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Q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 *크리에이티브*



(앞부분은 길고 지루하며 재미없으므로 과감히 생략합니다.)

6.
환Q는 깃털 이불을 덮고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아 계속 땅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든지 땅을 크게 차지해야지. 하루 종일 걸으면 동유럽 정도는 돌 수 있을 거야. 지금은 해가 긴 때니까. 일단 차지했다가 제공해준 이론이 잘 맞지 않는 건 다시 연구하도록 하지.'

환Q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그러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습니다.

그는 잠이 들자마자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그는 이런 것을 보았습니다. 자기가 바로 지금 자고 있는 그 천막 속에 누워 있는데 밖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웃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웃는가 보려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가보니 바로 그 나그네가 천막 앞에 앉아서 두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무엇이 우스운지 뒹굴고 었습니다. 환Q는 곁으로 가서 "무엇이 그렇게 우스우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그네가 아니라 환Q에게 처음 유사역사학을 말해준 그 노학자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여기 온 지 오래 되었소?" 하고 물으려 하자, 그는 전에 왔던 유사역사가였습니다. 환Q가 다시 보니 그것은 유사역사가도 아니고 뿔과 발톱이 길게 자란 마귀였습니다. 마귀는 앉아서 웃고 있었고, 그 앞에는 셔츠와 바지를 입은 어떤 사나이가 맨발로 누워 있었습니다. 이것은 또 누군가 하고 환Q가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나이는 죽어 있었으며, 죽은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처음 자리에 왔습니다. 나그네가 환Q 곁으로 와서 한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여기 보이는 것이 다 우리 땅입니다. 아무것이나 골라 잡으셔요."

환Q의 눈이 이글거렸습니다. 땅은 온통 나래새풀로 뒤덮여 있는데다가 손바닥처럼 반듯하고 양귀비처럼 까맣게 기름졌으며, 좀 팬 곳에는 잡초들이 가슴팍까지 자라 있었습니다.

나그네는 여우털 모자를 벗어 땅위에 놓으며 말했습니다.

"자, 이것이 표적입니다. 여기서 출발하여 이리로 돌아오십시오. 한바퀴 돌아오면 그 안의 땅은 모두 환국桓國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환Q는 돈을 꺼내 모자 위에 놓고, 웃옷을 벗고 조끼 바람에 허리끈을 단단히 매었습니다. 그리고 빵 주머니를 품속에 넣고 술병도 허리끈에 찬 다음 장화를 단단히 신고, 머슴에게서 삽을 받아 쥐는 등 떠날 준비를 하였습니다. 환Q는 어느 쪽으로 가면 좋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역시 중국부터 먹어치워야지.'

그리하여 북쪽을 향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해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되지. 서늘할 때 걷는 것이 한결 나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환Q는 저쪽 땅 끝에서 해가 떠오르기가 무섭게 삽을 어깨에 메고 초원으로 떠났습니다. 환Q는은 보통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요동에 도착하여 걸음을 멈추고 작은 구덩이를 파고, 조금이라도 눈에 잘 띄게 풀 몇 포기를 넣어 두었습니다. 그러고는 또 걸어갔습니다. 걷기 시작하자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습니다. 얼마쯤 가서 바이칼호에 도착하여 또 구덩이를 팠습니다.

환Q는 뒤돌아보았습니다. 언덕은 햇볕을 받아 환히 바라다 보였으며, 사람들이 그 뒤에 서 있었습니다. 마차의 쇠바퀴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환Q는 이제 강남을 차지했습니다. 차차 더워져 조끼를 벗어 어깨에 걸치고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다시 걸어 갔습니다. 점점 더워졌습니다. 해를 쳐다보니 벌써 아침 먹을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중국과 몽골이 끝났구나. 아직 돌아가기는 이르겠지. 그러나 장화는 벗기로 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환Q는 앉아서 장화를 벗어 허리끈에 매고 또 걷기 시작했습니다. 걷기가 한결 편했습니다.

'파미르 고원은 차지해야지. 그리고 왼쪽으로 구부러지도록 하자. 인도 땅을 그냥 버리고 가기는 아깝다. 가림토 문자가 우리 땅을 증명하는 곳인데. 갈수록 땅이 좋구나.'

환Q는 계속 곧바로 걸어갔습니다. 뒤돌아보니 언덕은 아득하게 멀었고 사람들은 개미처럼 까맣게 보였으며, 무언가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쪽은 이만하면 충분하다. 실론은 포기하고 이젠 구부러지자. 땀을 흘렸더니 목이 타는군.'

