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문........화..*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명상록>의 일부가 실려 있었다. 당시 나는 잘난 척하면서 - 사실은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황제가 복에 겨워 뇌까린 이야기에 불과하다는(물론 이렇게 과격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투로 그의 글을 깎아내렸다. 뒷날 나는 나의 이런 시건방졌던 과거를 크게 반성했다. 그의 글은 21세기인 오늘날의 블로거에게도 유용하다.




-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타일러라.

나는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은혜를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 건방진 사람이나 사기꾼, 샘이 많은 사람이나 무뚝뚝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그들에게 그런 결점이 있는 것은 그들이 선이 무엇이고 악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 어떤 의미에서 인간은, 우리와 가장 관계가 깊은 존재다. 우리가 인간에게 친절을 베풀고 또 참고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인간들 중에는 우리의 고유한 활동을 방해하는 자가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태양이나 바람, 들짐승만도 못할 만큼 나와는 관계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인간에 의해 나의 활동은 어느 정도 속박을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의 자발성과 의도는 속박을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어떤 제약을 받아도 활동할 수 있고, 또 장해물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떤 사람들을 만나든지 곧 "이 사람은 선악에 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하고 자문해 보라. 만일 그가 쾌락, 고통과 그 원인, 명예와 불명예, 삶과 죽음에 대해 이러저러한 견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가 이러저러한 행동을 하여도 나에게는 조금도 놀랍거나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 당신이 어떤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항상 생각해보라. 그들의 의견이나 욕구의 원천을 알게 되면 부지 중에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로부터 인정받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 타인이 당신을 비난하거나 미워할 때 또는 이와 비슷한 감정을 입밖에 낼 경우에는 그들의 영혼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어떤 인간인지 알아보라. 그러면 그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당신은 잔인한 자들이 인간에 대해 품고 있는 것과 같은 감정을 그들에 대해 절대로 품지 않도록 조심하라.

- 최선의 복수는 상대방이 자기에게 저지른 악을 행하지 않는 것이다.

- 선한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논하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선한 사람이 되도록 하라.

명상록 - 10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도서출판 숲
마침 50% 할인 판매 중이군요.

핑백

  • 초록불의 잡학다식 : 분노, 증오, 위로 2010-04-08 09:33:23 #

    ... 때 [클릭]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다면, 그것은 견디기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그에게 나를 미워할 가치가 없다 하더라도. 가령 예전에 썼던 이런 글처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클릭] 시야를 조금 더 키워보는 것이 좋겠다. 증자가 사는 곳에 월나라 군대가 쳐들어왔다. 증자는 재빨리 달아났다. 군대가 물러난 뒤에 증자가 돌아오자 사람들 ... more

덧글

  • asianote 2009/12/13 23:30 #

    마지막 3구절이 너무 뼈아프군요. 저한테 모두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우울한 현실이여...
  • 초록불 2009/12/13 23:34 #

    네. 니체도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라는 말을 했고... 우리 속담에도 "못 된 시어머니 밑에서 못 된 며느리 나온다"라고 말했지요.

    저런 경지에 쉬 도달할 수 없음은 분명하지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Joshua-Astray 2009/12/13 23:41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저렇게 사색을 좋아하는 황제가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전쟁을 하다가 최전선에서 병사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철인(哲人) 황제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사람이죠.
  • 소하 2009/12/14 00:05 #

    천상 학인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보면서 자신을 가르쳐 준 사람들이 "뭐가 이렇게 많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성격도 겸손하여 수동적이면서 자신을 내세우는 것을 싫어했던거 같은데, 이런 사람이 전장 속에서 세월을 보냈으니 안타깝지요.
  • 초록불 2009/12/14 00:09 #

