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옥외집회 금지 헌법 불합치에 대한 언론 반응을 보며 *..시........사..*



헌법재판소에서 야간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국회는 이 조항을 수정해야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간단한 내용은 아래 도표와 같다.

이에 대해서 바로 몇몇 신문들의 반응이 나왔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보면 반응하지 않고 있는 신문이 희한하다. 아마 며칠 안에 반응들이 나올 것이라 예상한다. 여기서 반응은 신문사의 공식 입장인 사설을 의미한다.

[조선일보] 헌재(憲裁) '야간 집회 허용'이 폭력시위 괜찮다는 뜻 아니다 [클릭]

조선일보는 걱정이 태산이다. 아래 주장들을 보자.

(1) 그러나 야간 옥외 집회·시위를 과도하게 제한한 현행 집시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재의 결정이 있었다고 해서 앞으로 야간의 옥외 집회·시위가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는 없다.
(2) 공공의 안녕에 해악을 끼치는 불법·폭력 시위는 법으로 제한돼야 한다.
(3) 야간의 옥외 집회와 시위는 어두운 야간상황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익명성' 때문에 불법·폭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4) 시위꾼들은 '사실상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밤중에 도로로 뛰어나와 폭력시위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5) 이제는 정치적 사안에 대한 헌재 결정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야간에 헌재를 포위하고 밤새 시위할 수도 있다.


(1)번은 자의적 해석이긴 하나 언론이 주장 못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2)번은 당연한 이야기로 주간이든 야간이든 불법 폭력 시위가 법으로 제한되어야 하는 것을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조선일보는 대부분의 반정부 시위를 불법 폭력 시위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있다. (3)번은 오지랍 넓은 걱정. 시위란 익명성에 기초한다. (4)번은 시민을 "시위꾼"으로 몰아놓은 비난. (5)번은 헌재에 대한 비난이다. 너희도 한 번 당해봐라, 라는 것.

대척점이라 할 한겨레의 사설은 어떤가?

[한겨레] 낡은 굴레 푼 헌재 결정, 집시법 바로잡는 계기로 [클릭]

한겨레는 헌재의 이번 결정은 환영하면서 지난 결정에는 반대를 표명하는 모습을 보인다.

집시법에는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 말고도 집회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조항이 많다. 집회 신고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하도록 하고(제6조), 관할 경찰서장이 신고된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제8조)이 대표적이다. 신고제의 겉모습을 지녔지만, 경찰의 재량을 지나치게 인정하고 있으니 사실상의 허가제다. 집회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에 위반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헌재는 지난 5월 28일 옥외집회 신고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겨레의 이런 모습은 감탄고토는 아닌가? 물론 한겨레의 지향하는 바를 볼 때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주장을 내놓을 수는 있다. 조선일보의 (1)번 항목처럼. 다만 저 이야기를 할 때 헌재가 이미 합헌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언급해 주었으면 보기가 좋았을 것 같다.

[세계일보] ‘야간집회’ 헌재 결정, 불법·폭력 면죄부 아니다 [클릭]

세계일보의 사설은 그 제목은 조선일보보다 노골적이지만 내용은 그렇게 과격하지 않다. 그리고 나름대로 대안을 찾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안이라는 게 그동안 남용된 공권력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다 제한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긴 하지만.

[국민일보] 憲裁,나무만 보고 숲을 외면했다 [클릭]

국민일보는 현재 나온 사설 중 가장 과격하다. 대놓고 헌재를 비난하고 있다.

(1) 지난 10년간 법관 사회가 빠르게 진보화된 결과다.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는 보루여야 할 법원의 본령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2) 야간옥외집회의 제한적 허용은 집회 및 시위의 보장을 공공의 안녕질서와 조화시키기 위한 조치로서 공익 목적에 부합한다는 게 일반의 법감정(法感情)이다. 그러나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입법 목적은 도외시하고 헌법 조항을 문자 그대로만 해석했다.


일반의 법감정이라... 국민일보의 "일반"은 대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한국일보] 성숙한 집회문화 일깨우는 헌재 결정 [클릭]

한국일보의 사설이 이번에 나온 사설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최근 한국일보를 칭찬하는 일이 늘었다.)