환Q는 이런 생각이 들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구덩이를 좀더 크게 파서 풀을 놓았습니다. 그러고는 허리에서 물통을 끌러 물을 잔뜩 마신 다음 북쪽으로 급히 구부러졌습니다. 걸을수록 풀의 키는 더 커져서 몹시 더웠습니다. 진짜 아라비아 사막과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것 같았습니다. 환Q는 피곤해 왔습니다. 해를 쳐다보니 바로 점심때였습니다.

'자, 좀 쉬어 가자.'

이렇게 생각한 환Q는 걸음을 멈추고 거기에 앉았습니다. 그러나 빵과 물을 마셨을 뿐 눕지는 않았습니다. 누우면 잠이 들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잠깐 앉았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잘못 왔어. 동유럽 없이 서유럽을 차지하는 건 조금 무리인데.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는 수밖에 없나.'

처음에는 쉽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빵을 먹어 힘이 났던 것입니다. 그러나 더위가 점점 심해지자 졸음이 왔습니다. 그래도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한 시간을 참으면 일생을 편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환Q는 동부유럽으로 진입했습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것 같아서 되돌아서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보니 오스트리아, 독일, 그리고 프랑스가 너무 아까웠습니다.

'저기가 우리땅이라고 한다면 그 얼마나 파격적인 이야기가 되겠는가. 아마 잘 될 거야.'

생각하고 환Q는 다시 곧바로 걸어갔습니다. 분지를 차지하자, 저편에 구덩이를 파고 두 번째 모퉁이를 만들고 돌아왔습니다.

환Q는 언덕 위를 돌아보았습니다. 더위로 뿌연 공기 속에서 무엇이 아른거리고, 그 사이로 언덕 위의 사람들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서부유럽을 차지했으니 스페인도 기왕 온 것 먹어버리자.'

이렇게 생각하고 환Q는 걸음을 빨리 했습니다. 해를 보니 한나절이 훨씬 넘었는데 겨우 북미 정도밖에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아깝지만 남아메리카 대륙과 오세아니아는 포기하자. 더 이상 가지려고 해서는 안 돼. 땅은 이만하면 충분해'

환Q는 얼른 구덩이를 파고 곧바로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7.
환Q는 언덕을 향해 곧바로 걸었습니다. 힘이 들었습니다.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고 맨발이 찢기고 긁혀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좀 쉬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해질 때까지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해는 기다리지 않고 자꾸만 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아아, 실패한 게 아닐까? 너무나 땅을 많이 차지한 게 아닐까? 만약 제시간에 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초조한 생각에 환Q는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힘이 들었으나 계속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러나 가도가도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였습니다. 그는 달음질 치기 시작했습니다. 조끼도 장화도 물통도 모자도 다 버리고 오직 삽만 가지고 그것으로 지팡이 삼아 뛰었습니다.

'아아, 욕심이 너무 지나쳤구나. 이젠 다 틀렸어. 해떨어지기 전에는 못 갈 것 같아.'

그러자 더욱 무서운 생각이 들어 숨까지 막혀 왔습니다. 환Q는 막 달렸습니다. 셔츠와 바지는 땀에 젖어 몸에 착 달라붙고 입안은 바싹 말랐습니다. 가슴은 풀무처럼 펄떡거리고, 심장은 망치질하듯 뛰고, 다리는 남의 다리처럼 휘청거렸습니다. 환Q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너무 힘을 써서 죽지나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무서워졌습니다. 죽음은 무서웠으나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죽을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이제 와서 그만둔다면 사람들이 바보라고 하겠지.'

이런 생각에 환Q는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출발점에 가까이 왔을 때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그네와 마을 사람들이 그를 향해 질러대는 날카로운 소리였습니다.

그 소리에 그의 가슴은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환Q는 마지막 힘을 다하여 달리고 있었으나 해는 지평선 쪽으로 기울어 핏빛처럼 빨갛고 쟁반처럼 둥글게 되었습니다. 이제 곧 떨어지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해는 기울어가고 있었습니다.

출발점까지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환Q는 언덕 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손을 흔들며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땅위에 있는 여우 가죽 모자와 그 위에 있는 돈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땅위에 앉아 두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있는 나그네도 보였습니다. 환Q는 어젯밤의 꿈을 머리에 떠올렸습니다.