    네, 덕분에 저도 많이 겸손해졌습니다...^^
  • Niveus 2009/12/14 00:13 #

    여러가지 생각하게 만드는건 여전하군요. (笑)
  • Allenait 2009/12/14 00:22 #

    대단한 사람이군요. 저도 마지막 3구절이 너무 가슴을 찌릅니다
  • 진성당거사 2009/12/14 00:36 #

    아, 역시 철인황제다운 희대의 기막힌 명문장이죠. 저는 그의 글이 중세 암흑시기에 살아남아 21세기까지 보존되어 온 게 기적이 아닌가하는 느낌도 듭니다.....아, 그런데 하필 범우사 판을 추천하시었는지? 저 범우사 판은 '업계' 쪽에서는 - 범우사의 다른 책들이 그렇듯 - 번역이 아주 엉망인 것으로 악명 높습니다.
  • 초록불 2009/12/14 00:42 #

    뻔한 이야기지만 가지고 있는 게 저거라서...

    좋은 번역본으로 추천해주면 옮겨놓지요...^^
  • 漁夫 2009/12/14 08:20 #

    '갈리아 전쟁기'도 이거 참 수준이래서요....
  • 네비아찌 2009/12/14 01:16 #

    자식농사를 잘못 지으신 게 본인 스스로도 많이 안타까우셨을 겁니다. 황제께서는....
  • 검투사 2009/12/14 01:18 #

    문득 "그건 네 아버지가 하신 말이다!"라고 코모두스에게 일갈하는 막시무스 장군이 떠오르는 게... ^^
  • 네비아찌 2009/12/14 01:28 #

    오오 저도 저도....
  • 꿈 속의 꿈 2009/12/14 08:39 #

    천병희 선생님이 옮기신 <명상록> (숲, 2005)이 중역이 아닌 국내 유일의 원전 번역입니다. 그리스 라틴 고전들은 천병희 선생님이 옮기신 것 정도가 믿을 만하다고 합니다(변신이야기, 신통기 등).
  • 초록불 2009/12/14 08:52 #

    고맙습니다. 바꿔놓았습니다.
  • 이준님 2009/12/14 09:08 #

    여담이지만 마르쿠스 황제는 헐리웃에서 두번 영화화 되었죠. 하나는 유명한 글레디에이터의 리처드 해리스옹(해리포터 시리즈에도 나왔죠./ 사실 지옥의 특전대의 그 애절한 연기가 기억나지만) 다른 한분은 로마 제국의 멸망에 나온 오비완 캐노비 알렉 기네스였습니다.

    솔직히 리처드 해리스도 한 연기를 하지만, 알렉기네스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졌죠. 이건 각본의문제와 영화의 주제의 문제가 큽니다만, 재밌는건 "로마 제국의 멸망"은 완전히 말아먹었다는 --;;;

    하여간 로마 제국의 멸망에서는 완전히 명상록을 읊으면서 마르쿠스 황제 코스프레를 하는게 진짜 깹니다.

    ps:그나저나 로마 관련 소설의 최고 걸작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에도 은근히 명상록의 냄새가 나지요. 전혀 다른 사람을 묘사했지만요.
  • 위장효과 2009/12/14 09:52 #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은 작가인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가 의도적으로 명상록을 모델로 한 게 아닐까 할 정도지요^^. 말씀대로 힘을 주체못하고 활동적인 인물하고 사색적이고 정적인 인물, 전혀 반대의 성향인 두 사람인데 말입니다.

    영화 "와일드 기즈" 거의 마지막 비행장 탈출신에서 날 쏴주게! 하는 그장면 말씀이시군요.


  • 2009/12/14 10:5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raco21 2009/12/14 15:34 #

    요즘 잘못한 일이 많아서 새삼 몇번이고 새겨읽게 됩니다. 가슴이 아프네요. ^^:
  • catnip 2009/12/14 15:59 #

    저는 너무 늦어버린듯도 해요....
  • 2009/12/14 18:5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9/12/14 19:18 #

    책 그림을 눌러보시죠...
  • 차원이동자 2009/12/14 19:27 #

    아아..이 바보녀석... 감사합니다!
  • Null 2009/12/15 02:46 #

    가슴에 와 닿는 문장들이 많네요.
    시간날 때 꼭 읽어봐야겠네요. 명상록...
  • 초록불 2009/12/15 08:38 #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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