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요만하다는 이야기 *..만........상..*



1.
군대 갔던 고등학교 선배가 복학을 했다.

"선배님, 오랜만이에요."
"음. 경영과 학생 확인하려면 어디로 가야하냐?"

난데없는 질문. 알고보니 선배가 군에 있을 때, 엄청 갈구던 고참이 있었단다. 그런데 가만 보니까 동문이더라는 것. 정원도 적은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게 반가워서 몇 학번인지 물어보았는데, 그런 건 왜 묻느냐며 바로 얼차려. 그리고 둘러대는데 학번이 좀 높았다. 하지만 선배도 3학년 마치고 간 처지고, 대개 군대는 2학년 마치고 가니까 뭔가 자신없어하는 표정에 복학한 뒤에 보자고 벼르던 차란다. 두 달 먼저 제대한 고참. 그리고 두 달 후에 이를 갈다가 나온 선배가 가서 확인해본 결과, 역시 한 학번 아래의 후배였다는 것.

학교도 작은데, 그런 거짓말이 들통이 안 날리가 있나. 대체 뭔 배짱으로 그러고 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2.
이건 들은 이야기지만, 주인공이 바로 내 사수... (하지만 사수에게 듣지는 않았고 이 이야기에 나오는 현역병의 부사수에게 들은 이야기다.)

단기사병, 일명 방위병이었던 내 사수는 내노라하는 국내 대학의 몸 좀 쓰는 학과 출신. 미적미적 미루다가 졸업 후에 군대를 왔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어딘가 방위 판정 받을만 했던 모양. (운동선수 중에는 방위병 많다.)

그런데 우연히 현역 고참이 같은 동네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나이도 현역 고참은 고졸로 군대 왔으니 사수가 훨씬 많고. 그러나 운동선수답게 성격이 화끈했던 사수는 사실 별 생각없이,

"그럼 우리동네 000형 아시겠습니다?"

이렇게 물었는데, 현역 고참은 언급한 그 사람의 동생뻘이었고, 그 때문에 사수의 말이 쫄따구가 기어오르려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버럭 성질을 내버렸다.

"그래서, 그게 어쨌는데, 이 새끼 봐라!"

이렇게 되었고... 결국 교보재 창고로 간 두 사람의 혈투...는 아니고 운동선수 사수의 일방적인 구타로 상황 종료.

"그러니까 내가 족보로 니 큰 형님 뻘이라고."

나중에 맞은 현역병이 고참 둘 더 데리고 가서 삼대 일로 붙었는데, 이번에도 셋이 엉금엉금 기어나오도록 맞았다고 한다. 창피해서 선임하사에게 말도 못했다고 하는데... (아마 다른 이유가 더 있었을 것 같긴 하지만...)

3,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일이 있다. 모 회사 일을 봐줄 때, 통신 상에서 소문난 개망나니가 그 회사 일을 맡으러 온 적이 있었다.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절대 상종하지 말 것을 권유한 적도 있었다. 반면에 통신 상에서만 알고 지냈지만 다른 일에 엮어주는데 앞장 선 적도 종종 있다. 전혀 그런 말을 해줄 날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얼마 전에 모 분을 만나서 그때 그 일을 내가 주선했노라고 생색낸 적도 있긴 했다. 물론 워낙 오래 전 일이라서 그냥, 아하, 그랬군요.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실력이 좋으신 탓이죠. 라고 서로 인삿말만 했다.

때로는 나 역시 그런 추천을 받아서 일거리가 생길 때가 있다. 세상은 작고 평판은 쉽게 퍼진다.

4.
과거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편지를 전할 때 얼마나 걸리는가 실험을 했는데, 최대 여섯 사람만 통하면 된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좀 더 뒤에 영국에서 같은 실험이 있었는데, 인터넷의 발달 덕분인지 네 사람만 통하면 편지가 전달된다고 했다.

세상이 요만하다는 이야기.

