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중 경향, 동아, 서울, 조선, 한겨레의 5개 신문이 친일사전에 대해서 사설을 작성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알렸다. 최근에 비교적 공정한 시선을 보이던 한국일보에서 사설이 나오지 않은 것이 조금 유감스럽다.
동아일보는 80년대 대자보 수준의 사설을 냈다. 사설 속의 분노가 모니터를 뚫고 나올 기세다.
[동아일보] ]‘대한민국 정통성 훼손’ 노린 좌파史觀친일사전 [클릭]
민족문제연구소의 임헌영 소장의 전력을 빗댄 색깔 공세로부터 동아일보와 깊은 관련이 있는 인촌에 대한 비호, 그리고 좌파 사관이라는 낙인까지 골고루 이야기하고 있다. 나로서는 60여년이 걸리도록 대 동아일보께서는 왜 이런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으셨는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탓이다, 라는 레토릭을 또 써먹고 있다.
[조선일보] 대한민국 정통성 다시 갉아먹은 친일사전 발간 대회 [클릭]
두 신문이 공히 과거에 대한 반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의 반민특위가 가려놓은 친일인사는 688명밖에 되지 않았다는 말이 심히 가소롭다. 그럼 그때 처벌하게 하지 그랬냐는 말을 해주고 싶다.
두 신문에 빠짐없이 들어있는 것이 <정통성> 문제다. 대체 <정통성>이란 무엇이기에 이들은 이처럼 사전 하나를 놓고 정통성을 운운하는지 이해가 불가능하다.
네이버 백과사전의 정의를 한번 보자.
그 사회의 정치체제 ·정치권력 ·전통 등을 올바르다고 인정하는 일반적 관념.
정당성(正當性)이라고도 한다. 이것에 의하여 자발적 복종이 도출되며, 정치권력은 권위화하여 안정된 지배를 확립한다. M.베버는 정통성의 근거를 전통 ·카리스마 ·합법의 3가지로 유형화하였다. 이것들은 저마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사회에서도 혼합된 형식으로 존재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C.E.메리엄은 국민들에게 정통성을 심어주는 방법으로서 크레덴다(Credenda)와 미란다(Miranda)를 생각해냈다. 전자는 이성에 호소하여 복종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 신조체계(信條體系)나 이데올로기 등을 가리킨다. 예컨대 자유라고 하는 가치를 강조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사회임을 보여줌으로써 정통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후자는 정서에 호소하여 복종을 유발시키는 노래 ·깃발 ·기념비 ·건물 등을 가리키며, 예컨대 위엄 있는 건물에 의해서 의회가 더욱 권위적으로 느껴지거나 국가(國歌)나 국기(國旗)로써 귀속사회에 대한 일체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이다.
이러이러한 사람이 친일파다, 라고 정의한 사전 따위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거나 훼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들의 <정통성>에 대한 빈약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한겨레 신문은 사전 발간의 진행과정과 의의에 대해서 간략한 정리를 했다.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못마땅하다는 핀잔이 들어있다.
[한겨레] 반민특위 해체 60년 만에 나온 친일인명사전 [클릭]
부적절한 인사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제 적극적인 소명과 연구에 의해서 옥석을 가릴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겠는데, 한겨레의 사설은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경향신문의 사설이 방향과 맥을 제대로 짚었다고 생각한다.
[경향] ‘친일사전’은 과거 단죄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것 [클릭]
친일에 대한 기억을 가지게 될 때, 우리 사회의 정통성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지금에 와서 연좌제를 시행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역사적 평가를 미룰 수는 없다. 동아일보는 "이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계적이고 중층적인 학술 연구에 맡기는 것이 정도"라고 말했지만 해방 후 이미 60년이 넘게 흘렀다. 세대로도 두 세대가 지나간 셈이다. 충분히 시간이 걸려서 이제 걸음마를 뗀 것이다.
서울신문의 사설은 내 생각과 흡사하다.
[서울] 이제 친일의 어두운 과거를 물리자 [클릭]
- 우리는 구체적인 친일행적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과거를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 비록 불가항력적인 식민지 현실이었지만 선대의 과(過)가 있다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공(功)은 더욱 가꿔 나가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고 본다.
- 이제 소모적인 친일 논란에서 벗어나 나라를 온전히 간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야 할 때다.
조선과 동아는 정통성을 스스로 허무는 짓을 그만두고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좀 대국적인 견지에서 이야기를 펼쳤으면 좋겠다.
덧글
아아 맞습니다. 참으로 그러해야할진대...
(개인적으로는 경향신문>서울신문>한겨레신문 순으로)
아아 좋은 분노다. (응?)
"너희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있어!"
"그럼 너희들이 생각하는 정통성이란 뭔데?"
"그....그게.... ......이 빨갱이 새끼야! 딴 말 할 것 없이 너희들은 정통성을 훼손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희는 빨갱이야!"
<= 이런 무한 쳇바퀴?