'땅은 많이 얻었으나 역사학계가 그걸 인정해 줄까? 아아, 내 자신을 내가 망쳤구나! 아무래도 출발점까지 닿지 못할 것 같다.'

환Q는 해를 바라보았습니다. 해는 이미 땅에 닿았으며, 한쪽 끝은 가라앉아 밑으로 활처럼 휘어져 있었습니다. 환Q는 마지막 힘을 다하여 몸을 앞으로 내밀며 넘어지려는 것을 겨우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언덕 밑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돌아보니 해는 이미 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환Q는 아아! 하고 소리쳤습니다.

'나의 노력도 허사가 되고 말았구나.'

생각하고 그가 걸음을 멈추려는데, 사람들이 계속해서 뭐라고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때 환Q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덕 밑에서 보면 해가 진 것으로 보이지만, 언덕 위에서 보면 해가 아직 다 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환Q는 용기를 내어 언덕위로 달려 올라갔습니다. 언덕 위는 아직도 밝았습니다. 환Q는 올라가기가 무섭게 모자를 보았습니다. 모자 앞에는 나그네가 앉아서 두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큰소리로 웃고 있었습니다. 환Q는 꿈 생각을 하고 아아! 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으나 앞으로 쓰러지면서도 두 손으로 모자를 잡았습니다.

"정말 장하십니다! 이제 환국은 정말 많은 땅을 가지게 됐구먼요."

하고 나그네는 소리쳤습니다.

그의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죽어서 쓰러져 있었던 것입니다. 머슴은 삽을 들고 환Q의 무덤을 판 뒤 거기에 그를 묻었습니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그가 차지할 수 있었던 땅은 정확히 2미터 가량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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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브공군 2009/09/29 11:19 #

    톨스토이는 진짜 대문호라는 것을 느낀다니까요.....
  • Ha-1 2009/09/29 11:20 #

    톨스토이는 진짜 대문호라는 것을 느낀다니까요..... (2)
  • Ya펭귄 2009/09/29 11:26 #

    '장군님'으로부터 축지법을 사사받은 환Q는 세계정ㅋ벅ㅋ에 성공하고......
  • LVP 2009/09/29 11:33 #

    하늘만큼~땅만큼~☆ (!?!?)
  • 아야소피아 2009/09/29 11:47 #

    앗! 제가 좋아하는 단편소설...

    어찌됐든 빠들은 역시 답이 없습니다.
  • 졸라맨K 2009/09/29 12:03 #

    이제 이런글도 올라오겠네요. "위대한 대문호 톨스토이는 동이족의 후손"
  • 고어핀드 2009/09/29 12:35 #

    이, 이것은 예언이다!!;;
  • 나인테일 2009/09/29 12:47 #

    "강단 식민사관 작가 톨스토이의 만행"이라던가...;;;
  • Niveus 2009/09/29 13:18 #

    역시 식민사관 작가 똘쓰또이설이 더 설득력있습;;;
  • 홍월 2009/09/29 12:12 #

    이상한 환빠가 저 자꾸 괴롭혀요ㅠㅠ
  • Niveus 2009/09/29 13:17 #

    아아 정말이지 멋진 패러디(?)입니다.
  • Allenait 2009/09/29 16:05 #

    톨스토이는 진짜 대문호라는 것을 느낀다니까요..... (3)
  • 먼훗날언젠가 2009/09/29 18:42 #

    톨스토이는 진짜 대문호라는 것을 느낀다니까요..... (4)
  • 네비아찌 2009/09/29 19:55 #

    톨스토이는 진짜 대문호라는 것을 느낀다니까요..... (5)
    어렸을 때 원작을 읽고 나서는 파홈이 불쌍해서 한동안 울적했는데,
    초록불님의 글을 읽으면서는 환Q에게 그런 불쌍함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군요 ^^;
  • 萬古獨龍 2009/09/29 20:14 #

    톨스토이는 진짜 대문호라는 것을 느낀다니까요..... (6)
  • 라세엄마 2009/09/30 08:17 #

    아..이게 톨스토이였군요. 엔딩만 다르고 비슷한 내용의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소재로 한 영화가 기억에 섞여있어서 뭐가뭔지 몰랐었음;
  • 모나카 2009/09/30 10:26 #

    톨스토이는 진짜 대문호라는 것을 느낀다니까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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