야간 옥외 집회가 가능해짐에 따라 야간 집회의 폭력화 우려도 더 커질 수 있다. 집회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야간 집회는 주최자 의도와 상관 없이 주간 집회보다 돌발적인 폭력 사태 발생에 취약한 게 사실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를 경찰이나 집회 주최자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 모색하는 것도 함께 생각해야 할 과제다.

야간 집회가 폭력화 우려가 있다는 내용 역시 조선일보처럼 "변질"이라는 용어로 매도하거나 "익명성"과 같은 말로 핑계 대지 않고 평이한 말로 풀어가고 있다. 또한 경찰과 집회주최자의 모색이라는 말로 민과 관의 역할을 동시에 언급해 주고 있다. 말이라는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을 두 사설을 같이 읽어보면 알 수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우리 사회의 집회 문화가 일보 전진하게 되기를 바란다.

덧글

  • tranGster 2009/09/25 01:07 #

    한국일보의 장점이 최소한 '두가지 사이에서 고민.' 해 볼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지요. 때때로 한국인의 극단성이 극단적 해답을 내 놓는 언론에 맛들여 있으면서 형성되는 것도 부가적인 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내일 조선일보 1면은 대박이겠군요. 또 무슨 쑈를 해 두었을지 궁급합니다. ^^;;;
  • 초록불 2009/09/25 01:12 #

    좋은 말씀입니다. 조미료에 길든 입맛처럼 자기 입맛에 맞는 언론에 길들여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Akatsuki 2009/09/25 01:11 #

    이제 조중동은 헌재를 적으로 돌리는 걸까요-_-;
  • 초록불 2009/09/25 01:13 #

    글쎄요. 중앙과 동아의 입장이 아직 안 나왔죠. 동아 입장은 능히 짐작이 갑니다만. 동아는 그동안 헌재에게 합헌 처리를 하라는 압력성 글들을 몇 번 실었거든요. 그런데 중앙일보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조선일보도 헌재에 불만을 표시한 건 사실이지만 적대적으로 돌아섰다고까지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Allenait 2009/09/25 01:25 #

    ..국민일보의 행보가 조금 의외군요. 딱히 크게 목소리 내는거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 곧은나무 2009/09/25 01:28 #

    국민일보 성향이 원래 저런 성향이긴 했는데, 요번엔 좀 평소보다 격한 반응이라 의외긴 하네요.
  • 곧은나무 2009/09/25 01:27 #

    이럴 땐 진짜 조선일보 사보고 싶어요.

    내일 1면이랑 사설 기사에 도대체 뭐라고 했을까, 랄랄라.
  • 마르키스 2009/09/25 07:29 #

    지하철 타시면서 헤드라인만 슬~쩍 보세요 ㅎ
  • LVP 2009/09/25 02:40 #

    하지만 견찰과 딴나라당의 발광은 계속될겁니다.
    (갸들이 뭔 준법정신이 있다고..'ㅅ')

    덧 : 딴나라당...그러게 역적질도 손발이 맞아야....
  • Hatchery 2009/09/25 02:51 #

    제가 보기에도 한국일보 사설이 제일 균형잡혀있네요.

    하지만 네이버 뉴스캐스트 헤드라인 뽑는 걸 보면 또 정나미가 뚝 떨어지네요..
  • 마르키스 2009/09/25 07:28 #

    헌소재판관님 9분 가운데, 5분은 위헌 2분은 불합치, 그리고 나머지 2분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는데, 위헌결정이 아니고 불합치라고 나온 건 뭔가요 ? 위헌결정과 불합치는 어떤 의미에서 다른가요 ?
  • dunkbear 2009/09/25 08:46 #

    위헌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해당 법률이나 그 효력을 바로 정지시키는 것이고 헌법불합치는 헌법에 위배되지만 법질서의 안정성을 위해서 일정기간 내에 위헌의 소지가 되는 부분을 정정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위헌은 해당 법이 즉각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고 불합치는 해당 법을 철폐하면 법의 공백과 혼란이 우려되므로 개정될 때까지 유예된다는 의미입니다.
  • 마르키스 2009/09/25 08:47 #

    아 그런거군요. 감사합니다^_^
  • 뭐든해보자 2009/09/25 09:48 #

    참고로 말씀드리면,
    합헌 결정이 나오려면 재판관 5인의 합헌 의견이 있어야하고,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재판관 6인의 위헌 의견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재판관 5인의 위헌 의견이 나와서 위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합헌 의견 역시 재판관 2인의 의견 밖에 없기 때문에 합헌도 아닙니다.

