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한다는 것 3 *..만........상..*



아래 글에서 네비아찌님이 댓글을 단 것을 보고 나름 바쁘기는 하지만 했던 이야기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대개 블로그에 대해서는 1인 미디어라는 속성, 그러므로 포스팅을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발행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이해가 틀린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에게 부과되는 책임감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우리가 쉽게 찌라시라 부르는 언론의 경우, 찌라시라 부르면서도 잘못된 기사가 올라왔을 경우 가열차게 까는 것이 일반적이다. 찌라시에 뭘 기대합니까, 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도 까는 것 자체를 반대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냥 같이 빈정대기 위해서 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은 그들을 찌라시라 부르건 말건 그들이 <언론>이기 때문에 공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블로그 역시 1인 <미디어>이므로 공적인 책임 하에 포스팅을 올려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공적인 책임 하의 언론처럼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가열차게 까여야 하는 것인가?

아마도 이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나는 언론과 블로그가 동격에 놓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언론이라는 검증 시스템을 1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여기서, 블로거는 책임 지지 않아도 되는 "카더라" 통신을 남발해도 된다는 말이냐, 라고 묻는다면 너무 성급한 반대라고 말하겠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상대의 주장을 공격하려는 것을 종종 보는데, 그렇게 많이 나가지 말고 조금씩 진폭을 넓혀서 이런 문제를 바라보도록 하자.

블로그의 경우, 중요한 것은 그 의도이다. 애초에 사기를 치려고 잘못된 정보를 올리는 경우가 없지는 않겠다. 하지만 역시 그런 극단적인 예는 제외시키고 생각해보자.

누군가 잘못된 정보를 올렸을 경우 일어나는 일을 한 번 보자.

- 아주 병신인증 제대로 했네? 그것도 모르면 찌그러져 있지. 왜 아는 척 지랄이야?

라고 댓글을 달면 이건 그냥 "싸우자"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가끔은 저렇게 자신만만한 무례함을 선보였다가 사실 관계의 오류를 범한 것이 역으로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럴 때 "쿨하게" 사과하면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쿨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사람은 디지털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런 경우를 당한 블로거에게 일어나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한 모욕감을 느끼면 블로그를 폐쇄하기도 한다. 그리고 글쓰기가 위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대가 무례했던 것과는 별개로 자신이 철저히 조사하고 알아보지 못하고 성급하게 글을 쓴 것에 대해서 자성하게 된다. 자성은 좋은 것이지만 이로써 글을 쓰는 창의력에 큰 걸림돌을 안게 된다.

가령 가벼운 농담을 썼는데도, "님, 그건 이거거든요. 뭘 좀 아시고 이야기하세요."라는 댓글이 붙을 수 있다. 농담이었는데, 진지하게 물고 들어오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가벼운 이야기라든가, 머리에 떠오르는 어떤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인터넷 상의 글쓰기, 즉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글쓰기에서 좋은 점 중 하나가, 처음 아이디어가 피드백을 통해서 점점 더 세련되어지고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블로거에게 이런 경직성을 안기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를 볼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자, 이제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사회는 경직되어 있다. 매우 심하게. 작은 일을 보고도 분노 에너지 200%를 자랑하며 댓글에서 자기 분노를 뿜어내는 일이 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더 유연함을 잃어버리게 되고 만다.

포스팅을 하나 하려고 생각하면서, 쉴드를 짜야 한다. 작은 실수라도 있다면 악플러들의 밥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긴장하게 되면 포스팅하기가 싫어지고 만다. 블로그 활동은 재미로 하는 것이다. 이걸 한다고 연봉 4천을 달성할 수 있나? (어떤 초사이언3 급의 블로거는 된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무시한다.) 그런데 포스팅 하나 하려면 바짝 긴장해야 한다. 내가 왜?

