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한다는 것 *..만........상..*



제법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세상의 변화를 잘 못 읽는 경우가 있는데(물론 나 자신도 그럴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분석의 틀 속에서 사고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 때 극히 조심해야 하는 것은 사실 관계의 분명한 확인이다. 자신의 분석 결과와 동일하다고 느끼는 순간 나머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글을 쓰게 되면, 실수할 확률이 높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 자신도 그런 실수를 여러 차례 저질렀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수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의도적인 실수로 오해받고, 그 정도가 글의 논지를 훼손할 정도의 실수라면 치명적. 즉각 포스팅을 내리고 사과문을 따로 써야할 수도 있다. (종종 고집이 센 사람들은 잘못 안 건 사실이지만, 잘못 안 상황에서 자신의 논리는 정당하다는 소리를 늘어놓곤 한다. 이런 이야기를 잘못에 대한 사과도 없이 하면 정말 곤란하다.)

그러나 오해의 여지가 글이 주장하는 전반적인 사실을 훼손하지는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잘못 안 부분에 대해서만 수정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 어떤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가지고 글 전체의 논지를 걸고 넘어지기도 하는데, 우리는 대개 그런 사람을 난독증 환자, 그리고 거기서 한단계 더 레벨업하면 악플러라고 부른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모른 척하는 일도 있다. 문제를 일부러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여 본질을 감추고 논의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고 가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뿐만 아니라 이런 경우 문제점 자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의가 제기되었을 때, 빠져나갈 방법도 마련되어 있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기 때문에 위에 이야기한 경우와 전혀 다르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있다. 정보는 점점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얄팍한 수는 통하기 더 어려워진다. 문제는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다. 결국 세상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 오늘날 한국 정치에 대한 이 수많은 실망도 알고보면 신뢰할만한 정치가가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인터넷 세상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신뢰할만한 블로거는 누구인가, 라는 문제가 끊임없이 명멸한다.

그 안에는 정치적 신념, 논증의 방법, 전문가적인 실력, 그리고 화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조건이 나열되게 마련인데,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사실 관계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어떤 일에든 의견을 내놓고 있는 한, 반대자들을 만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이의 제기를 반대자에 의한 음해로 생각하게 된다면 자신의 사고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갖게 되고 마는데, 인간인 이상 이런 함정을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이의가 정중하게까지는 몰라도 평범하게도 제기되지 않고, 빈정거림과 비아냥을 통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을 겪다보면 어느새 의견을 보는 유연함을 잃게 될 때가 많다.

유연함을 잃었을 때, 어느 순간에 자신의 틀만을 고집하는 옹고집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이 변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그 전에는 없던 세계에 우리는 들어와 있다. 이 세계에 대한 지침은 지금부터 쓰이고 있는 셈이다.

덧글

  • asianote 2009/10/11 23:38 #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지만 모른다는 사실은 인정하기는 어려운 듯 싶습니다. 특히 저 자신이 오류를 인정하기에 어려움을 느끼니까 남 일이 아니군요.
  • 초록불 2009/10/11 23:43 #

    매우 단순한 경우가 아니면, 그런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개의 경우는 부분적으로 옳고 부분적으로 그른 것이어서, 일도양단해서 딱 떨어지지 않죠.
  • 진성당거사 2009/10/12 00:13 #

    이글루스든 어디든, 우리나라의 블로그에는 정말 다른 나라들 블로그에 비해 훨씬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훨씬 약한 듯 해서 늘 볼때마다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외국의 경우 - 적어도 제가 돌아다녀본 몇몇 외국 블로그의 경우 - 아주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는 블로그 엔트리에도 그런 인신공격성 댓글은 가급적 자제하더군요.
  • 초록불 2009/10/12 00:14 #

    무례한 것과 솔직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죠.
  • Allenait 2009/10/12 00:13 #

    사실 관계의 객관성이라. 그걸 유지하는게 정말 어렵더군요
  • 초록불 2009/10/12 00:17 #

    그렇게 하려면 품이 많이 들죠. 사실 블로그는 일기장 비슷한 면도 없지 않아서 늘 그렇게 철저하게 조사하고 글을 쓸 수는 없죠. 이 문제는 언제 다시 한 번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슈타인호프 2009/10/12 00:15 #

    네, 사실의 문제라면 명백하게 정오를 따질 수 있지만 견해의 차이에서는 그런 게 나오기가 힘드니까요.
  • 초록불 2009/10/12 00:19 #

    사실의 문제도 명백하게 따질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A 소스를 이용한 사람과 B 소스를 이용한 사람 간에는 충돌이 없을 수 없죠. 소스의 가치를 평가하는 문제가 새로 대두하는데, 이 단계에서는 또 견해의 차이가 벌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하죠. (한숨)
  • 슈타인호프 2009/10/12 00:40 #

    아아, 또 말을 모자라게 했네요;;;

    사실의 문제는 서로 근거를 대면서 누가 맞다 틀리다는 토론이라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이 또 말을 너무 짧게 썼습니다--;;;;

    덧 : 이제 내일부터 평일 오전 11시가 별로 기다려지지 않게 돼서 서운합니다 ㅜㅡ
  • 초록불 2009/10/12 00:42 #

    그렇습니다. 사실의 문제는 그나마 토론이 가능한 문제지요.