목소리 큰놈이 이긴다는게 삶의 도리요 우주의 진리라고 믿는 분들이 말을 더듬는다는건이미 패배[뭐?]를 인정한다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아무리봐도 조중동/한나라당/이승만/박정희의 공통점은 "반공"밖에 없어보입니다.
안티테제로 연명하는 집단은 그 자신의 정통성이 없다는 것이겠지요.
추신 : 반공은 국시가 될 수 없습니다. 국시란 국가가 지향하는 것인고 반공은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는 것인데 반공이 국시가 된다면 공산주의가 아닌 뭐를 지향한다는 걸까요? 결국 국가가 지향하는 바가 없습니다. 이건 모순입니다.
니가 니가 니가 하면 불장난~
누가 누가~ 말을 해줘요~
정말 로멘스 라고~
이 노래 참 가슴에 와닿네요.
조중동이 부르는 것 같습니다.
굳이 긁어부스럼은 만들지 않겠다는 저 '실용적 자세'.
친일인명사전 논란의 중심이 박정희 개드립인 이상,
기껏 짖어봐야 "지드래곤 오빠가 표절일 리 없다"는 퐈순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게 뻔한 이상 안건드리는 것이 상책이죠.
제목을 친일인명사전이 아니라, 일제시대인명록 이정도로 하고, 최종적인 친일-용일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고 객관적인 경력/행적을 서술하고, 당사자의 변명 등의 사료만을 집대성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항상 합니다.
박수드리고 싶습니다. 잘 봤습니다.
조선과 동아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역시....동아는 망할려나봐요.
사설이 너무 형편 없어...ㅡ.ㅜ
2. 아무리 그래도 "남민전"과 "문인 간첩단" 사건을 들먹이는건 개그죠. "소시민" "판문점"등의 작품을 남긴 이호철 선생도 문인간첩단.. 사건으로 기관에서 물 먹고 비행기 타다 오셨는데. 지금 그분 작품은 버젓히 팔리는데요?(이분은 90년대 후반에도 신동아! 월조에 기고도 많이 했구요)
적어도 떠도는 떡밥과 사료들을 책 3권으로 정리할 수 있는 거잖아요. 나쁜 의미가 아니라 문제제기성 떡밥은 많으면 많을수록 공부에 도움이 된다능....
정치적 의도가 '아주'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런 쪽으로 의미를 찾는다면 이번에 책 발간된 건 분명히 의미있는 일이라능..
아,눈 배렸네요.
김성수가 친일파인 건 제가 대학다닐때도 귀따갑게 들은 사실이구만...
박정희 담당 변호사 쉑키가 "박정희는 일본군 장교가 아니라 만주군 장교여서 친일이 아니다. 군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라고 떠드는 걸 화면으로 보면서 한대 쥐박아 주고 싶더군요.
만주국이 뭔지를 모르는 모양인데, 731부대를 독립군부대로 아는 총리랑 친척일까요?
"너는 공산당이냐, 말이 많게?"
결국 아무 소리 말고 시키는 대로 따라야 좌빨이 아닌거죠.
친일에 앞장섰던 우리의 조동아리는 자신들의 정통성(?)을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피를 토하시는군요.....
잘못된걸 반성하지 않는 그들의 입장을 보면서 '얘네들을 글렀구나...' 라고 생각됩니다.
핑백링크걸어보았습니다.
- 본격 레드컴플렉스를 유도하려는 조선일보의 기세!
미래를 위한 발걸음에 말없이 지지를 보내야겠습니다.
부족한 한 걸음이지만 이게 첫 걸음이 되길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근데, 친일파 + 5·16이면...
그러나 죄인의 아들은 아버지가 죄인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하며
아버지가 저지른 실수를 두번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지'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편에서 나치 청산에 관한 대목인데...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그나저나 난데없이 정통성이라니...아이고 두야)
그나저나 저쪽동네서 좌파인명사전 만들자고 발악인데...자기들이 숭배하는 모 전 대통령에게 2관왕을 수여하고 싶어서 안달인가 봐요-_-;
잘 보고 갑니다.
7~80 여 전 역사인 이 친일 문제를 지금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에 참고가 되겠기에 몇 년 전에 발표한 글을 여기에 다시 싣는다.>
친일 재산과 “Born with…”
“타고 난다”, “갖고 태어 난다 (Born with...)” 라는 말은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 라면서 무엇을 갖고 태어난다는 말인가?
우선 성격, 체질, DNA, IQ 등을 부모로부터 받아 갖고 태어난다. 그 다음엔 무엇이 있는가? 부모로부터 물려 받는 재산이다. 지위의 양위도, 신분의 세습도 모두 사라진 오늘 날 유일하게 남아 있는 대물림이다. 그런데 이 대물린 재산은 100% 불로 소득 -간디는 불로 소득을 5대 사회악 중 하나로 꼽았다-이다. 왜냐하면 자기 손가락 하나 까닥 않고 거저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부는 친일 행각을 한 조상(들)에게서 물려 받은 재산(토지)을 강제 환수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그 동안, 항일 독립 투사들의 후손들이 한결같이 몰락하고, 친일 부역한 사람들의 자손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모습을 숱하게 보면서 많은 울분을 머금었던 터라,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민족 정기를 세우기 위해” 이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무언가 부족/미급한 감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연좌제가 없는 오늘을 사는 그 후손들로서는 참으로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을거다.