긴장하고 포스팅하는 것보다 쉬운 방법이 있다. 자기 분노도 똑같은 방법으로 풀어버리는 거다. 나한테 악플 달아라. 나도 달 거니까. 억울하면 같이 욕하자. 나는 쿨한 사람이다. 이렇게 이야기한다. 미안한데, 그게 아니고 그냥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함무라비 시대로 돌아갔을 뿐이다. 물론 이런 경우, 나는 그 시절의 그 사람들을 존경한다. 원래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일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왜 인류는 그 훌륭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버렸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나는 그 어떤 방법, 즉 포스팅을 잘 하려고 경직하게 되는 것이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막 가는 방식 모두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부드럽게 대화할 수 있고, 상대의 감정을 다치지 않고도 상대 포스팅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다. 심지어 의견의 차이를 좁힐 수 없을 때에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킬 수 있는 법이다. 그 정도 글쓰기 능력은 초등학교 시절에 마스터하고 있다. 그리고 그 때 우리는 좀 더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의견이 완전히 갈라서는, 화해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더 다양한 의견들을 만나고 종합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융합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악플의 공격에 의해서 우리 몸이 자꾸 굳어지고, 다른 의견을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스스로 경직되어져 간다면 그저 블로고스피어란 그저 지옥도의 한 장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무차별적인 피드백(접근이 아니다. 접근은 어차피 제한할 수 없다)을 허용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블로거 자신을 경직시키고 마는 독약과 같다.

블로그에서 자기 넋두리를 할 수도 있고 남들은 못 알아듣는 그런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을 수도 있다. 예의바른 구독자라면 그냥 지나쳐 줄 것이다. 그런 자기 자신에게 속삭이는 말밖에 없는 블로그라면, 오프라인에서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연히 구독을 끊을 것이고.

쉽고 가볍게 쓴 글에서 중요치 않은 오류가 보인다면 비밀글로 살짝 알려주는 게 예의일 것이다. 중차대한 문제로 오해가 크게 발생할만한 일이라면, 공개된 댓글이나 트랙백을 통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작은 예의를 차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관용이란 것이 그렇게 힘든 것일까?

전체적으로 볼 때 그 어떤 행동이 우리 사회를 전반적으로 풍요롭게 할 것인지는 명백하다. 그래서 나는 포스팅에 신경을 써서 경직되는 것보다, 댓글에서 예의를 갖추는데 신경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내 포스팅에는 잘못된 부분이 나오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포스팅을 고치게 될 것이다. 이곳은 학술논문이 발표되는 곳도 아니고 언론사의 뉴스 기사가 배출되는 곳도 아니다. 여기는 블로그고 우리는 블로거니까.



[추가]
아참, 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는 블로그에는 이 명언을...

DFTT - "Do not feed the trolls."

덧글

  • 갑그젊 2009/10/12 20:03 #

    잘 읽었습니다. 블로그를 현명하게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서 잘 배우고 갑니다^^

    p.s. 아까 2편까지만 보고 내용을 단정짓는 듯한 리플을 달았었네요 제가..;; 정말 뭐든지 급하게 단정짓는 안 좋은 버릇을 버려야 하는데...
  • 초록불 2009/10/12 20:05 #

    그건 단정이라기 보다는 그곳까지 읽고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결론이었던 것 같습니다. 네비아찌 님의 댓글에도 달았지만, 그런 것이 최상책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다보면 오래 해나가기가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무리하면 좋지 않다는 것이 제 의견인 셈이죠.

    노자의 무위자연이라고나 할까요...^^
  • 슈타인호프 2009/10/12 20:42 #

    두 편 모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드네요^^;
  • 초록불 2009/10/12 22:30 #

    고맙습니다.
  • dunkbear 2009/10/12 20:43 #

    사실관계가 틀렸거나 이건 아니다 싶은 뭔가를 지적할 때 저는 보통 :

    "죄송합니다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인트로를 넣어줍니다.
    예의도 차리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거의 실패한 적이 없었습니다.
    지적 감사하다는 반응부터 그냥 무반응도 있구요.