    연재는... 저도 이제 고정 수입이 끊겨서 섭섭하죠...ㅠ.ㅠ
  • 서린 2009/10/12 00:15 #

    >그런데 의도적으로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모른 척하는 일도 있다. 문제를 일부러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여 본질을 감추고 논의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고 가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와 닿습니다.

    비로그인 팬덤을 이용한 , '정론에 입각한 반대론자에 대한 공격'을 방치하는 메이저 들이 가장 치가 떨리더군요.
  • 초록불 2009/10/12 00:20 #

    공격의 방치...라는 말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이 문제도 언제 한 번 다룰 수 있으면 좋겠네요.
  • 을파소 2009/10/12 00:25 #

    확실히 맞는 말이지만, 정작 닥치면 실천하기 어려운 문제죠.
  • 초록불 2009/10/12 00:39 #

    네, 언제나 문제는 복잡하기 때문에...
  • leopord 2009/10/12 00:48 #

    자신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자부하는 것만큼이나 자신은 언제나 유연할 거라는 착각도 위험하죠ㅎㅎ; 늘 변화하는 환경에 선다는 건, 비바람에 흔들리는 배 위에 있는 것 이상으로 아슬아슬한 일인 것 같습니다. 항상 긴장(tension)을 유지해야 할 필요에 부딪히는군요. 하물며 글을 쓰겠다면 더더욱 말입니다.
  • 초록불 2009/10/12 00:56 #

    사실 블로그에서 항상 긴장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너무 심력 소모가 큰 일이라 하겠습니다...만,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는 경우도 있긴 하지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겠습니다.
  • 2009/10/12 00: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10/12 00:54 #

    비밀글 답글은 비밀글이라고 가끔 저도 착각합니다...^^
  • 유사매식자 2009/10/12 02:48 #

    어쩌다보니 선동질의 최전선(...)에 있게 되었습니다만, 다른 사람이 지적하지 않아도 지금와서 스스로 보면 예전 글들은 손봐야 할 곳이 상당히 많죠. 인터넷리퍼런스라는게 자신도 그렇고 타인도 그렇고 믿을 게 못되는데, 늘상 겪으셨다시피 이 바닥은 지옥의 링크대결이라(...) 여기저기 끌려가다보니...

    환빠님들이 그분들이 받아야 할 타당한 사회적 대우를 받을 정도가 되면, 재야사학사(似而非史學史)에 대해 사학자분들이 다루는 범주에서 조금 더 나아가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마 블로깅한 내용과는 꽤 차이가 나는 산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아...물론 생각만.

    그런 날이 오긴 올까요 OTL
  • 초록불 2009/10/12 11:07 #

    완성되시면 연락 좀...^^
  • 2009/10/12 03:4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10/12 11:07 #

    고맙습니다.
  • catnip 2009/10/12 09:02 #

    곰곰히 생각해보면..정중한 비판마저 태클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보니 아예 그래, 태클로 나가주마..로 변한건지도 모르겠고 ...중간 생략, 이젠 어떠한 종류의 이의제기도 다 싸우자~로 받아들리게 된건지도 모르겠네요.
    닭과 달걀의 문제인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보니 어떠한 경우에도 - 심지어 태클마저- 비판으로 받아들여 그에 대한 합리적인 반박을 하시는 분들 존경스럽지요.
  • 초록불 2009/10/12 11:08 #

    아픈 부위를 건드리면 움츠리는 건 인지상정. 그런 일이 몇 번 되플이 되다보면 까칠해지는 거죠. 차라리 까칠한 경우는 괜찮은데, 안 까칠한 척 하면서 까칠한 걸 보면 그게 더 안스럽기도 합니다.
  • Niveus 2009/10/12 10:04 #

    약간 비뚫어진 의견일지도 모르지만 정중한 의견, 혹은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을 '비판'으로 받아들이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요(...)
    (덕분에 이제 다니면서 잘못 인용된 자료나 잘못된 수치가 보여도 주인장의 댓글 패턴을 봐서 아니다 싶으면 아예 리플을 안달아버립니다 -_-;;;)

    한국에서는 신뢰할만한 '전문가'를 찾는게 힘들다는점에서는 동의...
    개인적으로는 '이사람은 메타데이터를 잘 제공해주는사람' '이사람은 의견을 개진하는게 괜찮은사람' '이사람은 의견을 거꾸로 보면 되는사람'(...뭐냐 이건) 등등으로 구분하고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초록불님은 신뢰할만한 정보소스중 한분 (笑)

    어짜피 좀 애매하다 싶은 소스는 교차검증하는 습관을 들여놨기에 지뢰를 밟는 경우는 적은편이지만 그렇게 노력해도 지뢰를 밟는 경우는 꼭 나오니까요.
    언제나 다른 의견 또한 경청할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사물에 대한 시야를 넓혀가는 마음가짐을 잊지말아야겠습니다 ^^a
  • 초록불 2009/10/12 11:09 #

    저도 뻘글 올릴 때 적지 않으니 주의하셔야...^^;;

    유사역사학 관련 글에 대해서는 저도 조건반사적인 반응이 나갈 때가 있어서 저 스스로도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더욱 그렇더군요...^^
  • Niveus 2009/10/12 13:07 #

    확실히 몸이 안좋으면 리미터가 상당히 느슨해지는걸 느낍니다.
    키배 떴을때를 통계내보면 아파서 정신줄 놓았을때가 대부분인걸 보면;;;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유사역사아웃

2017 대표이글루_history

구글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