덧글

  • 2009/09/11 16: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9/11 16:41 #

    오래 다니신 분 답습니다...^^;;

    그때는 듣보잡 시절이어서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요즘은 부담스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 희야♡ 2009/09/11 16:46 #

    운동선수 하니 흔히 생각하기엔 운동선수가 더 건강한데 면제나 공익의 판정비율이 일반인보다 높은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죠.
    그런데 뭐 부상 안당한 선수도 드물고 특히나 구기종목 프로선수들 되면 6개월이상되는 큰 부상은 거의 한번씩 다 당하는거 같더라구요. 팔에 과부하가 많이 걸리는 야구선수들이나 무릎이나 발목을 거칠게 다루는 축구선수들이 그래서 면제도 많고 그렇더군요.
    (그런데 또 선수입장에서는 공익보다는 상무행이 훨씬 좋아서 갈 수 있으면 최대한 상무로 가려고 하더군요..)
  • 초록불 2009/09/11 16:47 #

    훈련소에 있을 때, 배구 선수도 한 사람 있었습니다. 운동선수들이 인대 같은 데 문제가 있어서 방위병으로 많이 온다는 걸 그때 알았죠.
  • Allenait 2009/09/11 16:50 #

    진짜. 몇 사람만 거치면 금세 다 통하더군요. 이글루만 봐도 딱 그렇더군요
  • 초록불 2009/09/11 17:34 #

    서로 알만한 사람들끼리 싸우는 것도 가끔 보죠.
  • 기면 2009/09/11 16:52 #

    이번에 제가 소집해제하고 새로 들어온 신입 공익이.............
    제 고등학교 1년 선배더군요.

    근데 문제는 그 바로 위의 고참이 제 고등학교 3년 후배...

    4년 선후배가 서로 존대말 하는 훈훈한 광경을 보고 왔습니다. 하하...
  • 초록불 2009/09/11 17:34 #

    포스팅 보았습니다...^^
  • versilov 2009/09/11 16:52 #

    세상은 정말 좁더군요 :)
  • 초록불 2009/09/11 17:34 #

    네...^^
  • 2009/09/11 17:2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9/11 17:34 #

    글쓰는 사람은 신상 공개를 안 한다는 게 쉽지 않죠. 근데 어디서 그런 일이...-_-;;
  • 2009/09/11 17:4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09/11 17:4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09/11 19:05 #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관심 끊는 것이 좋겠습니다. 도저히 뭔가를 이해할 수준이 아닙니다.
  • Pany 2009/09/11 19:24 #

    마지막 이야기는 케빈베이컨 게임이네요... 6단계만 거치면 전세계 누구와도 연결된다는...^^
  • chatmate 2009/09/11 19:33 #

    http://www.yes24.com/24/goods/310361

    초록불 님 본문 4번, 그리고 Pany 님이 말씀하신 이야기가 링크 란 책 3장에 나와 있죠.
  • 초록불 2009/09/11 19:42 #

    아, 저는 <괴짜심리학>이라는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 갈매나무 2009/09/11 22:02 #

    군대 사수 이야기는 전에 '군대이야기'에서 포스팅 하셨던 거잖아요 ㅋㅋ
  • 초록불 2009/09/11 22:15 #

    오오, 2년도 더 전에 한 포스팅을 기억하시다니... 엄청 난 기억력입니다...^^
  • 초록불 2009/09/11 22:17 #

    찾아보니 3년도 더 되었군요...^^
  • 라세엄마 2009/09/11 23:04 #

    1번의 선임은... .......어떻게 죽었나요?
  • 초록불 2009/09/11 23:06 #

    비밀입니다...
  • 라세엄마 2009/09/11 23:23 #

    하기야 군대안에선 자기 선배라고 후임한테 빌빌댈수도 없긴 한가요? 가보질 않았으니 당췌..
    어쨌든 죽긴 죽었네요 'ㅅ'
  • 말코비치 2009/09/11 23:24 #

    저 때는 서로 아는 사이면 개인 공간에서는 사회 시절처럼 대화 나누더군요^^ 다들 용인하는 분위기였고.. 물론 공동 장소에서는 die겠지만
  • 초록불 2009/09/11 23:25 #

    그 정도였으면 괜찮았을 텐데 말이죠...
  • 천지화랑 2009/09/12 08:17 #

    전 훈련소 동기 한 명이 저랑 같은 중학교 동창이었죠. 본관도 같아서 서로 할아버지 조카야 그러고 놀았던 녀석인데 -ㅁ-;;
  • 초록불 2009/09/12 08:54 #

    오랜만의 재회였겠네요. 사실 예비군 가면 동창들을 보기가 더 쉽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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