이해해"라고 하는건가 싶기도 하더군요.
  • 초록불 2009/09/09 12:05 #

    음, 아무래도 제가 시대에 뒤떨어진 언론관을 가진 모양입니다... (어이가출)
  • draco21 2009/09/09 13:00 # 답글

    의외로 저런 경우는 많지 않습니까? ^^: 집주인분의 학식과 관계가 있다고 하긴좀.. ^^:
  • 다크엘 2009/09/09 13:03 # 답글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본 적이 있었지요.
    대학 시절에 교수님으로부터, 어떤 유명한 비석(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은 외양간 벽에 박혀 있었는데 그걸 시골에 학생들과 놀러갔던 교수님이 우연히 발견해서 세상에 드러난 사례도 있다고;;;;
  • 차원이동자 2009/09/09 13:04 # 답글

    기자들이 전기문을 적으면 엄청 멋질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solette 2009/09/09 13:37 # 답글

    중앙일보는 원래 소설만 가득한 신문 아니었나요?
  • 회색사과 2009/09/09 14:09 # 답글

    예전에.. 동성애에 관한 프로그램에서

    주변사람 들의 인터뷰를 했는데..

    제 친구녀석이 한 5분간 떠들었습니다만...

    [처음에는 꺼렸으나 나중에 더 친해졌다는 그런 내용의..]

    방송 딱 나가니 다 편집되고

    "미친것 같아요" 라고 나가더군요 .....

    티비고 신문이고 보는사람이 알아서 필터링 해서 보는 능력이 있어야겠어요..

    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은 기본이고

    편집된 내용과 써있지 않은 내용을 유추 할 수 있는 능력까지 요구되는...
  • 초록불 2009/09/09 15:34 #

    비슷한 경험이 있지요.
  • LVP 2009/09/09 15:38 # 답글

    또 저집에서 엄한 사람 잡을 뻔했군요.

    전문가가 아닌 이상 비석(의 조각)인지 아닌지 어떻게 한다고 'ㅅ'
  • 월광토끼 2009/09/10 04:55 # 답글

    그래도 중앙일보 정도면 '그나마' 나은 것 아니겠습니까.
  • 초록불 2009/09/10 09:33 #

    언젠가 어느 분이 그런 말씀을 하더군요. 중앙일보는 자본의 논리에 충실하다...라고. 솔직하게 자본의 논리에만 충실해도 썩 괜찮은 신문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 새벽안개 2009/09/10 15:38 # 답글

    참 언론 보도란게 무서운거네요.
  • saythatname 2009/09/19 16:52 # 답글

    저도 예전엔 '그나마' 나은 줄 알았는데 요즘은 뭐 MB어천가 일색이더군요.

    뭐 그보다 더 수구적이어야 한다고 까는 조선, 동아보다야 낫다고 할 수야 있겠습니다만...ㅎㅎ;
  • 초록불 2009/09/19 16:54 #

    최근 현충원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서 조중동이 계속 보도를 하지 않고 있더군요. 다른 신문들은 다 보도한 일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끔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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