자신들의 과오가 아닌 조상들의 잘못을 왜 지금 우리가 뒤집어 써야 한단 말인가? 한 개인의 행위의 책임은 어디 까지나 그 개인에 국한된다는 현대적인 법 정신을 들어 아마도 헌소를 제기하리라.
그런데 여기서 잠깐,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 날 때 ”타고 나는” 것들의 내용을 좀 더 분석해 보자. 재산에 더 해, 교육/학벌, 직업 등은 “타고 나는 “ 것이 아닌가? 가문/ 혼맥 (婚脈)은 또 어떤가? 만일 그렇지가 않다면, “대졸 아버지를 둔 자녀 대졸 82%--중졸 아버지를 둔 자녀 대졸 32%”라는 최근 조사 발표 (05/04/07)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리고 왜 우리는 흔히 뼈대/족보 있는 집안, 명문가 자손 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결정짓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돈 (資)이 근본(本)이 되는 사회에서 첫 째는 돈 (재산) 이다. 두 째는 교육/학벌, 직업이다. 그리고 세 째는 혼맥으로 이어지는 혈연이다. 그런데 이 셋은 너무나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그 밀착된 고리는 한통속이 되어 거의 우리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친일 재산 문제로 돌아가 보자. 그들은 오직 재산 (땅) 만을 후손들에게 물려 주었는가? 아니다. 그들의 자녀들을 잘 교육 시켰고, 그리해서 좋은 직업을 갖게 했고, 그리고 다시 시집/장가를 잘 보내 좋은 혼맥을 유지케 했다. 다시 말해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모든 것들을 물려 줬다. 그렇다면, “타고 난 “ 것의 일부분인 재산만을 환수한다고 해서 역사가 바로 잡히고, 민족 정기가 바로 설 것인가.
해방 공간, 일제가 물러 간 후 정치, 경제, 교육, 학계, 사법, 검/경 등 전 분야에 걸쳐 그 텅 빈 자리—교육계의 경우, 초등학교 선생은 중/고 교사로, 중/고 교사는 대학 교수로 수직 상승할 정도였다--를 어떤 사람들이 차지했는가? 강점기, 대부분의 씨울들이 입에 풀칠 하기도 어려운 때에 고등 교육을 받고, 각종 고시에 합격하고, 식민 통치 기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은 비록 일제에 자발적인 협력/협조는 안 했더라도, 적어도 그 통치 정책에 순응/순종/편승 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해서 사회/경제적으로 득세, 그들은 편안한 삶을 살았고, 또한 자손들을 잘 뒷받침하고, 잘 교육시켜 오늘 날 사회 각 분야에서 상부 계층에 자리잡게 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볼 때, 그들은 삶의 중요한 거의 모든 것을 그 조상들부터 물려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잘 되도 조상 탓, 못 되도 조상 탓이란 말이 있지만, 그들은 그야말로 조상 덕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여기서, 비단 친일 자손만이 아닌, 그 조상/부모 대 (代)에 부의 축적 과정/삶의 모습이 떳떳지 못했던 그 후손들-특히 거대한 부를 물려 받은/받을 재벌 2/3세들-에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 사상이다
기독교에선 이 세상 모든 인간은 ‘원죄’를 갖고 태어 난다고 한다. 이 교리를 세속적으로 바꿔, 멀리는 “양반 / 쌍 (‘떳떳할 ‘ 常 ’의 된소리)놈”을 가리던 이조 때 부터 최근세 친일파들에 이르기 까지, 그리고 다시 그 핏줄을 직/간접으로 이어 받은 오늘 날의 그 후손들에 이르기 까지, 그들은 어떤 형태로건 어떤 ‘원죄’를 안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 몸엔 그 부끄러운 조상들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 역사가 바로 잡히고 민족 정기가 새롭게 서려면, 그들이 이 ‘원죄’를 받아 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원죄’를 씻어내기 위해 기독교적인 회개/참회/선행을 역사와 민중 앞에 행동으로 내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기독교의 원죄가 인류 대대로 이어지듯이 그들의 자자손손도 이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할거다. 그런데 그들에게 이를 기대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미 대륙 원주민인 인디언들을 무수히 학살하고 오늘 날 미국을 만든 백인들,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사고 팔았던 서구인들, 세계 곳곳을 식민지로 강탈했던 제국주의자들, 그 후손들에게 이제 와서 그 책임을 묻는 것 만치나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장동만 >
://kr.blog.yahoo.com/dongman1936
저서: ‘조국이여 하늘이여” & “아, 멋진 새 한국” (e-book)
언론공정성따윈 개나 주고 충실히 자기 이익을 대변한다고 하더라도 좀 사설답게 논리정연하고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도록이라도 쓸것이지 대충 발로 갈겨놓은 듯한 구성은 좀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