    몇글자만 더 추가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 없이 좋게 끝날 수 있는데 왜들 꼭 날선 말투나
    무신경한 표현으로 상처를 주면서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만 그런지는 몰라도...
  • 초록불 2009/10/12 22:31 #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 SABA 2009/10/12 21:19 #

    와.. 좋은 글이네요..
  • 초록불 2009/10/12 22:31 #

    ^^
  • 잠본이 2009/10/12 22:05 #

    > 심지어 의견의 차이를 좁힐 수 없을 때에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킬 수 있는 법이다. 그 정도 글쓰기 능력은 초등학교 시절에 마스터하고 있다

    슬프게도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건 기본 문법과 맞춤법 정도고 글로 예의를 표하는 것은 알아서 배워나가야 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 교육을 받았는데 제가 기억을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OTL)
    인터넷 시대의 글쓰기 교육은 읽는이와 글쓴이의 거리가 좁아졌다는 걸 감안해서 여러모로 달라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초록불 2009/10/12 22:31 #

    확실히 우리는 변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다시 확인시켜주시는군요.
  • 2009/10/12 22:1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10/12 22:32 #

    고맙습니다...^^
  • 2009/10/12 22: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10/12 23:04 #

    옛날 러시아 동화에 보면, 강을 건네주는 뱃사공이 주인공에게 물어보죠. 저는 언제까지 노를 저어야 하나요, 라고요. 답이 뭔지 기억하시나요?

    다음 사람에게 노를 넘기면 된다...는 게 답입니다. 그 사람은 다음 먹이가 나타날 때까지 그러고 다닙니다. 답은 언제나 DFTT... 만고의 진리입니다. 믿으세요.
  • leopord 2009/10/12 23:37 #

    또 하나의 교훈 : 진지하면 지는 거다. 악플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훈련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넷 소통의 방식이 조금씩 인간다워지는 만큼(좀 더 글쓴이-읽는이의 개성과 일상이 개입된다는 얘기였습니다.), 항상심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지 않은가 싶어요.

    사실 텐션 이야기는 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가끔씩 예민한 이야길 하다 보니... 그런 점에서 좀 더 내구성이 높아졌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물론 블로그 자체를 즐기지 못한다면 아예 못할 일이겠지요.ㅎㅎ;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 초록불 2009/10/12 23:42 #

    방어력을 높이는 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요. 저는 쳐내는 쪽을 선호합니다...^^
  • 네비아찌 2009/10/13 00:26 #

    좋은 말씀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습니다.
  • 초록불 2009/10/13 12:50 #

    고맙습니다.
  • LVP 2009/10/13 00:36 #

    조금만 손봐서 당(블로그) 독트린으로 채용해야겠습니다 'ㅅ'!!

    그런데 환빠들이 또 우르르 달려들었나염???
  • 초록불 2009/10/13 12:51 #

    그쪽은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 ecotary 2009/10/13 10:07 #

    초록불님의 균형잡힌 사고와 이 포스팅과 같은 좋은 글들이 한국사회의 경직성을 완화시키고 좀더 유연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기대하고 또 믿습니다^^) -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읽고 가시니 그 영향력도 더욱 커지겠지요.
  • 초록불 2009/10/13 12:51 #

    고맙습니다.
  • 허안 2009/10/13 10:58 #

    많은 사람들이 읽는 좋은 곳을 운영하시니 탄복할 따름입니다.
  • 초록불 2009/10/13 12:51 #

    고맙습니다. 과찬이십니다.
  • Hatchery 2009/10/13 16:09 #

    잘 읽었습니다. 안그래도 제가 이글루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하여 초록불 님께서 언급하신 현상들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 보여서 안타깝습니다. 어떤 때 보면, 이사람들 오프라인에서 처음 보아도 이렇게 싸울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요.

    제가 다니는 커뮤니티 중 오프라인으로 서로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민감한 주제의 토론이 벌여져도 다들 어느 정도의 예의와 매너를 지키면서 의견을 나누곤 합니다. 블로그에서 토론 할 때에도 모니터 너머에도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아도 막말은 못할텐데 말입니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유럽에서 잠시 공부했던 제 친구가 저에게 이야기 해 주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에 반론이 들어오면, 그 의견이 아닌 본인에 대해 공격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성향이 있어." 이 또한 국내 블로거들이 블로깅을 하면서 날 선 대립을 자주 경험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초록불 2009/10/13 16:11 #

    좋은 말씀입니다.

    "자신의 의견에 반론이 들어오면, 그 의견이 아닌 본인에 대해 공격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성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공격을 실제로 감행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면서 점점 더 강도가 강해져 버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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