    이럴 경우 헌법재판소에서는 소위 '변형결정'을 내려서
    법에 정한 위헌의견의 정족수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해당법률이 위헌에 가까우므로 빠른 시간 안에
    해당법률을 헌법의 정신에 맞게 개정 또는 삭제하라는 뜻의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헌법불합치...라는 결정 형식입니다.
  • 별아저씨 2009/09/25 08:40 #

    합헌에 대한 재판관의 변이 볼만하군요. 이 법 자체가 헌법에 합치되는 지 혹은 상응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당한 입법목적하에 규정된 것"이라고 했군요. 입법목적이 (헌법에 비추어서) 정당한 지 안한 지가 판별사항인데도 말이죠.
  • 불의타 2009/09/25 10:13 #

    글쎄요. 위헌과 헌법 불합치를 낸 재판관들도 정당한 입법 목적하에 규정된 것이라고 전제 한듯 하더군요.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단지,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해야 할 사항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서 규정하였기 때문에 위헌이 된듯 합니다. 에구 맞나?
  • 별아저씨 2009/09/27 18:25 #

    "정당한 입법목적"에서 정당함은 헌법안에서만 획득될 수 있습니다.
  • solette 2009/09/25 09:14 #

    하지만 대통령이 이메가니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지금까지 견찰과 떡찰이 해온 짓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말이지요....-_-;;;
  • 뭐든해보자 2009/09/25 09:27 #

    지금의 정치상황에서 헌법불합치라는 결정이 나온 것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아니면 어떤 다른 정치적인 목적때문에 나온 것인지
    솔직히 판단은 안섭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맞게 법률을 해석하는 기관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그때그때의 정치상황에 맞게 법률을 해석하는 기관이었거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야간시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통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이 정해놓은 테두리에서, 그리고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시민에 대한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통제된 범위에서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이기도 하구요.
    다만, 그 법을 운용했던 정치상황이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이런 당연한 판결이 또 하나 생겨버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나저나 조선일보의 사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엔 안드는군요.
    자기 마음에 들면 국민이고, 나머지는 전부 시위꾼....ㅡㅡ^
  • 러움 2009/09/25 09:28 #

    저는 그저 조선일보의 영리한 마케팅에 혀를 내두릅니다. :D....
  • 불의타 2009/09/25 10:28 #

    근데 이 판례도 잘 뜯어보면, 현재와 별 차이는 없을듯 합니다.

    야간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던것이 위헌 맞았을뿐, 경찰서장의 판단에 의해 집회를 금지할수 있는 부분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죠 (물론 이부분은 판단 영역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야간옥외집회 하겠다고 아무리 신고해봤자, 경찰서장이 폭력시위로 갈 이유 있다고 그냥 금지하고 불법 시위로 규정해 버리면, 현재랑 똑같게 되겠죠. 지금 머 낮에도 집회를 열었다간 그대로 잡혀가는데....... 집시법 자체의 문제되는 부분이 치유되지 않는 한은 별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작은 승리를 거둔 셈이긴 하지요 ㅋ
  • 아빠늑대 2009/09/25 13:12 #

    편견과 적의가 가득한 덧글입니다.

    국민일보의 '일반' 이란 개.독 들 입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인 줄 압니다
  • 글로거 2009/09/25 20:01 #

    역시 신문은 비교해서 보는게 제일 재밌는 것 같습니다.

    어쩃뜬 불합치 판결은 괜찮은 것 같아요. 아쉽긴 하지만.
  • 배둘레햄 2009/09/25 20:49 #

    원칙적으로는 야간집회불허가 어긋난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을 감안했을 때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 사람입니다.

    헌재의 판단이 좋은 결과로 나왔으면 하네요...

  • 유레인 2009/09/25 22:47 #

    다 본 결과 가장 한국적인 사설은 세계일보 같군요. 그리고 최대한 사견을 안넣은 사설은 한국일보 이고요. 흠.. 내일부터 한국일보하고 세계일보 지켜봐야 겠네요. 요즈음 한겨례도 별로 안좋아한다는... 너무 사견을 많이 그리고 자기 중심적으로 적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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